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신호에서 핵확산 문제를 특집으로 다뤘다. 메인 기사의 제목은 “다음은 누구인가? 핵확산은 빠르지는 않지만 무서운 상황이다(Who’s next? – Nuclear proliferation is not fast, but it is frightening)”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우선 한국과 일본을 비롯한 東北아시아 지역이 가장 가열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북한의 핵무기 및 미사일 역량 강화에 따른 것이다. 이 기사는 한국과 일본은 과거에는 미국의 핵우산 아래서 어느 정도의 안정감을 느끼며 지냈지만 북한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을 만든 이상 미국이 적극적으로 개입할 것이라는 신뢰가 떨어졌다고 했다. 또한 인도의 사례를 들며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국가가 NPT틀 탈퇴한다고 해서 경제적 보복을 가하는 것 역시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을 직접 언급했다.
이코노미스트는 핵무장을 하려는 국가들은 두 부류라고 했다. 능력은 있지만 그렇게 하고 싶다는 의욕이 크지 않은 국가와 능력은 없지만 의욕이 큰 국가다. 전문가들을 인용, 한국과 일본은 전자(前者)이며 2년이면 핵개발이 가능하다고 했다. 후자(後者)는 이란의 핵프로그램에 반발, 핵무장을 검토하는 사우디아라비아와 같은 국가라고 했다. 북한 등에도 핵기술을 넘겼던 파키스탄이 사우디에 무기를 전달할 가능성도 제기된다고 했다.
이코노미스트의 관련 기사를 일부 번역해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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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3년 3월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핵실험을 금지하는 협상에 실패한 것을 애통해 했다. 그는 “우리가 성공하지 못한다면 1970년이 되면 핵무장 국가의 수가 현재의 4곳에서 10곳으로 늘어나고 1975년이 되면 15곳이나 20곳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케네디는 틀렸다. 195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많은 국가들이 핵무장을 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실제로 핵무기 개발에 나선 국가들 수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핵무장을 멈춘 국가들의 이유도 다양하다. 어떤 국가들은 국가가 분리, 해체돼 핵무장을 포기했고(유고슬라비아), 어떤 국가는 국내 정치 이유로(브라질), 어떤 국가들은 동맹의 압박 때문에(한국), 어떤 국가들은 무력에 의해 강제적으로 포기하게 됐다(이라크).
현재 비확산조약(NPT)에 가입한 국가는 185개국이다. 이 조약은 미국, 영국, 중국, 프랑스, 러시아 5곳을 핵무장국가로 인정한다. 현재 핵을 가진 나라 중 4곳은 아예 이 조약에 서명하지 않았거나(인도, 이스라엘, 파키스탄) 가입한 후에 탈퇴했다(북한). 핵무장국가가 9개로 늘어났다는 것은 케네디의 악몽에는 미치지 못한다.
(중략)
강대국들의 힘은 더욱더 강해지고 있고 이에 따라 일부 국가들은 자체적 규정을 바꿔야 한다는 인식을 갖게 됐다. 또한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의 대통령을 맡았던 상황에서 여러 나라들이 미국의 역할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 이로 인해 핵확산에 대한 관심이 늘어났을 수 있다. 핵확산 속도가 감소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것이 한 번도 멈추지 않았다는 점이다. 확산은 또 다른 확산을 낳는다. 속도와는 상관이 없는 것이다. 이란의 핵프로그램은 사우디아라비아를 겁먹게 하고 있다. 북한의 핵무력 역시 한국과 일본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고 있다.
당연한 이유지만 일본은 핵무기에 대한 위험성을 계속 강조해왔다. 일본은 핵무장국가가 아닌 나라 중에는 유일하게 우라늄 농축과 사용 후 연료를 통한 플루토늄 재처리를 할 수 있는 시설을 보유하고 있는 곳이다. 두 가지 방법을 통해 핵폭탄에 필요한 핵물질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북한은 2017년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미사일을 발사, 태평양에 떨어뜨리기도 했다.
