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드라마 본 것만으로 체포된 청년 투신자살, 유족 "살려내라" 항의

◆ 영장 없는 가택 수사 다반사
북한에서는 한국을 비롯한 외국 드라마와 영화 등을 '불순녹화물'로 간주하고 시청 및 유통을 엄격히 금지해 왔는데, 지난해부터 단속이 엄격해지고 있다. 영장 없는 불시 가택 수사는 기본이고, 각지에서 많은 체포자가 나오고 있다. 단속관의 뇌물 요구도 노골적이라서 주민들로부터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8월 초, 중국과 가까운 북부의 혜산시에서 중국 영화를 자택에서 시청한 혐의로 체포 및 연행된 22세 청년이, 조사기관인 〈109상무〉의 건물에서 뛰어내려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해서 현지 주민에게 충격을 주었다고 취재협력자가 전했다.

〈109상무(常務)〉는 사회주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 =〈비사(非社)〉를 단속하는 조직 중 하나로서, 한국 등 외부 정보의 유통을 전문으로 단속한다. 노동당, 군, 경찰, 검찰, 보위부(비밀경찰)에서 인원을 차출한 합동조직이다.

사건이 일어난 곳은 혜산시의 중심인 신흥동. 〈109상무〉가 갑자기 집에 들이닥쳐 중국 영화를 봤다는 혐의로 22세 남성을 체포, 연행했다. 청년은 두들겨 맞은 데다가 먹을 것도 제대로 주지 않아 고통을 견딜 수 없게 되자, 〈109상무〉 청사에서 뛰어내려 자살했다고 한다.

유족이 〈109상무〉로 몰려가서 "아들을 살려내라"라고 통곡하며 항의하는 소동이 일어나, 이 사건이 여러 사람에게 알려지게 됐다.

◆ 정보 유입을 극도로 경계하는 김정은 정권
'불순 녹화물을 근절하라'. 이러한 지시가 김정은으로부터 직접, 그리고 자주 내려오고 있다. 아시아프레스가 입수한 내부문서에서도 시청과 유포를 철저히 단속하라는 김정은의 방침이 적혀 있었다.

임무를 담당하는 〈109상무〉는 무작위로 주민의 집을 돌며 '불순녹화물'을 봤다는 의심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온 집안을 수색하는 일이 다반사가 됐다. "사망한 남성의 집에서는 USB에 저장된 중국 영화 2편이 발견됐다고 한다"라고 협력자는 말한다.

〈109상무〉에 대한 주민의 반발은 강하다. 가정집에 함부로 들어올 뿐 아니라, 뇌물 요구가 노골적이기 때문이다. 협력자는 이렇게 말한다.

"지인이 중국 영상을 보다가 〈109상무〉에 적발됐는데, '교화소(교도소)에 갈지, 2000 중국 원(약 34만 원)을 낼지 선택하라'라고 윽박질렀다."

협력자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방역 때문에 중국 국경을 폐쇄한 1월 말 이후부터 〈109상무〉의 뇌물 요구가 노골화됐다고 한다.

"국경 봉쇄로 무역이 멈춰 경제가 침체되고, 다른 뇌물 수입이 격감했기 때문에 불법 행위 근절을 구실로 전문적으로 돈벌이하게 됐다. 코로나 이전보다 단속이 몇 배 심해졌다."
협력자는 이렇게 설명했다. (강지원)
※ 아시아프레스는 중국의 휴대전화를 북한에 반입해 연락을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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