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턴, 아베와 문재인 사이에서 아베 편을 들다!


“문재인이 횡설수설”

트럼프는 하노이 회담을 결렬시킴으로써 주도권을 회복할 수 있었다. 볼턴은 “북한은 ‘어떤 합의라도 합의는 성공’이라고 생각하는 외교관을 이용해먹는 데는 선수들”이라면서 트럼프가 그런 외교관을 닮아간다고 걱정했었다. 볼턴은, 하노이 회담 직후 정의용 실장과 이야기한 내용을 소개하였다. 정 실장은 김정은이 플랜B 없이 온 것이 이상하다고 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의 시각을 전했다. 미국이 ‘행동 對 행동’ 전술에 넘어가지 않은 것은 잘했지만 영변 폐기는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로 가는 데 있어서 중요하다고 하더란 것이다. 볼턴은 이 대목을 소개하면서 그런 문재인의 생각은 ‘정신분열적’이라고 했다. 영변 폐기와 제재 해제를 맞바꾸려는 전술이 ‘행동 對 행동’인데 엉뚱한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었다.
2019년 4월1일 문재인 대통령이 백악관을 찾아 트럼프와 회담할 때 배석한 볼턴은 문재인을 유심히 관찰, 기록을 남겼다.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남북간 대화가 단절되었고 이 때문에 문 대통령은 걱정이 많은 듯했다. 남북관계에서 구체적 실적이 나오지 않아 햇볕정책을 선전했던 그에겐 정치적 타격이 될 수밖에 없었다.
볼턴은 이날 한미정상회담에서는 말을 적게 하기로 하였다. 문재인 정권이 자신을 속죄양으로 삼으려 하는 것을 잘 알았기 때문이다. 문재인은 트럼프에게 극적인 효과를 낼 수 있는 세 번째 트럼프-김정은 회담을 제안하였다. 장소로는 판문점이나 미국 선박이 좋겠다고 했다. 트럼프는 조는 듯 하였는데 문재인의 독백을 차단하고 말했다. ‘문재인의 노력은 감사하지만 두 번이나 회담이 실패하는 것은 곤란하다. 한 번으로 족하다. 그러니 회담 전에 북한이 핵무기를 없앤다는 합의가 있어야 한다’는 요지의 이야기였다.
볼턴의 관찰평은 이렇다.
<문(文)은 내용보다는 형식을 걱정했다. 그가 정말 강조하고 싶어 한 것은 자신이 김정은-트럼프 회담에 합석할 수 있다는 점이었는데, 트럼프는 정상회담 전에 북핵폐기 합의가 있어야 한다고 말함으로써 말려들지 않았다.>
오찬 도중 트럼프는 한일관계를 물었고 문 대통령은 “역사문제가 두 나라의 미래에 개입하여선 안 되는데, 때때로 일본이 그렇게 한다”는 말도 했다. 볼턴은 이런 평을 붙였다.
<물론 역사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일본이 아니고 문(文)이고 의도적이다. 다른 한국 정치인들과 마찬가지로 문재인도 국내에서 어렵게 되면 일본문제를 제기한다.>
문 대통령은 회담 끝머리에 가서 “오는 6월12일에서 7월27일 사이에 제3차 미북정상회담을 갖도록 북한에 제의하고 싶다”고 했다. 트럼프는 어떤 날도 좋지만 그 전에 합의가 있어야 한다고 잘랐다.
그 후 4월26일 백악관을 방문한 아베 일본 수상에 대한 묘사도 있다. 아베는 문재인과 정반대 관점이었다고 했다. 그는, 트럼프가 하노이 회담을 깬 것을 좋게 평하고 대북(對北)제재는 강화되어야 하며 시간은 우리 편이라고 했다.
5월에 들어서 북한이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하자 아베와 문재인이 잇따라 트럼프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베가 대북제재의 국제공조를 흔들려고 도발하는 것이라고 경고하자 트럼프는 미일(美日) 공조를 강조하는 성명을 내어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단거리 발사체는 미사일로 볼 수 없다고 격하하였다.
문재인 대통령도 다음날 전화를 걸어왔다. 예상대로 그는 북한의 도발 의미를 축소하면서 김정은의 한미군사훈련에 대한 불만에 관하여 횡설수설했다고 볼턴은 썼다.

