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트럼프의 업적은 의회 폭력사태에 평생 묻히게 될 것”

“트럼프는 지지자들에게 진실을 말하지 않음으로써 이들을 배신했다”

도널드 트럼프 前 대통령에 대한 탄핵재판이 현지시간 11일 3일차를 맞는다. 기각될 가능성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 미국 언론은 하루 종일 탄핵재판 진행상황을 전하고 있다. 이번 재판이 방송에 계속 나오는 이유는 과거에 보도되지 않았던 여러 영상들이 공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의회 내부의 CCTV 영상, 의회 경찰의 무전 내용 등을 통해 1월 6일 당시의 상황이 얼마나 긴박했는지를 미국인 전국민이 알게 됐다. 일부 공화당 의원들 역시 검찰 역할을 맡은 민주당 하원 소추 위원들이 설득력 있는 주장을 하고 있다고 인정했다. 소위 우크라이나 스캔들 탄핵 당시에는 지루한 문서와 당사자가 아닌 제3자의 증언이 대다수였기 때문에 이 정도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親공화당 성향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1일자 신문에 “트럼프 탄핵의 증거(The Trump Impeachment Evidence)”라는 제목의 사설(社說)을 실었다. 지난 몇 개월간 발생한 시위대간의 충돌과 폭력사태들이 모두 트럼프의 잘못은 아니지만 1월 6일 일어난 의회 폭동은 트럼프의 잘못이 확실하다고 했다. “트럼프의 업적은 1월 6일 의회 폭력사태와 트럼프가 지지자들에게 진실을 말하지 않음으로써 이들을 배신했다는 사실에 평생 묻히게 될 것”이라고 했다. 관련 사설을 전문(全文) 번역해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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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대통령이 탄핵 재판을 받을 수 있느냐의 문제는 헌법적 논쟁이다. 탄핵이 신중했는지, 기각될 가능성이 높은지 여부 역시 비슷한 문제다. 당신들이 이런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여부와는 상관없이 하원의 탄핵 소추 위원들은 1월 6일 의회에서 열린 폭동은 수치스러운 일이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책임이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트럼프는 11월 선거 훨씬 이전부터 그가 선거에서 질 가능성은 선거가 조작됐을 때뿐이라고 했다. 선거 당일 밤 그는 트위터를 통해 “그들이 선거를 훔치려고 하고 있다”고 썼다. 그는 이날 “미국 대중에 대한 사기”라며 “실제로 우리는 승리했다”고 했다. 그의 팬들이 그의 말을 마음에 담게 된 것이 놀라운 일인가?


십여 건의 재판에서 패배했음에도 트럼프는 승복하는 게 아니라 더 질주해나갔다. 그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용기만 있다면 선거인단 투표 결과를 거부하고 민주당이 민주주의를 훔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거짓 주장을 했다. 그는 지지자들에게 의회가 선거인단 투표를 집계하는 1월 6일 열리는 집회에 참석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 “집회에 참석해라, 집회는 거칠 것(wild)”이라고 했다. 트럼프의 집회 연설 시간은 의회의 일정에 따라 계산된 것이었고 그는 군중들에게 (의회로 향하는) 펜실베이니아 애비뉴로 가도록 지시했다.


트럼프를 변호하는 사람들은 그가 군중들에게 ‘평화로운’ 방법으로 목소리를 내라고 말한 사실을 언급한다. 반대로 에릭 스월웰 하원의원(민주)은 의회를 공격하도록 선동한 것은 사전에 계획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트럼프가 이에 따라 어떤 상황이 발생할지 알고 있었다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군중이 폭동을 일으키고 경찰을 공격하며 의사당을 급습하는 일이 일어났다. 의원들은 방독면을 착용한 채 대피했고 이들은 의회 건물을 난장판으로 만들었다. 한 명의 의회 경찰이 숨지는 상황이 벌어졌다.


불장난에 대해 얘기해보자. 트럼프는 종말론적인 우화를 사람들에게 퍼뜨렸다. 미국의 민주주의가 1월 6일 끝나게 될 것이라는 얘기였다. 이를 믿은 일부 사람들이 이러한 행동에 나섰다. 폭동이 일어났음에도 트럼프는 몇 시간 동안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트럼프를 변호하는 사람들도 이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그는 계속 모호한 말만 내놨다. 조 네구스 하원의원(민주)은 “트럼프가 그냥 TV에 나오거나 트위터에 접속해 ‘공격을 중단하라’고 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가 “공격을 중단하라”는 말을 “선거 훔치기를 중단하라”는 말을 하던 거에 절반만이라도 했어야 한다고 했다.


탄핵 소추 위원들은 충돌 초기에 발생한 일의 책임을 모두 트럼프에게만 전가함으로써 이들의 주장의 설득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버진아일랜드의 스테이시 플래스켓 하원의원(민주)은 “도널드 트럼프는 몇 개월에 걸쳐 폭력을 조장해왔다”고 했다. 하지만 이런 일들은 좌파와 우파 사이의 충돌이었다. 워싱턴포스트는 (11월 14일 열린 트럼프 지지 집회 당시) “어둠이 찾아오자 집회에 반대하는 시위대들이 집결해 트럼프 지지자들을 농락하고 빨간색 모자와 깃발들을 훔쳐 불태웠다”고 보도한 바 있다.


트럼프가 1월 6일과 그 전에 한 일에 대해서는 변호할 수 있는 게 없다. 미치 맥코넬 공화당 원내대표는 탄핵을 인정할지 기각할지의 결정은 양심에 달려 있다고 공화당 동료의원들에게 말했다. 이는 적절한 조치다. 트럼프는 12월 14일 선거인단 투표 이후 패배를 인정하고 그의 성과를 자랑하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이제 그의 업적은 이날의 폭력사태와 그가 지지자들에게 진실을 말하지 않음으로써 이들을 배신했다는 사실에 평생 묻히게 될 것이다. 공화당은 탄핵 재판의 결과가 어떻게 되든 트럼프가 2024년에 다시 출마하기로 결정할 경우 그가 저지른 배신을 기억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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