이런 경험들은 사람들의 관점을 바꾼다.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의 리처드 새뮤얼스 정치학 교수는 일본은 과거 아주 조용하게만 핵무기 문제를 논의해왔다고 했다. 또한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극소수의 보수주의자들에 국한됐다고 했다. 그러나 현재 그는 “금기시되던 문제가 일본의 안보 관련 논쟁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일본의 핵무장 주장은 거의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다. 美 국무부에서 비확산 문제를 담당했던 마크 피츠패트릭 부차관보는 일본의 과학자들은 핵무기를 생산하라는 명령이 떨어졌을 때에만 그렇게 할 것이라고 했다. 이는 일본의 안보 상황이 심각하게 악화됐을 때에나 일어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가 의미한 안보 상황 악화는 색달랐다. 그는 “일본의 정책 입안자들의 성향을 고려해보면 가장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는 한국이 핵무장에 나서거나 한국이 통일을 해 북한의 핵무기를 계속 보유하게 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한국은 우라늄 농축이나 재처리 기술이 없다. 핵개발을 하는 데 있어 일본보다 훨씬 뒤처진다는 뜻이다. 하지만 한국은 북한과 더 가깝고 북핵에 대한 우려가 더 크다. 카네기 재단의 토비 달턴은 “(한국의) 정치인들은 공개적으로 핵무기를 논의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는 인식을 지우고 이를 정상적인 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은 핵추진 잠수함을 개발하고 있다. 이는 기존 원자력 시설에서 사용되는 연료보다 무기화하는 데 더 용이하다. 한국은 1월 13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의 지상 사출(발사) 시험을 끝내고 올해 수중 발사 시험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지 않는 나라 중 어떤 곳도 이런 역량을 보유하려 한 적이 없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대다수의 한국인들이 자체적 핵개발이나 냉전시대 때 배치됐던 미국의 핵무기를 재배치하는 것을 지지한다. 하지만 미국은 억제력을 확대하는데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이 한반도에서 핵무기를 사용하는 것은 언제나 어려운 결정을 필요로 했다. 하지만 과거의 경우에는 핵무기를 사용함에 따라 미국인 수백만 명을 최전선에 내몰게 되는 것은 아니었다. 북한은 북미(北美) 지역에 도달하는 미사일 역량을 갖춘 것으로 보인다. 평양을 공격하는 것은 뉴욕을 위험에 빠뜨리게 한다. 이런 부분에서의 전략적 계산은 매우 민감하다. 한국과 일본은 이를 잘 알고 있다.
대만도 비슷한 우려를 갖고 있다. 중국은 전세계의 절반을 타격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 대만에 끔찍한 상황이 발생했을 시 미국이 지원을 하러 오는 것을 꺼려하게 될 수 있는 문제다. 대만은 1998년 정도까지 핵무장을 검토한 바 있다. 이를 다시 추진한다는 것은 과거보다 훨씬 더 강력해진 중국이 선제공격에 나서거나 실제 침공에 나서는 상황을 만들 수도 있다.
조 바이든은 커지는 북한의 핵무력과 이에 따른 영향을 어떻게 해결하겠다는 방안을 아직 내놓지 않았다. 그는 핵확산이 일어나는 상황을 최대한 피할 것이다. 미국은 약속을 제공하거나 협박을 하는 방식을 통해 동맹국들의 핵 야욕을 견제해왔다. 한국인들이 핵무장에 갖고 있는 생각은 미국의 본심을 파악하고 국제사회의 불만에 따른 경제적 여파를 고려하게 되면 바뀔 수 있다.
하지만 북한은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이 북한의 핵무력 증강을 막기 위해 북한의 현재 핵무력을 정당화하는 어떤 합의가 일어난다면 어떻게 될까? 한국은 핵무장 옵션을 유지는 해야 한다는 생각을 더더욱 하게 될 것이다. 북한이 미사일 실험을 재개하는 것 역시 이런 상황을 만들 것이다. 미들버리 국제학연구소의 제프리 루이스와 데이비드 슈머러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북한이 신형 SLMB 미사일 발사 실험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피츠패트릭 전 부차관보는 북한의 핵무력 증강에 따른 공포와 “일본과 한국, 대만이 모두 아마 2년 이내에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동아시아가 매우 위험하다”고 했다. 그는 일본의 경우는 이보다 더 빨리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카네기 재단의 조지 퍼코비치는 잠재적 핵확산 국가들을 두 부류로 나눴다. 역량은 충분하지만 의욕이 없는 국가와 의욕은 크지만 역량이 없는 국가다. 앞서 언급한 동아시아 국가들은 모두 첫 번째에 해당된다. 두 번째 부류는 중동에 있다.
