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대왕 트럼프의 제자들
유튜브(YouTube)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진영이 확산시킨 부정선거 음모론에 제동을 걸기 시작했다. 지난 12월9일(미국시간) 공식 블로그를 통해 “오늘부터 2020년 미국 대선 부정을 주장하여 시청자들을 오도하는 콘텐츠를 삭제한다”고 밝혔다.
유튜브는 “12월8일(미국시간)이 미국 대통령 선거의 주(州)인증 마감일이었고, 충분한 수의 주가 대통령 당선자를 결정한 선거 결과를 인증했기 때문에 관련 정책을 변경한다”고 발표했다. 새로운 정책은 미국시간으로 12월9일부터 적용되며 향후 몇 주간 더 강화된다. 그동안 유튜브는 미국 대선 음모론 동영상을 올리는 것을 허용, 많은 비판을 받아왔었다. 유튜브가 삭제하겠다고 밝힌 미국 대선 관련 콘텐츠 내용은 다음과 같다.
<투표 장소와 방법에 대해 시청자를 오도하는 것, 광범위한 부정 또는 오류가 미국 대통령 선거의 결과를 변경했다고 주장하는 콘텐츠, 광범위한 소프트웨어 결함이나 계산 오류로 인해 대통령 후보가 선거에서 이겼다고 주장하는 동영상.>
트럼프 진영뿐 아니라 상당수 한국의 음모론 전문 유튜버들이 여기에 걸리게 되었다. 말의 신뢰성이 높은 미국 대통령이 어쩌다가 음모론의 대왕(大王)으로 낙인되어 트위터, 페이스북, 유튜브에서 거짓말 제재 대상이 된 것인가? 재임 기간 최소 1만 건의 거짓말을 한 것으로 집계되는 트럼프이다. 거짓말의 질과 양에서 히틀러를 능가한다. 미국인뿐 아니라 세계사람들이 미세먼지처럼 스며든 이 거짓말에 노출되어 정신적 건강이 손상되었다. 트럼프의 선동에 넘어간 한국의 음모론자들은 자칭 우파가 많은데 이들은 동조하지 않는 우파를 욕하고 그 추태로 인해 일반인으로부터는 조롱거리가 되었으며 주사파와 경쟁하는 반미(反美)단체화할 위험성마저 있다.
트럼프와 기자의 정면 대결
이번에 미국 유권자들은 트럼프의 재선을 막았고 미국의 민주적 시스템은 그의 선거불복을 진압했다. 특히 주류언론, 판사, 연방 수사기관, 군대, 주(州)의 선거관리공무원들이 트럼프와 공화당의 책동을 분쇄했다. 트럼프와 문재인은 거짓말을 정책의 주요수단으로 삼고 있는 점에서 비슷하다. 미국의 사례가 2022년 한국의 선택에 중요한 교훈을 줄 것이다.
2020년 11월26일 백악관 외교 리셉션룸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추수감사절에 즈음하여 장병들과 화상(畵像) 대담을 한 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았다. 한 기자가 “백악관에서의 마지막이 될 추수감사절에 어떤 계획이 있습니까”라고 물었다. 트럼프는 “마지막이란 말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면서 “투표에 엄청난 오류가 있었다. 아무도 수치를 믿지 않는다. 다음 주나 그 다음 주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날 것이다”고 했다.
그는 “조지아주에서 수만의 가짜 투표, 위조투표가 있었다”고 하더니 “펜실베이니아에서도 부정이 있었다”고 했다. 기자가 “그러나”하고 질문을 하려 하자 막고 나서면서 “68만 표의 부정 투표가 있었다”면서 “디트로이트에서도 엄청난 일이 일어났다”고 했다.
“수치는 거짓이고 썩었다. 선거는 100% 조작되었다. 그래서 미국 전역에서 사람들이 시위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선거가 조작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엄청난 부정이 여기서 벌어졌다.”
기자가 또 “그러나”라면서 질문을 하려 하자 트럼프는 장광설(長廣舌)을 계속했다. 이미 문제가 없다는 것이 확인된 도미니언 투개표기에 대한 음모론을 펴기 시작한다.
“도미니언은 매우 의심스럽다. 아무도 소유주를 모른다. 사람들은 외국에서 개표가 되었다고 말한다(注: 새빨간 거짓말이다). 투표는 조작되었다. 당신이 ‘트럼프’라고 누르면 그 표가 바이든으로 가버린다. 그들은 칩으로 장난을 쳤다. 특히 디트로이트와 웨인 카운티에서. 당신들도 알게 될 거야.”
트럼프는 조지아주에서 “수십만 표를 이겼는데도 표 강도를 당했다”고 했다. 투표자 서명 대조만 하면 조지아주를 장악할 것이라고도 했다.
겨우 질문 찬스를 잡은 기자가 묻는다.
“대통령 각하, 만약 선거인단이 오는 12월 14일 조 바이든을 당선시킨다면 승복하겠습니까.”
“이렇게 대규모 부정이 있는데 승복하기란 매우 어려울 겁니다.”
