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가 2019년 12월 감사원의 월성 원전(原電) 1호기 감사 직전 삭제한 파일 530개 중 ‘북한 원전 건설 추진’ 보고서 10여 건이 포함됐다고 조선일보가 보도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북한 원전 관련 문건은 모두 2018년 5월 초·중순 작성된 것으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1차 남북 정상회담(4월27일) 직후이자, 2차 남북 정상회담(5월26일) 직전이었다고 한다. 현 정부는 국내에서 ‘탈(脫)원전 정책’을 밀어붙이며 “새 원전 건설은 없다”고 했으나, 북한에는 원전을 새로 건설해주는 방안을 비밀리에 검토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신규 원전 건설은 없고 노후 원전의 수명 연장도 없다”는 탈원전 공약을 여러 차례 밝혔었다.
산업부 관계자는 “통일 등을 염두에 둔 장기 관점에서 미리 검토한 보고서일 수 있다”고 했다고 했지만 전직 경제 부처 고위 관계자는 “현 정부의 1·2차 남북 정상회담 사이에 산업부가 북한 지역 원전 건설 관련 보고서를 집중적으로 만들고, 북한 경수로 지원 사업 경험이 있는 전문가들까지 물색했다면 단순한 장기 전망 보고서로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조선일보가 입수한 검찰 공소장의 530개 삭제 파일 목록에는 2018년 5월2일자 ‘에너지 분야 남북경협 전문가_원자력.hwp’ 파일, 같은 해 5월14일, 5월15일자 ‘북한지역 원전건설 추진방안.hwp’이 포함돼 있었다고 한다.
검찰이 복원한 삭제 파일들은 모두 '60 pohjois'라는 폴더 아래 있었는데 pohjois는 핀란드어로 ‘북쪽’이란 뜻으로 북한을 ‘Pohjois-Korea’라고 표기한다. 해당 폴더에는 ‘북원추(북한 원전건설 추진방안)’라는 하위 폴더도 있었다고 한다.
폴더엔 ‘북한 전력산업 현황 및 독일 통합사례.pdf’ ‘북한 전력 인프라 구축을 위한 단계적 협력 과제.PDF’와 같은 연구보고서와 ‘에너지 분야 남북경협 전문가_원자력.hwp’ ‘KEDO 관련 업무경험자 명단.XLSX’ 등의 파일도 있었다. KEDO는 한국과 미국·일본이 1995년 설립한 기구로,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는 조건으로 북한에 전력 공급용 경수로 2기를 제공하는 사업을 추진한 기구다. 조선일보는 이 보고서들이 우리 정부가 2018년 5월 당시 북한 전력 지원 차원에서 북한에 원전을 지어주는 방안을 또다시 검토했음을 보여주는 문건이라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이 같은 내용을 작년 11월 보도했었는데, 2018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청와대 국정기획실장이었던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소설같은 이야기" "남북 정상회담 어느 순간에도 원전의 '원'자는 없었다"고 반박했었다.
감사원은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관련 감사를 진행 중이던 2019년 12월2일 산업부 원전 담당자들의 PC를 압수해 그 안에 저장된 문서 파일 444건이 삭제된 것을 확인했다. 감사원은 이 중 324건을 복원해 이 중에서 2018년 5월 초·중순에 작성한 북한 원전 건설 추진 관련 보고서를 10여 건 발견했다고 한다. 감사원은 이 보고서 10여 건을 포함, 산업부가 삭제한 내부 문건 목록 444건을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에 최근 송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