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선 부정선거 음모론의 아지트가 된 공병호TV는 지난 27일 깜짝 놀랄 만한 동영상을 연거푸 게시했다. 미국 부정선거에 대한항공이 연루되었다는 의혹을 제기한 영상이다. 제목이 이렇다.
- “대한항공 화물기, 미국 대선 투표지 운반? 왜, 하필 문제 많은 애리조나 마리코파와 네바다..”
- “라이언 하트위그 취재기, 전격 공개! 대한항공 화물기, 미국 대선투표지 운반 의혹”
- “대한항공 화물기 취재/ 대단한 것이 온다”
- “투표지 운반의혹, 라이언 하트위그 취재”
- “가짜 ‘대한항공’비행기/미국 대선 투표지 운반 의혹”
- “피닉스 공항에서 일어난 일...녹음파일, 전격 공개”
- “사실이다...피닉스 공항에서”
- “미국 대선 투표지, 대한항공이 실어 날랐다는 구체적 폭로”
미국의 가짜뉴스를 전문적으로 퍼 나르는 매체가 몇 있다. 그 중 ‘파이낸스 투데이’라는 인터넷 매체는 “미 부정선거 투표지 대한항공 전세기로 옮겼다! 폭로 나와, 미 정보부처 확인 중”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이 기사의 일부 내용을 소개하면 이렇다.
『미국의 부정선거 의혹의 불똥이 대한민국으로 튈 조짐이 보이고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대한민국 국적기인 대한항공이 미국 부정선거에 쓰인 것으로 보이는 투표용지를 운반한 정황이 폭로된 것.
26일 미국의 폭로 전문 매체인 ‘프로젝트 베리타스(Project Veritas)’에서 근무했던 정보요원인 라이언 하트위그(Ryan Hartwig)은 자신의 웹 사이트와 SNS등을 통해, 부정선거와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 투표지를 외국국적 비행기가 실어나르는 장면을 확인했다고 폭로했다.
그는 관련 사진과 동영상, 음성녹음 등을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일부 유출된 관련 정보가 SNS를 통해 확산되고 있다.
복수의 제보자에 따르면 이 불법적인 투표지를 실은 비행기는 대한항공 소속 HL8230으로 추정되며, 기체 내부의 승객용 의자를 뜯어내고 화물 수송을 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대한항공이 부정선거에 쓰인 것으로 추정되는 투표용지를 운반했다는 황당무계하고 혹세무민하는 이 기사를, 미래한국당의 공천관리위원장까지 했던 공병호 대표가 확대 재생산하는 데 앞장섰다. ‘의혹’이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전체적인 내용이나 제목을 보면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는 식이다.
해당 영상에 달린 댓글을 보면, 상당수가 ‘어마어마한 부정이 밝혀졌다’, ‘대한항공까지 연루되었구나’라면서 공 대표의 말을 전적으로 믿는 분위기다. 의혹이라는 ‘출구’를 열어놓고는, 의혹에 대한 인식이나 영상 제작방향, 시청자들의 반응 전체가 ‘대한항공이 트럼프를 낙선시키기 위해 부정 투표용지를 운반했다’는 결론을 향하고 있다.
이 의혹의 출처는 라이언 하트위그(Ryan Hartwig)라는 사람의 웹사이트다. 필자가 직접 그의 웹사이트에서 “Korean Air Part I”이라는 제목의 자료를 찾아 읽어보았다. 이 자료를 읽어보기만 해도 얼마나 허황되고 망상에 가까운 주장인지 쉽게 알 수 있다.
하트위그는 ‘대한항공이 투표용지를 운반하는 일’이 지난 11월 5~7일에 일어났다고 주장한다. 지난 미국 대선 투표일은 11월 3일이었다. 즉 대선 투표가 마감되고 개표도 거의 끝나갈 무렵에, 대한항공의 소형 제트기가 애리조나 주 피닉스의 한 공항에 착륙했다는 것이다.
하트위그는 ‘이 비행기에 부정선거를 위한 투표용지가 있다’는 제보를 받고 친구들을 데리고 그 공항으로 달려갔다고 한다. 그리고는 공항 울타리 철조망 바깥에서 그 비행기를 촬영했다. 비행기 안에 실린 내용물을 찍은 사진도 아니다. 단지 공항에 착륙해 있는 대한항공 비행기를 찍은 사진이 전부다. 그런데, 이것이 ‘가짜 투표용지를 운반하는 장면’이라는 루머로 둔갑해 돌고 돌아 한국까지 들어온 것이다.
그런데 공항에서의 목격담이 발생한 시점이 11월 7일이다. 즉 그들 주장대로라면 개표가 다 끝난 시점에 가짜 투표용지를 옮긴 셈이 된다. 한 마디로 개표가 한참 진행 중이거나 거의 끝난 시점에 바이든을 찍은 가짜 투표용지를 가져와 바꿔치기했다는 황당한 주장이다.
