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재 “「충성과 반역」 역사에 심약한 자는 이 책을 읽지마라!”

“식민지 신민을 벗어나 국민이 되고자 했던 젊은이들이 해방 조국에서 육군 장교로 성장해나가는 눈물 어린 역사”
‘펜앤드마이크TV’ 정규재 영상칼럼 2020.5.10.영상 녹취록

단순한 책 소개라기보다는 우리 역사에 대한 굉장히 깊은 모순에 대해서 정면으로 태클한, 어떤 선(善)과 악(惡)의 대결이 아니라 우리가 직면한 모순적인 삶에 대한, 모순적인 대한민국 역사에 대한, 피눈물을 흘리는 분석이요 기록입니다. 적어도 이런 모순 관계가 우리 역사에 존재한다는 것을 이해 못 한다면 어린아이의 역사관에 불과하다 볼 수 있겠습니다.

제가 소개해드리려고 하는 책은 ‘충성과 반역’이라는 제목의 책입니다. 정안기 교수의 노작(勞作)이요, 정안기 교수를 앞으로 영원히 기억하도록 만들 좋은 논문을 책으로 펴낸 겁니다. 두께가 참고문헌 포함해서 590페이지에 달하는 책입니다. 이 책을 여러분들에게 소개한다고 그동안 몇 번 망설이다가 여러 가지 이유로 잊고 있다가 오늘에야 꼭 소개드려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한민국 창군, 건국과 호국의 주역” “검은 역사의 살아있는 유령들” 놀랍게도 “바로 이들이 6·25 전쟁의 진정한 영웅이었다”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모순이죠. ‘충성과 반역’이라는 이 모순된 제목. 이 표지 사진이 제국주의 시대 구 일본군의 사진입니다. 반역이죠. 이자들은 누구냐? 한국인들입니다. 한국인들인데 즐겁게 혈서를 써가면서 재수, 삼수를 하면서 일본군 육군특별지원병이라는 이름의 군인 모집에 응했던 분들에 대한 기록입니다. 이들이 나중에 대한민국 육군의 뿌리가 됨으로써 충성하게 되는, ‘충성과 반역’이라는 눈물 나는 언어를 쓰고 있습니다.

만일 아직도 일본 군인에 의해서. 일본 헌병대에 의해서. 또는 일본 경찰에 의해서. 총칼의 협박을 받아서, 위안부가 끌려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이 책을 읽어서는 안 됩니다. 그런 단선적 세계관으로는 이 책을 읽어서는 안 됩니다.

정안기 교수가 이 책을 쓰면서 하나의 지식을 역사적 사실을 올바른 위치에 갖다 놓는다는 것이 얼마나 고난에 차고 고통에 찬 것인지, 애써 모두가 부인하려고 하는 진실을 드러내어서 밝히는 것이 얼마나 지난(至難)한 지적 자극인지를 너무나도 잘 알았을 것 같습니다.

머리글부터가 정말 논쟁적인 내용들을 담고 있습니다.

<이 책은 1930년대 중일전쟁, 1940년대 아시아태평양전쟁, 1950년대 6·25 전쟁을 거치면서 근대국가의 국민 혹은 문명인으로 소생하고자 했던 조선인 육군특별지원병의 실존적 몸부림을 20세기 대한민국사의 문맥에서 재구성하고 재해석한 논픽션의 기록이다. 2020년 6·25전쟁 70주년을 맞아 이 책을 출간하게 된 것은 (나에게) 하나의 운명이자 더없는 행운이었다.
 (원래 나는) 경제사를 전공했는데 육군특별지원병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은 2015년 말이었다. 2014년 일본 소시샤(草想社)가 번역 출간한 브랜든 팔머 교수의 ‘일본통치하 조선의 전시동원’을 접하면서부터였다. 그동안 식민지 전시경제를 연구해왔던 저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주제였다.
전시동원의 첫 단추에 해당하는 육군특별지원병제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1938~1943년 육군특별지원병 지원자 80만 2047명...>

