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호에서 흥미로운 통계 기사를 실었다. 제목은 “놀랍게도 전염병 확산 기간 중 자살이 줄어들었다(Surprisingly, suicide has become rarer during the pandemic)”이다. 부제는 “정부들의 재정 지원이 사람들이 절망에 빠지게 되는 원인 하나를 줄였을 수 있다(Financial support from governments may have reduced one potential cause of despair)”이다.
관련 기사를 전문(全文) 번역해 소개한다.
////////////////////
2020년 5월 호주의학협회(AMA)는 정신 건강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경고를 내놨다.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창궐 이후 홍콩에서는 중년 여성을 중심으로 자살률이 증가했다. 여러 연구 결과에 따르면 경기 침체 시기에 자살률이 높아진다. AMA는 이런 전례를 적용, 코비드-19 전염병으로 인해 자살률이 25% 증가할 수 있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AMA는 어떤 경우에는 코비드로 인한 사망자 수보다 자해에 따른 사망자 수가 높을 수도 있다고 했다.
다행히도 이런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호주의 뉴사우스 웨일즈와 퀸스랜드, 빅토리아州의 통계를 보면 2020년 4월부터 9월 사이 자살로 숨진 사람의 수는 전년 동기대비 2% 적었다.
호주는 서방국가 중 코비드 전염병이 덜 확산된 곳이다. 그러나 코비드가 크게 확산된 국가들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일어났다. 의학 전문지 란셋(Lancet)은 최근 21개 국가의 자살률을 조사했다. 2020년 1~2분기 자살률을 통해 코비드와 관련이 있는지 여부를 분석했다. 중간값을 기준으로 봤을 때 2020년 4월부터 6월 사이 자살로 숨진 사람 수는 기존 전망치보다 평균 10% 적었고 전년 동기와 비교해서는 7% 감소했다. 평균적으로 봤을 때는 전년보다 기존 전망치 대비 7%, 실제 수치 대비 11% 줄었다.
이 연구는 전염병 확산 초창기에 집중했다. 이론적으로 보면 자살 문제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 악화됐을 수 있다. 실제 일본의 자살률은 지난해 크게 증가했다. 2009년 이후 전년 대비 처음으로 자살률이 상승했다. 일본은 ‘고독 담당 장관’을 새로 만들기도 했다.
2021년 1분기 기준 일본의 자살률은 전염병 확산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다른 국가의 통계에도 자살이 늘어났다는 증거는 찾아볼 수 없다. 란셋 논문 저자들은 지난해 10월까지 자료가 공개된 국가에 대한 추가 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지난해 후반기에도 상반기와 비슷한 추세가 이어졌다. 영국은 지난해 9월 기준 자살률이 전년보다 12% 줄었다고 발표했다. 미국의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2020년 자살로 숨진 사람이 전년대비 6% 감소했다고 했다.
이러한 자살률 관련 조사는 광범위하게 확산된 우울한 분위기가 개개인이 절망에 빠지게 되는 데 꼭 영향을 끼치지만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러한 추세를 설명할 수 있는 하나의 가설은 전염병으로 인해 재정적 어려움을 겪게 된 사람들에게 정부가 재정 지원을 한 것이 영향을 끼쳤을 수 있다는 것이다. 부자 나라들은 국민들이 자살하는 상황을 최악의 상황에 처하기 전에 일부 스트레스 요인을 해소시켰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경제적 타격을 막을 역량이 덜한 일부 개발도상국 중 일부도 2020년 자살 관련 통계를 발표했다. 말라위에서는 지난해 자살로 사망한 사람의 수가 전년대비 52% 증가했다. 다만 코비드는 말라위에서 크게 확산되지 않았고 정부가 심각할 수준의 ‘락다운’ 정책을 펼치지도 않았다. 물론 이 국가의 경제는 크게 악화됐다. 일부 정부가 재정적으로 지원을 한 것이 취약한 사람들의 목숨을 실제로 살렸는지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지원 장치가 잘 구축되지 않은 국가들의 자료들을 더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