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대장 트럼프를 추종하는 한국의 음모론자들

프랑켄슈타인의 제자들과 고독한 영웅들 (中)
“인격 없는 전문가는 잘 훈련된 개와 같다.”(아인슈타인)
 “미국 대선 음모론은 프랑켄슈타인처럼 짜깁기 되었다.”(미국 판사 매튜 브란)

10분간 15개 거짓말
 
 트럼프가 선거불복 작전을 펴는 데 사용한 가장 유력한 무기는 음모론이었다. 지난 11월 하순, 공화당이 주최한 펜실베이니아주 상원 청문회에 전화를 건 트럼프는 10분간 발언했다. 워싱턴포스트 팩트체크 기자의 계산에 의하면 10분간 15건의 거짓말과 왜곡을 했다고 한다. 이 신문이 검증한 트럼프의 거짓말 15개 항목 중 몇 개를 소개한다.
 
 1. “우리가 쉽게 이긴 선거다. 민주당이 속였다. 부정선거다.”
 -트럼프는 참패했다. 700만 표 이상의 차이로 바이든이 전국득표에서 앞섰고 선거인단 득표는 306-232이다.
 2. “우리는 펜실베이니아에서 크게 이겼다. 경합주 전체에서 크게 이겼다.”
 -이 주에서 트럼프는 8만 표 차이로 졌다. 2016년의 표차보다 두 배나 크다.
 3. “나는 거물 정치인들로부터 ‘대승을 축하합니다’라는 전화를 받았다. 그런데 모든 곳에서 표가 버려졌다.”
 -진짜 거물 정치인들은 모두 우편투표는 나중에 개봉되므로 초장에 트럼프가 리드해도 뒤집힐 것을 알았다.
 4. “우리 측 참관인은 참관이 허용되지 않았다. 쫓겨나오기도 했다.”
 -이런 주장은 거의 전부가 법원에서 증거로 채택되지 않았다.
 5. “공화당 참관인은 개처럼 취급되었다. 민주당은 문제가 없었다.”
 -미시간에서 주 공화당 대표가 그런 주장을 했는데 그 순간 수백 명의 공화당 참관인 등이 디트로이트의 개표장에 들어가 있음이 확인되었다.
 6. “죽은 사람들이 투표했다.”
 -사망자와 비슷한 이름을 가진 이가 투표한 것을 오해했다. 죽은 사람들 이름을 도용하여 투표한 사례는 없다.
 7. “판사들이 결정을 내리길 두려워한다. 왜 그들은 선거 결과를 뒤집지 않나?”
 -수많은 지역 판사들이 판결을 내려 트럼프 측이 제기한 소송 수십 건을 모조리 기각한 것을 모르는가?
 
 
 용감한 공무원: 사이버보안청장의 경우

 
 미국 공화당의 상하원 의원들은 트럼프에게 하이재킹된 신세가 되어 트럼프의 선동에 침묵했지만 공직자들은 그런 정파성을 초월, 국가와 헌법에 충성했다. 대통령을 견제하는 삼권분립 등의 제도도 중요하지만 핵심 자리에 있는 사람들의 용기가 미국 민주주의를 지켜냈다. 지난 11월 초순 미국 국토안전부의 사이버보안청은 트럼프의 부정선거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성명서를 배포, “이번 대선은 미국 역사상 가장 안전하게 관리되었고, 투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증거는 하나도 없다”고 했다. 이 성명서는 트럼프를 지칭하진 않았지만 부정 투개표 주장을 선거관리 실무진이 반박한 셈이었다. 트럼프는 그날도 ‘개표 시스템이 트럼프를 찍은 270만 표를 지워버렸다’는 거짓말을 트윗했다. 그는 진실을 말한 죄를 물어 사이버보안청장을 해임했다.

 미국 국토안전부 산하 ‘사이버 및 기간시설 보안청’(Cybersecurity and Infrastructure Security Agency) 前 청장 크리스 크렙스는 해임된 직후 CBS와 한 인터뷰에서 “투개표 기계가 외부 세력에 의하여 조작되었다는 증거가 없다”면서 이번 선거가 가장 공정하였다고 거듭 강조하였다.