미국의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최근 보고서는 “개인주의적 독재 지도자일수록 핵무기를 갖고 싶어하는 마음이 크다”며 “이들이 권력을 갖고 있으면 계획을 추진하는 것 역시 다른 때보다 수월하다”고 했다. CSIS는 터키의 독재자 같은 대통령인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의 최근 동향에 주목했다. 그는 2019년 9월 그가 이끄는 집권 여당 의원들에게 “일부 국가들은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미사일을 갖고 있는데 우리는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한다. 나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터키 소재 싱크탱크인 EDAM 대표인 전직 외교관 시난 울겐은 에르도안이 이런 생각을 행동에 옮기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그는 “대중들은 핵무기를 갖는 것을 처음에는 좋아할 수 있으나 시장이 개방된 터키가 치러야 할 대가는 너무 크고 장기적일 것이다”라고 했다. 그는 “민주주의적 선거가 치러지는 한 이런 상황에서 정권을 유지할 수는 없다”고 했다.
모든 지도자들이 이런 제약에 따라 어려운 상황을 겪는 것은 아니다. 텍사스 A&;;;M 대학의 그레고리 고스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는 핵확산을 하는 방안을 공개적으로 논의하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했다. 이는 당연히 이란의 핵프로그램 때문이다. 2015년 체결된 이란 핵합의(JCPOA)에 참여한 국가는 이란과, NPT가 인정한 5개의 핵무장국가, 독일, 유럽연합(EU)이다. 이란이 우라늄 비축량과 농축 역량을 줄이는 것에 합의했다. 또한 이란의 핵프로그램에 대해 IAEA가 주기적 사찰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른 대가로 일부 제재를 완화해주기로 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미국은 이란 핵합의를 파기하겠다고 했다. 이란은 1월 4일 우라늄을 20% 순도 수준으로 농축하기 시작했다. 이는 무기화에 필요한 90% 수준의 단계다.
바이든은 JCPOA에 다시 들어가겠다고 했다. 이란은 이에 따라 약속을 다시 지켜야 된다고 했다. 이스라엘과 이란의 아랍 라이벌 국가들은 JCPOA가 부활하는 것을 반대한다. 이들은 처음부터 이 합의에 동의하지 않았다. 이들은 이 합의가 이란의 핵 기반시설을 정당화한다고 본다. 또한 이를 일시적으로 제한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2018년 모하메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미국 CBS 방송에 “사우디 왕국은 어떤 핵무기도 갖고 싶지 않지만 이란이 이를 개발하면 우리도 당연히 최대한 빨리 그렇게 할 것”이라고 했다. 피츠패트릭 전 부차관보는 “사우디가 전세계의 핵확산 우려 대상 1위다”라고 했다.
사우디는 16개의 원전 시설 건설 계획을 밝혔다. 그렇기는 하지만 사우디의 원자력 기술은 일본이나 한국보다 훨씬 뒤처진다. 그렇다고 해서 이 국가의 핵 야욕이 좌절되는 것은 아니다. 과거 서방세계의 당국자들은 파키스탄이 사우디에 완성된 핵무기나 노하우를 전달할 가능성을 우려했다. 사우디는 1980년대와 1990년대 파키스탄의 핵개발 프로그램에 자금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략, 사우디가 중국 등으로부터 원자력 기술을 수입, 여러 기술을 혼합해 나갈 가능성 소개.)
토마스 컨트리맨 전 美 국무부 비확산 담당 차관보는 “누군가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역량은 사담 후세인이 무기를 만들려 하던 시절보다 훨씬 더 중요해졌다”고 했다.
(중략, 국제사회 및 민간의 감시 역량 소개)
이런 방법들로 비밀리에 핵개발을 하는 것을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공개적으로 핵무기를 개발하는 것은 어떨까? 특정 국가가 NPT를 탈퇴한다고 발표하면 이는 큰 혼란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하지만 중량감이 있는 국가인 인도의 사례를 보면 이런 난관 역시 헤쳐나갈 수 있다. 비엔나의 군축 및 비확산 센터의 가우카 무카트자노바는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국가들은 NPT에서 탈퇴하고 난 후에도 다시 국제사회 체계에 들어올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수 있다”고 했다. 핵을 만들려는 한국을 다시 NPT 체제 안으로 들어오도록 하기 위해 세계경제에서 쫓아내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일 것이다.
(하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