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WSJ)의 윌리엄 맥건 논설위원은 24일 ‘탈레반의 9·11’이라는 제하의 칼럼을 게재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 대표 스피치라이터(연설문 작성자)로 활동했던 맥건 위원은 “조 바이든은 그가 하고 싶었던 정치적 연설 때문에 아프간에서의 철수를 서둘렀다”고 했다.
그의 칼럼은 “조 바이든은 올해 9월 11일에 도대체 무슨 말을 할까?”라며 시작된다.
<그가 무엇을 말하려고 했는지 우리는 알고 있다. 그는 (9·11) 20주년을 맞아 전임 대통령인 조지 W. 부시, 버락 오바마, 도널드 트럼프 그 누구도 해내지 못했던 아프간에서의 ‘끝나지 않는 전쟁’을 끝내는 데 성공한 대통령이라고 자신을 치켜세우고 싶었을 것이다. 인위적인 (철수) 마감시한의 목적은 그가 하고 싶은 연설을 하기 위한 명분을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
맥건 위원은 “엉터리 철수가 이 계획을 무산시켜버렸다”며 “더욱 최악은 이슬람 원리주의자들 앞에서 9·11 문제를 영원히 항복해버린 것”이라고 했다. 이제 2001년 9월 11일이라는 날은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이 당시 원하던 바대로 이들의 ‘승리의 날’로 기록될 것이라고 했다.
맥건 위원은 이런 승리에는 미국인들의 머리 속에 9·11이라는 날을 새겨놓은 알카에다가 한 몫을 했다고 했다. 알카에다 지도자들이 9·11 테러를 계획하고 추진하던 피난처를 되찾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당시 아프간을 다스리던 탈레반이란 세력들은 부시 대통령이 (알카에다와 같은) 테러리스트와 이들을 지원하는 사람들을 분리하지 않겠다고 밝혔음에도 알카에다를 넘기지 않았던 세력들이라고 했다. 맥건 위원은 탈레반도 큰 승리를 거뒀다고 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이 이오지마에 성조기를 꽂는 장면을 패러디하는 모습까지 연출했다고 했다. 맥건은 “이들이 승리했는데 왜 그렇게 하지 못하겠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맥건은 미국 내에서 시행 방식이 잘못된 것이지 철수 결정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 나온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주말 대중 앞에 나와 철수 결정을 내린 것은 절대적으로 옳았다고 강조한 것을 문제 삼고 있다고 했다.
맥건 위원은 그러나 '20년간의 실패'라는 표현으로 묘사하는 것은 유치한 주장이라고 했다. 미국이 아프간에서 한 여러 실수가 있고 이에 따른 대가를 치러야 했던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하지만 아프간을 20년 사이에 벨기에와 같은 국가로 만들지 못했다며 모든 것을 실수라고 단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했다.
<아프간을 자유 민주주의국가로 만들겠다고 하는 데 있어 너무나 큰 낙관론이 있었다는 점은 사실이다. 하지만 탈레반의 승리라는 최악의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 보다 겸손한 승리라는 것이 있을 수 있다. 2만 8500명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고 공식적으로 남한과 북한 사이에 ‘영원한 전쟁(forever war)’이 여전히 진행되고 있는 한국을 우리가 관리해왔던 것처럼 말이다.>
맥건 위원은 아프간 정부가 부패하고 무능력한 것은 맞지만 전임 정권과 지금 정권을 잡은 세력과 비교해서는 훨씬 나은 모습을 보여줬다고 했다. 그는 “아프간 여성들과 소녀들이 중세시대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은 언급하지 않고서라도 말이다”라고 했다. 그는 “미국이 어떠한 낭비와 멍청한 일을 했든 카불 공항에 모여 담을 넘으려는 절박한 아프간인들이 이 모든 것을 20년간의 실패라고 치부할 것 같지는 않다”고 했다.
맥건 위원은 이번 사태로 인해 미국의 신뢰도에도 큰 타격이 생겼다고 했다. 그는 미국의 가장 중요한 군사동맹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외교 문제에 있어 베테랑 전문가라고 홍보해온 한 남성(바이든)에 의해 신뢰를 잃었다고 했다. 그는 독일의 후임 총리로 유력한 아르민 라셰트가 미군 철수를 ‘대실패’라고 규정한 것을 언급했다. 또한 영국의 하원이 이 문제를 논의하며 ‘창피하다, 잔인하다, 치욕스럽다’ 등의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다고 했다. 맥건은 “이런 반응이 우리의 친구들로부터 나오고 있는 것이다”라고 했다.
맥건 위원은 아직도 바이든의 철군 결정이 옳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질문이 있다고 했다. 현지에서의 정보 수집 능력과 전략적 요충지에 위치한 공군 기지를 잃고 아프간 수도 카불에 동맹이 아닌 적(敵)이 있다는 문제를 다른 곳에 뻗어 있는 미국의 역량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바이든의 말 역시도 믿느냐는 것이었다.
맥건은 “대다수의 미국인들이 군복을 입은 미국의 남녀 군인들이 집으로 돌아오게 되기를 항상 바라왔다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하지만 미국인들은 아이들이 아니다”라고 했다.
맥건은 전략적으로 중요한 곳에 미군이 계속 주둔하는 것에 따라 얻는 이득이 더 많다는 주장을 내놓는 정치인이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것이 유감스럽다고 했다. 그는 이런 주장을 펴며 '독일과 일본, 한국'을 언급했다. 그는 “아프간에서의 미군의 전투 임무는 사실상 끝났고 계속해 주둔하는 군인의 수도 10여 년 전 10만 명과 비교해 훨씬 적었을 것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고 했다. 그는 한 연구기관이 전망한 4500명이라는 미군 수치를 소개했다.
맥건 위원은 이날 칼럼을 다음과 같이 마무리했다.
<우리는 앞으로 3주 후면 미국 본토에서 발생한 끔직한 공격의 20주년을 맡는다. 테러리스트들에게 안식처를 제공하고 이런 일을 하는 데 동참했던 사람들은 카불에서 환호성을 부를 것이다. 조 바이든의 연설문 작성자들은 지금보다 상황을 악화시키지 않는 연설문을 도대체 어떻게 쓸 수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