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남철수’의 비극적 이산(離散) 담다…1400만 영화 <국제시장> 삽입곡

김장실의 노래 이야기(19)굳세어라 금순아(강사랑 작사, 박시춘 작곡, 현인 노래, 1953년)
1950년 9월15일 인천상륙작전으로 북한군의 허리를 끊은 유엔군과 국군은 9월28일 서울을 수복하고, 10월1일 38도선을 돌파하였으며, 10월19일 평양을 점령하는 등 파죽지세의 승리를 구가(謳歌)하였다. 이런 추세라면 곧 통일이 멀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11월 중순을 넘어서면서 갑자기 난관에 봉착하였다. 패주를 거듭하던 북한 김일성의 지원 요청으로 1950년 10월 말부터 한국전쟁에 은밀하게 개입하기 시작한 수십만 명의 중공군은 매복을 하며 방심하던 유엔군과 국군의 약한 고리를 치고 있었다.

1950년 11월28일 중공군 제 38군과 제 40군은 서부전선의 미 8군과 동부전선의 미 10군단 사이의 중간지대를 뚫고 남하하면서 미 8군을 완전 포위하였다. 즉, 중공군은 함흥과 흥남을 제외한 전 지역을 점령했으며, 1950년 12월9일 원산도 점령하여 남쪽으로 가는 퇴로를 완전 차단하였다. 이에 따라 맥아더 사령부는 미 8군의 후퇴와 미 10군단의 흥남철수를 승인하였다. 이 때 미 해병 1사단은 그들의 10배나 되는 12만 중공군에게 포위된 채 미군 역사상 가장 고전한 전투를 치르면서 중공군의 진격을 지연시켰다. 이렇게 악전고투를 하면서 동부전선에 있는 국군과 유엔군은 10일 만에 190 킬로미터를 후퇴하였다.

그 이후 미 해군의 함포사격 도움을 받으면서 동부전선에서 중공군에게 포위되었던 국군 1군단과 미 10군단은 1950년 12월15일~24일까지 10일 동안 193척의 각종 선박을 동원하여 장병 10만 명과 35만 톤의 군수품의 철수를 완료하였다. 아울러 공산당의 학정을 피해 국군과 유엔군을 따라나선 9만 8000여 명의 민간인도 남쪽으로 데려오는 데 성공하였다. 이는 세계 역사상 최대 규모의 해상 철수 작전이었다.

원래 미군은 군인, 경찰, 공무원과 그 가족들만 남쪽으로 철수시킬 생각이었다. 그러나 흥남철수 작전이 전개될 시점의 흥남시에는 수십만 명의 피난민으로 아수라장을 이루었다. 미 10군단 사령관 에드워드 알몬드 사령관의 고문 현봉학과 국군 1군단장 김백일 장군이 남쪽으로 가고 싶어하는 피난민의 딱한 사정을 끈질기게 설득하여 민간인들도 12월19일부터 24일까지 대거 남(南)으로 가는 배를 탈 수 있었다.

그해 12월24일 흥남을 출발하는 마지막 수송선 메러디스 빅토리호(선장 레너드 라루, 7600톤)는 한 사람이라도 더 태우기 위해 무기와 장비를 버리고 평상시 정원 2000명인데도, 피난민 1만 4000명을 태웠다. 남쪽으로 오는 과정에서 이 배에서 5명의 아기들이 탄생하였다. 이처럼 혼란에 빠진 수많은 피난민을 태우면서 하느님의 형상을 보았다는 레너드 라루 선장은 6·25 전쟁 후에 가톨릭에 귀의하였다. 그는 ‘베네딕토회’의 성 바오로 수도원에 들어가 ‘마리너스’라는 이름의 수사(修士)가 되었다.

그러나 생사가 엇갈리는 순간에 운 좋은 사람들은 타고, 많은 사람들이 흥남부두에 남을 수밖에 없었으며, 이 과정에서 자신의 목숨만큼이나 귀한 가족과 친지들을 잃게 되었다. 이런 절망적인 상태에서 어떤 이들은 배의 쇠문에 매달렸다가 바다에 떨어지기도 하였고, 쇠문에 사람이 끼이기도 하였다. 남쪽으로 가는 배를 서로 타려 하는 과정에서 큰 혼란이 발생하면 이를 진정시키기 위해 미군은 허공에 총을 쏘기도 하였다. 이런 과정에서 배를 타지 못한 어떤 사람들은 바다를 향해 실성한 듯 걸어가기도 하였다.

<굳세어라 금순아>는 바로 흥남부두 철수 과정에서 사랑하는 금순이와 헤어지고 부산으로 피난 온 실향민의 아픔을 작사가 강사랑은 감동적으로 그리고 있다. 이 노래에 나오는 금순이는 화자(話者)의 부인이나 딸 혹은 누이동생이나 사랑하는 연인일 수가 있다. 이런 멋진 가사의 감흥을 제대로 살린 박시춘의 작곡에 현인의 노래가 어우러져 1953년 대구 오리엔트레코드에서 발매된 이 노래는 엄청나게 히트하였다.

1962년 최학곤 감독이 최무룡, 구봉서, 이방진, 이대엽을 캐스팅하여 동명의 영화로 만들었다. 또한 2014년 윤제균 감독이 만든 영화 국제시장에서 주인공 윤덕수가 아버지와 여동생과 헤어지는 장면에서 이 노래가 삽입곡으로 들어갔다. 한편 부산 영도다리의 끝자락에는 현인이 부른 <굳세어라 금순아>의 노래비가 서있어 그날의 아픔을 또 다시 우리들에게 상기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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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세어라 금순아>

눈보라가 휘날리는 바람 찬 흥남부두에
목을 놓아 불러봤다 찾아를 봤다
금순아 어디로 가고 길을 잃고 헤매었더냐
피눈물을 흘리면서 일사이후 나 홀로 왔다

일가친척 없는 몸이 지금은 무엇을 하나
이 내 몸은 국제시장 장사치기다
금순아 보고싶구나 고향 꿈도 그리워진다
영도다리 난간 위에 초생달만 외로이 떴다

철의 장막 모진 설움 받고서 살아를 간들
천지 간에 너와 난데 변함 있으랴
금순아 굳세어다오 남북통일 그 날이 오면
손을 잡고 웃어나 보자 얼싸안고 춤도 춰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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