천영우 前 외교안보수석 “청와대 장악한 주사파는 21세기 위정척사파인가?”

“이들 눈에 중국은 정의이고 선이고 진리이다. 미국과 일본은 불의이고 악이다.”


북핵협상 전문가인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前 대통령비서실 외교안보수석, 前 6자회담 수석대표)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인 ‘천영우TV’를 통해 ‘주사파는 21세기 위정척사파인가?’라는 주제로 방송을 했다. 그는 현재 문재인 정부가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 대응을 하는 과정에서 다시 한 번 중국에 굴종적 자세를 보이고 일본에는 과감한(?) 보복조치를 한 배경을 분석했다. 그는 이런 정부의 엇갈린 대응을 이해하려면 이들이 조선시대의 위정척사파 DNA를 이어받았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그의 이날 방송 내용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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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정척사의 사전적 의미는 바른 것을 지키고 사악한 것을 배척한다는 좋은 말인데, 옳고 그름, 선과 악을 주자성리학의 관점에서 찾는 데 있다. 인간과 금수의 차이, 문명과 야만을 나누는 잣대를 공자, 맹자, 주자의 가르침에 토대를 둔 중화문명의 세례를 얼마나 착실히 받았느냐 하는데서 찾는다. 이 사람들은 근본주의자, 원리주의자라고 할 수 있는 것은 그들이 진리와 정의를 독점하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자기들이 믿는 진리와 정의에 배치되는 것은 모두 사(邪)와 악이라고 규정하는데 요즘 말로 적폐라고 하는 거다. 위정척사파는 국제관계를 화이(華夷) 질서, 중국과 오랑캐, 이 화이질서라는 이분법적 관점에서 접근을 한다. 중국만이 문명이고 중국 외의 다른 모든 나라는 야만이라는 세계관에 함몰되어 있다. 중화문명은 정(正), 즉 올바름과 선을 대표하고 전세계가 본받아야 할 global standard인데 반해서 서양은 그 대척점에 있는 사악과 야만의 세계이고 일본은 서양 오랑캐의 앞잡이로서 악과 야만을 대변하는 세력으로 인식하고 있다. 위정척사파들의 모화사상에는 재조지은(再造之恩)의 정신이 한 몫을 했다. 재조지은이 무엇이냐면 “나라를 다시 만들어준 은혜”라는 뜻인데 임진왜란 때 명나라가 조선을 일본 오랑캐의 침략에서 구해줬기 때문에 조선의 백성뿐 아니라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까지 모두 중국의 은혜를 입지 않은 것이 없다는 인식이다. 이 사람들은 조선이 조선이기 때문에 자랑스러운 게 아니고 당나라, 송나라, 명나라의 전통과 지적 자산을 계승한 중화문명의 수호자로서 소중화(小中華)라는데 자부심을 느끼고 중화질서를 떠난 조선은 상상할 수도 없고 독자적으로 존재할 가치도 없다는 사상에 빠져있었다. 여진족과 조선은 혈연상으로는 가장 가까운 민족 아닌가? 그런데 여진족이 세운 청나라에 대해서는 마음 속으로 오랑캐의 나라로 경멸하는 태도를 품어왔다. 그럼에도 병자호란 때 인조가 청태종 홍타이지에게 항복을 하고 군신관계를 맺은 현실을 수용하고 표면적으로는 청나라의 속국으로서의 의무를 철저히 지키는 이중적 태도를 취하기도 했다.

위정척사파는 끝까지 조선의 쇄국과 수구에 목숨 걸고 매달리던 그런 세력이다. 조선의 개국을 적극 종용한 것은 청나라였다. 청나라만 하더라도 우리나라보다는 서양문물을 받아들이는데 훨씬 더 개방적이고 진취적이었다. 조선이 세계 대세를 외면하고 일본과 서양열강의 수교와 통상요구를 거부하다가 큰 분란이라도 발생하면 그 불똥이 종주국인 청나라로 튈까 봐 걱정이 된 거다. 그런데 청나라의 뜻이라면 알아서 기던 위정척사파가 조선의 개국과 근대화에는 격렬하게 저항을 했다.  중화문명의 최후의 수호자인 조선이 오랑캐의 나라들과 상종하는 것을 치욕으로 여긴 것이다.

