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보수세력의 가장 큰 연례 행사인 보수정치행동회의(CPAC)가 26일부터 28일까지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열린다. 현직 의원 등 쟁쟁한 연사들이 나올 계획인데 가장 큰 주목이 쏠리는 연사는 도널드 트럼프 前 대통령이다. 그는 마지막 날인 28일 연설을 할 계획이다. 그가 퇴임한 이후 처음 공식석상에서 하는 연설이다. 언론들은 그가 2024년 대선 출마 계획을 발표할지, 아니면 계속 부정선거 음모론을 주장할지 여부에 대한 전망 기사를 내보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 보수세력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인 칼 로브 전 조지 W. 부시 대통령 부(副)비서실장은 25일자 월스트리트저널(WSJ) 신문에 칼럼을 썼다. 선거의 귀재로 불리는 그의 이날 칼럼 제목은 “CPAC에 나올 트럼프의 위험성과 기회(Peril and Opportunity for Trump at CPAC)”이다. 그는 트럼프가 이번 연설에서 선거가 도둑 맞았다고 주장하고 다른 공화당 의원들을 비판한다면 그와 공화당에 큰 피해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번 연설에서 바이든을 정식 대통령으로 인정하고 1월 6일 의회 폭력사태를 규탄한다면 그의 이미지를 새롭게 만들어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관련 칼럼을 전문(全文) 번역해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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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가 말하듯 표현하자면 이는 엄청나게 큰(yuge) 행사가 될 것이다. 트럼프는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열리는 보수정치행동회의(CPAC)에서 28일 연설을 할 계획이다. 폭력적인 폭도들이 의사당을 습격하는 재앙을 초래한 1월 6일 연설 이후 처음으로 공개석상에 나서는 것이다.
트럼프는 그가 과거 CPAC 행사에 참석해 그랬듯 이번 주말 정치권을 다시 요동치게 만들 것이다. 그는 2011년 2월 CPAC에 처음 등장해 백악관에 입성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미국이 전세계 모든 나라들로부터 비난을 받는 나라가 돼버렸다고 했다. 그는 “나는 많은 전투에 참여했고 거의 대부분 엄청난, 엄청난 승리를 이뤄냈다”고 했다. 그는 “많은 사람들과 회사들을 혼내줬다”며 “똑똑한 방식으로 수십 억 달러를 벌었다”고 했다. 그리고 이는 “나의 능력을 보여주는 성적표이자 인증서”라고 했다. 그는 당시 CPAC에서 실시한 비공식 예비투표에서 대통령 후보 1위에 오른 론 폴 하원의원을 패배자라고 거듭 비판하며 “그가 당선될 가능성은 제로”라고 했다. 친숙하지 않은가?
트럼프는 2012년 대선에 출마하지는 않았지만 2016년 대선 선거운동 당시의 테마 대부분은 그의 2011년 연설에 기반을 두고 있었다. 중국을 물리치고 석유수출국기구(OECD)에 더 이상 의존하지 않으며 미국의 적들을 매우 빠르게 물리치겠다는 것이었다. 그가 당시 언급한 적은 소말리아 해적이었다.
과거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5분뿐이었다. 그는 전직 대통령이라는 직함을 얻어 오는 28일에는 그가 원하는 시간만큼 말할 수 있게 됐다. 그가 이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는지가 중요하다.
하나의 접근 방식은 그가 연설을 통해 선거에서 패배한 것에 대한 분노와 불만을 표출하는 것이 될 것이다. 그는 선거가 도둑맞았다고 불평하고 7400만 명 이상의 표를 얻었다고 자랑할 수도 있다. 그는 하원에서 공화당이 민주당 의석 일부를 빼앗은 것과 주의회 선거에서 승리를 거둔 일 등 공화당이 이뤄낸 모든 성과가 자신 때문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그는 상원에서의 다수당 지위 유지 실패 등 모든 공화당의 패배에 대한 탓은 미치 맥코넬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등 다른 사람들에게 있다고 할 수도 있다.
트럼프는 2022년 중간선거에서 어떤 역할을 맡겠다고 밝힐 수도 있다. 그가 주장하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노선에 동참하는 후보들을 지지하고 그를 배반한 ‘매우 약한’ 공화당원들에겐 벌을 주려고 할 수 있다. “내 뜻을 어기면 파괴시켜 버리겠다”는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다. 만약 트럼프가 이런 길로 간다면 언론은 신이 날 것이고 이날은 트럼프가 다른 공화당원들에 대한 내전(內戰)을 선포한 날이라는 스토리를 만들 것이다.
트럼프는 1월 5일 조지아주 상원의원 결선투표가 열리기 전날 밤에도 이런 재앙적인 선거운동을 벌였다. 그가 CPAC에서 이를 반복하게 될 수 있는데 지금은 그의 모든 주장을 믿는 유권자의 규모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1월 6일 있었던 일은 전직 대통령의 호소를 모조리 무시하게 만들었다. 그의 특유한 유머 역시 이제 식상해지고 있다. 사람들은 대화를 지배하는 트럼프의 힘과 공화당 내부의 적들이 매일 사라져감에 따라 그를 조금씩 외면하게 됐다. 그가 이를 인지하고 있든 아니든 간에 말이다.
그가 택할 수 있는 두 번째 접근 방식이 있다. 그의 어젠다를 강조하고 새로운 이민정책 등 바이든의 정책들과 다른 점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는 그가 백악관에 남아 있었다면 미국을 어떤 방향으로 끌고 나갔을지에 대한 비전을 보여줄 수도 있다. 그는 코로나 바이러스 이전 그가 이뤄낸 경제 성과를 사람들이 다시 떠올리게 만들 수 있다. 그는 지금이나마 코로나 바이러스로 숨지거나 고통받은 사람들에 대한 연민을 표현할 수 있다. 그는 100만 명이 백신을 맞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작전명 ‘초고속’에 대한 자부심을 보여줄 수도 있다. 그가 임기 마지막 주에 이뤄낸 하루당 백신 접종자 수를 바이든은 임기 100일 안에 달성하겠다고 한 바 있다.
그는 MAGA를 지지하는 후보자를 지지하고 응원하겠다고 밝히면서도 다른 공화당원들에 대한 악담을 내놓지 않을 수 있다. 바이든을 정당한 대통령으로 인정하고 1월 6일 일어난 폭력 사태를 규탄할 수도 있다. 이런 행동은 전직 대통령의 지위를 훼손하지 않으며 오히려 이를 더 낫게 만들 것이다.
패배 이후 황무지에 나앉게 된 지도자들은 이런 방식을 통해 그들의 성향을 바꾸고 새롭게 탄생하는 기회를 만든다. 트럼프가 자신을 바꿀 능력이 있는지는 불확실하다. 패배로 인해 분노에 사로잡히고 고립됐기 때문에 특히 그렇다. 트럼프가 더욱 건설적인 두 번째 접근 방식을 택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28일 그의 선택은 그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와 공화당이 향후 몇 년간 어떤 상황에 처하게 될지에 대해 많은 것을 알 수 있도록 할 것이다. 트럼프가 성배기사(聖杯騎士)처럼 행동하고 현명한 선택을 하기를 기원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