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잔 라이스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6월 30일 뉴욕타임스 기고문을 통해 트럼프 행정부의 ‘러시아 포상금’ 대응을 비판했다. 러시아가 탈레반에 포상금 명목으로 자금을 지원, 아프가니스탄에 주둔하는 미군을 사살하도록 사주했다는 내용을 미 정보당국이 입수했으나 트럼프 행정부가 어느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는 최근 언론 보도에 대한 그의 의견이다. 그는 ‘왜 트럼프는 러시아를 최우선시하는가?(Why Does Trump Put Russia First?)’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트럼프가 관련 보고를 받지 않았다는 사실은 믿기 어렵다고 했다. 만에 하나 트럼프가 실제로 보고를 받지 못했다면 백악관의 보좌관들 모두 무능한 사람이며 일을 수행할 자격이 없다고 했다. 2008년부터 2013년까지 유엔주재 미국대사를 지냈고 2013년부터 2017년까지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라이스의 기고문을 전문 번역해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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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러시아라는 적(敵)이 아프가니스탄에 있는 미군을 탈레반 연계 무장단체가 사살하는 명목의 포상금을 지급했다는 설득력 있는 정보를 늦어도 올해 2월, 이르면 2019년 3월에 확인했다. 이에 따른 결과로 미군들이 숨지게 됐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注: 아프가니스탄에 주둔하던 미군 중 총격이나 폭탄 공격으로 사망한 사람들은 28명으로 조사됐다. 2018년에 10명, 2019년에 16명, 2020년에 들어 2명이다).
오늘날까지도 미국의 대통령은 이에 대해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히려 이런 정보에 신뢰도가 떨어진다고 했다. 또한 “공화당을 안 좋게 보이게 만들려고 하는 가짜뉴스가 만들어낸 또 하나의 조작된 러시아 사기극일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뉴욕타임스가 이를 최초로 보도하기 전에는 자신이나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관련 내용을 보고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의 사실 여부는 차치하고 왜 대통령은 이렇게 심각한 첩보를 보고받을 때마다 러시아를 공개적으로 규탄하고 미국의 대응책을 강구하는 노력을 하지 않을까? 러시아가 미군을 죽이려고 하는 상황에서 말이다.
이 모든 것들은 말이 되지 않는다.
나는 전직 국가안보보좌관으로서 어느 누구도 트럼프에게 이런 정보를 보고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믿기 어렵다.
관련 내용은 대통령의 일일보고서에 포함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행정부의 국가안보 고위 관료들은 모두 이를 보고받는다. 트럼프가 일일보고서를 읽는 것을 귀찮게 생각한다고 하더라도 다른 사람들은 이를 읽었다고 봐야 한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국가정보국장 대행을 지내다 5월에 사임한 리차드 그레넬,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 등 다른 사람들이 이렇게 생사(生死)와 관련된 사실을 군통수권자에게 보고할 필요가 없었다고 판단했다면 그들은 이런 직책을 맡을 자격이 없다.
백악관은 정보가 완전하게 검증되고 이에 대한 대응책이 준비되기 전에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주장한다. 그럼에도 트럼프 행정부는 관련 첩보 내용을 영국 정부와는 공유했고 첩보와 이에 대한 시사점을 논의하는 국가안보회의를 3월에 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만약 내가 국가안보보좌관이고 러시아가 미군을 사살하기 위해 돈을 지원한다는 1차 보고를 받았다면 바로 대통령 집무실로 찾아가 대통령에게 이를 보고했을 것이다.
지금의 백악관은 이를 복잡하게 생각했지만 나였다면 정보가 완전해질 때까지 기다리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대통령 각하. 러시아가 아프가니스탄에 있는 우리 군인들을 탈레반이 죽일 수 있게 돈을 지원하고 있다는 심각한 보고가 들어왔습니다. 이 정보가 정확한지 정보당국과 함께 확인하겠습니다. 그렇게 하는 동안 국가안보팀과 함께 심각해진 러시아의 적대행위에 대응하기 위한 옵션을 검토해 각하께 보고하도록 하겠습니다”라고 했을 것이다.
트럼프는 이런 보고가 이뤄진 몇 주 사이에 최소 6차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대화를 하려 했다. 동맹국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를 G7 정상회의에 초청하기 위해서였다. 나는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고 했을 것이다. “대통령 각하, 우리는 러시아가 미군을 죽이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는 점을 상기시켜드리고 싶습니다. 지금은 푸틴에게 올리브가지를 전달할 때가 아닙니다. 지금은 그에게 벌을 줘야 할 때입니다.”
정당을 막론하고 과거의 모든 행정부는 이와 같이 일을 처리했을 것이다.
지금의 행정부에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은 매우 심각하며 수많은 의문점을 낳는다. 트럼프가 러시아의 행동에 대해 보고를 받았다고 한다면 그는 왜 대응을 하지 않았을까? 그가 보고를 받지 않았다면 왜 보고를 받지 않았던 걸까? 그의 보좌관들 역시 완전히 무능한 사람들인 걸까? 특히 러시아 문제를 비롯한 안 좋은 뉴스를 트럼프에게 전달하는 것을 두려워하나? 트럼프는 미국의 국익에 완전히 배치되는 잘못된 외교정책을 펼치고 있는 것일까? 그렇다면 그는 왜 그런 것일까?
트럼프가 미국의 국익보다 러시아의 국익을 위해 일하는 것 같은 경향이 무섭게도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는 공개적으로 러시아에 힐러리 클린턴의 이메일을 해킹해줄 것을 촉구했다. 또한 불법으로 훔친 자료들을 공개한 위키리크스를 치켜세우기도 했다.
트럼프는 2016년 대선에 러시아가 개입했다는 사실을 일절 부인한다. 그러고는 헬싱키에서 푸틴을 만난 자리에서 그런 일이 없었다는 발언을 하게 했다. 그는 뮬러 특검의 조사를 방해하고 수사 중 확인된 사실들을 은폐하려 했다. 트럼프는 북부 시리아에 있는 미군을 무모하게 철수시켰다. 그리고는 러시아 군대가 미군 기지를 차지하게끔 했다.
트럼프는 푸틴이 G7 정상회의에 참석하도록 하는 초청장을 혼자서 보냈다. 이는 G7의 취지에 맞지 않는 행동이다. 또한 이같은 결정을 어떤 합의도 없이 내렸다. 트럼프는 독일에 있는 미군 3분의 1을 철수하겠다고 갑작스럽게 밝혔다. 미군이 철수하면 미국과 독일의 관계가 약화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해를 준다. 이는 러시아에 도움을 주는 행동이다.
우리는 러시아가 미군을 참혹하게 사살하려고 한다는 사실에도 대통령이 당황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트럼프는 이런 정보를 무시하고 책임을 회피했으며 조치를 취하는 데 실패했다. 외교적 채널을 통해 불만을 전하는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푸틴은 미국인을 죽여도 벌을 받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 모든 것으로부터 우리가 알아야만 하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의 군통수권자가 그의 임무를 완전히 내팽개쳤다는 것이다. 또한 미국과 미국의 군복을 입고 있는 사람들을 중대한 위험에 빠뜨리게 하는 위험하고 고장난 국가안보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더 최악은, 백악관이 거짓말쟁이와 겁쟁이들로 가득 차 있고 이들이 미국의 적의 비도덕적인 이익 추구를 열심히 돕고 있는 폭군적인 대통령을 그냥 따르기만 한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