4~5년 동안 80만 명, 매년 급증했습니다만 4년으로 나누면 연평균 20만 명 가까이 되죠. 육군특별지원병 지원자가 80만 명이었고 몇 명이 합격되었느냐? 이 중에서 1만 7664명, 2만 명이 채 안 되죠. 어마어마한 경쟁률이었습니다. 45.4 대 1. 그동안 우리는 ‘지배와 저항’ 혹은 ‘강제와 수탈’이라고만 일본을 인식했는데… 군대에 간다는, 육군특별지원병의 1938~1943년 지원자가 80만 명이 넘고 그중 45.4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극소수인 1만 7764명이 선발되었다는 겁니다.

<그래서 나는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확인하고자 자료조사에 착수했다. 1차 사료들이 속삭이는 내러티브와 (나래이션이죠) 그 사료가 가리키는 화살표에 이끌리면서 불편한 진실과 마주해야 하는 착잡함과 두려움으로 밤잠을 설치는 날들의 시작이었다.
 육군특별지원병! 이들은 참으로 당혹스럽고 미스터리한 존재들이다. … 중일전쟁의 와중에 육군특별지원병을 지원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죽기 아니면 살기의 가혹한 결단이었다. 그럼에도 수많은 조선 청년들은 육군특별지원병이 되기를 갈망한 나머지 혈서지원과 수년에 걸친 재수 지원도 주저하지 않았다. … 전근대 상민출신이자 남한지역 중농층 대가족 가계의 차남들이었던 (장남은 자격이 없었다고 그래요. 왜? 가서 죽을 수도 있기 때문에) 육군특별지원병은 당시 조선총독부 육군병지원자훈련소에 입소해서 … 제국의 첨병으로 훈육되고 단련되었다. … 이들은 나중에 해방되고 나서 군사영어학교 등 군사학교를 거쳐 대한민국 국군 장교에 임관하였다. 6·25 전쟁기 이들은 최일선 부대장으로 국제 공산주의 세력의 남침 기도를 저지 분쇄하는 발군의 군사적 역량을 발휘하였다. 이들은 대한민국의 자유와 인권을 위해 멸공의 횃불 아래 죽기를 다짐했던 ‘조국의 간성’들이었다. 그럼에도 이들은 해방 이후 깊은 침묵과 엄혹한 인종(忍從)의 세월을 감내해야 했던 기구한 운명의 당사자들이었다.
이들이 일으킨 역사적 거품과 빚어낸 파문들은 반일 종족주의에 의해 싹싹 깨끗하게 지워지고 암장(暗葬)되어야 했다. 대한민국은 피와 땀과 눈물이 스미고 푸른 꿈들이 영글었을 지금의 육군사관학교 교정 어딘가에나마 이들의 흔적을 남겨주거나 기억해야만 했지만 그러지 않았다. 친일파, 민족반역자, 친일반민족행위자라 매도하고 공격했다.>

여러분, 이 다음 문장은 눈물 나는 문장입니다.

<이들은 한국 사회의 극단적인 정체성을 위해 철저하게 망각되어야 했던 ‘검은 역사의 살아있는 유령’들이었다.>

 이렇게 시작하는 책입니다. ‘극단적인 정체성’ 일본 제국주의로부터 식민지를 겪었다는 것을 부정하고 싶은, 일본 제국주의를 오로지 적으로 규정하고 조선, 구한말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주장을 전면에 내세우는 순박 무구한, 온전히 순수한 것으로써 탈색되는, 그런 정체성이죠. ‘검은 역사의 살아 있는 유령’.

 이 책의 내용은 정말 논문이기 때문에 때로는 읽기가 조금 번잡한 자세한 숫자의 늪도 지나야 됩니다. 이 책의 목차는 이렇습니다.

<제1부 제국의 첨병
01 제도와 성립
02 집계와 분석
03 향촌사회와 모순>

‘향촌사회와 모순’에는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반상(班常)이 차별되고, 지주제가 갖고 있는 가혹한 모순의 착취제도, 1939년 대한발(大旱魃)의 충격. 말도 못 하는 생활의 어려움이 있었죠.