아베와 문재인 비교

존 볼턴 회고록엔 아베 신조 일본 수상과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비교되는 묘사가 많다.

1. 볼턴은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좋아하는 국가 지도자가 아베라고 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의 등장 이후에는 공동 1위가 되었다는 것이다. 곁에서 지켜본 트럼프의 문재인에 대한 태도나 평가는 좋지 않다.
2. 트럼프는 아베의 아버지 아베 신타로가 가미카제 특공대 조종사였다는 점을 높게 평가한다는 것이다. 아베 신타로는 해군비행학교에서 가미카제 훈련을 받았지만 전투에 투입되기 전에 종전(終戰)을 맞았다.
3. 볼턴은 문재인과 아베의 대북관(對北觀)이 정반대였다고 썼다. 문재인은 김정은에게 끌려 다니면서 미국을 오도(誤導)하려고 했지만 아베는 북한정권을 믿을 수 없다는 입장에 서서 늘 정확한 정보와 시각을 제공하였다는 것이다.
4. 트럼프는 아베를 만나는 것을 즐거워했고, 문재인을 만나면 짜증을 내거나 졸기도 했다고 한다.
5. 아베는 트럼프를 이용할 줄 아는 지도자로 그려져 있다. 트럼프는, 김정은을 만나면 반드시 일본인 납치자 문제를 제기해달라는 아베의 부탁을 들어주었고, 일본을 방문하면 납치자 가족을 만나주었다. 아베는 트럼프에게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뿐 아니라 일본과 한국을 위협하는 중거리·단거리 미사일과 화학·생물학 무기도 반드시 없애야 한다는 입장을 심었으며, 제재로 북한을 압박해야 굽히고 나올 것이란 주장을 기회가 있을 때마다 되풀이했다.
6. 작년 북한이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하였을 때 아베는 한국과 일본을 위협하는 것으로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임을 분명히 하였다. 트럼프는 안보리 결의 위반이긴 하지만 미국을 위협하는 것은 아니므로 신경을 쓰지 않겠다는 태도였다. 공동 기자회견에서 아베는 트럼프를 옆에 세워두고 ‘안보리 위반’임을 밝히기도 했다. 반면 문재인 정권은 김정은에게 비위를 맞추려는 트럼프와 보조를 같이하면서 안보리 결의 위반임을 인정하지 않으려 하고 탄도미사일이 분명함에도 ‘발사체’니 ‘방사포’라고 표현했다. 흥미로운 것은 트럼프도 미사일 발사를 ‘대포 발사’라고 말하곤 했다는 점이다. 트럼프와 문재인이 독재자 앞에서 약해지는 공통점이 있었다는 이야기이다.
7. 아베와 트럼프 사이가 좋으니 그 아래 실무자들끼리도 협조가 잘 되었다. 볼턴은 상대역인 일본의 국가안보국장 야지와 긴밀히 협력하였다.
8. 아베는 트럼프를 다룰 줄 아는 사람으로 비친다. 인간적으로 상호 존중하면서도 국익을 위하여서는 다른 말을 할 줄도 알고, 미국의 대북정책에 일본의 이익을 반영할 줄도 알았다. 그야말로 주체적 외교였다.
9. 볼턴은 한일간의 갈등을 설명하면서 역사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쪽은 일본이 아니라 문재인이라고 썼다.
10. 문재인은 김정은을 위하여 한미동맹 정신과 국민의 안전을 희생시키는 사람, 그래서 트럼프와 볼턴으로부터 경멸을 받는 사람, 아베는 일본의 이익과 인류보편적 가치를 견지하면서도 트럼프의 존중을 받는 사람으로 그려져 있다. 볼턴 회고록을 읽으면 한국인의 입장에선 문재인보다 아베가 더 위해주는 사람이란 인상을 받는다.

북한노동당의 일본 내 지부 역할을 하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6월26일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에 대하여 “북남(남북) 간의 화해도 방해하는 볼턴과 일본정부는 한통속임을 재확인했다”고 비방했다. 이는 북한노동당의 입장이라고 보면 된다. 칼럼 ‘메아리’에서 “(회고록을) 읽으면서 새삼스레 느낀 것이 두 가지 있는데 하나는 볼턴이 조미수뇌회담(북·미정상회담)을 파탄시키기 위해 얼마나 비열한 수작을 다 했는가 하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볼턴을 가리켜 “이번만이 아니라 부시 정권 시기부터 가장 지독하게 놀았다”며 “이른바 ‘제2의 핵 위기’를 창출한 것도, 조선을 선제공격해야 한다고 맨 앞장에 서서 떠들어댄 것도 이 자”라고 했다.
이어 “다른 하나는 아베 수상(일본 총리)의 존재”라며 “시종일관 트럼프 대통령에게 조선에 대한 그릇된 인식과 대결 의식을 고취하며 초강경 자세를 유지할 것을 주장했다”고 주장했다.

