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대통령이 선거조작 음모론을 퍼뜨리는 나라

트럼프, “부재자투표에 엄청난 부정 있다”면서 정작 본인은 부재자투표…줄기차게 각종 의혹 제기하면서도 증거는 제시 못해

올해 미국에서는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다. 공화당 소속의 도널드 트럼프 현직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와 맞붙게 된다. 선거 기간이 다가오면서 미국에서 또 다시 선거에 대한 음모론이 등장하고 있다. 한국과 달리 특이한 점은 이런 음모론을 앞장서 전파하고 있는 사람이 현직 대통령이라는 점이다.

현재 미국의 여러 주들은 코로나 바이러스에 따른 여파로 우편투표를 권장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 일각에서는 11월 대선을 우편투표로 전면 대체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초 위스콘신주에서 치러진 대통령 경선을 언급하며 우편투표에는 문제가 많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람들은 우편투표를 가지고 사기를 치고 있다. 우편투표는 사기이기 때문에 이 나라에 매우 위험하다”고 했다. 또 “사람들이 이 투표지를 가지고 가서 수집한다. 부정이 여러 차례 일어났다”고도 했다. 그는 같은 날 트위터를 통해서도 우편투표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을 이어갔다. 그는 “공화당은 각 주에서 치러지는 우편투표와 관련해 매우 강력하게 투쟁해야 한다”며 “민주당은 우편투표를 엄청나게 원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선거 조작이 일어날 가능성이 엄청나다”며 “이유야 어찌됐든 간에 공화당에는 불리한 일”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오랫동안 사전투표 조작설뿐만 아니라 투표권이 없는 사람들이 투표를 했다는 주장을 해왔다. 그는 불법이민자들도 선거에 참여했다고 했다. 또한 일부 사람들이 여러 차례 투표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했다. 물론 이에 대한 정확한 증거는 나온 적이 없다. 트럼프가 주장하는 각종 설을 소개하기에 앞서 트럼프가 최근 기자들과 나눈 질의 응답을 소개한다. 기자들은 이달 초 트럼프가 우편투표는 조작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을 내놓자 다음과 같은 질문을 했다.

<기자: 대통령 각하, 당신은 우편투표에 매우 비판적인데 지난달 플로리다 경선에서는 직접 우편투표를 했지 않는가?
트럼프: 물론이다.
기자: (두 개의 다른 주장과 행동을) 어떻게 정당화할 수 있나?
트럼프: 왜냐하면 나는 그렇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주외(州外) 거주자라고 한다. 내가 왜 그렇게 투표했는지 아나? 왜냐하면 나는 백악관에 있어서 플로리다로 가서 직접 투표를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기자: 그렇다면 다른 주에서 우편을 통해 투표하는 것은 괜찮고 같은 주 내에서 우편으로 투표하는 것은 아니란 뜻인가?
트럼프: 다른 주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 문제는 매우 다르다. 모든 것들은 봉인되고 검증된다. 그러나 우편투표는 매우 나쁜 것이라고 생각한다. 투표를 한다면 직접 해야 한다. 사전투표 역시 많은 일들이 생기기 때문에 훌륭한 제도가 아니다. 직접 가서 투표를 해야 한다.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한 번 봐라. 사람들은 수천 개의 우편투표 용지를 수거한 다음에 버려버린다. 통계를 보면 무슨 말인지 알 것이다. 우편투표에 큰 부정행위가 일어나고 있다.>

공화당 지지자들이 우편투표에 반대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투표 방법이 직접 투표소에 가서 투표하는 것보다 간단하기 때문에 더 많은 사람들이 투표를 하게 된다는 것이다. 투표율이 높으면 민주당에 오히려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쉽게 말해 민주당 표는 줄이고 공화당 표를 늘리기 위한 전략인 것이다. 그러나 반론도 있다. 통계 결과 민주당 지지층으로 분류되는 흑인과 라틴계는 백인에 비해 우편투표를 선호하지 않는다. 우편투표를 해본 경험이 상대적으로 적어 직접 투표소를 찾는 것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즉, 우편투표 시행 확대가 공화당에 도움이 될지, 민주당에 도움이 될지는 확실하지 않다.  

트럼프의 선거 조작 음모론은 2016년 공화당 대통령 후보 경선 때부터 시작됐다. 그는 아이오와 코커스가 열리는 시기에 선거 조작이 일어났다고 했다. 투표 초기 그는 아이오와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었다. 그러다 선거 막바지에 가서 테드 크루즈 후보에게 역전됐다. 트럼프는 3위에 머물렀다. 트럼프는 아이오와 코커스 당일에는 결과에 승복한다며 앞으로 더 열심히 싸우겠다고 했다. 그러다 이틀 후 마음을 바꿨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 “테드 크루즈는 아이오와에서 승리하지 않았다. 그는 (승리를) 훔쳤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투표 결과가 다 틀리게 나온 것이다. 우리는 기대했던 것보다 더 많은 표를 받았다. 나쁜 일이다.”라고 했다. 그는 또 한차례 트위터를 통해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이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부정을 저질렀다는 전제하에 재투표를 하거나 크루즈의 결과가 무효화돼야 한다”고 했다. 트럼프는 어떤 증거도 내놓지 않았다. 대다수의 선거 전문가들은 벤 카슨 후보가 과거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들이 드러남에 따라 많은 표가 크루즈 쪽으로 간 것을 이유로 보고 있다.

