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 시절 법무장관 겸 검찰총장을 지낸 윌리엄 바가 3월 8일 회고록을 낸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은 그의 회고록 중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반대하다 사임하게 되는 일화를 발췌해 소개했다. 윌리엄 바는 과거 민주당 및 진보성향의 언론들에 의해 트럼프의 ‘충견’이라는 조롱을 당했다. 그 정도로 트럼프에게 충성을 하는 인물로 비쳤으나 부정선거와 관련된 일화를 보면 그가 어떤 인물인지를 짐작할 수 있게 된다. 3월 5일자 월스트리트저널에 소개된 그의 회고를 전문(全文) 번역해 소개한다.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 약 한 달 뒤인 12월 첫날은 흐리고 비가 내렸다. 이날 오후 선거 결과를 받아들이는 것을 힘들어 한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다른 용무로 백악관에 있다는 사실을 전해 들었다. 그는 나를 바로 만나야겠다고 했다. 나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상할 수 있었다.
지난 몇 주간 나는 대통령과 그에게 선거가 조작돼 “도둑을 맞았다”고 주장하는 외부 변호인단에 대해 걱정을 했다. 물론 나는 2020년 대통령 선거에서 어느 정도의 부정행위가 일어났다는 것을 의심하지는 않는다. 선거라는 것은 항상 그 정도의 부정행위가 뒤따르게 된다. 하지만 대통령의 변호인단의 주장을 조사한 법무부는 선거의 결과를 바꿀 정도 수준의 부정행위가 발생했다는 사실은 확인하지 못했다.
자료를 보면 민주당이 법률 개정으로 이익을 얻은 것으로 나왔다. 선거기간을 늘리고 우편투표를 늘려 경합주의 투표율을 높이도록 한 것이었다. 나는 이런 법률 개정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혀왔다. 이를 통해 부정행위가 발생할 가능성을 키우고 이에 따라 선거 결과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일부 주(州)는 부정행위를 막기 위한 법을 도입했다. 우편투표를 하기 위해서는 신청서를 제출하도록 하는 법이 있었지만 이는 이행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부정행위가 발생할 기회가 커졌다. 하지만 부정행위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는 것이 부정행위를 했다는 증거가 되지는 않는다.
미국의 시스템은 주(州)가 선거를 관리하도록 한다. 만약 특정 주가 선거 관련 법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했다면 피해를 당한 당사자는 주정부 당국자 및 주정부 법원을 통해 문제를 제기하게 된다. 이를 통해 해당 주로 하여금 심도 있는 감사를 진행하고 부정행위 의혹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게 된다. (연방) 법무부는 이런 역할을 할 권한이나 제도가 없다. 법무부의 권한은 사법처벌을 목적으로 부정행위에 대한 특정 의혹을 조사하는 것이다. 주정부가 법을 제대로 따르지 않았다는 주장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선거 결과를 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일부 경합주의 교외지역에서 공화당 및 무당층 유권자의 표를 많이 받지 못한 것으로 나온다. 그는 해당 지역에서 2016년 당시 선거보다 적은 표를 얻었다. 이런 이유에서 선거 결과가 그렇게 나왔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가 의원직에 출마한 다른 공화당 후보들보다 적은 표를 얻은 지역이 많았는데 이를 감안하면 선거 결과가 왜 그렇게 나왔는지 알 수 있다. 이는 부정선거 주장과는 다른 이유에서 그렇게 됐다는 점을 보여준다.
만약 미국인들이 선거의 무결성과 당선된 정권의 정당성에 대한 신뢰를 잃게 된다면 우리는 매우 어두운 시절로 향하게 될 것이다. 이런 이유에서 나는 2016년 트럼프 대통령 당선의 정당성을 폄훼하고 이에 반대하려 한 세력들에 대해 기분이 매우 언짢았다. 그런데 현재 상황은 완전히 뒤바뀌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변호인단은 그의 지지자들에게 충분한 증거 없이 엄청난 부정선거 의혹을 꾸준하게 퍼뜨리고 있다.