요약

존 볼턴 회고록(‘그것이 일어난 방’)을 통하여 북핵회담의 내막을 제대로 알 수 있게 되었다. 내가 예상했거나 보도해왔던 맥락과 90% 일치한다. 북핵 문제에 대하여 정확한 시각을 가지고 알렸다는 데 자부심이 들기도 한다. 정권과 언론의 선동 속에서도 문재인 정권과 트럼프의 기만(欺瞞)에 넘어가지 않고 맨정신을 지켜냈다는 게 대견해 보이기도 한다. 독후감을 요약한다.

1. 문재인과 트럼프는 북핵폐기라는 사안의 본질보다는 이 협상을 통하여 각자의 사익(私益)을 추구하는 데 더 치중하였다.
2. 트럼프의 사익은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아 올해 재선되는 것이고, 문재인의 사익은 국민들을 평화무드에 빠뜨려 선거에 이기는 등 좌파정권의 강화에 북핵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3. 두 사람의 국익 배신행위로 두 나라 국민들은 더 위험해졌다. 국가·국군·국민의 안전이 희생된 것이다.
4. 김정은은 이 기간에 20개 이상의 핵폭탄을 더 만들고 미사일 능력을 향상시켜 핵실전 배치를 눈앞에 두고 있다. 중국의 대북제재도 느슨해졌다. 김정은이 3자 중 가장 큰 수혜자이다.
5. 북핵협상의 전(全)과정은 對국민 및 對언론 사기이고 사진 찍기였다. 좌익 식 선전선동이 외교정책에 결정적 영향을 끼친 사례이다.
6. 김정은은 한 번도 ‘북핵 폐기’를 약속한 적이 없다.
7. 김정은이 말하는 ‘한반도의 비핵화’는 핵심이 한미동맹 해체인데, 문재인과 트럼프는 이를 ‘북핵 폐기’로 설명, 국민들을 속였다.
8. 김정은보다 문재인, 트럼프가 거짓말을 더 많이 했다.
9. 김정은에게 트럼프와의 회담 아이디어를 제공한 것은 정의용이라고 한다.
10. 정의용은 2018년 3월 초순 트럼프를 만났을 때 “김정은이 비핵화를 결심하였고 트럼프를 만나고 싶어 한다”고 했고 트럼프는 충동적으로 이 제안을 수용하였다. 이게 결정적 실수였다.
11. 정의용은 김정은의 ‘조선반도 비핵화’를 ‘북한 비핵화’로 둔갑시켜 트럼프를 함정에 빠뜨린 것으로 보인다.
12. 문재인은 김정은에게 들었다면서 미국 측에 ‘북핵 폐기를 1년 안에 끝내겠다’,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때는 미국 및 국제전문가도 입회시키겠다’는 김정은의 언질을 전했는데 허언(虛言)이 되었다. 전문가 검증 없는 풍계리 실험장 폭파는 핵개발 범행 증거인멸용이었다.
13. 2018년 5월 말 볼턴이 트럼프를 설득, 싱가포르 회담을 취소시켰을 때 함정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찬스가 생겼으나 직후 김계관이 발표한 성명에 넘어간 트럼프가 변심, 싱가포르 사기극으로 치닫는다.
14. 트럼프는 김정은의 친서를 들고 온 김영철에게 “나는 한미군사훈련을 싫어한다”는 천기누설을 한다.
15. 트럼프는 오로지 돈을 아끼려고 주한미군을 철수시키고 싶은 충동의 소유자, 전형적인 정상배(政商輩)이다.
16. 싱가포르 회담의 합의문 초안은 6월12일 아침까지도 마련되지 않았다. 트럼프는 그 내용에 상관하지 않고 오로지 김정은과 악수, 담소하는 쇼에만 집중했다.
17. 싱가포르에서 김정은은 잘 준비되어 있었고, 트럼프는 공부를 하지 않았다. 김정은가 트럼프를 추어준 뒤 한미군사훈련 중단을 요구하자 트럼프는 기다렸다는 듯이 즉석에서 중단을 약속했다. 국방당국자와 사전논의도 하지 않았고, 한국정부와 상의도 하지 않고 김정은의 숙원사업을 들어준 것이다.