“승복하시겠습니까”
기자가 거듭 “각하는”하고 질문을 시작하자 트럼프는 하고 싶은 이야기만 계속한다.
“대규모 부정이 있었습니다. 이런 일은 이 나라에선 일어나지 않았어야 해. 우리는 제3세계 국가처럼 되어버렸어요.”
그는 조지아주에서 진행되는 재검표가 의미 없다고 했다. 오로지 서명 대조가 중요하다고 우겼다. 조지아주에선 손으로 재검표를 했는데 바이든의 승리가 확인되었다. 다음엔 기계를 써서 재재검표를 했다. 역시 번복되지 않았다. 그래도 트럼프는 승복하지 않는다. 그는 개표 시기의 어느 순간부터 갑자기 바이든 표가 많아진 것도 조작의 증거라고 우겼다. 이는 바이든에 우세한 우편투표함이 열리면서 일어난 자연스런 현상이다.
끝없이 이어지는 부정선거 음모론을 듣던 기자가 “그러나, 각하 확실히 해주세요. 선거인단이 바이든을 뽑으면 승복하겠습니까”라고 다시 물었다.
“그들이 그렇게 한다면 실수를 하는 거야. 왜냐면 이 선거는 부정이거든.”
다시 기자가 묻는다.
“승복하시겠습니까.”
트럼프가 동문서답을 하자 기자는 “그렇다면 승복 안 하시겠다는 겁니까”라고 물고 늘어졌다. 대통령이 또 딴 이야기를 하니 기자가 “승복에 대해서만 이야기해주세요”라고 압박했다. 트럼프는 화를 냈다.
“그런 식으로 나에게 이야기하지 마!”
“죄송하지만 나는 질문을 하는 겁니다.”
트럼프는 “너는 풋내기야”라고 조롱한다.
기자도 물러서지 않는다.
“승복 여부에 대해서 답하세요.”
“나에게 그딴 식으로 이야기하지 말아요. 나는 미합중국의 대통령이야. 대통령에게 그렇게 말하면 안 돼.”
기자도 버틴다.
“나는 승복할 것인지에 대해서 지금 묻고 있는 겁니다.”
트럼프는 다른 기자에게 질문권을 주는데 이 기자도 같은 질문을 했다.
“그래서 선거인단이 바이든을 대통령 당선자로 선출하더라도 귀하는 이 건물을 떠나지 않겠다는 겁니까.”
퇴로를 차단하는 근사한 질문이었다. 트럼프는 당황한다.
“나는 틀림없이 나갈 거요. 나가. 귀하도 알잖아. 그러나 지금부터 1월 20일까지는 많은 일이 벌어질 거야.”
“선거부정의 증거를 언제 보여줄 거예요?”
이런 말을 해놓고도 그는 음모론을 계속 편다.
“대규모 부정이 발견되었습니다. 우리는 제3세계 나라 같단 말이야(사실은 선거결과를 뒤집으려 하는 점에서 트럼프가 제3세계 독재자와 흡사하다). 우리는 해킹이 가능한 컴퓨터 장비를 쓰고 있어요(한국의 4·15 부정선거음모론자들도 똑같은 거짓을 주장했다). 컴퓨터를 조작, 내 표를 바이든에게 주었어. 바이든 표가 나한테 온 건 없어.”
트럼프는 기자가 무슨 질문을 하든 상관하지 않고 허무맹랑한 음모론을 이어갔다. 미국 대통령이 민주주의의 가장 중요한 기초인 공정선거 제도에 대하여 이런 근거 없는 공격을 가한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이다.
“바이든이 8000만 표를 얻을 수가 없어. 유일한 방법은 대규모 부정을 하는 거야. 다른 방법으론 8000만 표는 어림도 없지.”
이 대목에서 기자가 물고 늘어진다.
“선거부정의 증거를 언제 보여줄 거예요?”
“지금 진행 중이야.”
“그게 아니고 우리가 언제 볼 수 있나요?”
트럼프가 횡설수설하자 기자가 못을 박는다.
“증거가 있다면 왜 지금 보여주지 않나요?”
다른 기자가 거든다.
“대통령 각하, 만약 대선 결과를 그렇게나 믿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 즉 도둑맞았다고 생각한다면, 조지아주에서 공화당 후보들을 찍으라고 하는 근거는 무엇인가요?”
트럼프는 궁색한 설명을 한다.
“두 공화당 후보는 굉장한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선거부정에 대하여 주의를 하라고 말합니다. 스위치를 돌린다든지, 칩을 새로 끼운다든지 하는 방법으로 역사를 바꿀 수 있다고.”
트럼프는 음모론을 믿지 않는 언론을 욕한다. 어디서든지 음모론자들이 가장 미워하는 이는 속지 않는 사람들이다.
“언론이 정직하였다면 부정선거는 절대로 절대로 일어나지 않았을 겁니다.”
언론이 정직했기 때문에 음모론이 절대로 절대로 이기지 못할 것이란 뜻으로 해석된다. 그는 언론에 이어 대기업을 물고 들어간다. 음모론자들은 강자(强者)와 싸우는 약자(弱者) 흉내를 내기도 한다. 그래야 정의의 사도가 되니까.
