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피해자 “민주당, 사실인정 및 사과하고 남인순 의원 징계하라”

“처음부터 잘못된 선거…피해왜곡 정당서 시장 선출되면 복귀 못할까 두려워”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 피해자가 사건 발생 후 첫 기자회견을 열었다. 박 전 시장 사망 후 252일만이다.


피해자는 17일 오전 10시 서울시장 위력성폭력사건 공동행동(공동행동)이 개최한 기자회견에 서 故박원순 전 시장에 의한 성추행 피해사실 관련 입장을 밝혔다.


피해자는 故박원순 전 시장의 소속정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에 ▲피해호소인 명칭으로 피해사실을 축소 은폐하려한 점 ▲사건 왜곡 ▲당헌 개정으로 서울시장 후보를 낸 점 ▲극심한 2차 가해 묵인 등을 인정하고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박영선 서울시장 민주당 후보 캠프에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이라 지칭한 사람들이 소속된 데 대해서도 당차원의 징계를 요구했다. 


특히 피소 정황을 故박원순 전 시장 측에 사전 유출한 남인순 의원에 대해서는 “정치적인 책임을 지고 사퇴하라”면서, 민주당 차원의 징계를 요청했다. 피해자는 “이 고통의 시작이 자신이 아닌 누군가의 ‘짧은 생각’ 때문”이었다며 “이 일로 인해 우리 사회는 한 명의 존엄한 생명을 잃었고, 용서할 수 있는 ‘사실의 인정’ 절차를 잃었다”고 지적했다.


피해자는 인권위의 조사 결과 발표 후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사과한 데 대해서는 “진정성, 현실성 없는 사과”라며 사과하기 전에 사실에 대한 인정과 후속 조치가 있었어야 했다고 말했다. 


피해자는 직접 기자회견에 나서게 된 계기를 묻는 질문에 “피해 사실을 왜곡하고 오히려 저를 상처주었던 정당에서 시장이 선출되었을 때 저의 자리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는 두려움이 든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자는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가 “처음부터 잘못되었다”면서, 민주당이 귀책 사유가 있을 때 무공천한다는 당헌을 23%의 당원 투표로 개정해 결국 후보를 낸 데 대한 부당함을 꼬집었다. 민주당이 자신들의 정체성을 스스로 흔들었다는 것이다. 

 

피해자는 “박 전 시장의 지지자들의 잔인한 2차 가해가 가장 힘들었다”고 밝히며 “사상 초유의 2차 가해를 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피해자의 개인 신상에 관한 게시물을 직접 신고하고 삭제하고 있는데, 그 게시물을 보는 것뿐만 아니라 지워나가는 과정에서도 끔찍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며 이 부분에 대한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다음은 ‘피해자의 말’ 전문(全文).


일터로 돌아가려던 그 길에 멈춰서서


안녕하세요 저는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위력성폭력 피해자입니다.


그동안 지원단체와 변호인단을 통하여 입장을 발표해 온 제가 제 안에 참아왔던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되기까지 저와 가족들, 지원단체와 변호인단은 수없이 고민했고, 그 시간들이 겹겹이 모여 용기를 가족 이 자리에 서게 되었습니다.


성폭력 피해자에게 있어 말하기는 의미 있는 치유의 시작이라고 합니다. 저는 자유의지를 가진 인격체로서, 그리고 한 사건의 피해자로서 제 존엄의 회복을 위하여 더 늦기 전에 하고 싶은 말을 꼭 해야겠다는 마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제가 일상으로 돌아갔을 때, 저는 당당하고 싶습니다. 긴 시련의 시간을 잘 이겨내고 다시 제 자리를 찾았다고, 스스로를 다독여주고 싶습니다. 오늘 그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말들을 하고 싶습니다.