1876년 일본과 광화도 조약을 체결할 때도 청나라는 더 이상 쇄국을 고집하다가 화를 자초하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그런데 위정척사파의 대부인 최익현이(조선후기 장령, 돈녕부도정, 승정원동부승지 등을 역임한 문신. 항일운동가.) 척화 상소를 올렸는데 거기서 제시한 5가지의 수교반대 이유 가운데 눈에 띄는 게 뭐냐 하면 서양의 앞잡이인 일본에 문을 열면 사학(邪學)인 천주교가 더 기승을 부리고 그렇게 되면 조선 사람들은 모두 금수로 변한다는 것이다. 조선 사람이 다 짐승이 된다는 것이다. 서양문물을 코로나 바이러스보다 더 두려워한 것이다. 1882년 미국과의 조미수호통상조약 체결할 때도 청나라의 조선 정책을 총괄한 이홍장 직예 총독이 집요하게 권유하여 마지 못해 한 것이다. 위정척사파의 반대를 극복하기 위해 고종이 1882년 1월 김윤식을 이홍장에게 보내서 청나라 황제가 조선국왕에게 미국과 조약을 체결하라는 칙령을 내려달라는 로비까지 했다. 왜 이런 로비를 했느냐? 그냥 하면 되지. 고종이 위정척사파의 반대를 감당할 자신이 없어서 청나라 황제의 뜻이라고 하면 위정척사파가 차마 거역 못하겠지 하는 잔머리를 굴린 것이다. 그런데 이홍장이 그런 쓸데없는 잔꾀부리지 말고 국왕의 전권대표를 빨리 천진으로 보내서 미국의 전권대표인 슈펠트 제독과 협상하라고 다그친 것이다. 조선이 대표단 파견에 시간을 끌자 이홍장이 더 기다릴 수가 없어 마건충이라는 파리정치대학에서 국제법 전공한 보좌관에게 조약초안을 만들게 해서 자신이 직접 미국의 슈펠트 제독과 조미 수호 통상 조약문안을 협상하게 된 것이다.

공식적으로 조미수호통상조약이 조인된 것은 1882년 5월 22일, 제물포에서 시헌과 김홍집이 이끄는 조선 대표단과 슈펠트 미국 대표간에 이뤄졌지만 문안은 이홍장과 슈펠트가 미리 천진에서 합의한 것을 그대로 확정한 것이다. 이것이 조선이 체결한 최초의 근대조약이다. 그런데 주목할 일은 이홍장이 이 조약 협상할 때 조약 본문에 “조선은 비록 청 제국의 속방이지만 지금까지 내치와 외교에 있어 자주권을 행사해왔다”는 문구를 넣으려고 한 것이다. 이게 무슨 소리냐 하면 청나라가 조선에 대한 종주권을 확인 받으려고 한 건데 다행히 미국이 거부했다. 왜냐하면 근대 국제관계에서 조약체결권리는 주권국가에만 있는 것이다. 그래서 미국의 거부 논리는 “독립 주권국인 조선과 이 조약을 체결하는 것인데 조선과 청의 관계가 무엇이든 조선과 미국과의 관계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그런 입장을 견지한 것이다. 조공관계라는 게 서양의 국제관계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개념인데 조선이 내치와 외교에 자주권이 있다고 하면서 청나라의 속국이라는 주장을 아무리 들어봐도 청나라의 속국이라는 주장을 아무리 들어봐도 미국이 납득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냥 정중하게 듣기만 하고 무시하는 입장으로 일관한 것이다. 그런데 조선 대표단도 미국과 제물포에서 마지막 협상할 때 조선이 청나라의 속국이라는 문구를 조약본문에 넣어달라고 다시 한 번 요구했는데 또 묵살당했다. 그래서 이홍장이 내어놓은 기발한 아이디어가 뭐냐 하면 고종이 이 조약 비준서를 미국 대통령에게 보낼 때 국왕의 친서에 같은 내용을 넣기로 한 것이다. 조선은 국왕부터 조정의 말단 사대부에 이르기까지 자주 독립국가가 되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이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청나라의 속국으로 계속 살면 되는데 자주독립국이냐 아니냐가 뭐 대단한 일이라고 이걸 갖고 따지는지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이러한 수교 모델은 다른 모든 서양 열강과의 조약체결에도 그대로 적용된 것이다.

결국 청나라가 조선을 완전한 자주독립국가로 인정한 것은 언제냐 하면 청일전쟁에서 일본에 패배한 이후이다. 이홍장과 이토 히로부미간에 체결된 1895년 시모노세키 조약 제1조는 “청국은 조선에 대한 종주권을 영구히 포기하고 조선의 완전한 해방을 승인한다” 이렇게 시작한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정책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150년 전의 위정척사파가 다시 살아서 돌아온 것 아닌가 하는 그런 생각이 들지 않는가? 외교안보정책을 수립하는 출발점은 우리에 대한 위협이 어디에서 오는지에 대한 판단이다. 북한을 제쳐두면 한반도 안보에 가장 큰 위협이 어디서 오겠는가? 역내 패권세력인 중국만큼 우리의 영토와 주권과 생존에 위협이 될 나라가 어디 있겠나? 사드 3불합의가 이미 증명한 것 아닌가? 그런데도 중국으로부터 오는 위협에 우리가 유난히 둔감하고 안이한 이유가 뭘까? 미래의 위협이 중국에서 올 것이 뻔히 보이고 미국의 동맹인 일본은 우리에게 실존적 위협이 될 가능성이 별로 없는데도 우리의 위협인식은 100년이 넘도록 달라진 것이 별로 없다. 안보이해관계의 구조가 중국과는 대립되고 일본과는 일치되는 부분이 압도적으로 많은데도 국민들은 오히려 중국보다 일본을 더 큰 위협으로 인식하는 이런 경향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일본에 당한 치욕은 백 년이 넘어도 그 원한이 뼛속 깊이 사무쳐 있고 이것이 오늘날에도 한일관계를 지배하고 있는데 중국의 속국이 되는 건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그런 정서는 어디서 올까?