트럼프는 2016년 대통령 본선거가 치러지는 과정에서도 계속 선거 조작이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선거 부정이 일어나고 있다고 우선 주장했다. 대통령에 당선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펜실베이니아주에서 패배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펜실베이니아에서 결국 승리했다. 펜실베이니아에서 승리하자 캘리포니아에서 부정선거가 일어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캘리포니아에서는 어차피 공화당 후보가 승리할 가능성이 적은 곳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 다음에는 뉴햄프셔주에서 조작이 일어났다고 했다. 뉴햄프셔에서 불과 수천 표 차이로 패배했는데 이 정도의 표가 조작됐다고 했다. 일부에서는 매사추세츠주에 사는 사람들이 버스를 타고 뉴햄프셔로 동원돼 클린턴에게 표를 몰아줬다는 주장도 했다. 선거 날에도 트럼프는 어떤 증거도 제시하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은 트럼프가 선거에서 승리했으니 이제 선거 조작 음모론을 퍼뜨리는 것을 중단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그렇지 않았다. 개표 결과 트럼프는 유권자 전체 투표에서 힐러리 클린턴 후보에게 약 300만 표 차이로 패배했으나 선거인단 수에서 앞서 대통령에 당선됐다. 미국 역사상 전체 투표에서 패배한 후보가 선거인단에서 앞서 대통령이 된 경우는 다섯 번에 불과하다. 트럼프 이전에 있었던 일 중 가장 최근은 2000년 조지 부시 공화당 후보와 알 고어 민주당 후보가 맡붙은 선거였다. 당시 부시 후보는 전체투표에서 약 53만 표 차이로 뒤졌지만 선거인단에서 승리했다. 이보다 전은 1888년 선거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트럼프는 이런 사실을 용납할 수 없었는지 대통령 당선 후에도 다시 음모론을 펼쳤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 “나는 선거인단에서 압승을 거뒀을 뿐 아니라 전체투표에서도 승리했다. 불법으로 선거한 수백만 명의 표를 제외한다면 말이다.”라고 했다.  트럼프가 이런 트위터를 했을 당시에는 정확한 개표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결과는 그가 말했듯 수백만 표의 차이가 났다. 이때 미국에서 선거 조작 음모론을 확산시킨 사람 중 한 명은 미시시피주 복지부 장관 출신의 보수 성향 작가인 그렉 필립스였다. 필립스는 300만 표가 조작됐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필립스의 이런 주장을 자신의 트위터에 소개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조작된 표가 300만 표 정도가 아니라 500만 표에 달할 수도 있다고 했다. 트럼프는 이 때도 어떤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트럼프는 대통령직을 맡은 뒤인 2017년 5월 백악관 직속의 선거조작규명위원회를 설치했다. 이 위원회는 50개 주에 선거와 관련한 자료를 요구했다. 유권자의 이름과 생년월일, 정당 소속 여부, 소셜시큐리티의 마지막 네 자리 숫자, 2006년 이후의 투표 참여 기록, 중범죄 전과 여부 등을 물었다. 민주당 성향의 캘리포니아와 공화당 성향의 켄터키를 비롯한 14개 주는 이런 요구에 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다른 16개 주는 검토해보겠다는 의견을, 다른 14개 주는 외부에 이미 공개된 정보에 한해서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여러 인권단체와 지방정부들은 이 위원회에 소(訴)를 제기하기도 했다. 유권자의 개인정보 보호를 침해한다는 것이었다. 이 위원회는 결국 선거 조작이 있었다는 어느 증거도 찾지 못했다. 트럼프는 2018년 1월 이 위원회를 해산시켰다. 그리고 이 업무를 국토안보부가 담당하도록 했다. 트럼프는 이 위원회를 해산시킬 당시 성명을 발표했다. 그는 위원회가 증거를 못 찾은 것은 주정부가 협조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선거 조작이 없었다는 것을 끝까지 인정하지 않았다. 그의 성명문 일부를 소개한다.

<엄청난 양의 선거 조작 증거에도 불구하고 많은 주들이 대통령의 공정선거 자문위원회에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거부했다. 나는 납세자들의 돈으로 끝이 나지 않는 법적 공방을 펼치는 대신 오늘 이 위원회를 해산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트럼프는 ‘엄청난 양의 선거 조작 증거’가 무엇인지 또 설명하지 않았다. 전체투표에서 패배하고 선거인단에서 승리했던 조지 W. 부시 대통령도 비슷한 기관을 만들어 선거 조작 여부를 조사했다. 그러나 극소수 사람들의 표가 무효처리 돼야 했다는 사실만을 밝혀냈다. 중범죄 전과자로 형량을 다 채우지 못한 사람이 모르고 투표를 한 경우, 실제 거주지가 아닌 지역에서 투표한 사람들이 적발돼 처벌을 받았다. 이들 표로 인해 선거 결과가 바뀌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2000년부터 2012년 사이 미국에서 적발된 선거 조작 사례에 관한 통계가 있다. 이 통계는 부재자 투표만을 대상으로 했다. 이 기간 중 491표가 부정 투표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2000년부터 2012년 사이 낙뢰로 숨진 미국인은 497명이었다.

선거조작과 관련한 최근 통계 중 하나는 2012년 대선을 분석한 자료다. 총 투표자는 1억2900만 명이었고 이 중 0.02%가 중복 집계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트럼프가 주장하는 수백만 표의 부정과는 거리가 멀고 투표 당락을 좌우하지도 못한다. 또한 이는 집계 과정에서 생긴 오류에 따른 경우가 대다수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의 연구기관인 브래넌센터가 2016년 선거 조작 여부를 분석한 자료도 있다. 이 기관은 불법이민자가 대다수 거주하는 42개의 지역구에서 나온 2350만 표를 분석했다. 이 중 30명이 투표권이 없는 사람, 즉 미국인이 아니었다. 투표권이 없는 미국인이 투표한 비율은 전체의 0.0001%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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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심 2020-04-28 오후 2:36

    하드웨어 조작이라고요?
    프로그래밍 조작이라는데..
    조갑제님? 공병호tv 보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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