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징역의 일등 공신은 추미애?

민주당이 고꾸라트린 親文 진영의 적자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 공모 혐의로 기소된 김경수 경남지사는 지난 6일 항소심에서도 유죄가 인정돼 2년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이 재판 결과를 두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주목을 받고 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그(김경수 지사)가 형을 받는 데에 크게 공로한 분이 김어준 씨와 추미애 장관님”이라고 비꼬았다.

진 전 교수는 페이스북 글을 통해 “한 분(김어준 씨)은 방송까지 동원해 의혹을 제기했다. 다른 한 분은 추미애 장관이다. 당시 민주당 대표였는데 김어준의 말을 믿고 수사를 의뢰했다가 이 사달이 났다”고 지적했다.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은 2017년 19대 대선을 앞두고 ‘드루킹’이라는 필명을 사용한 김동원 씨와 그가 주도한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 회원들이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에 유리한 여론을 형성하기 위해 매크로(자동 입력 반복) 프로그램인 ‘킹크랩’을 이용, 네이버·다음 등 포털사이트 기사 약 8만여 건에 달린 댓글과 추천수 등을 조작한 사건이다.

이 드루킹 사건이 어떻게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되었는지, 추미애 당시 민주당 대표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되짚어보자.

드루킹 댓글 조작 의혹의 발단은 2018년 1월1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한 건의 청원 글이었다.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을 두고 관련 기사에 정부와 여당을 비판하는 댓글이 많이 달렸는데, 해당 댓글을 추천하는 공감 수가 조작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게시자는 “매크로 등으로 추정된다”며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문재인 정부에 비판적인 우파진영에서 여론을 조작한다는 의혹 제기였다. 네이버 측은 청원 이튿날인 1월19일 분당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했다.

친여 성향 방송인 김어준 씨도 ‘네이버 댓글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김 씨는 자신이 출연하는 방송에서 “지령 내리는 특정 프로그램으로 알바하는 댓글 부대가 있다”며 “매크로로 댓글 조작, 누가 시켰는지 수사해야 한다”고 했다. 또 다른 방송에서는 “올해 들어 얘네들(보수진영)이 여론공작에 본격 돌입했다. 매우 일사불란한 하나의 체계다. 국정원 심리전단 수준으로 계층이나 연령을 세분화해 타겟을 나눴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그해 1월31일 ‘네이버 댓글 조작 의혹’을 서울지방경찰청에 고발·수사의뢰했다.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소통위원회 댓글조작·가짜뉴스 법률대책단은 당시 보도자료를 통해 “네이버에 기사가 게재되는 즉시 명령체계를 통해 일사불란하게 악성 댓글을 등록해 조작하는 방식이 국가정보원 댓글 부대와 매우 흡사하다”며 “수사를 통해 밝혀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추미애 당시 대표, 우원식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는 2월12일 이와 관련한 상세보고를 받은 후, 사실상 보수진영의 조직적 댓글 조작으로 보고 당 차원에서 총공세에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반전이 일어났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가 4월13일 “댓글조작 혐의(업무방해)로 구속한 3명 가운데 2명이 민주당 당원”이라고 밝힌 것이다. 엿새 뒤인 4월19일, 드루킹 김동원 씨와 김경수 경남지사(당시 민주당 의원)가 2017년 대선에서 댓글 조작을 공모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자 민주당이 오히려 코너에 몰렸다. 야당은 김성태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단식투쟁까지 하며 특검을 주장했다. 결국 민주당 지도부는 야당의 특검 주장을 수용, 드루킹 특검법은 5월21일 본회의를 통과했다.

같은 해 6월7일 특검이 임명됐다. 그러나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은 6월13일 김 지사가 지방선거에서 당선돼 특검의 부담은 더욱 커졌다. 드루킹 일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예상치 않게 노회찬 전 의원에게 불법자금이 전달된 정황을 포착돼 수사망을 좁히면서 고(故) 노회찬 전 의원의 사망이라는 비극적인 사건도 벌어졌다.

특검은 수사에 착수한 지 1개월이 넘게 흐른 8월6일에야 김 지사를 소환했고, 이후 1차례 추가 소환조사를 거쳐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기각됐다. 이에 특검은 구속영장을 재청구하지 않고 수사 기간도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 역대 특검 가운데 수사 기간을 연장하지 않은 첫 사례다.

특검은 수사 기간 만료 하루 전날인 2018년 8월24일 “김 지사는 드루킹의 공범”이라고 결론짓고 그를 컴퓨터 장애 업무방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김 지사가 킹크랩 시연회에 참석하고 댓글 작업 결과를 보고받는 등 댓글 조작에 관여한 공범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김 지사는 친문 진영의 적자로 차기 대선 구도를 흔들 최대 변수로 여겨져 왔으나, 항소심 유죄 판결로 사실상 낙마하게 됐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추 장관이) 김어준의 음모론적 상상을 가볍게 웃어넘겼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 텐데. 김어준 말을 믿고 수사를 의뢰했다가 이 사달이 났다”고 지적했다. 추 장관은 이번 재판 결과에 대해서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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