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은 대한민국 여성을 피해망상 환자로 만들지 말라!

이토록 여성의 아픔에 민감한 ‘여성 후보’가 권력형 성추행 피해자의 고통에는 왜 예민하지 못했나.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의 박영선 후보는 같은 당 남인순 의원을 선거캠프의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영입했다. 이 선거가 박원순 전 시장의 성추행 사건 때문에 치러지는 것임을 잊은 게 아니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선택이다.

남인순 의원은 성추행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넘어, 직접적인 피해를 입힌 인물이다. 박 전 시장의 피소 사실을 자신이 몸 담았던 한국여성단체연합의 대표로부터 전해 듣고 이 사실을 박 전 시장 측에 유출한 장본인이다. 그래놓고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이라 불러야 한다고 주장하는 데 앞장섰다. 피소 사실 유출에 대해서도 끝까지 부인했다.

검찰이 성추행 피소 사실이 여성단체에서 유출돼 남 의원과 임순영 서울시 젠더특보에게 전달됐다고 조사 결과를 발표한 이후에도 약 한 달간 침묵하더니, ‘성희롱이 있었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가 나오자 마지못해 피해자에게 뒤늦은 사과를 했다. 30여 년의 여성운동 경력을 바탕으로 비례대표를 거쳐 3선 의원이 된 여성의원의 민낯이다.

그런데 박영선 후보는 보궐선거를 초래한 박 전 시장의 자살에 핵심적 역할을 한 장본인을 자신의 선거캠프에 모셔왔다. 남인순 의원 외에도 ‘피해호소인’이라 불러야 한다며 2차 가해에 앞장섰던 고민정, 진선미 의원이 각각 대변인과 공동선대본부장에 올랐다. 국민을 바보 취급하는 뻔뻔함이다.

더 가관인 것은 이를 지적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에 대한 박영선 후보의 코미디 같은 반응이었다. 안 대표는 지난 8일 "양심이 있다면 (박 전 시장 성추행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이라 부른 남인순·진선미·고민정 세 사람을 캠프에서 쫓아내야 한다"고 비판했다. 너무도 당연한 지적에 대해 박 후보는 ‘가부장적 여성 비하’라며 발끈했다.

박 후보는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안 후보로부터 여성의 날에 ‘쫓아내라’는 가부장적인 여성비하 발언을 듣고 몹시 우울했다”며 “‘쫓겨난 여성’들을 취재했던 옛 기억이 떠오르면서 이 땅의 여성들은 아직도 누군가로부터 명령에 복종해야 하는 그런 사회에 살고 있는지 하늘을 바라보며 반문했다”고 적었다.

한 마디로 피해 망상적 반응이다. 박 후보는 ‘2차 가해자들을 어떻게 선거캠프에 영입하느냐’는 말의 의도는 외면하고, ‘쫓아내라’는 단어에만 꽂혔다. 아마도 박 후보가 우울하다며 떠올린 것은, 남편에게 학대당하던 한 여인이 차디찬 겨울 맨발로 쫓겨나는 드라마 같은 장면인 듯하다. 어떡하다 ‘쫓아내라’가 가부장적 여성 비하 발언이 된 건지 모를 일이지만 한마디로 적반하장이다.

이에 대해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은 “이게 무슨 내로남불식 여성 우려먹기냐”며 비판했다. 윤 의원은 10일 페이스북을 통해 박 후보의 발언은 ‘성별을 무기삼은 실속 챙기기’라고 규정하며 “여성을 창피하게 만들고 그들을 팔아먹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여성에 대한 사과에 진심이 손톱만큼이라도 있다면 피해여성을 욕보인 사람을 중용하는 것부터 그만하라는 게 왜 가부장적이냐"며 "피해여성을 욕보인 사람이 남자 캠프원이라도 같은 요구를 했을 것인데, 같은 잘못을 했어도 남자를 쫓아내라면 여성주의고, 여성을 쫓아내라면 가부장주의인가. 이게 무슨 내로남불식 여성 우려먹기인가"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런 일에 눈물이 핑 돈다며 평소 차별에 상처받아온 여성들의 감성에 호소하고 ‘생물학적 여성임’을 써먹으려 하는 게 바로 공정하게 세상을 보고 공정하게 대접받으려는 수많은 여성들을 욕보이는 것"이라며 "세 분을 계속 중용하시는 것은 후보 자유지만, 박원순 추행 피해여성에 대한 사과가 진심이 아니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부터 하라"고 촉구했다.

박영선 후보는 당당하게 살아가는 대한민국 여성들을 ‘쫓아내라’는 말 한 마디에 발끈하는 피해망상 환자로 만들었다. 이토록 여성의 아픔에 민감한 ‘여성 후보’가 권력형 성추행 피해자의 고통에는 왜 예민하지 못했나. 하긴 진정한 ‘여성주의자’였다면 이 보궐선거에 유책 사유가 있는 여당의 후보로 나서진 못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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