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영웅 백전노장(百戰老將)은 죽지도 사라지지도 않습니다”

김판규 전 육군참모총장 故백선엽 장군 안장식 추도사 全文
호국(護國)의 큰 별이 되어 삼천리 금수강산이 붉게 물들지 않게 지켜주소서

 

오늘은 매우 슬픈 날입니다.
우리 대한민국이 배출한 전쟁의 영웅, 구국(救國)의 영웅이신 백선엽(白善燁) 장군님을 오늘 이렇게 영원히 떠나보내야 하니 슬픈 마음 가눌 길 없습니다. 마른하늘이 울고 대지가 통곡하며 애국 국민의 애도 물결이 우리를 더욱 슬프게 합니다.

장군님은 백 년 전에 이 땅에 나오셨습니다. 70년 전 북조선에 의한 기습 남침(南侵)은 자칫 한국의 공산화 과정이 될 뻔했지만, 장군님은 항상 최전선에 앞장서서 온몸으로 부대를 이끌며 위기마다 대한민국을 구해냈습니다. 그래서 세상 사람들은 장군님을 ‘살아있는 전설’이자 ‘신화(神話)’로 불러온 듯합니다. 실로 우리나라의 자랑스런 보배요, 전국민의 자부심이 아닐 수 없습니다.

장군님은 일평생을 다 바쳐 오직 국가와 군(軍)의 발전, 그리고 한미동맹 강화에 혼신의 힘을 다해 대한민국 안보 체제의 굳건한 초석을 다져놓으셨습니다. 국가를 지키는 군대, 싸워서 이기는 강한 군대가 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몸소 보여주시고 글과 말씀으로도 남기셨습니다. 저희 군 후배들과 애국민들은 장군님의 평소 가르치심을 교훈으로 삼아 두고두고 이를 실천해 나갈 것입니다.

‘노병(老兵)은 죽지 않고 사라질 뿐’이라고 했지만, 국가 영웅 백전노장(百戰老將)은 죽지도 사라지지도 않습니다. 다만 남아있는 자들의 기억 속에 뚜렷이 존재할 뿐입니다. 그 기억의 영속성 유지는 살아있는 자들의 책무인 것입니다. 수많은 후손이 장군님의 뜻을 따르고 기리도록 해야 함도 우리들의 몫입니다. 그래서 장군님은 우리와 늘 함께할 것이기에 어디서든 외롭지 않을 것입니다.

모든 근심, 걱정 다 내려놓고 편히 가시옵소서. 못다 한 꿈도 접어놓고 가시옵소서. 우리 남아있는 자들이, 그리고 당신의 후배들이 반드시 이루어낼 것입니다. 조국의 별이 되어 이 땅을 지키시다 이제 하늘의 별이 되신 장군님이시여, 천국에서 더욱 영롱한 별빛을 뿌려주는 호국(護國)의 큰 별이 되옵소서. 이 땅의 악한 무리를 벌하시고, 더욱 강한 나라가 되도록 살피소서. 삼천리 금수강산이 붉게 물들지 않게, 푸르고 푸른 산하로 굳게 지켜주소서.

이제 그만 작별을 고합니다. 부디 편안한 영면(永眠)이 되시기를 비옵니다. 유가족 여러분의 슬픔에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자리를 함께해주신 내빈 여러분에게 사의(謝意)를 표하며 이것으로 추모사를 갈음코자 합니다. 감사합니다.

―김판규(金判圭) 제35대 육군참모총장(예비역 대장, 육사24기)

정리: 李知映(조갑제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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