<04 협력과 동원
05 황국신민의 도장
06 입영·생활·진급
07 중일전쟁
08 천황폐하 만세
09 아시아태평양전쟁

제2부 조국의 간성
10 임관과 창군
11 건국을 향한 대질주
12 멸공의 횃불 아래
13 또 다른 충성과 반역
14 국제비교 -대만과 인도-

종장>

이렇게 되어있는 책입니다.

그럼 이 당시에 무슨 친일파들만 했나? 아닙니다. 예를 들어 이런 겁니다. 다카시 후지타니의 표현을 빌리면 (책 본문에 있는 내용입니다) ‘국민화를 통한 탈신민화’, 말하자면 그 당시의 국민들이 전부 왕조시대 신민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었다는 겁니다. 그런데 국민으로 바뀌어 가는, (국민인데 식민지의 국민이죠) 식민지 국민이 온전한 국민으로 거듭나기 위해서 육군특별지원병이라는 제도를 채택하게 되는 겁니다.

그래서 당시에 <심지어 1940년대까지 조선공산당을 대표하는 최고의 마르크스·레닌주의자였던 이강국조차도 육군특별지원병제 시행에 쌍수를 들어 환영하였다> 반대한 것이 아닙니다. 이강국은 그럼 왜 육군특별지원병제에 찬성하였나? 이는 반제국주의 민족해방투쟁을 위한 민족해방군의 창설 혹은 독립 후에 프로레탈리아 독재를 위한 인민혁명군을 창설하는 데 군사적 기반이 될 것으로(생각한 거죠). 그 군사적 기반이 (공산당이 아니라) 대한민국에서 된 거죠.

<그렇다면 육군특별지원병 이들은 과연 어떤 존재였는가? 육군특별지원병이란 일본이 1938~1944년에 걸쳐 시행한 육군특별지원병제에 의해 양성된 ‘식민지 출신의 일본 병사’(한국인인 일본 병사죠)를 말한다. 연평균 46 대 1의 지원자 경쟁률을 기록하였다. 도지사, 조선총독부, 조선군사령부가 실시하는 3차에 걸친 엄격한 선발 전형을 통과하고 일본군에 입영한 정식의 육군특별지원병은 지원자의 2.1%에 해당하는 1만 7136명이었다. … 제2차 조선총독부 선발전형을 통과한 합격자는 평균 신장 1.75미터에 달하는 건장한 체격의 청년들이었다. 이들은 이른바 ‘황국신민의 도장’으로 일컬어지는 육군병지원자훈련소에 입소하였다. 이들의 일과는 오전 6시부터 오후 10시까지 학과교육, 정신교육, 내무생활로 짜인 촘촘한 그물망이었다. 육군병지원자훈련소는 몸과 마음으로 충군애국(忠君愛國)을 실천하는 병영생활의 복사판이자…>

이 다음 문장이 정말 죽이는 문장입니다. 한번 들어보세요.

<정치적으로 표백되고 이념적으로 살균되는 ‘일본국민 만들기’의 생체 실험실이었다.>
 
 저는 정안기 교수를 극히 최근에, 최근 수삼 년에 알게 됐습니다. 외모 자체가 일제시대 분처럼 생기셨어요. (웃음) 참 열정적인 분입니다. 굉장히 많은 당시 사료들이 (제시되어)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꼭 한번 이 책을 읽어보십사 하는 그런 생각을 합니다만, 고종을 계몽군주였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이 책을 읽으면 놀랄 겁니다. 놀라서 아마 내용을 쳐다보기에는 ‘이 무슨 친일파가 이런 책을 썼나, 이 책은 쓰레기다’ 이렇게 주장하실지도 모릅니다. 아픈 내용들이 기록되어 있기 때문에.

