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부동산 안정화 실패 원인을 저금리와 세대수 급증 탓으로 돌렸다. 문 대통령은 18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부동산 안정화에는 성공하지 못했다”고 인정하면서도, 이는 저금리에 따른 풍부한 유동성, 예상치 못한 세대수 급증에 따른 초과 수요가 집값을 올렸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번 정부에선 과거 정부에 비해 보다 많이 주택 공급을 늘렸기 때문에 부동산 투기를 잘 차단하면 충분한 공급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면서 “부동산 투기(억제)에 역점을 뒀지만 결국 부동산 안정화에는 성공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부동산만큼은 자신있다", "투기와의 전쟁에서 결코 지지 않겠다"는 지난 발언과 비교하면 상당한 입장 변화다. 그러나 이내 그 원인을 외부 요인 탓으로 돌렸다.
문 대통령은 "근래 그 연유를 생각해보니 한편으로는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시중 유동성이 매우 풍부해지고 또 저금리에 따라 부동산시장으로 자금이 몰리게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무려 61만 세대가 늘어났는데, 전년에 비해 18만 세대가 더 늘어난 것으로 유례가 없는 증가”라며 “세대수가 급증하면서, 우리가 예측했던 공급 물량보다 수요가 초과했고, 이것이 부동산 가격을 부추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원인과 결과를 거꾸로 말한 것"이며 정부의 정책 실패를 회피하려는 '면피성 발언'이라고 지적한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이례적인 세대 수 증가를 자극했다는 분석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주민등록상 세대 수 증가는 2016년 28만, 2017년 34만, 2018년 41만, 2019년 44만, 2020년 61만 가구로 집계됐다. 대통령 언급대로 지난 한 해 61만 가구가 늘어난 것은 이례적 급증이다. 30만~40만 세대 수준인 평년 증가량을 크게 웃도는 역대 최대 수준이며 연간 증가폭(17만 가구)도 전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급증한 수치다.
세대 수 증가의 주원인으로 통계청은 1인 세대의 증가를 꼽았다. 지난해 1인 세대는 전년보다 57만 4741세대(6.77%) 늘어난 906만 3362세대로 처음 900만 세대를 돌파했다. 전체 세대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인 세대가 39.2%로 가장 높았다.
전문가들은 미혼 인구가 늘어나 독립 가구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고, 고령층의 황혼이혼이나 사별 등으로 가구가 분화하는 것이 1인 세대 증가의 요인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부동산 전문가들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세대 분리를 부추긴 측면이 있다고 지적한다. 1가구 1주택을 우대하는 방향으로 부동산 관련 정책이 강화됐기 때문에 세대 분리를 하는 게 절세와 주택 청약 등에 유리해진 것이다.
부모가 1주택 상태에서 같은 세대인 자녀 명의로 주택을 사면 2주택으로 취득세율이 8%가 적용되지만, 세대 분리한 20대 자녀가 주택을 구입하면 기본 취득세율인 1∼3%가 적용된다. 또 부동산 규제지역에서는 세대주에게만 1순위 청약 자격을 주기 때문에 세대 분리하는 게 청약에도 유리하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대한부동산학회장)는 "1∼2인 가구로의 분화가 사회적인 트렌드이긴 하지만, 근본적인 이유 중 하나는 정부의 규제 정책 때문"이라며 "이번 정부가 1가구 1주택 우대 정책을 펴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지금은 세대를 분리해야 세금 중과를 피할 수 있고, 청약 당첨 가능성도 훨씬 높아진다. 일반인들은 이런 정부 정책에 따라 세대 분리를 하는 걸로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정부 부동산정책 실패로 세대 분리, 주택 증여 등이 늘면서 세대 수가 급증한 것"이라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임대차 3법 등으로 부동산 시장을 뒤흔들면서 과수요를 부추긴 측면이 있다"며 "청약을 위한 세대 분리, 주택 증여 증가 등이 세대 수 급증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7월부터 집값이 크게 올랐는데 7월부터 저금리 기조가 되고 가구 수가 폭증한 것이냐"고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공급 대책을 강조했다. 기존의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는 기조를 유지하면서 공급 부문에선 ‘특단의 대책’을 내놓겠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공공부문의 참여를 늘려 공공재개발과 역세권 개발, 신규택지의 과감한 개발을 통해 시장이 예상하는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으로 주택 물량을 늘리겠다"고 제시했다.
그러나 부동산 전문가들은 여전히 부동산 시장이 빠르게 안정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공급 대책들이 실제 공급으로 이어지기까지 너무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단기 대책이 빠져 있다는 것이다. 또 세제 완화 등 규제 완화 없이는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양도소득세를 낮춰 당장의 입주 물량을 늘려야 한다"면서 "중장기 주택 공급대책만 내놓으면 시장 안정화까지 4~5년 걸린다"고 강조했다. 이어 "불안한 시장을 잠재우기 위해선 다주택자가 집을 매도할 수 있도록 열어줘야 하는데 그 내용은 빠진 채 규제는 지속한다고 한 만큼 부동산 시장 안정에 도움을 주긴 힘들다"고 지적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임대인에 대한 규제 완화 및 유인책 없이는 단기 주택 공급은 어렵다"면서 "이를 하지 않고 전셋값이라도 안정화하려면 전세 전환 시 집주인의 보유세를 줄여주는 등의 혜택으로 전세 공급을 늘리는 것뿐"이라고 했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 정책이 세대수 급증 불렀다"
- 조샛별(조갑제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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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01-19, 08:4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