제가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에 대해 긴 시간 고민해온 결과, 저는 깨달았습니다. 저의 회복에 가장 필요한 것은 용서라는 것입니다. 용서란 지은 죄나 잘못한 일에 대하여 꾸짖거나 벌하지 아니하고 덮어 준다는 의미를 가졌습니다. 용서를 하기 위해서는 ‘지은 죄’와 ‘잘못한 일’이 무엇인지 드러나는 게 먼저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제가 겪은 사실을 사실로 인정받는 것 그 기본적인 일을 이루는 과정은 굉장히 험난했습니다. 극단적인 선택으로 인해 가해자와 피해자의 자리가 바뀌었고, 고인을 추모하는 거대한 움직임 속에서 우리 사회에 저라는 인간이 설 자리가 없다고 느껴졌습니다. 그 속에서 제 피해 사실을 왜곡하여 저를 비난하는 2차 가해로부터 저는 쉽게 벗어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이 사건의 피해자는 시작부터 끝까지 저라는 사실입니다. 아직까지 피해 사실에 의문을 제기하는 분들께서 이제는 소모적 논쟁을 중단해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방어권을 포기한 것은 상대방입니다. 고인이 살아서 사법절차를 밟고, 스스로 방어권을 행사했다면 조금 더 사건의 진실에 가까워졌을 수 있었다고 생각하빈다. 고인의 방어권 포기로 인한 피해는 온전히 제 몫이 되었습니다. 피해 사실을 인정받기까지 험난했던 과정과 피해사실 전부를 인정받지 못하는 한계, 그리고 이 상황은 악용하여 저를 비난하는 공격들, 상실과 고통에 공감합니다. 그러나 그 화살을 저에게 돌리는 행위는 이제 멈춰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북부지검의 수사결과와 서울중앙지법의 판결을 통해 제 피해의 실체를 인정받았습니다. 그리고 지난주 비로소 60쪽에 달하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문을 받아보았습니다.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여 조사에 임했고, 일부 참고인들의 진술 등 저오항에 비추어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받았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인권위 조사에서 사실을 사실대로 증언해주신 많은 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사실이 사실의 자리를 찾기까지 힘써주신 대책위와 289개 단체가 모인 공동행동, 그리고 저를 변호하고 대변해주신 변호인단, 지지해주신 많은 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저는 그동안 제가 고소하기로 한 결정이 너무도 끔찍한 오늘을 만든 건 아닐까 견딜 수 없는 자책감에 시달렸습니다. 그러나 이 고통의 시작도 제가 아닌 누군가의 ‘짧은 생각’ 때문이었음이 드러났습니다. 이 일로 인해 우리 사회는 한 명의 존엄한 생명을 잃었고 제가 용서할 수 있는 ‘사실의 인정’ 절차를 잃었습니다.


‘사실의 인정’과 멀어지도록 만들었던 피해호소인 명칭과 사건 왜곡, 당헌 개정, 극심한 2차 가해를 묵인하는 상황들. 처음부터 모두 잘못된 일이었습니다. 모든 일이 상식과 정의에 부합하지 않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이어지는 상식과 멀어지는 일들로 인해 너무도 괴롭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서하고 싶습니다. 잘못한 일들에 대하여 진심으로 인정하신다면 용서하고 싶습니다. 지금까지도 존재하는 그분과 남은 사람들의 위력 때문에 겁이 나서 하는 용서가 아닙니다. 저의 회복을 위하여 용서하고 싶습니다. 그분의 잘못 뿐만이 아닙니다. 제게 행해지던, 지금까지 행해졌던 모든 일들에 대해서 사과하십시오. 그러나 지금의 상황에서 과연 제가 누구를 용서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고, 오히려 직면한 현실이 두렵기까지 합니다.


저는 불쌍하고 가여운 성폭력 피해자가 아닙니다. 저는 잘못된 생각과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용서할 수 있는 존엄한 인간입니다. 


사실에 관한 소모적인 논쟁이 아닌 진정성 있는 반성과 용서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사회를 볼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저는 이번 사건의 이유가 무엇인지 잊혀져 가는 이 현실에 답답함을 느낍니다. 저라는 존재와 피해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듯 전임 시장의 업적에 대해 박수치는 사람들의 행동에 무력감을 느낍니다. 이 사건을 정쟁의 도구로 이용하시며 사건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발언에 상처를 받습니다.


거대한 권력 앞에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 때, 그 즉시 문제 제기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주십시오. 권력의 불균형 속에서 누군가 고통을 받는 일이 생긴다면, 모두가 약자의 고통을 공감하고 상처를 어루만지는 사회를 만들어주십시오. 여성과 약자의 권익을 위한 운동이 진영과 상관없이 사회적 흐름임을 인정하고 그를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지원하는 모습을 보여주십시오. 피해자가 조심하는 것이 아닌, 피해자가 좋게 에둘러서 불편함을 호소해야 바뀌는 것이 아닌, 가해자가 스스로 조심할 수밖에 없는 사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세상의 많은 말못할 상처를 가진 외로운 피해자분들에게 전합니다. 잠들기 전, 자꾸 더오르는 불쾌한 일이 있다면, 그것은 옳지 않은 일입니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혼자 생각하다가 베개를 적시는 일이 있다면, 그것은 완전히 잘못된 일입니다. 애써 웃으며 넘어가려고 하지 마세요. 참다보면, 돌이키기 어려운 순간이 생길 수 있습니다. 용기를 내십시오.


저를 지지하고 도와주신 많은 분들 덕분에, 우리는 함께 한 걸음 더 나아가고 있습니다. 이제 더 많은 사람이 함께 모여 저벅저벅 나아가기를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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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白丁 2021-03-17 오후 7:57

    여자의 적은 여자라고 하는 말이 이해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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