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훈家 종손이 쓴 한국 현대사 예찬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영광된 대한민국 진실된 바른 역사의 서술’

<…어느 날 나는 집 앞 과수원에서 일을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신작로 저쪽에서 죽창, 몽둥이를 든 한 부대가 우리 집을 향하여 영차, 영차 하며 달려오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나는 그때 11세였지만 그들이 누구를 향하고 있는지 즉각 알 수 있었다. 쏜살같이 집으로 달려가 “아버지, 큰일 났어요! 빨리 피하세요!” 하고 외쳤다. 아버지는 그 자리에서 집 뒤 산등성이를 넘어 한진항의 어느 지인 집에 숨으셨다.…> (p158)


 이 글에 나오는 ‘아버지’는 민족소설 <상록수>의 주인공 박동혁의 실존인물인 심재영 선생이다. 심재영 선생은 <상록수>의 저자 심훈의 조카로, 어린 시절 한집에서 나고 자랐다. 11살 차이인 둘은 가까운 사이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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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재영 선생의 아들인 심천보 씨가 광복 이후 한국 현대사를 둘러보고, 한민족이 겪은 민족적 수난사를 정리한 책을 냈다.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영광된 대한민국 진실된 바른 역사의 서술’(616쪽, 1만8000원, 조선뉴스프레스)이다. 저자는 한반도 5000년 역사에서 지난 70여 년의 한국 현대사를 되돌아보며 “지금이 가장 자랑스러운 시기”라고 말한다. 젊은이들에게 이승만 정권 이후 이룩한 산업화·민주화의 신화와 영광을 들려주고 올바른 역사관을 심어주고 싶어 이 책을 썼다고 밝혔다.

 

 저자는 우리 민족이 겪은 6·25 전쟁의 참상에 주목한다. 기적의 역사에 앞서 체험한 6·25가 얼마나 비극적이었는지를 말한다. 심훈 일가의 경험담도 실려 있다.


 심재영 선생은 경성농업을 졸업하고 18세에 충남 당진으로 내려와 1930년 농촌계몽운동을 시작했고. 1932년 심훈 선생도 낙향, 조카인 심재영 선생과 교류하며 《상록수》, 《영원의 미소》, 《직녀성》 등을 집필했다. 이 둘은 마르크스, 레닌의 책을 읽으며 사회주의 사상에 경도됐는데, 심재영 선생은 후일 아들에게 “일제 압박 속에 있던 조선의 젊은이들에게는 유토피아 사상이 꿀과 마약 같았다”고 회고했다고 한다.


<그 시대 사회주의, 민족주의에 관한 책들은 조선의 많은 젊은 지식층에 읽혔고 그것을 모르면 사회에서 뒤떨어지는 것으로 여겨졌다. 내가 사는 지역의 가까운 친척들도 이런 사상에 많이 접근해 있었는데 6.25가 나면서 여러 가정이 풍비박산 나는 경우를 목격하였다. 그래서 나는 최근 유행하는 386, 주사파, 진보좌파 등에 빠진 사람들을 조금은 이해하려고 한다.>(p.156)


저자가 이 책에서 6·25 이야기를 길게 꺼낸 이유는 하나다. 한국의 젊은이만 해도 수십만이 죽어간 6·25 전쟁, 그중에서도 낙동강 방어선과 다부동 전투, 정전 직전 최후의 격전지 화천군의 산골은 시체의 산이요, 피의 강이었다. 그 비참했던 역사를 잊지 말자는 것이다. 


“어떻게 얻은 평화이며, 어떻게 지킨 조국인가. 이렇게 이름 없이 죽어간 수십만의 젊은이의 목숨을, 그들의 희생을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심훈가(家) 종손인 저자 심천보는 1940년 충남 당진에서 태어나 서울고와 서울대 건축학과를 졸업한 뒤 도미(渡美)해 미 피츠버그대 대학원에서 건축공학을 전공했다. 세계적인 건축 외장재 전문회사 ‘센츄리아’에 입사해 정년퇴직했다. 미국 50개 주를 모두 둘러보고 미국의 저력과 자유민주주의 사상의 위대함을 체험했다. 문명 고도(古都)인 도쿄, 베이징, 홍콩, 상하이, 로마, 아테네, 런던, 모스크바, 파리, 이스탄불 등지를 찾아 인류 흥망성쇠 배후를 직접 몸으로 느꼈다. 40여 년간의 미국생활을 정리하고 지난 2011년 고향인 충남 당진으로 돌아와 심훈선생 기념사업에 힘쓰고 있다. 추사 김정희 선생의 목판 ‘청련시경(靑蓮詩境)’과 심훈선생의 유품 등 집안 가보 2000여 점을 추사기념관과 심훈기념관에 기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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