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중후반부터 해방 이후 10년 정도 한국인의 가슴을 울린 최고의 가수는 남인수(본명 강문수)이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는 바람에 개가(改嫁)한 어머니를 따라 어릴 때부터 식민지 조선과 일본을 떠돌면서 온갖 어려움을 겪었다. 타고난 미성(美聲)인 그는 그의 나이 19세 때 맨발에 게다를 신고 시에론 레코드사 문예부장인 박영호를 만나 테스트를 받은 후 그 회사의 전속가수가 되었다. 남인수의 빼어난 노래 실력을 확인한 작사가 박영호는 작곡가 박시춘에게 “그는 백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하는 가수”라면서 “타고난 목소리와 생긴 용모가 가수로서의 자질을 완벽히 갖추었다”고 자랑하였다.
박시춘 등 가요 관계자의 기대를 한 몸에 받은 그는 강문수라는 이름으로 시에론 레코드사에서 가요계에 데뷔하였다. 그는 작곡가 박시춘으로부터 현해탄에서의 이별을 그린 <눈물의 해협>을 비롯하여 <마지막 선물>, <희망의 노래> 등 3곡을 받았고, 작곡가 손목인으로부터 <사랑도 싫더라 돈도 싫더라>, <범벅 서울> 등 2곡을 받아 레코드를 취입하였다. 그러나 그들이 몹시 기대를 걸었던 <눈물의 해협>은 물론 다른 곡들도 대중의 인기를 얻는 데 실패하였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는 옛 말처럼 이런 처참하고 충격적인 결과를 보고 너무나 실망한 작곡가 박시춘은 잠시 대중가요 작곡에 손을 떼고 ‘낭랑좌 악극단’ 밴드마스터로 전국을 유랑하며 다녔다.
한편 음반과 공연 흥행의 천재인 오케레코드 이철 사장은 작곡가 박시춘에게 김상화가 작사한 <눈물의 해협>의 가사를 바꾸어서 다시 레코드를 출시(出市)하자고 제의하였다. 박시춘이 이에 동의함에 따라 새로 가사를 쓰게 된 작사가 이부풍은 <황성옛터>, <목포의 눈물>, <타향살이> 등 그때까지 히트 곡의 주류를 이루었던 '식민지인의 서러움보다 남녀 간의 사랑‘에 초점을 둔 가사를 완성하였다. 제목을 <눈물의 해협>에서 <애수의 소야곡>으로 바꾼 이 노래는 이미 떠나간 연인을 그리워하면서도 ”이루지 못한 애틋한 사랑을 단념하려는 슬프도록 아름다운 고백“이었다. 그때까지 강문수라는 이름으로 가요계에서 활동하던 그는 오케레코드사로 오면서 ‘남인수’라는 예명(藝名)으로 다시 데뷔하였다.
사람의 가슴을 파고드는 간결하고 서정적인 가사와 애절한 곡조, 그리고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남인수의 독특한 미성이 합을 이루어 1938년 1월에 레코드로 발매된 레코드는 이철의 예상대로 엄청난 인기를 얻었다. 이 곡을 계기로 오케레코드사는 일제 때 많은 인기 대중가요를 만들며 이 업계를 주도하는 위치에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고 한다. 이런 폭발적인 인기에 힘입어 그는 <애수의 소야곡>의 일본어판 <애수의 세레나데>를 일본의 인기 여배우 도도로키 유키코와 듀엣으로 불렀다.
이 노래의 히트를 계기로 박시춘-남인수 30년 콤비가 탄생되어 무수한 히트 곡을 남기며 한국 대중가요사에서 가장 빛나는 성취를 이룩하였다. 경남 밀양이 고향인 박시춘과 진주가 고향인 남인수는 작곡가와 가수로 만나 <가거라 삼팔선>, <이별의 부산정거장>, <청춘 고백>, <고향의 그림자> 등 불멸의 인기곡을 만들어 일제 식민지배와 6·25 전쟁, 대중적 빈곤 등 격동의 세월을 힘겹게 살아간 한국인의 마음을 어루만지었다.
남인수는 그의 출세곡인 이 <애수의 소야곡>을 평소 몹시 아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오랫동안 가수로서 활동하며 그는 수많은 히트곡을 남겼지만, 1962년 그의 장례식 때 이 노래의 연주곡을 장송곡으로 사용하였다.
이 노래를 작사한 이부풍은 1916년 충남 부여에서 태어났다. 193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서 시조 <봄빛>으로 당선한 그는 극작가이자 연출가이며, 가요 작사가로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였다. 그는 <알뜰한 당신>, <애수의 소야곡>, <가거라 삼팔선> 등 다수의 인기 가요를 작사하였다. 이 외에도 <봉이 김선달>, <밤마다 꿈마다> 등 영화를 제작하고, 악극, 가극, 창극등 여러 장르에서 작품을 발표한 역량 있는 예술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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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수의 소야곡>
운다고 옛 사랑이 오리요만은
눈물로 달래보는 구슬픈 이 밤
고요히 창을 열고 별빛을 보면
그 누가 불러주나 휘파람 소리
차라리 잊으리라 맹세하건만
못생긴 미련인가 생각하는 밤
가슴에 손을 얹고 눈을 감으면
애타는 숨결마저 싸늘하구나
무엇이 사랑이고 청춘이던고
모두 다 흘러가면 덧없건마는
외로운 별을 안고 밤을 새우면
바람도 문풍지에 싸늘하구나
서정적인 가사와 애절한 곡조(曲調)…‘백년에 한 번’ 나온 美聲과 만나다
- 김장실(前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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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03-15, 04:3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