 식민지 시기에 신민을 벗어나 국민이 되고자 했던 젊은이들의 그리고 해방된 조국에서 육군의 장교로 성장해나가는 이들의 눈물 어린 역사입니다. 그래서 제목도 ‘충성과 반역’입니다. ‘검은 역사의 살아있는 유령들’ 살아 있으면 유령이 될 수 없죠. “정치적으로 표백되고 이념적으로 살균되는 ‘일본국민 만들기’의 생체 실험실”을 통해서 이들은 대한민국인으로 서서히 태어나기 시작하고. 또 이들이 있었기 때문에 이강국의 기대대로 대한민국은 좋은 군대를 갖게 됩니다. 이강국의 염원과는 달리 프로레탈리아 혁명의 인민군이 아니고 자유 대한민국을 지키는 조국의 간성(干城)으로 거듭나서 진화해 갔던, 그 역사에 대한 기록 ‘충성과 반역’입니다.

 정안기 박사가 어떻든 이 작품에 이어서 소위 전시동원에 관한 여러 가지 논문들도 많이 써주실 거라고 저는 기대를 합니다. 지금 우리나라는 위안부를 넘어서, 징용간 사람들에 대한 말도 안 되는 역사 조작을 대법원까지 가세해서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위안부를 총칼의 협박에 못 이겨서 끌려가서 성폭행 당하고, 소위 강간센터에서 살다 왔다는 터무니없는 주장들을 대한민국은 버젓이 진짜 역사라고 가르치고 있죠. 그런 이 시대에 그것보다 더 깊이 들어가서 그 당시를 살아갔던 대가족 제도하의 상민들, 보통 가정의 차남들이었던 근대인으로 몸부림치며 살아내려고 했던 자들이 자기의 삶을 개척하는 하나의 방법으로 찾아 들어갔던, 혈서를 쓰고 지원했던 검은 역사의 살아있는 유령들로 치부되는 이 이야기를 다시 역사의 늪지대에서 끌어 올려서 인내심을 가지고 우리들에게 보여주는 (작업입니다). 정안기 교수 본인이 <불편한 진실과 마주해야 하는 착잡함과 두려움으로 밤잠을 설치는 날들이 시작되었다> 이렇게 쓰고 있습니다. 정말 자기가 진실에 마주하면서 겪었던 고뇌를 우리들에게 잘 전해주는 그런 과정인 것 같습니다.

여러분, 이 책은 독서의 순서로 따지면 박유하 교수의 ‘제국의 위안부’나 이영훈 교수의 ‘반일종족주의’ 책 정도를 읽고 난 다음에 가능한 책입니다. 만일 지금 학교에서 가르치는 그 엉터리 역사를 역사라고 생각하는 아이들이 이 책을 바로 접하게 된다면 굉장한 충격을 받을 겁니다. 장 누군가요, 통합당의 국회의원 한 명이 이영훈 교수의 ‘반일종족주의’를 보고 더러운 기분을 느꼈다고 하는데 그 장 모 의원은 이 책은 읽지 마시기 바랍니다. 더 깊이 들어간 책입니다. 이 책은 고뇌와 회한, 눈물 없이는 읽기 어려운 책입니다. 저는 이 책을 보면서 정안기 교수가 무엇에 직면했었는지, 그야말로 잘못 생각하면 자기가 알아 왔던 역사에 대한 한없는 모욕감, 배신감을 느끼게 해주는 그런 글입니다. ‘잠 못 드는 날의 시작이었다’다고 정 교수 본인이 고백하고 있듯이.

제가 이 책을 죽 책상머리 한켠에 두고 있다가 마침 위안부 이야기가 터져 나왔기에 그 일을 계기로 간단하게 정리를 해보았습니다. 여러분, ‘충성과 반역’ 정안기 박사의 책을 읽으십시다. 고맙습니다.

정리: 李知映(조갑제닷컴)


충성과 반역

대한민국 創軍·建國과 護國의 주역, 일본군 육군특별지원병

정안기 著

592쪽 | 152*225mm | 22,000원 | 2020년 2월25일 출간
ISBN 979-11-85701-69-1 03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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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중건 2020-05-13 오전 9:30

    역사이든 무엇이든 일단 사실 자체를 보고 시작해야 한다는 교훈이네요.
    좋은 소개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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