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은 9일자 신문에 ‘오일쇼크가 오고 있다(Now Comes the Oil Shock)’는 제목의 사설을 실었다. 현재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치킨 게임으로 유가가 계속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유럽 시장에서 미국이 에너지 수출 강국으로 거듭나는 것을 견제하는 러시아가 유가 하락 전략을 택한 것은 크게 놀랄만한 일이 아니라고 했다. 그러나 사우디는 자국 에너지회사에 해를 줄 뿐 아니라 지정학적으로 가장 중요한 파트너인 미국 경제에 직격탄을 줄 수 있는 저유가 사태를 촉발시켰다는 것이다.
이 사설을 全文 번역해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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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지도자인 모함마드 빈 살만이 나쁜 판단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그를 비호해왔다. 왕세자가 이에 대한 답례를 할 생각이 있다면 지금이 그럴 때일 수 있다. 카르텔을 구성하던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 사이에 발생한 가격 경쟁으로 유가시장이 패닉에 빠진 지금 말이다. 트럼프 대통령, 지금 전화 한 번 하는 것이 어떻겠는가?
지금 발생하고 있는 혼란 사태는 러시아와 사우디의 치킨 게임 때문이다. 사우디는 코비드-19로 수요가 줄어든 상황에서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 석유수출기구(OPEC)와 생산량을 줄이려고 했다. 블라디미르 푸틴은 이를 거부했다. 사우디는 이에 대한 반격으로 8일 유가를 낮춰버렸고 생산량을 늘리겠다고 했다. 러시아의 시장 점유율을 빼앗아오겠다는 계획에 따른 것이다.
9일 유가는 크게 떨어졌다. 브렌트유는 배럴당 34.36 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직전 거래일인 6일보다 24% 떨어진 것이다. 최근 고점을 찍었던 1월 6일과 비교하면 50%가 떨어진 수치다. 오일 시장의 충격 여파로 세계의 자산이 크게 출렁거렸다. 투자자들이 금과 정부 발행 채권 쪽으로 몰린 것이다. 미국의 다우지수는 8일 7.8% 떨어졌다. 뉴욕 금융시장은 이날 장중 다우지수가 7% 이상 하락하자 시장 거래를 잠시 중단하는 ‘서킷 브레이커’를 발동했다. 시장 거래가 중단된 것은 1997년 이후 처음이었다.
지금 나타나는 이런 반응은 공포감에 따른 것이다. 유가가 떨어져 덕택을 보는 사람들이 많음에도 공포를 느끼고 있는 것이다. 유가의 급락이 미국의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현재 세계 경제는 미국 경제의 호황으로 성장하고 있는데 이 역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미국의 셰일가스 생산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최근까지도 석유와 천연가스를 대부분 수입했다. 그러나 ‘프렉킹(수압을 통한 셰일가스 추출 방식)’ 기술과 ‘수평 드릴’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미국은 에너지 강국으로 거듭났다. 미국의 일일 원유 수출량은 2016년 1월 기준 49만 배럴이었다. 이 수치는 2019년 12월에 들어 370만 배럴로 늘었다. 에너지 수요가 전세계적으로 줄어 미국의 에너지 생산업체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에너지 생산업체와 근로자들이 유가 하락으로부터 받는 피해는 사람들이 기름값을 덜 내는 것에 따른 이익보다 훨씬 클 것이다.
셰일가스 회사들이 특히나 취약한 이유 중 하나는 이들 대부분이 연방준비은행의 저금리 혜택에 의존해왔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에너지 회사들의 회사채발행 규모는 미국 전체의 채권 시장에서 대략 10~16%를 차지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채권들에 광범위한 ‘디폴트(채무불이행)’가 발생하게 되면 은행과 다른 투자자들 역시 위험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
에너지회사마다 손익분기점이 다르다. 텍사스의 페르미안바신은 배럴당 30달러 수준에서도 이익을 남길 수 있다고 주장한다. 엑손과 셰브론 역시 셰일가스 생산량이 크기 때문에 유가 하락에도 큰 타격을 받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이 12월 실시한 에너지회사 대상 설문조사 결과가 있다. 1월부터 시작된 유가 하락이 있기 전의 일이다. 댈러스 지역의 에너지회사 3분의 2가 2020년 한 해에 지출할 투자금액을 전년과 동일하거나 낮게 책정하겠다고 했다. 59%의 회사는 투자를 이어가기 위해선 웨스트텍사스유의 가격이 배럴당 50달러 이상이 돼야 한다고 답했다.
푸틴은 미국의 셰일가스 산업을 깨기 위해 저유가 사태를 참아내고 있다. 유럽에 대한 미국의 에너지 수출이 늘어나면 러시아가 현재 우위를 점하고 있는 서유럽 시장에서의 자리를 빼앗길 수 있다. 푸틴은 시베리아부터 독일까지를 가스 파이프로 연결하는 ‘노드 스트림 2’ 프로젝트를 미국이 반대하는데 불만이다. 일련의 오일 사태는 푸틴이 트럼프의 친구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는 여러 예 중 하나다.
사우디의 전략은 더 이해하기 어렵다. 사우디는 자국 내 에너지회사들의 피해를 보는데도 유가를 낮추고 있다. 이들 회사들의 주가도 폭락했다. 아람코의 주가는 12월과 비교해 크게 떨어졌다. 사우디는 지난 2014~2015년에도 이런 모험을 했다. 당시 사우디의 타깃은 미국의 셰일 산업이었다. 사우디는 미국의 경기 침체 사태를 거의 일으킬 뻔했다. 유가하락으로 인해 미국의 에너지회사들 여러 곳이 부도를 당했기 때문이다.
지금의 유가 전쟁이 계속된다면 코로나바이러스와 함께 더 큰 피해를 부르게 될 것이다. 미국 경제는 무역 분쟁이 줄어들며 다시 견고해지고 있다. 이런 미국의 경제가 전염병과 급격히 떨어지는 유가라는 두 개의 충격을 받아 문제에 빠지게 될 수도 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성급한 결정을 내리거나 잘못된 선택을 내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금의 경우 그는 지정학적으로 가장 중요한 파트너인 미국에 피해를 줘 자국의 이익도 해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화기를 들고 왕세자에게 상기시켜줄 필요가 있다. 사우디와 예멘의 전쟁을, 카타르와의 신경전을, 이란으로부터의 미사일 공격에 따른 문제가 발생했을시 누가 그의 편에 서줬는지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