 그는 “미국인이 던진 표는 모두 미국 내에서 계산되었다”면서 “가장 확실한 증거는 투표용지 그 자체이다”고 했다. 여러 주에서 재검표가 이뤄졌지만 부정 개표가 있었다는 증거는 하나도 드러나지 않았다. 이게 가장 확실한 공정관리의 증거라는 것이다. 그는 공산주의자와 중국과 쿠바, 그리고 베네수엘라가 부정 개표에 관여하였다는 주장을 “가소롭다”라고 표현했다. 재검표 결과야말로 미국인들이 선거 시스템에 확신을 가져도 될 가장 중요한 근거라고 역설하였다. 조지아주에선 두 번이나 재검표가 있었지만 단순 실수 이상의 문제는 발견되지 않아 공화당 지사가 바이든 승리를 인증(認證)하였다.

 위스콘신주에서는 트럼프 측의 요청으로 재검표한 결과 바이든이 87표 늘어 약 2만 표 차이의 승리를 뒤집지 못했다. 트럼프 측이 재검표 비용을 부담했는데 300만 달러를 내야 한다고 한다. 약 30억 원을 써서 바이든 표를 늘려 준 바보짓이었다.

 
 조지아의 공화당 주지사도 트럼프 압박에 저항
 
 지난 12월5일 트럼프는 조지아주 브라이언 켐프 지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바이든 승리를 인증한 것을 취소하고, 부정선거를 명분으로 하여 주의회를 특별 소집, 트럼프를 지지하는 선거인단을 지명하라고 압박하였다. 투표과정에 대한 감사도 요청했다. 이에 대해 주지사는 자신은 주법에 의하여 선거과정에 개입할 수 없고, 선거사무는 선출직인 주무(州務)장관이 관장한다고 답했다고 한다. 주무장관에게 세 차례 감사를 요청하였으나 거절당했고 달리 손 쓸 방법이 없다고도 했다.

 공화당원인 주무(州務)장관은 재검표를 통하여 공정한 선거임이 확인되었으므로 바이든 승리를 인증한 것이며 이를 번복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트럼프와 공화당 측에선 우편 투표자의 서명이 정확히 확인되었는지를 다시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공화당이 지배하는 조지아주의 선거관리자들은 “투표용지가 도착했을 때 용지의 서명과 등록 유권자 대장의 서명을 대조하였으며, 그 뒤에는 봉투와 투표용지를 분리하였다”면서 “다시 대조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누가 누구를 찍었는지를 알려고 하는 시도는 비밀투표의 원칙을 위배한다”고 반박했다. 트럼프 측이 제시한 동영상도 전체를 살펴보았더니 의문점이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했다.

 트럼프는 이런 주지사를 ‘머저리’라고 욕하면서 트위터를 통하여 연일 공격하고 있지만 지사 또한 법에 묶인 몸이라 어쩔 수가 없는 것이다. 트럼프 지지자들이 이 주에서 제기한 선거관련 소송은 증거 부족으로 모조리 기각, 또는 패소하고 있다. 지지자들은 개표종사자가 참관인이 떠난 이후에도 개표를 하는 장면을 담은 동영상을 올려 “이게 부정선거의 증거다”고 선동, 한국의 음모론자들도 환호하였지만 조지아주 선거관리인은 “동영상 전체를 보면 아무 문제가 없다. 참관인들이 집에 가도 감독자가 따로 있어 개표를 진행한다”는 것이다.

 법률전문가들은 트럼프가 조지아 주지사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 백악관 시설을 사용하였거나 대통령이란 직위를 앞세웠다면 정파적 행위를 금지한 법 위반이 될 수 있고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는 견해이다.

 12월5일 미국 캘리포니아주가 조 바이든의 승리를 공식인증, 선거인단 55표를 확정했다. 이로써 주 당국으로부터 공식인증을 받은 바이든의 표는 279로 당선 선인 270표를 넘겨 확정된 셈이었다. 12월14일엔 미국의 각주 선거인단이 투표하여 바이든 306표, 트럼프 232표를 확인했다. 이 투표 결과는 내년 1월6일 미국 의회(상하원)에 접수되어 공식 확정된다. 상하원은 합동회의를 통하여 확정절차를 밟는데 뒤집힐 가능성은 없다. 반대의견을 낼 순 있지만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하고 있는 데다가 상원 공화당 의원들 중에서도 트럼프의 선거 불복을 비판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날은 펜스 부통령이 상원의장 자격으로 상하원 합동회의의 확정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트럼프 편을 든 한국의 대표적인 음모론자는 공병호 씨. 그는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에 ‘조지아주 항복, 승부 결정나다’는 제목으로 켐프 주지사가 주무장관에게 서명 감사를 지시하여, 곧 대규모 부정이 발견될 것이라고 보도하였다. 주지사는 그런 명령을 할 권한이 없는데도, 단순히 촉구한 것을 명령이라고 왜곡했다. 이를 사실로 믿는 시청자들은 “그 소리 들으니 가슴이 후련하네요” “반가운 뉴스” “와~기쁜 소식입니다” “도미니언 조작으로 도미노처럼 무너지는 바이든”이란 댓글을 남겼다.

