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에 이어 인권위도 박원순 성추행 인정

"박 전 시장이 늦은 밤 피해자에게 부적절한 메시지와 사진, 이모티콘을 보내고 집무실에서 네일아트한 손톱과 손을 만졌다는 피해자 주장이 인정된다"
법원에 이어, 국가인권위원회도 박원순 전 시장의 성추행을 사실로 인정했다. 인권위는 25일 박 전 시장의 행위가 “9년 동안 서울시장으로 재임한 유력 정치인과 하위 직급 공무원 사이의 권력관계 속에서 발생한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결론 내렸다.

인권위는 ‘성추행’ 대신 ‘성희롱’이라고 명시했는데, 국가인권위원회법(2조 3호 라목)이 규정하는 '성희롱'의 개념을 사용했다는 입장이다. 해당 조문은 '성희롱'을 "업무, 고용, 그 밖의 관계에서 공공기관 종사자,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그 직위를 이용하거나 업무 등과 관련해 성적 언동으로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거나 성적 언동 또는 그 밖의 요구 등에 따르지 않는다는 이유로 고용상의 불이익을 주는 것"이라고 규정한다.

인권위 관계자는 "인권위법상 '성희롱'은 성추행 등이 포함된 개념으로 성추행도 인정됐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권위는 25일 전원위에서 "박 전 시장이 늦은 밤 피해자에게 부적절한 메시지와 사진, 이모티콘을 보내고 집무실에서 네일아트한 손톱과 손을 만졌다는 피해자 주장이 인정된다"며 "이는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성적 언동으로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인권위는 또 Δ피해자의 휴대전화 디지털 포렌식 등 증거자료 Δ행위 발생 당시 피해자에게서 들었거나 메시지를 직접 봤다는 참고인들 진술 Δ피해자 진술의 구체성과 일관성을 고려해 해당 사실을 인정했다고 부연했다.

인권위는 "성희롱의 인정 여부는 성적 언동의 수위나 빈도가 아니라 공적 영역에서의 업무관련성 및 성적 언동이 있었는지 여부가 관건"이라며 "이번 사건은 위 인정사실만으로도 성희롱으로 판단하기에 충분하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다만 피해자가 박 전 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사실이 유출된 경위에 대해서는 “경찰, 검찰, 청와대 등 관계기관이 수사 중이거나 보안 등을 이유로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며 “피소 사실이 박 전 시장에게 전달된 경위를 확인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서울시 비서실의 운용 관행에 대해서는 “샤워 전후 속옷 관리 업무 등 사적 영역에 대한 노무까지 수행하는 등 잘못된 성인식이 반영된 결과”라고 봤다.

비서실 직원들이 피해자에 대한 성희롱을 묵인 방조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다소 유보적인 입장을 내놨다. 인권위는 “전 비서실 직원들이 박 전 시장의 성희롱 행위를 알고도 침묵하는 등 박 전 시장의 성희롱을 인지했다는 정황은 파악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다만 “지자체장을 보좌하는 비서실이 성희롱의 속성 및 위계 구조 등에 대해 인식하지 못하고 박 전 시장과 피해자의 관계를 친밀하다고만 바라본 낮은 성인지 감수성이 문제”라고 적시했다.

인권위는 지난해 4월 피해자가 또 다른 서울시 비서실 직원에게 성폭행 당한 사건도 언급하며 “해당 사건을 최초로 인지한 부서장이 사건 담당부서에 관련 내용을 통보하고 서울시 파견경찰은 피고소인의 요청으로 지인에게 피해자와의 합의 및 중재를 요청하는 등 2차 피해가 있었다”고 봤다.

이 사건에 대해 법원은 지난 14일 준강간치상 혐의로 기소된 가해자에게 징역형을 선고하면서 “박 전 시장의 성추행으로 (피해자가)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고 밝혀 사실상 박 전 시장의 성추행을 인정하기도 했다. 또한 경찰은 지난 21일부터 박 전 시장의 성추행 혐의 피소 사실을 유출한 의혹을 받는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과 김영순 전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를 수사 중이다.

피해자 측은 인권위 조사 결과 발표일 오전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의 마지막 희망은 인권위의 직권조사 결과 발표”라며 “누군가를 처벌하기 위한 사실 확인이 아닌, 누군가의 삶을 살리기 위한 사실 확인을 통해 우리 사회의 혼란을 잠재워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호소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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