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교(敎)의 광신도가 아니고서야 저럴 수 있나?”

<천영우TV 녹취> 김정은이 한국 공무원을 살해하고도 받은 뜻밖의 선물

북한 해군이 대한민국 공무원을 무참하게 살해한 사건은 북한 정권의 본질과 실체에 대해서 우리가 잊고 있었던 많은 것을 일깨워 줬습니다. 그간 요란한 평화쇼에 가려졌던 김정은 체제의 본래 모습을 다시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북한 소행의 본질
해수부 공무원이 무슨 연유로 북한 수역까지 표류해갔냐 하는 그런 문제로 사건의 본질을 흐릴 일이 아닙니다. 저항할 능력도, 도망갈 방법도 없이 오직 구조의 손길만 기다리고 있는 기진맥진한 비무장 민간인을, 자기들 주장대로라고 해도 시신을 찾지 못할 만큼 처참하게 난사(亂射)해버렸다는 것 아닙니까? 그 정도로 무지막지한 사람들이라면 앞으로 그보다 더한 짓도 얼마든지 할 수가 있습니다. 양민을 대량학살하는 만행인들 못 저지를 게 뭐 있겠습니까?

폴 포트가 이끄는 캄보디아의 크메르 루주(Khmers Rouges·붉은 크메르, 캄푸치아 공산당 무장 군사조직)가 1970년대에 200만 명 이상을 학살한 사건 기억하시죠? 캄보디아 인구의 4분의 1 이상을 학살한 이 사건은 1984년에 ‘킬링 필드’라는 영화로도 나왔습니다. 오죽하면 같은 공산국가인 베트남이 이 참혹한 학살을 자행한 크메르 루주를 응징하겠다고 형제국가인 캄보디아를 쳐들어갔겠습니까? 지금까지 캄보디아에서 발견된 집단 학살 현장인 ‘킬링 필드’가 2만 개가 넘는다고 합니다.


장성택과 김정남 살해가 보여 준 김정은의 잔혹성
그런데 김정은이 폴 포트보다 착한 사람일까요? 김정은이 고모부 장성택을 처형한 걸 보고 세상에 어떻게 저런 잔인무도한 지도자가 다 있나 하고 온 세계가 경악을 했습니다. 장성택에게 온갖 죄목을 다 붙였지만 간단하게 말하면 김정은의 유일적 지도체제 확립에 걸림돌이 된다는 게 요체입니다. 유일적 지도체제라는 게 김정은 1인 독재를 말하는 건데 미숙한 조카한테 후견인 노릇하면서 힘 좀 써보겠다는 걸 참살해야 할 반역죄로 다스린 것 아닙니까?

김정은의 입장에서 볼 때 장성택은 피 한 방울 섞인 것도 아니고, 북한 정권을 위해서 공(功)을 세운 것도 없고, 오로지 김일성 집안에 장가든 인연 하나만으로 평생 민폐만 끼치고 감히 권력까지 탐하고 있었으니까 제거하는 데 나름 명분을 찾을 수가 있었을 것입니다. 북한 내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이니까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제거할 수가 있었죠.

그러나 3년 전에 자기 이복형 김정남을 살해한 것은 장성택을 처형한 것과는 또 차원이 전혀 다릅니다. 우선 김정남이 적자(嫡子)냐 서자(庶子)냐를 떠나서 어쨌든 ‘백두혈통’(注: ‘백두산 항일혁명가’인 김일성과 김정숙의 대를 잇는 혁명 위업의 계승자라는 북한의 혈통론)을 이어받은 같은 아버지의 자식 아닙니까? 그런 이복형이 북한에 돌아와서 자기 권력을 위협할 일도 전혀 없고 마카오에서 조용히 숨어서 살고 있는데도 김정은이 권력을 물려받은 첫해에 무슨 짓을 했는지 아십니까?

2012년에 마카오에 자객을 보내서 살해하려고 했는데 미수에 그치고 말았습니다. 그 때문에 중국으로부터 준엄한 경고까지 받았습니다. 그래도 김정은은 포기하지 않고 집요하게 살해할 기회를 찾다가 김정남이 2017년 2월 말레이시아로 여행 간 틈을 이용해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VX라는 화학무기로 살해했습니다. 김정남의 존재 자체가 ‘백두혈통’에게는 감추고 싶은 치부이긴 하지만, 북한의 공권력이 미치지 않는 외국 땅에까지 사람을 보내서 (이복형을) 살해할 만큼 악독한 사람이 김정은입니다.