 
 트럼프 맹종파 바 법무장관도 양심선언
 
 연방수사기관도 중립을 지켰다. 윌리엄 바 미 법무장관은 트럼프 대통령 맹종파로 알려져 있다. 트럼프가 투표 전에 우편투표가 부정선거에 이용될 것이라고 근거 없이 주장하면 FBI 국장은 반박하는데 바는 거짓선동을 복창하다시피 했다. 그는 낙선한 트럼프가 선거부정을 수사하라고 하니 부하들에게 “의혹이 명백할 때 한하여 수사하라”고 지시하였다. 이에 선거부정 담당 책임자가 항의성 사표를 냈다. 그런 바 장관이 12월 초 AP 통신과 한 인터뷰에서 트럼프 측이 주장해온 대선 부정론을 전면적으로 부인했다. 그의 발언을 요약하면 이렇다.
 
 *연방 검사들과 FBI가 조사하였는데 선거결과를 바꿀 만한 부정은 찾지 못했다.
 *투개표 기계의 조작에 의한 부정도 발견하지 못했다.
 *트럼프 측 전 변호인 시드니 파웰이 주장한 투개표기의 프로그램 조작 의혹에 대하여도 국토안전부와 법무부가 들여다보았더니 그런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를 찾지 못했다.
 *특정인과 특정 사례에 대한 의혹 제기는 있었으나 조직적 부정에 대한 증거는 없었다.
 
 
 프랑켄슈타인 같은 음모론
 
 지난 11월 하순 미국 펜실베이니아에 있는 연방 항소 법원(Federal appeals court)은 트럼프 측에서 이 주의 바이든 승리 인증(認證)을 저지하려고 제기한 불복 소송을 단호하게 기각, 트럼프 진영과 한국의 음모론자들에게 또 한 번의 타격을 안겼다. 판결문은 트럼프 측을 직설적으로 나무라는 훈계문에 가까웠다.

 트럼프 측이 패소한 1심 판결에서 공화당원이기도 한 재판장(매튜 브란)은 트럼프 측 변호인의 주장을 ‘프랑켄슈타인 괴물처럼 짜깁기한 것’이라고 경멸했었다. 항소심 재판장도 ‘당선자는 변호사가 정하는 게 아니라 투표한 사람들이 정한다’면서 이들의 항소 이유를 ‘증거 없는 무익(無益)한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바이든은 이 주에서 8만 1000표 차로 승리하여 선거인단 20표를 이미 확보하였다. 이 재판부 세 명은 모두 트럼프 등 공화당 정부에 의하여 임명된 이들인데 3-0의 만장일치로 기각 판결을 했다.

 공병호, 신인균 등 한국의 음모론자들은 미국 법원과 법무부, 그리고 국토안전부 등 정부기관의 공식견해를 무시한다. 정확성에선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미국 주류언론도 믿지 않는다. 그 대신에 거짓선동을 일삼는 트럼프와 그 변호인들, 그리고 미국의 가짜뉴스 전문 유튜브나 사이트에서 온갖 음모론과 새빨간 거짓말들을 직수입, 유통시키면서 트럼프의 최종승리가 멀지 않았다고 억지를 부렸다.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BBC, CNN 같은 영미(英美)의 주류언론을 한 번이라도 읽어 보면 알 일인데 굳이 음모론자들의 쓰레기통을 뒤져 황당무계한 낭설을 찾아내 살을 붙여 혹세무민하였다.

 11월 하순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대법원은 판사 7명 전원일치로 트럼프 측의 공화당 주의회 의원들이 제기한 선거무효 및 인증취소 청구 소송에 패소판결을 내렸다. 공화당 주의원들은 250만 표에 이르는 우편투표가 위헌이라면서 이를 무효화시키고 바이든 승리를 인증한 주 정부의 조치를 번복, 주 의회가 선거인단을 선출하도록 해달라고 요청했으나 단호히 거부되었다.

 주 대법원 판결문은 다른 선고에서도 그러하였지만 트럼프 측의 주장을 비웃듯 하였다.
 “우편투표에서 단 한 표의 개표 부정이라도 있었다는 주장을 입증을 하지 못 했다”면서 이젠 똑같은 소송을 제기하지 말라고 명령했다. 원고들은 작년에 주(州)가 정한 우편투표 법이 위헌이라고 주장했지만 주 대법원은 한참 있다가 투표도, 시효도 끝난 뒤에 소(訴)를 제기한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트럼프 측은 연방 대법원에도 상고했으나 간단히 기각되었다.
 