선거 이후 몇 주간 제기된 부정선거 의혹은 몇 가지의 의혹에 집중됐다. 나는 미국 전역의 법무부 담당자들에게 연방수사국(FBI)과의 협조를 통해 이와 같은 의혹을 조사할 것을 지시했다. 일부의 의혹은 하찮은 것으로 드러났고 일부는 증거가 뒷받침되지 않았다. 나는 대통령의 보좌진들에게 법무부가 부정선거 의혹에 대해 조사하고 있지만 신빙성 있는 증거를 찾아내지는 못했다고 여러 차례 보고했다.
나는 미국이 헌법적 위기 상태에 처하게 되는 것을 걱정했다. 11월 29일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뉴스에 출연해 선거가 조작됐고 도둑을 맞았다고 했다. 그는 “법무부가 전투 중에 실종됐다”고 공격했다. 나는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보좌진들과 여러 차례 논의를 하며 법무부가 적절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설명해왔다. 하지만 그는 우리가 “전투 중에 실종됐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우리가 그의 변호인단과 함께 선거 결과를 뒤집기 위해 나서지 않았다는 것이다.
12월 1일 정오, 나는 법무부장관실 전용 식당에서 법무부를 출입하는 마이크 발사모 AP통신 기자와 만났다. 마이크는 대통령이 주말에 법무부를 비판한 것에 대해 질문을 했다. 나는 대통령의 주장과는 달리 법무부가 부정선거 의혹에 대해 조사를 했다고 답했다. 마이크는 “무엇을 찾아냈느냐”고 물었다. 나는 “지금까지 우리는 선거 결과를 뒤바꿀 정도 수준의 부정행위는 찾아내지 못했다”고 했다. 얼마 후 언론들이 법무부장관이 선거 결과를 뒤바꿀 수준의 부정행위는 찾아내지 못했다며 대통령에게 전면으로 반박했다고 줄지어 보도했다.
나는 이날 오후 백악관에서 마크 메도우스 비서실장관 팻 시폴론 고문을 만나기로 돼 있었다. 나는 어떤 일이 생길지 예상하고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를 만나자고 불러냈다. 나는 불편한 만남이 될 것을 알고 있었다.
내 비서실장인 윌 레비와 함께 대통령 집무실에 들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직사각형으로 된 작은 식탁이 있는 장소를 집무실로도 활용했는데 그곳에서 그를 만났다. 그는 언제나처럼 내 왼쪽에 있는 식탁 상석에 앉았다. 반대쪽 상석은 비어 있었지만 그 위로는 큰 TV가 걸려 있었다. 원아메리카네트워크라는 방송에서 중계하는 미시간주 주의회의 부정선거 의혹에 대한 청문회가 나오고 있었다.
식탁 반대편에는 메도우스 비서실장관 시폴론 고문, 팻 필빈 부(副)고문이 앉아 있었다. 내 오른쪽에는 백악관 변호사인 에릭 허시맨이 앉아 있었다. 나와 가까운 식탁 쪽은 다 공석이었다. 나는 대통령 가까이로 가 의자 등받이에 손을 걸친 채 그대로 서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리모컨을 들고 TV 소리를 조금 줄였다.
나는 대통령을 보고서는 “안녕하십니까 대통령 각하”라고 인사했다. 민망한 침묵이 이어졌다. 그는 리모컨을 내려놓더니 나를 빤히 쳐다봤다. 나는 그가 화가 난 것을 알아차렸다. 그가 분노를 통제하려고 하는 것이 보였다. 그는 무언가를 찾듯 식탁 위의 서류들을 뒤졌다. 그의 숨소리는 평소보다 거칠었고 콧구멍은 약간 벌어져 있었다. 그는 찾던 것을 확인했는지 기사를 하나 가리키며 “이것 봤느냐”고 물었다.