공병호 대표와 한국의 음모론자들은 미국에서 모든 대선 프로세스가 끝나고 12월 14일 선거인단이 모여 바이든 306, 트럼프 232로 바이든의 승리를 확정시킨 이후에도 계속 ‘트럼프가 부정선거로 졌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그런데 그들이 기대고 있는 정보의 소스는 미국의 ‘음모론’ 전문 매체들에서 골라낸 정보들이다.
공 대표가 애용하는 정보 중 대표적인 것은 미국에서도 ‘거짓말 전문 변호사’로 통하는 시드니 파웰 변호사의 주장이다. 파웰은 트럼프 측 변호사로 끊임없이 거짓말을 반복했는데, 대표적으로 투개표기 제조사인 ‘도미니언 보팅 시스템’社가 소프트웨어를 조작해 ‘트럼프 표를 바이든 표로 옮겼다’는 거짓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공병호TV는 이런 美 음모론자들의 황당무계한 주장을 검증도 없이 그대로 가져와 퍼뜨려왔다.
그런데 공병호 대표 등 한국의 음모론자들이 주의할 일이 있다. 참다못한 도미니언 보팅 시스템이 소송을 선언한 것이다. 트럼프 개인에 대해서도 소송을 준비하고 있고, 트럼프 측 선거사무소, 시드니 파웰, 루디 줄리아니, 또 가짜 뉴스를 전파한 폭스뉴스, 뉴스맥스, 원어메리카 네트워크 등의 매체에 대해서도 소송을 선언했다. 진짜 불똥이 한국으로도 튀어 가짜 뉴스를 확산시켰던 국내 유튜버가 소송 대상이 될 수도 있다. 미국에서는 벌써 시드니 파웰 등 거짓 방송을 했던 사람들이 해명을 하거나, 관련 내용을 삭제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라이언 하트위그의 자료에 등장하는 인물 중 어느 누구도 투표용지를 봤다는 사람은 나오지 않는다. 그런데도 국내 유튜버들은 이런 정보를 바탕으로 ‘대한항공, 미국 대선 투표용지 운반 의혹’ 주장을 펼쳤다. 이것은 올 한 해 코로나 사태로 그야말로 날개가 부러진 상태의 고군분투를 해온 기업 등에 비수를 꽂는 행위다. 그것도 경제 전문가를 자처하는 자가 이런 일을 한다. 조금만 살펴보면 얼마나 황당무계한 주장인지 충분히 알 수 있는데도 이런 가짜뉴스를 반복하는 건 구독자 숫자를 늘리기 위함인가. 시청자들이 불쌍하다. 시청자들은 이런 뉴스에 흥분하며 ‘트럼프가 살 길을 찾았다. 대한항공까지 이렇게 썩었다.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것은 피해자가 있는 코미디다. 음모론자들의 주장을 믿는 사람들의 사고는 어떤 식으로 돌아갈까. 결국 ‘바이든은 나쁜 사람이다. 미국의 대통령으로 인정할 수 없다’가 되어 反美(반미)로 돌아서는 것 아닌가.
거짓말에 속는 것도 여러 질적 차이가 있는데, 음모론에 속는 사람들은 대체로 빠져나오기가 힘들다.
라이언 하트위그의 취재기를 좀 더 살펴보자. 하트위그는 피닉스 공항에 대한항공기가 서 있고, 물건을 실고 내리는 장면을 쭉 관찰 하다가, 11월 7일 밤 10시47분 경찰에 신고를 하게 된다. 이들은 긴급전화가 아닌 일반 전화로 신고를 했는데 약 13분 뒤인 11시에 경찰차 3대가 현장에 도착했다. 하트위그는 신고경위와 자신들이 목격한 내용을 경찰에게 진술한다. 그런데 하트위그는 “(진술을 들은) 경찰이 자신들을 조롱하면서 ‘당신들은 가짜 부정선거론 때문에 여기 와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고 썼다. 경찰들이 부정선거 음모론자로 파악하고 사건을 일소에 붙였다는 것이다.
또 하트위그 외에 다른 사람도 경찰에 신고를 했는데, 신고 당시 자신을 국토안전부 요원이라고 말했다가, 되려 ‘관명사칭’으로 경찰의 의심을 받는다. 이 문제로 하트위그와 동행했던 사람 중 한 사람은 현장에서 경찰에 억류돼 있기도 했다. 그러면서 경찰은 ‘이 신고내용은 가짜’라로 결론짓고 현장에서 11시 45분 떠났다. 즉, 경찰은 애리조나州에서 흔히 발생하는 트럼프측 선거 음모론자들의 해프닝 정도로 끝낸 것이다.
공병호 대표는 하트위그의 취재기 중 왜 이 부분은 주목하지 않은 것일까. 보지 못한 것인가. 보고도 못 본 척한 것인가. 애리조나州 경찰이 현장에서 위와 같이 판단했다면,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봐야 할 것 아닌가. 이것을 알면서도 대한항공에 비수를 꽂았나.
황당무계, 혹세무민, 기상천외! ‘대한항공 미국 대선 개입 음모론’
- 조샛별(조갑제닷컴)
- ▶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 2020-12-31, 10: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