“큰 기술기업들은 완전히 부정직하다. 언론과 큰 기술기업들이 정직하였더라면 이번은 게임이 되지 않았어. 나는 엄청난 표 차로 이겼을 거야. 나는 그렇게 이겼는데도 아직 그런 보고가 들어오지 않고 있단 말이야.”
“이번 선거는 조작된 거야”
기자가 또 트럼프의 아픈 점을 건드린다.
“전임 대통령이 차기 대통령의 취임식에 참석하는 것이 전통인데, 조 바이든…”
이 순간 트럼프가 자르면서 말한다.
“아직은 답하고 싶지 않아요.”
기자가 추가 질문을 하려니까, 트럼프는 “나는 답을 알아요. 솔직하지. 나는 답을 알아요”라고 더듬거린다.
기자가 “답은 ‘예스’입니까”라고 묻는다.
“나는 아직은 이야기하고 싶지 않아요. 이런 일은 처음이야. 전에는 잡지 못 했지만 이번은 우리가 잡았어. 우리가.”
기자가 왜 변호사들이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느냐고 물으려 하는데 트럼프가 일방적 주장을 이어간다.
“그들은 개표 참관인을 허용하지 않았어요. 참관인들은 우리나라에선 신성한 존재란 말이야. 그들을 방에서 쫓아냈거든.”
기자가 반론한다.
“그건 사실이 아닙니다. 그렇게 하지 않았어요.”
법정에서 트럼프 측 변호인은 공화당 참관인이 정말 불허되었느냐고 판사가 따지자 그렇지는 않다고 물러난 적이 있다. 이 주장은 허위로 판명된 것인데도 대통령은 고집을 부린다.
“그랬다니까요.”
기자는 “각하의 변호인들도 참관인이 개표장에 있었음을 인정했다”고 반박했다.
트럼프는 이 명백한 사실도 인정하지 않고 논점을 피해 다른 주제로 옮겨간다. 다른 사람 이름으로 투표가 이뤄졌다는 주장인데 이것도 이미 부정된 음모론이다. 트럼프의 마지막 말은 이렇다.
“당신들이 수치와 데이터를 들여다본다면 알 거야. 이번 선거는 조작된 거야.”
준비된 선거불복
투표 전후 과정을 살펴보면 트럼프의 선거불복 공작은 즉흥적인 것이 아니고 상당 기간 준비된 시나리오에 따른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는 연초부터 우편투표에 부정선거의 위험이 있다고 불신의 함정을 깔았다. FBI 국장이 우편투표 관련 조직적 부정은 100년 이상의 역사에서 한 번도 없었다고 해도 유세 때마다 위험성을 강조했다. 우편투표 참여율이 높아지고 바이든 지지자가 몰렸다. 개표 때, 트럼프 지지자들이 많은 당일 투표함이 먼저 열리는 경우, 트럼프가 초장엔 리드하지만 결국은 뒤집힐 것으로 예상되었다. 그럼에도 트럼프는 개표일 초반에 앞서나가자 당선 축하회 같은 기자회견을 하곤 “크게 이겼다. 이제는 개표를 중단해야 한다”는 엄청난 이야기를 했다.
다음 날 아침 우편 투표함이 열리면서 역전 당하자 기자회견을 열고 “밤새 표를 도둑맞았다”면서 본격적으로 부정선거 음모론을 펴기 시작한다. 음모론은 트럼프가 4년 동안 키워온 극우성향의 사이트, 방송, 유튜브 등을 통하여 퍼져나갔다. 언론이 바이든 당선을 선언하자 관례인 축하 전화도 하지 않고 소송전에 들어갔다.
트럼프 진영은 수많은 주장을 쏟아냈지만, 법원엔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약 50건의 별의별 불복 소송을 했지만 거의 전부가 기각되거나 패소하였다. 연방 대법원까지 올라갔지만 간단하게 기각되었다. 소송전이 먹히지 않자 트럼프가 나섰다. 공화당 주지사나 주의회 지도부에 직접 전화해 바이든 승리 인증을 막아줄 것을 요구했지만 주(州) 공화당의 선거관리인들은 법대로 하겠다고 버텼다.
공화당의 연방 상하원 의원들은 대다수가 침묵을 지키면서 끌려가는 모습을 보였다. 음모론에 넘어간 공화당 지지자들이 많아 트럼프에 반기를 들었다가는 정치적 생명이 위태롭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트럼프 진영은 모금도 병행하였는데 투표일 후에만 2억 달러 이상을 모았다. 트럼프가 가망 없는 소송을 계속하는 궁극적 목적도 정치자금 모으기에 있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문제는 내년 1월에 있을 조지아주의 상원의원 선거이다. 민주당이 2석을 차지하면 상원의 다수당이 된다. 트럼프가 투표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는 것이 공화당 지지자들의 투표율을 떨어뜨려 불리하게 작용할지도 모른다. 그리하여 상원을 잃게 될 때 비로소 공화당이 트럼프를 비판하면서 독립할 것이란 전망이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