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5월 작성 글
4·15총선 직후 우파 유튜브 채널을 중심으로 사전투표가 조작되었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특히 미래한국당의 공천관리위원장까지 했던 공병호 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공병호tv를 통해 가장 강력하게 사전투표 조작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그의 주장은 기본 수치부터 틀린 경우가 있어 신뢰하기 어렵고, 논리 비약이 너무나 심하다. 그의 주장에 대해 아래와 같이 반박해 본다.
첫째, 기본 팩트부터 틀린 자료를 제시한다. 사전투표 조작이라는 어마어마한 주장을 하면서 근거로 제시한 기본 수치 자체가 틀린다.
공병호 씨는 서울 종로구의 사전투표를 예로 들며 “관외투표에 9,641명이 참여해 이낙연과 황교안이 나란히 67%, 32%를 득표했다. 관내투표에서는 22,858명이 참석해 역시 67%와 32%를 득표했다”로 주장했다. 그러면서 어떻게 이런 똑같은 수치로 표가 나뉘어질 수 있냐며, 이런 기적 같은 득표율의 일치 자체가 조작 가능성을 말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중앙선관위 통계를 확인한 결과, 종로구의 관외투표 총계는 9.641명이 아니라 9,823건이며, 이 중 이낙연은 6,472표(67%가 아닌 65.9%), 황교안은 3,169표(32%가 아닌 32.3%)를 각각 얻었다. 관내 투표에서는 총계가 22,858명이 아닌 36,300건인데, 이 중 이낙연은 24,093표(67%가 아닌 66.4%)를, 황교안은 11,777표(32%가 아닌 32.4%)를 얻었다.
이렇게 수치에서 틀려버리면, 그 주장 자체의 신뢰가 무너지는 법이다. 수치가 비슷한 건 사실이지만 기적처럼 같다고 볼 순 없다. 통계상의 문제제기가 유효하려면 비슷해선 안 되고 같은 수준이라야 한다.
둘째, 공병호 씨의 가장 큰 오류는 사전투표 표본과 당일투표 표본이 동일해야 한다고 전제하는 데 있다. 그러나 이번 총선에서는 사전투표에는 좌파 진영이, 당일 투표에는 우파진영이 결집했다고 보는 게 옳다. 이것은 최종 득표율로 확인이 된다.
문재인 대통령 내외도 사전 투표에 참여하는 등 좌파 진영에서는 사전 투표를 적극 독려한 반면, 우파 진영은 투표조작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사전투표를 만류했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따라서 사전투표 표본과 당일 투표 표본은 상당히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두 표본이 같아야 한다는 전제 하에 사전투표에서의 여당 득표가 당일 투표에서의 득표율 보다 10% 이상 더 많이 나온 것 자체를 조작 의혹의 증거라고 주장하는 것은 무리다.
공병호 씨는 서울 동작을 지역을 예로 들었다. 사전투표 비율이 전국에서 세 번째로 높았던 지역이다. 민주당 이수진과 통합당 나경원의 득표를 비교해 보면, 당일 투표에서는 이수진 31,726표(46.3%), 나경원 34,672표(50.6%)였지만, 사전투표에서는 이수진 29,681표(61.0%), 나경원 18,354표(37.3%)로 나타났다. 사전투표와 당일투표의 차이가 약 13%p 이상 차이가 났고 이 차이가 승패를 가른 것이다.
공 씨는 사전투표나 당일투표나 동일한 득표 비율이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당일투표에서는 두 후보의 격차가 3.3%인데, 사전투표에서는 13% 이상 차이가 나는 것 자체가 조작의 의혹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사전투표에서는 좌파가 결집했고, 당일투표에서는 우파가 결집한 것으로 보는 게 합리적이고 당연히 득표율이 달라야 한다.
이 동작을의 통계를 제시함에 있어서도 공 씨는 여러 군데 틀린 수치를 제시함으로써 신뢰를 떨어뜨렸다. 그가 관련 통계를 제대로 확인하는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수치만 가지고 검증 없이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인지 의심이 갈 정도다. 그가 제시한 수치는 이랬다.
<공병호tv 화면>
그러나, 이 수치는 이렇게 수정되어야 한다.
그는 과거 한국갤럽 등의 여론조사를 믿지 못하겠다며, 자체 여론조사를 자신의 채널을 통해 여러 번 실시한 바 있다. 자신의 채널에 설문조사 문항을 띄어서 구독자 등이 여론조사에 참여토록 했다. 여기서 그가 말하는 ‘표본’에 대한 신뢰가 얼마나 떨어지는지 알 수 있다. 전문 여론조사 기관처럼 남녀 비율, 연령별 비율, 지역별 비율 등 실제 인구통계에 맞춰 조사대상을 세팅한 것도 아니고, 우파 성향이 대부분인 표본을 가지고 여론조사를 벌여 놓고, 전문 조사기관의 것보다 신뢰가 있다고 우긴 것이다.