 
 무례한 음모론자들
 
 12월 초 조지아주에서 열린 공화당 상원의원 후보 지지 군중대회에 참석한 이들은 거의가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하루에 코로나로 2000~3000명씩 죽어 나가는데도 그렇게 무모하였다. 트럼프는 두 후보 지지 연설은 뒷전이고 근거 없는 선거부정음모설을 쏟아내는 데 시간을 다 보냈다. 음모론자들의 공통된 특징은 트럼프처럼 무례한 점이다. 왜 그러할까?
 
 1. 음모론자들은 원래 교양이 부족하고 무식하다. 무식은 무례의 토양이다.
 2. 무식한데도 자신은 남이 모르는 비밀을 안다고 자신한다. 엉뚱하게도 선민의식이 생긴다.
 3. 자신만이 아는 진실로 해서 무식한 이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한다고 자위(自慰)한다. 순교의식이나 사명감까지 생긴다.
 4. 고립되면서 더욱 끼리끼리 뭉친다.
 5. 자연히 공격적으로 변한다.
 6. 광신(狂信)을 향해 갈수록 무모하고 무례해질 수밖에 없다.
 7. 우파로 위장한 음모론자들은 좌파와는 싸우지 않고 우파를 분열시키고 우파를 웃음거리로 만든다.
 8. 이런 음모론자들을 방치하면,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고 조직의 주도권을 장악, 멸망의 길로 인도한다.
 
 
 쓰레기통을 뒤지다
 
 한국에선 4·15 총선 음모론자들이 미국 대선 음모론자로 바뀐 경우가 많다. 그들은 총선에서 미래통합당이 이긴다고 예측하였다가 불발하니 ‘사전투표 부정으로 졌다’는 변명을 하기 시작하였다. 미국 대선 음모론자들 중에서도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가 이긴다고 공언하다가 빗나가니 ‘선거부정론’에서 피난처를 구하려 한 이들이 많았다. 약점을 덮기 위한 거짓말이다.

 한국과 미국 음모론자들은 어디서 그런 황당한 정보를 얻을까? 이들은 미국의 정상적 언론인, 그래서 트럼프에게 비판적인 CNN,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를 보지 않는다. 중립적인 BBC도 보지 않는다. 트럼프의 선전기관 역할을 했던 폭스 뉴스도 트럼프에게 비판적으로 변하자 배척한다. 그 대신 수많은 음모론 사이트나 유튜브를 믿는다. 뉴욕타임스 등이 트럼프에게 편파적이기도 하지만 이들 언론이 적어도 사실 보도에선 충실하다는 점을 간과한다.

 이들은, 미국 민주당도 한국 민주당처럼 좌파라고 착각한다. 민주당에 대한 무조건적 거부감은 복잡한 미국 정치판을 우리 식으로 보고, 미국 역사를 제대로 읽지 못한 탓인데, 고정관념에 한 번 포로가 되면 좀처럼 헤어나지 못한다.

 이들은 야당인 민주당이 어떻게 공화당 정권하에서 전국적인, 조직적인 부정선거를 저지를 수가 있는가에 대한 의문도 갖지 않는다. 확증편향이 되면 자신이 믿는 것과 다른 정보를 배척한다. 조지아주가 공화당 지사의 통치를 받고 있는데 여기서도 바이든을 당선시키기 위한 개표조작이 있었다고 믿는다.

 이들은 선거의 안전을 관리하는 미국 국토안전부도, 또 유럽안보협력기구에서 파견한 참관단이 공정한 선거였다고 결론을 내린 것도 무시한다. 이들은 ‘딥 스테이트(deep state)’를 음모론의 근거로 삼는다. 미국의 딥 스테이트가 굳이 있다면 이는 군대, 기업, 정통언론, 정통관료처럼 트럼프보다는 헌법과 국가에 충성하는 세력일 것이다.

 이들은 법정으로 가면 대법원을 공화당계가 장악하고 있으므로 이긴다고 착각한다. 미국 공무원들의 독립성을 과소평가한다. 공화당 당원이라도 트럼프의 부당한 명령까지 따르진 않는다. 우파가 사실을 무시하면 좌파보다 못한 존재가 된다. 우파가 거짓을 선택하여 좌파에 대한 도덕적 우월감을 상실하면 이길 수가 없고 이겨도 가치가 없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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