중국을 위해서는 대한민국이 아무리 망가지고 100개국 이상의 국가로부터 격리되어도 상관이 없는데 다른 나라가 취하는 한국인 입국제한 조치를 일본이 취하면 보복조치를 취하는데 놀라운 과감성과 신속성을 발휘한다. 우리의 보복조치로 우리 경제가 얼마나 더 타격을 받을지, 저가항공사와 여행사들의 회생은 포기하더라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같은 큰 국적항공사의 부도는 얼마나 앞당길 것인지 이런 문제를 한 번 살펴보고 하루쯤 더 기다려서 결정해도 늦지 않다고 대통령에게 건의한 참모가 있었을까? 중국의 아픔은 우리의 아픔이 되어도 상관없는데 일본의 아픔은 우리의 기쁨이 되는 심보는 어디서 올까? 중국의 심기를 건드리면 잘못한 게 없어도 죽을 죄를 지은 것 같은데 일본에 대해서는 아무리 때리고 욕해도 분이 안 풀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본은 야만이고 중국은 문명이라는 위정척사파의 DNA가 살아있지 않고서야 이런 이중적 태도가 나오겠는가?

2017년 10월 당시 노영민 주중 대사가 시진핑 주석한테 신임장을 제정할 때 방명록에 썼다는 만절필동(萬折必東, 황하는 아무리 굽이가 많아도 반드시 동쪽으로 들어간다는 뜻으로 충신의 절개는 꺾을 수 없음을 이르는 말.)이란 글귀가 그 때 큰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 직역을 하면 “황하가 만 번을 굽이쳐 흐르더라도 반드시 동쪽으로 흘러간다”는 그런 뜻인데, 임진란을 겪은 선조가 명나라의 은혜에 감사하면서 명나라 황제에게 충신의 절개를 지키겠다는 그런 재조지은의 의미로 썼기 때문에 마치 중국에 대해서 속국으로서의 충성을 맹세했다는 그런 오해를 받은 것이다.

그러면 위정척사사상과 주체사상의 유사성과 공통점은 무엇일까? 북한의 주체사상은 위정척사사상의 현대판이라고 할 수 있다. 조선이 중화문명의 최후의 수호자를 자처했듯이 북한은 냉전종식 이후에 사회주의 공산주의혁명의 최후의 보루로 자처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은 야만과 악의 세력이고 미제의 식민지 남조선을 해방하여 적화통일을 달성하는 것이 조선노동당의 지상 목표다. 청와대를 장악하고 있는 주사파를 왜 NL파라고 하는지 아는가? 민족해방, National Liberation의 약자다.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동맹해체를 통해서 남한을 미 제국주의 세력에서 해방하는 것이 주사파가 추구해온 최고의 가치이고 민족 해방의 궁극적 목표이다. 이들이 중국을 하늘같이 섬기는 이유가 모택동 공산 혁명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그 존경심, 매력 때문만은 아니다. 그리고 6.25 때 미제의 침략으로부터 북한을 구해준 재조지은의 정서 때문만은 아니다. 그들의 남북관계에 대한 꿈과 반미 자주화 목표를 달성하는데 중국은 이해관계를 같이 하는 동반자임으로 공동운명체로 인식하는 것은 별로 놀랄 일이 아니다. 위정척사파와 주사파의 정신세계에서 중국은 정의이고 선이고 진리이다. 반면에 미국과 일본은 불의이고 악이다. 주사파가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이유가 뭔가? 대한민국이 악의 세력의 도움으로 수립되었다고 믿기 때문 아닌가? 이들에게 미국과 일본의 지원을 받아서 근대화 산업화를 이룩한 세력은 청산해야 할 적폐 세력이다. 적폐를 청산해야 악과 상종한 부끄러운 역사를 바로잡고 정의를 실현하는 것이다. 위정척사사상을 이해하면 주사파의 철학과 어젠다도 더 선명히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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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뱀대가리 2020-03-10 오후 2:22

    참으로 어이 상실이다. 물론 일본의 36년 강점으로 나도 최악의 사항을 겪었다만 중공은
    6.25전쟁시 한반도 침략은 물론이고, 한반도 역사상 900여회의 침략을 받았다.
    그중 99%가 중공의 침략이다 , 한반도를 휩쓸고 떠날쩍엔 인질을 질질 끌고 갔다.
    주로 여자였다. 성노리개, 최악의 노동으로 죽어가고 어쩌다가 풀려 나면 온갖 고생
    끝에 고향에 오면 환향년이라는 손가락질만 받았다지? 일본은 36년간 악행을 했다만
    중국은 수천년간 한반도를 지배한것 결코 잊으면 안된다. 중공은 오랑캐 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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