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언유착’으로 시작됐지만 갈수록 ‘권언유착’ 내지 정치공작의 가능성이 짙어지고 있다. 이 사건의 시작은 이렇다. 특종 욕심이 지나친 기자가 신라젠 사건으로 수감된 사람에게 현직 검찰 간부와의 친분을 과장되게 내세우며 거짓이 섞인 편지를 보냈다. 유시민 등 여권 인사들의 신라젠 사건 연루 여부를 알아내려 한 것이다. 편지를 받은 이철 전 VIK대표는 이 사실을 밖으로 알렸다.
여기에 사기 전과자 지 모씨가 이철의 대리인을 자처하며 기자에게 접근했다. 그는 사기·횡령·협박의 전과 5범으로 지금도 다른 사기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그를 이철과 연결시켜 준 것은 민병덕 민주당 의원의 법무법인 ‘민본’의 변호사.
지 씨는 이 기자를 만나는 장소에 친여 방송까지 끌어들여 몰래카메라까지 설치했다. 지 씨는 기자에게 ‘이철 씨가 신라젠 로비 정치인 5명의 명단을 가지고 있다’고 거짓말을 하며 기자의 취재 욕심에 불을 질렀다. 한편으론 대화 내내 유도심문을 하며 ‘검찰과의 친분, 검찰과의 거래 가능성’에 대해 질문했다. 또 이 기자가 말한 검찰 고위층이 윤석열 총장의 측근인 한동훈 검사장인지 집요하게 캐묻는다. ‘4.15총선 전에 자료를 넘기는 조건’에 대해서도 재차 물었다. 그들이 원하는 대답이 이 기자의 입을 통해 나오기를 기대했을 것이다. 아마도 ‘윤총장 측근과 보수 언론사가 유시민의 비리를 캐서 4·15총선에 영향을 끼치려 했다’는 공작 시나리오가 있었을 것이다.
MBC에 의해 제기된 ‘검언유착’ 의혹은 크게 두 축이다. 첫째, 이동재 기자가 유시민 관련 정보를 얻기 위해 검찰과의 친분을 내세워 이철 전 대표를 협박했다는 것이다. 둘째, 이 모든 과정을 이 기자와 한동훈 검사장이 ‘공모’했다는 것.
그러나 그동안 공개된 편지와 대화 녹취록을 보면 ‘검언유착’ 의혹을 구성하는 두 가지 모두 근거를 찾기 어렵다.
MBC보도 직후 열린민주당의 최강욱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채널A 기자 발언 요지”라는 글을 올렸다. 거기에 따르면 기자가 이렇게 말했단다. “사실이 아니라도 좋다. 당신이 살려면 유시민에게 돈을 줬다고 해라.” 하지만 편지와 녹취록을 아무리 뒤져도 이 발언은 없다. 그렇게 ‘해석’될 구절도 없다. 왜? 당시 이 기자는 사기꾼 지 모씨가 꾸며낸 거짓말의 ‘로비 명단’에 유시민이 들어있다고 굳게 믿었기 때문이다. 애초에 거짓말을 하라고 협박할 이유가 없다.
녹취록을 보면 검찰과의 거래를 적극적으로 요구한 것은 외려 지 모씨다. 기자는 그 요구를 거절하며 “그 이상을 하면 기자가 아니라 사기꾼”이라며 ‘법의 테두리를 넘을 수 없다’고 잘라 말한다. 4·15총선에 대해서도 기자는 ‘총선에서 유시민은 큰 변수가 아니다’라면서 명단을 넘겨받는 시점은 언제든 상관없다고 말한다. 그러니 ‘강요’도 아니고 ‘강요미수’라는 황당한 죄명으로 기소를 한 것이다.
‘강요미수’란 대체 무엇인가. ‘로비명단을 내어놓으라’고 강하게 압박하려 했으나 포기했다는 것인가. 그렇다면 협박을 실행에 옮긴 것도 아닌데, 이게 왜 죄가 되는가? 이 기자는 유시민을 소재로 어떤 보도를 한 것도 아니다.
나머지 한 축 ‘공모’ 의혹도 증거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기자와 나눈 대화에서 한 검사장은 신라젠이 “많은 사람들에게 다중 피해를 준 사건”이며 “정확히 규명해야 하는 ‘서민·민생 금융범죄”라고 말한다. 유시민에 대해 묻자 “유시민이 뭘 했는지 나도 아는 게 없다. 금융범죄를 정확히 규명하는 게 중요하고 그게 우선”이라고 답한다. 기자가 그래도 마지막엔 유명인이 나오지 않겠느냐고 하자 한 검사장은 “관심 없다”고 잘라 말한다. 녹취록 어디에도 ‘공모’했다고 볼 만한 대목이 없다. MBC가 ‘그러다 한 건 걸리면 되지’라는 한 검사장의 발언이 증거라고 보도했지만, 앞뒤 대화내용과 연결하면 기자의 취재를 독려하는 형식적 발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한편 공영방송 MBC와 KBS는 그동안 채널A 기자와 검찰이 공모해 여권 인사들의 비리를 캐내고 4.15총선에 영향을 끼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지난 21일 이동재 기자가 공개한 한동훈 검사장과의 대화내용 전문은 그동안 MBC, KBS등이 제기한 ‘검언유착’ 의혹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내용이다. 오히려 반전이 이루어졌다. 구속된 이 기자와 검찰 수사팀만 가지고 있는 수사기밀이 어떻게 해서 MBC와 KBS로 유출되어졌냐는 의혹이다. 배후에 ‘검언유착’ 프레임을 설계한 자가 있는 것인가. 공영방송의 오보에 개입한 ‘외부인’과 ‘권언유착’에 대한 수사 필요성이 오히려 강해졌다.
대검 수사심의위원회는 24일 회의를 열어 과반수 찬성으로 한 검사장에 대해 수사 중단 및 불기소 결론을 내렸다. 다만 강요미수 혐의로 구속된 이 전 기자에 대해서는 수사 계속과 기소로 의견을 모았다. 수사심의위는 한 검사장과 이 전 기자의 공모 관계를 부인한 셈이어서 검언유착 의혹 수사는 제동이 걸렸다. 이젠 서울중앙지검과 親與 방송사 사이의 ‘新검언유착’ 의혹, 나아가 정치공작 가능성이 큰 ‘권언유착’ 의혹을 낱낱이 밝혀야 할 때다.
‘新검언유착’ 내지 ‘권언유착’ 밝힐 차례다
- 조샛별(조갑제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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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07-27, 05:5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