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현 옥중 편지 팩트체크

① 야권 로비 사실 진술했는데, 검찰이 무마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2차 수사권 지휘를 통해 추 장관은 검찰보다 사기꾼의 말을 더 신뢰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채널A 기자 사건에 대한 1차 수사권 지휘도 한동훈 검사장보다 사기 전과자의 주장을 더 신뢰한 데서 비롯되었다. 그러나 제보자의 주장은 결국 허위였고, ‘검언유착’의 실체는 없었다. 오히려 ‘권언유착’이 만든 공작의 냄새를 풍겼다.

그렇다면 윤석열 검찰총장의 지휘권을 두 번째 박탈하는 데 스모킹건이 된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옥중 편지는 신뢰할 만한가. 이 편지에서 주장하는 야당 의원 및 검찰을 상대로 한 로비, 청와대를 엮으려 했다는 수사 검사의 압박, 야당에 대한 검찰의 수사 무마는 믿을 만한 것인가.

김봉현 전 회장의 옥중서신에는 “라임 펀드 판매 재개 관련 청탁으로 우리은행 행장 로비 관련해서 검사장 출신 야당 유력 정치인 변호사(에게) 수억 지급 후 실제 이종필과 우리은행 행장, 부행장 등(에 대한) 로비(가) 이루어졌다”고 쓰여있다. 이어 “(검찰과) 면담 시 얘기했음에도 수사 진행 안 됨”이라고 주장했다.

여기서 김 전 회장이 지목한 ‘야당 유력 정치인 변호사’는 윤갑근(56) 전 대구고검장(국민의힘 충북도당 위원장)이다.

여기에 벌써 사실과 다른 점 두 가지가 등장한다. 첫째, ‘야당 유력 정치인 변호사’에 대한 로비 의혹은 김 전 회장의 진술이 아닌 이종필 라임 전 부사장의 진술에서 시작되었다. 수사 과정에서 김 전 회장은 일체의 관련 진술을 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시기는 지난 4월 이 전 부사장이 체포된 뒤다.

당시 이 전 부사장은 우리은행장에 대한 로비 명목으로 우리은행장과 동문인 윤갑근 당시 변호사를 로비 창구로 활용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수억 원에 달하는 이 금액은 라임 사건의 또 다른 ‘몸통’인 부동산 시행사 메트로폴리탄의 김영홍(수배중) 회장이 마련했다는 게 그의 진술 요지다.

둘째, 검찰이 로비 의혹 진술을 확보하고도 수사 진행을 하지 않았다는 그의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 남부지검 수사팀은 이후 통신 영장, 계좌 추적 영장 등을 발부받아 자금 흐름을 추적했다. 돈을 준 사람, 받은 사람 등 관련자들에 대한 계좌 추적 및 휴대폰 조사가 이루어졌다.

송삼현 당시 서울남부지검장→윤석열 검찰총장 보고도 이뤄졌고, 윤 총장은 “철저한 수사”를 당부했다고 한다. 송 전 검사장은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당시 보고를 받은 윤 총장이 “의혹 당사자가 검찰 출신 아니냐, 제대로 수사하지 않으면 나중에 제 식구 감싸기 논란으로 엄청나게 시끄러울 것”이라며 “제대로 안 해놓으면 국감 때 난리날 것.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19일 국회 법제사법위 국정감사에 출석한 박순철 서울남부지검장도 해당 사건을 “지난 5월 (전임) 검사장이 총장과 면담하면서 보고한 것으로 파악했고, 8월 말쯤 대검에 정식 보고를 했다”고 답했다. 다만 “주요 참고인이 지금 해외 도피 중”이어서 8월 이후에는 수사 진척사항이 없어 추가 보고는 없었다는 취지로 말했다.

한편 김 전 회장이 로비 대상으로 지목한 윤갑근 전 고검장은 로비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그는 “지난해 여름 법률 자문을 맺고 있는 다른 회사에서 라임자산운용에 대한 검토 요청이 들어와서 법률 자문을 한 적은 있다”면서도, 김봉현 회장에 대해서는 “전혀 모른다”고 했다.

또한 “라임 자금이 들어간 회사 중에 내가 자문을 맡았던 곳이 있을 뿐 로비와는 무관하다”며 “자문 계약 조건 때문에 회사를 공개할 수는 없지만 적법한 절차에 따라 자문 계약을 맺고, 자문료는 계좌로 입금받아 세금 신고까지 마쳤다”고 덧붙였다.

당시 윤 전 고검장이 검토한 사안은 라임자산운용이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을 때 펀드의 롤오버(재판매)가 가능한지 여부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7월 30일 라임자산운용으로부터 ‘재판매 요청서’를 받았다. 우리은행에서 재판매를 전제로 한 6개월 만기형 펀드를 설정 판매했는데, 판매 재개가 안 되면 펀드 상환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한편 라임 관련 의혹 수사가 지지부진하게 된 것은 추미애 發 ‘인사’의 영향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7, 8월에 이뤄진 검찰 인사로 수사팀이 해체되다시피 하면서 수사의 맥이 끊겼다는 것이다.

수사를 진두지휘했던 송삼현 서울남부지검장은 검사장급 고위 인사를 앞두고 옷을 벗었다. 이후 중간간부 인사에서는 실무진이 바뀌었다. 당시 윤 총장은 법무부에 이정환 남부2차장검사와 조상원 남부6부장 유임을 요청했다고 한다. 허리급 실무진이 유임돼야 수사가 연속된다는 취지에서다. 그러나 이들 모두 다른 곳으로 전출됐다.

수사팀이 바뀌면 업무를 파악하는 데 한 달 이상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수사가 잠시 중단될 수밖에 없다. 복잡한 금융사기의 흐름을 파악하는 데도 시간이 걸리는데, 여‧야를 막론하고 여러 갈래로 뻗어 있는 로비 의혹 수사 내용까지 파악하기에는 더 긴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결국 라임 사태 수사를 지연시킨 건, 윤석열 총장이 아니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으로 보인다.

  • 트위터
  • 페이스북
  • ↑위로
Copyright ⓒ 조갑제닷컴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달기 댓글쓰기 주의사항

댓글달기는 로그인후 사용하실 수 있으며, 내용은 100자 이내로 적어주십시오. 광고, 욕설, 비속어, 인신공격과 해당 글과 관련 없는 글은 사전통보없이 삭제됩니다.

PC 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