북한이 중국, 러시아와도 체결하지 못한 비자 면제협정을 말레이시아와는 체결해서 정찰총국의 동남아 공작 거점을 쿠알라룸푸르에 세우고 김정남 암살 작전에 동원될 비밀요원들이 말레이시아를 들락거리는 데 제약이 없도록 치밀한 사전 준비를 했습니다. 이렇듯이 김정은은 보통사람의 상상을 초월할 만큼 집요하고 악독한 사람입니다.


북한에 민중봉기가 일어나면, 김정은은?
이역만리(異域萬里)에까지 자객을 보내서 같은 혈육을 살해하는 사람이 김정은 체제에 반기를 드는 북한 주민에게는 무슨 짓인들 못 하겠습니까? 폴 포트보다 더할 사람같이 보이지 않습니까? 제가 보기에는 수백만 양민을 학살하고도 눈도 깜짝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런 독재자가 이미 만들어놓은 핵무기가 모자란다고 계속 더 만들고 있는 거 아닙니까?


김정은의 유감 표시가 환호할 일인가?
그런데 북한이 해수부 직원을 참살한 것보다 더 기가 막히고 화가 나는 게 뭔지 아십니까? 이런 천하의 폭군 김정은이 “미안하다”는 말을 두 번이나 했다고 흥분하고 감읍하고 칭송하고 숭배하는 대한민국의 얼빠진 무리를 보면 김일성교(敎)의 광신도가 아니고서야 저럴 수 있을까 하는 그런 생각이 듭니다. 그 사람들의 정신세계는 도대체 어떻게 되어 있는지 정말 궁금합니다. 김정은이 뭐가 미안하다는 건지 제대로 알고 그렇게 감읍을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북한이 통지문에 잘못한 걸 인정하는 대목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습니다.
<해상경계근무규정이 승인한 행동준칙에 따라서 10여 발의 총탄으로 “불법 침입자”를 사살했는데 남북 관계에 재미없는 작용을 할 일이 자기들 수역에서 발생한 데 대해서 미안한 마음을 전한다.>
이렇게 되어 있는 거 아닙니까? 이게 김정은의 책임을 면제시켜주는 것도 모자라서 ‘계몽군주’니 뭐니 하면서 칭송까지 할 만한 일인지 제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안 됩니다.


국군통수권자가 군을 불신하면 안 되는 이유
그런데 이보다 더 분통이 터지는 것은 북한이 그런 잔학 행위를 저지르고도 청와대와 군(軍)을 이간시키는 대박을 거둔 사실입니다. 북한 통전부(注: 통일전선부, 조선로동당 산하의 적화통일 추진 및 대남공작 부서. 대한민국 소재 민간단체나 해외동포, 유학생들을 포섭하기 위해 선전·선동·대남방송·삐라 살포·친북조직 관리 등 임무를 수행)의 통지문 내용이 합참의 발표내용과 차이가 발생할 때 청와대가 누구 편들었습니까? 어떻게 북한 통지문 내용은 무조건 믿고 우리 군의 발표내용은 불신하는 그런 입장을 취할 수가 있는지 이해가 갑니까?

지난 몇 년간 군 수뇌부 인사를 할 때마다 능력보다 이념과 충성심을 기준으로 대대적 물갈이를 해왔는데, 아직도 군을 대남(對南)공작기관만큼도 믿을 수가 없단 말입니까? 정권 입장에서 볼 때는 군이 이번에 좀 눈치 없는 짓을 한 것은 사실입니다. 대한민국을 지키는 것보다 김정은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는 게 더 중요하다는 걸 아직도 제대로 모르는 “적폐” 잔당이 군에 남아 있다는 걸 확인하면서 그 심정이 어떨지는 이해가 갑니다.