18. 이날 김정은은 “판문점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한미군사훈련 중단을 요청하였더니 그것은 미국이 결정할 문제라고 이야기했다”는 비화도 털어놓았다. 이게 사실이라면 문재인은 비겁하다. 한미군사훈련 중단은 한국과 미국이 결정할 문제로서 북한이 개입하는 것은 내정간섭이라고 항의했어야 했다.
19. 싱가포르 합의문은 북한정권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것이었다. ‘한반도의 비핵화’를 위하여 상호 노력해가기로 합의했다는 식이었다. 트럼프는 김정은에게 ‘행동 대 행동’의 단계적 해결책에 열려 있는 자세임을 보여주는 듯한 언질을 주기도 하였다.
20. 싱가포르 회담 이후 트럼프가 김정은과의 친분을 과시하고 북핵 문제는 이제 해결되었다고 선전하는 바람에 그 뒤 실무회담은 전혀 진척되지 않았고 비핵화를 위한 첫 단계인 핵시설 신고 문제는 건드리지도 못했다. 탑다운 방식의 협상은 해선 안 되는 것이다.
21. 아베와 문재인의 태도는 정반대였다. 문재인은 김정은의 수석대변인, 아베는 한국과 일본인의 수석대변인처럼 행동하였다. 아베는 “북한은 믿을 수 없다, 핵은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다, 장거리 미사일뿐 아니라 한국과 일본에 위협이 되는 단거리도 문제다, 납북자 문제도 거론해야 한다, 화학·생물학 무기도 없애야 한다, 행동 대 행동의 단계적 해결책에 말리면 안 된다”고 누누이 트럼프를 설득, 교육시켰다.
22. 하노이 회담은 싱가포르 참패에 대한 볼턴의 복수극이었다. 여러 차례 트럼프에게 대안을 제시하고 작전을 논의, 회담을 깨는 게 효과적이란 판단을 했다.
23. 영변 시설 폐쇄라는 하나의 카드만 들고 나온 김정은은 트럼프가 제재해제를 거부하자 당황하여 애처로울 정도로 매달렸다. 김정은으로선 씻을 수 없는 수모를 당한 것이다.
24. 하노이 회담 직후 문재인은 정의용을 통하여 볼턴에게 앞뒤 맞지 않는 정신분열적 평가를 전했다. <행동 대 행동의 단계적 해결책을 거부한 것은 잘했다. 그러나 영변시설 폐기는 상당히 의미가 있다.>
25. 문재인은 3차 미북 수뇌회담을 제의하였으나 트럼프는 이를 거절했다. 판문점이나 미국 선박 위에서 회담을 갖고 자신도 동석하자는 것이었다.
26. 판문점에서 트럼프-김정은이 만난 것은 사진 찍기용 그 이하도 이상도 아니었다. 김정은 트럼프는 문재인을 배제하려 했다. 문재인은 그럼에도 ‘사실상의 종전선언’이라고 선전했다.
27. 문재인은 실질보다는 형식을 중시한다.
28. 종전선언은 북한도 열심이 아니다. 이것은 문재인 정부의 통일 어젠다와 연결되어 있는데 이는 문재인이 낮은 단계 연방제 통일을 꿈꾸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의심하게 만든다. 종전선언의 가짜 평화무드를 확산시켜 개헌, 보안법 폐지 등 연방제 통일의 길을 열려는 술책.
29. 트럼프는 주한미군 주둔에 돈이 많이 든다면서 연간 주둔비 분담금 50억 달러를 받아내야 하고, 필요하다면 철수 카드를 들이대라고 부추긴다. 그가 재선되면 주한미군이 철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30. 볼턴은 트럼프의 외교정책은 거의 전부가 재선 득실(得失)과 연관되어 있다고 폭로하고 대통령 자격이 없는 인물이라고 단정했다. 문재인 또한 대북(對北)정책을 민주당 세력의 장기집권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 그래서 비핵화 사기극이다. 소극(笑劇), 즉 코미디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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