셋째, 사전투표에서 후보별 관외사전투표/관내사전투표 비율이 거의 동일하게 나온다는 주장이다. 이 주장은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 강하게 주장했다. 그들은 몇몇 지역구를 예로 들며, 서울 및 수도권 지역구 중 40여 곳에서 이런 특이 현상이 발견되었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인천 연수을의 경우,
한 지역구의 관외사전득표수를 관내사전득표수로 나누었더니 두 후보 모두 0.39..의 거의 동일한 비율을 보이더라는 지적이다. 그러면서 수도권의 다른 지역에서도 이런 패턴을 보인다고 주장하며 몇몇 지역을 더 제시했다. 서울 종로구와 송파병을 살펴보자.
그러나 이런 수치는 한 지역구 안에서 사전투표를 한 사람들의 패턴을 보여줄 뿐, 이것을 투표조작의 증거라 할 순 없다. ‘관외사전투표’는 종로구에 사는 사람이 직장에 나가서 일을 하다 업무 시간 중 직장 근처 다른 지역에서 투표하는 경우 등을 말한다. ‘관내사전투표’는 종로구에 사는 사람이 자기 지역에서 사전투표를 한 것이다.
이 비율이 여당 지지자든 야당 지지자든 비슷한 비율로 나오는 데는 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비슷한 거주 및 생활 패턴과 정치성향을 반영한 수치로 보는 게 더 합리적일 것이다. 이것을 조작의 증거라고 주장하려면, 한 지역 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동일한 비율이 등장해야 할 것이나, 인천 0.39, 종로 0.26, 송파 0.31 등으로 지역별로 전부 다르게 나타난다. 즉 통계상으로도 조작의 증거가 될 만큼 획일성과 규칙성이 없다는 이야기이다.
오히려 접전 지역에서는 지역 내 동일성도 떨어진다. 최종 득표 차이가 8천 표 이하였던 격전지역을 보면 이렇다.
넷째, 서울, 경기, 인천지역 사전투표에서의 양당 득표율이 일정하게 63대 36의 비율로 나타난다며, 이 또한 ‘조작’의 증거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공병호tv에서 제시한 수치는 이렇다. 이 수치 또한 실제 통계치와 유사하긴 하지만 정확하진 않다.
위 수치를 인정한다 하더라도, 사전투표 및 당일투표를 합산한 최종 득표율을 비교해 보면 수도권 지역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사전투표나 최종투표나 세 지역에서의 득표율 차이가 ±1% 내외로 사전 투표에서만 유독 특이한 패턴을 보인다고 보기 어렵다. 조직범죄를 뜻하는 조작의 근거로 삼을 수 없는 통계패턴이다.
현재 공병호 씨는 ‘숫자가 이상하다’, ‘득표율이 일정한 패턴을 가진다’는 점을 근거로 사전투표가 조작되었을 가능성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특정 지역의 몇몇 수치만을 가지고 ‘사전투표 조작’을 주장하기엔 너무나 허술한 논리구조이다. 오히려 조작이 없었다는 주장에 유리한 통계 패턴이다.
단순히 통계가 특이하다는 이유로 사전투표 조작 의혹을 던지는 것은 이만저만한 논리 비약이 아니다. 어느 사람의 인상이 고약하다고 ‘살인범’이라 단정하는 식이다. 통계상 특이점의 이유를 단숨에 조작으로 몰아가는 것은 연구자가 갑자기 수사관 역할을 하는 격이다. 조작은 범죄이고 이는 수사적 관점에서 분석해야 한다. 사전투표와 당일투표와 개표의 全과정이 cctv로 감시되었다. 개표용 컴퓨터는 인터넷 연결이 되지 않아 조직적 조작이 불가능한 단순 계산기일 뿐이다. 통합당도 사전투표 과정을 점검, ‘조작의 위험이 없다’고 판단했었다. 지금 사전투표함의 개표로 역전패한 통합당 후보 중 한 사람도 공개적으로, 법적으로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있다. 공병호 같은 제3자가 열을 올린다. 사전투표 조작을 하려면 야당의 참관인을 매수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개표요원과 선관위 직원과 짜야 하고 그 인원이 수십 명, 수백 명이 될지 모른다. 발각되면 패가망신할 범죄인데, 과연 가능한 일인가?
게다가 공병호 씨는 이번 총선에서 미래한국당 공천관리위원장이라는 중책까지 맡았던 사람이다. 그저 ‘아니면 말고’식의 주장이라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논평가가 아니다. 적어도 이런 숫자의 나열 외에 다른 증거가 있어야 한다. 아니면 조용히 미래통합당과 논의를 해서, 5000표 내외로 낙선한 통합당 후보자가 해당 지역 사전투표에 한해서라도 재검표를 요청하도록 하는 것이 차라리 나았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