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권의 추악한 反헌법적 인식

김정은의 심기경호!
<탈북어부 강제북송 문제 답변에서 헌법 무시, 인도주의 외면, 국내법 몰이해를 보여준 정의용 후보자, 우리 외교가 걱정이다>

지난 2월5일 실시된 정의용 외교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귀를 의심케 하는 발언들이 쏟아졌다. 2019년 11월 발생한 탈북어부 2명의 강제북송 사건 관련이다.

당시 문재인 정부는 탈북어부들의 귀순 의사를 무시한 채 눈을 가리고 팔을 묶어 강제추방했다. 그러한 사실은, 북송이 이루어진 현장인 JSA 대대장이 국가안보실 1차장에게 보낸 문자메시지가 한 언론사 카메라에 포착되면서 밝혀졌다. 문재인 정권의 반인권적, 반헌법적 강제북송 비밀작전이 폭로되는 순간이었다. 그때 정 후보자는 해당 사건을 총지휘한 국가안보실장이었다.

당시 문재인 정권은 이들이 흉악범죄를 저질렀기 때문에 북한으로 돌려보낸다고 했다. 이들이 자백했다고 하지만 물증은 없었고 재판도 하지 않았다. 헌법 27조에 보장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빼앗고 국가안보실이 검사, 판사가 되어 이틀만에 판결을 내리고 아무도 모르게 강제북송을 단행한 것이다. 자유의사에 반해서 북송시키는 것은 대한민국 정부의 일관된 정책을 뒤짚는 초유의 일인데 그 과정에서 대통령 주재 회의도, 하다못해 매주 열리는 관계장관회의(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도 없었다.

당시 많은 전문가들이 문재인 정권 결정의 내용과 방식을 도무지 이해하지 못했다.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는 헌법 3조에 따라 북한에 사는 동포들은 당연히 우리 국민이 되고 북한의 통제권만 벗어나면 우리 국민으로서의 권리와 의무를 향유하게 되는데 재판을 받아도 남에서 받아야지 왜 강제로 북송을 한 것인가. 전문가들의 의문이었다. 그 의문에 대한 답이, 아니 문 정권의 추악한 反헌법적 인식이 이번에 밝혀졌다.

청문회 답변에 나선 정의용 후보자는 탈북어부를 “처음부터 우리 국민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했다. 탈북자이긴 해도 흉악범죄를 저질렀기 때문에 우리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는 ‘올바른’ 선택을 했다고 강변했다. 한마디로 정 후보자의 주장은 틀렸다. 대한민국의 최고 법인 헌법을 어긴 일이고 국제사회의 최상위 가치인 인도주의 원칙을 저버린 것이다.

게다가 정 후보자는 탈북어부 강제북송의 법적 근거라면서 출입국관리법과 난민법 그리고 북한이탈주민법을 들었다. 그러나 출입국관리법과 난민법은 외국인에게 적용되는 법으로, 북한주민을 우리 국민으로 규정하고 있는 헌법 3조를 명백하게 위반했다. 북한이탈주민법(9조)도 마찬가지다. 이 법은 대한민국에 정착한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보호 및 지원을 규정한 법이다. 계속해서 범죄행위를 저지르는 경우 등 보호지원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는 기준도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탈북민을 나라 밖으로 추방하는 규정은 없다. 어느 나라도 자국민을 추방하는 법은 없고 또 말썽장이 외국인을 받아주는 나라도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 후보자는 말도 안되는 주장의 근거라면서 대법원 판례(2004도4044)를 제시하였다. 이 판례는 박지원 국정원장의 과거 불법대북송금판결에서 나온 것으로, 당시 대법원은 ‘북한 지역을 외국에 준하는 지역으로, 북한 주민을 외국인에 준하는 지위에 있는 자로 규정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는 박 피고인의 주장, ‘북한은 외국이 아니니 외국환거래법 위반이 아니다’라는 주장을 불인정하는 판단이지 북한주민을 외국인으로 인정한다는 의미가 전혀 아니다. 오히려 해당 판결문은 ‘헌법상으로는 북한 지역도 당연히 대한민국의 영토’라고 명확하게 밝히고 있다.

북한 이탈주민과 대한민국 헌법과의 관계를 보려면 1996년 대법원 판례(96누 1221)를 참조할 필요가 있다. 당시 대법원은 가짜 외국인여권을 소지하고 입국한 탈북민이라도 법무부가 추방할 수 없다고 결정하면서, 다른 나라의 여권을 가지고 있더라도 (북한주민은) 당초 대한민국의 국민이었던 점이 인정되는 이상 외국인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탈북민은 대한민국 국민이므로 선별해서 받아들이거나 거부할 수 없다는 것이다.

탈북민을 북한으로 돌려보내는 유일한 경우는, 조난 등을 당해 우리 관할지역으로 들어왔지만, 가족이 있는 북한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자유의사를 밝히는 경우 뿐이다. 우리가 북한주민에게 적용할 수 있는 것은 두 가지, 헌법과 인도주의 원칙뿐이다.

그러나 정 후보자는 이 모든 것을 부정했다. 대한민국 헌법을 어기는 잘못된 주장을 계속했고 인도주의 원칙을 외면했으며 그 과정에서 관련도 없는 법을 적용했고 또 판결 내용도 모르는 대법원 판례를 근거라고 내놓았다. 기가 막힐 노릇이다.

사람의 생명이 달린 문제인데, 졸속도 모자라 위헌과 불법의 경계를 넘나들며 속전속결로 처리했다. 북한의 심기경호를 위해 온갖 무리수를 다 감수한 느낌이다. 왜 그랬을까? 우리 정부가 탈북어부 북송을 통보한 2019년 11월 5일은 문재인 대통령이 부산 한.아세안 정상회의에 김정은을 초청하는 친서를 발송한 날이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문대통령은 김정은의 참석을 ‘간절히 초청’ 했고, 김정은이 못 온다면 특사라도 파견해달라고 ‘간절히 청’했다고 한다. 그렇다고 해도 김정은 환심을 사기 위해 탈북어부를 강제북송하진 않았다고 믿고 싶다. 왜냐하면 그건 인간이라면 결코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인사청문회는 공직후보자의 자질과 업무수행능력 등을 검증하기 위한 것이다. 지난 금요일 인사청문회에서는, 안보실장 3년1개월, 외교안보특보 7개월을 지내며 문재인 정권 첫 날부터 지금까지 외교안보정책을 이끌어온 정의용 후보자에 대한 의원들의 질의, 지적, 평가가 있었다. “비핵화 프로세스는 이제 돌이킬 수 없는 단계로 진입하기 시작했고, 북한도 이 과정을 되돌릴 수 없다”는 2018년 12월 21일 후보자의 판단이 잘못되었다는 지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탈북어부 강제북송에 대해 정의용 후보자가 보여준 자질과 업무수행능력은 그가 외교부장관으로서 자격을 갖추었는지 판단하는데 아주 중요하다. 헌법과 인도주의 원칙이라는 근본적 문제들에 대한 후보자의 몰이해를 그대로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1996년 대법원 판례 https://han.gl/kRClt
▶2004년 대법원 판례 https://han.gl/n96E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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