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인근서 바라본 1월 6일의 대참사

60대 백인 택시기사 “왜 공화당원은 시위하면 안 된다는 거냐?”

미국 상하원이 모여 선거인단 결과를 확정한 1월 6일. 트럼프 지지자들이 의회를 급습, 점령했다. 합동회의는 중단되고 의회가 봉쇄되는 상황에 빠졌다. 미국 언론들은 신성한 미국의 의회가 이렇게 점령당한 마지막 사례는 1814년 영국군이 이를 불태웠던 날이라고 전하고 있다.
 
나는 이날 워싱턴 DC 인근인 버지니아에 있었다. 워싱턴 시장(市長)이 오후 6시부로 통금을 시행한다고 했다. 시내에서 근무하는 지인들은 조기 퇴근하라는 연락을 받았다고 한다. 지역 방송에서는 워싱턴이 위험하니 시내에 들어가지 말라는 자막을 내보내고 있었다.
 
이날 오후 7시경. 버지니아에서 택시를 탔다. 택시 기사는 60대 정도로 보이는 백인 남성이었다. 자연스럽게 이날 시내에서 벌어진 일이 대화 주제로 떠올랐다. 우선 그가 혼잣말로 “DC는 그렇게 난리인데 여기 사람들은 평소같이 밥도 먹고 술도 먹으러 나오는 것 같다”고 했다. 나는 “미국에서 사신 동안 오늘 같은 일을 보신 적이 있나요”라고 물었다. 그는 “무슨 일”이라며 차갑게 되물었다. “진짜 미친 것 같던데요?”라고 안 물어보길 천만다행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공화당은 열 받으면 안 되냐”라고 했다. 그는 “시위는 좌파의 전유물인가?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M)’니 ‘안티파’니 이런 애들은 매번 시위로 난장판을 만들어놓는데 왜 공화당은 그렇게 하면 안 되냐”라고 했다. 나는 “그렇네요”라고 답하고 목적지까지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의회가 시위대에 점령당한 오후 3~4시경 폭스뉴스를 보고 있었다. 현장에 있던 한 기자가 시위대들과 인터뷰를 했다. 이 기자는 “폭력을 사용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했다. 인터뷰 중이던 시민은 “우리가 언제 폭력을 사용했느냐”고 했다. 기자가 “의회에 불법 침입하지 않았느냐”고 했다. 이 시민은 “말 조심해라, 불법 침입이 무슨 말이냐. 의회는 국민의 집이다. 우리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민의 집에 우리가 들어간 것이 왜 불법 침입이냐”고 했다. 이 기자는 대화를 이어갈 수 없다고 판단했는지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다른 쪽으로 걸어갔다. 그러자 인터뷰에 응했던 시민과 그의 동료들 몇 명이 이 기자를 계속 쫓아오며 ‘Fake News’라고 외쳤다. 폭스뉴스 기자가 이 정도 취급을 받았으면 CNN이나 다른 기자들은 어땠을지 안 봐도 비디오일 것이다.
 
내가 며칠 전 만난 70대의 백인 남성도 바이든을 대통령 당선인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었다. 그는 “바이든이 역사상 가장 많은 표를 받았다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느냐”고 했다. “그 사람 말하고 걷는 거, 행동하는 모습을 한 번 봐라. 그렇게 나이 들고 병든 사람을 미국인들이 가장 많은 표로 당선시켰다고? 말도 안 된다”고 했다. 그는 언론에서 흔히 트럼프의 핵심 지지층으로 분류하는 “교육을 덜 받은 백인 저소득층”이 아니라 엄청난 연봉을 받는 컨설턴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대니얼 헤닝거 부편집위원의 7일자 칼럼 제목은 “트럼프의 트럼프스러운 마지막 나날들(Trump’s Trumpian Final Days)”이었다. 트럼프스러움의 끝을 보여준 2021년 1월 6일은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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