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때문에 박 시장 가족은 단장의 아픔을 안고 눈물로 살고 있다"

‘모든 것 짊어지겠다’며 사과한 박영선 후보의 페이스북에 올라온 '2차 가해' 글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피해자가 직접 기자회견을 열면서까지 고통을 호소했다. 박 시장이 극단적 선택을 한 지 252일 만이다. 현직 공무원 신분에, 성폭력 고통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한 피해 여성이 직접 기자들 앞에 나서 피해를 호소해야 하는 상황 자체가, 계속된 2차 가해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피해자는 지난 1월 18일 변호인단을 통해 전한 자필 공개편지에서 박 전 시장 성추행 피소 사실을 유출한 민주당 남인순 의원에게 “국민 앞에 진심으로 사과하고 의원직을 내려놓기 바란다”고 했다. 하지만 남 의원은 의원직 사퇴는커녕, 민주당 박영선 후보 공동선거대책본부장까지 맡았다. ‘피해 호소인’ 호칭에 앞장섰던 진선미·고민정 의원도 박 후보 선거캠프의 공동본부장과 대변인으로 함께 활동하고 있다. 국민을 바보로 아는 뻔뻔한 처사다.

피해자는 오늘 기자회견에서도 이들에 대해 언급했다. “박 전 시장의 소속 정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사과는 진정성이 없다”면서 자신을 ‘피해 호소인’이라 부른 소속 의원들을 징계하고 박 전 시장 피소 사실을 유출한 남인순 의원은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잘못된 일들을 진심으로 인정하면 제 회복을 위해 용서하고 싶다”고도 했다.

그러나 약 10시간이 지나 페이스북을 통해 사과문을 올린 박영선 후보의 사과는 ‘책임회피’로 가득했다. 박 후보는 "진심으로 또 사과드리고 용서도 받고 싶다"고 하면서도 피해자가 언급한 가해자 3인방의 퇴출 등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대신 "저희 당 다른 분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는 모두 제게 해달라. 제가 모든 것을 짊어지고 가겠다. 지난 이야기도, 앞으로의 이야기도 모두 제게 달라"고 적었다.

캠프 내 가해 의원들을 퇴출하는 대신 ‘모든 것을 짊어지겠다’는 선택을 했다면, 선택지는 하나밖에 없다. 후보에서 사퇴하는 것이다. 퇴출도 없고 후보직 사퇴도 없다면, 이 사과는 아무런 진정성이 없는 면피성 발언이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박 후보의 사과문 댓글에는 노골적으로 피해자를 비난하고 기자회견 자체가 기획된 정치공작이라는 주장이 넘쳐났다. 결과적으로 페이스북을 통해 사과하는 방식을 택함으로써, 또 다른 n차 가해의 장을 열어준 것이다. 댓글 내용을 보면 기가 막힌다.

“기자회견 자체가 미친 겁니다. 선거철만 되면 나타나서 사람을 죽이고 당을 죽이는 파렴치한 작자들입니다(박**)”, “박원순 시장님이 뭘 잘 못했는데요? 누가 봐도 정치적인 기자회견하고 정치적 해석도 2차 가해라는 사람들입니다! 왜 사과를 하나요?(mi****)”, “의도가 뻔해 보이는 개소리에도 성의를 다해야 하니...나원참(박**)”, “이젠 선거 때가 되니 슬며시 기어나와 피해자라고...너 때문에 박시장 가족은 단장의 아픔을 안고 눈물로 지금까지 말도 못하고 살고 있다(김**)”, “피해자란 여자 기자회견이 정치적입니다(B****)”.

4.7 보궐선거는 여권이 대한민국 1,2위 도시를 ‘성범죄’로 모욕한 데서 출발했다. 성추행 피해자의 기자회견이 이 점을 다시 상기시켜 주었다. 막대한 세금 낭비를 가져온 당사자인 여권이 당헌 개정이라는 꼼수를 통해 후보를 낸 것도, ‘여성’임을 강조하는 후보 캠프에 가해자를 버젓이 영입한 것도, 말뿐인 사과도 모두 피해자와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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