김관진 전 국방장관이 북한에 싫은 소리 했다가 지난 몇 년 동안 어떤 일을 당했는지를 뻔히 보고도 아직 정신을 못 차리고, 남북 군사합의서에서 북한이 기습공격을 준비하더라도 못 보게 만들어놓은 걸 보고도, 아직도 군이 세상 바뀐 줄을 모른다면 ‘군이 정말 구제불능이구나’ 하는 그런 생각이 왜 안 들겠습니까? 이 정부 임기 중에 승진도 하고 더 출세해 볼 생각이 눈곱만큼이라도 있으면 해수부 직원의 시신을 불태우는 걸 직접 확인했더라도 시치미 떼고 못 봤다고 우겨야 하는데, 정무(政務) 감각이 없는 장성들이 고지식하게 본 대로 아는 대로 보고하면 청와대에서는 얼마나 속이 부글부글 끓겠습니까? 그동안 확실히 군을 길들였다고 믿고 있었는데, 청와대가 잠시 방심한 사이에 군인의 직업적 본능이 느닷없이 튀어나와서 큰 사고를 친 거로 여긴다고, 그게 놀랄 일입니까?


대통령 평양 연설에서 실종된 대한민국
문재인 대통령이 2년 전 평양 군중대회에서 왜 당당하게 대한민국 대통령이라고 못 하고 “남쪽 대통령”이라고 했겠습니까? ‘대한민국은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나라, 친미(親美) 세력이 친일(親日) 민족반역자들과 야합해서 세운 적폐의 사생아고, 차마 그 이름을 부르는 것조차 창피해서’ 그러는 건 아니라고 저는 믿고 싶습니다.

그런데 평양연설에서 “어려운 시절에도 민족의 자존심을 지키며 끝끝내 스스로 일어나고자 하는 불굴의 용기를 보았습니다”하는 그런 구절이 있는데, 이게 자칫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습니다. 대수롭지 않은 덕담으로 여기고 넘긴 분들이 많겠지만 ‘친미 친일 세력이 세우고 통치해온 대한민국이 부끄러운 적폐의 길을 걸어오는 동안,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밥을 굶어가면서도 반미(反美) 반일(反日) 노선으로 민족정기를 바로 세우고 민족의 자존심과 정통성을 지켜왔다’ 하는 그런 칭송과 존경심을 함축하는 것으로 들릴 소지가 있습니다.


국군통수권자가 지켜야 할 원칙
그런데 우리 군이 죽도록 밉고 북한을 하늘처럼 떠받들고 싶어도 군 지휘부의 정보판단과 적(敵)의 주장이 대립될 때 국군통수권자가 최소한 공개적으로는 절대로 적의 편을 들면 안 됩니다. 국군통수권자와 그 부하를 이간시킬 틈을 북한에 주는 것은 절대로 저지르면 안 될 이적(利敵)행위입니다. 적 앞에서 부하들에게 그런 망신과 모욕을 주면 국군이 누구를 믿고 유사시에 나라를 위해서 싸우겠습니까? 김정은의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에 그렇게 가볍게 통수권자의 위엄과 권위를 내팽개쳐 버리면 나라의 안보를 어떻게 책임지려고 합니까? 문 대통령 덕분에 승진하고 출세한 군인들도 군인으로서의 자존심이 짓밟히면 통수권자를 우습게 봅니다.

군의 정보판단이 항상 100% 맞는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우리 군이 틀리고 북한 주장이 맞을 가능성도 전혀 없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마음속으로 군의 판단에 의심이 가고 북한의 주장이 더 신빙성이 있어 보이더라도 이걸 북한이 절대 알게 하면 안 됩니다. 공개적으로는 우리 군의 판단에 전적인 신뢰를 보내야 합니다. 통수권자의 신뢰를 적보다 못 받는 군대에 뭘 기대할 수가 있겠습니까? 군이 정보실패와 판단 착오를 저질렀더라도 이건 국가의 특급 기밀로 숨길 일입니다. 적이 알게 해주는 것은 통수권자가 반드시 피해야 할 자해(自害)행위입니다.

우리 집안이 콩가루 집안이라면 사돈한테도 창피해서 숨기고 싶은 거 아닙니까? 우리 자식은 원래 모자라는 놈이니까 그놈 말은 절대 믿지 말라고 동네방네 떠들고 다닌다면 가장으로서 권위가 서겠습니까? 이번에 해수부 직원 한 명의 생명만 잃은 것으로 끝난 게 아닙니다. 김정은에게 대통령과 군을 이간시키는 뜻밖의 선물을 안겨준 것이 더 원통합니다.

천영우TV의 천영우였습니다.


정리: 李知映(조갑제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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