이는 AP통신의 발사모 기자의 기사였다. 나는 “네, 봤습니다, 대통령 각하”라고 했다. 그는 “왜 이런 이야기를 했느냐”며 언성을 높였다. 나는 “왜냐하면 그것이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대통령 각하”라고 했다. 나는 “기자가 지금까지 법무부가 찾아낸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고 나는 이에 대해 답을 한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은 화를 내며 “하지만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았어도 되는 것 아니냐”고 했다. 그는 “그냥 ‘노 코멘트’라고 하면 되는 것 아니냐”며 “나를 죽이는 일이다”라고 했다. 그는 잠시 숨을 고른 뒤 “당신은 트럼프를 증오하는 게 분명하다. 트럼프를 증오해야만 이런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나는 “아닙니다 대통령 각하, 각하를 증오하지 않습니다”라고 했다. 그는 “당신이 부당한 대우를 받을 때 나는 내 많은 것을 희생하며 당신을 도왔습니다”라고 했다. 대통령은 고개를 끄덕였는데 억지로 그러는 것으로 보였다. 나는 “하지만 지난 주말 각하께서 법무부가 부정선거에 대한 증거를 찾아내지 못했다며 공격했습니다. 법무부는 각하의 변호인단이 아닙니다. 법무부의 임무는 실제로 일어난 부정행위를 조사하고 이를 처벌하는 것입니다. 각하의 사람들이 하는 주장을 검토해봤는데 다 개소리입니다”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화가 난 것 같았다. 나는 계속해서 “부정선거 의혹에 증거가 뒷받침되지 않는다고 말씀드렸다”며 “다른 사람들도 각하께 이런 이야기를 해줬지만 각하의 변호인단은 미국인들을 향해 이런 쓰레기 주장을 퍼뜨리고 있습니다. 이는 잘못된 일입니다”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TV를 바라보며, “이런 청문회를 들어봤느냐”고 했다.
나는 “아니요 각하, 하지만 이런 주장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습니다”라고 했다.
대통령은 의자에 기대고 팔짱을 끼고서는 나를 빤히 쳐다봤다. 얼굴이 더욱 빨개져 있었다. 펄펄 끓고 있는 것 같았지만 내가 계속 말을 이어가도록 하는 것 같았다. 나는 “각하의 변호인단은 계속해서 공개적으로 ‘부정’이 일어났다고 하는데 이들은 법정에서는 ‘부정’이라는 주장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라고 했다. 나는 “이들은 일부 주가 법을 제대로 따르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는데 이는 부정행위의 증거와는 다른 이야기입니다”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증거는 산 하나만큼 쌓여있다”고 소리치며 청문회가 나오는 TV를 가리켰다.
나는 “각하, 각하께서 현재와 같은 상황에 처하게 된 이유는 제대로 된 법무팀을 시작부터 제대로 구축해 운영하지 못하고 광대놀이를 했기 때문입니다”라고 했다. 그는 “아마도”라고 하기는 했지만 화가 줄어들지 않는 것으로 보였다.
나는 “보십시오 대통령 각하, 이들은 도미니언 투표기기에 대한 바보 같은 주장으로 한 달을 통째로 낭비했습니다”라고 했다. “우선 그렇게 됐다는 증거가 없으며 각하의 변호인단은 쉽게 반박될 수 있는 하나의 이론을 골라낸 것입니다”라고 했다. 나는 실제 투표지가 보관돼 있기 때문에 투표기기의 정확성을 쉽게 검증해낼 수 있다고 했다. 나는 이런 검증 절차가 진행됐을 때 큰 차이가 발생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디트로이트에서 새벽에 바이든에게 가는 수천 장의 표가 쏟아진 것 봤느냐”고 했다. 그는 “사람들이 새벽에 건물로 들어가는 투표용지 박스들을 봤다”고 했다.
나는 “그 문제도 살펴봤습니다”라고 했다. “디트로이트에는 다른 곳과는 달리 600개가 넘는 선거구가 있는데 개표를 위해 별도의 처리공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야간에 투표용지 상자가 도착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디트로이트의 투표용지는 평소에도 늦게 도착합니다. 이번 선거 역시 지난 선거들과 비슷했습니다”라고 했다. 나는 “각하께서는 디트로이트에서 2016년보다 조금 더 많은 표를 얻었고 바이든은 힐러리 클린턴보다 덜 얻었습니다”라고 했다.
대통령은 내가 이런 일들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것을 알고서는 약간 놀란 것처럼 보였다. 나는 “지난 선거와 어떻게 달랐는지 제대로 파악하도록 보좌진들에게 지시하기는 한 겁니까”라고 했다.
대통령은 나를 쳐다보더니 대화의 주제를 선거와 다른 것으로 옮기려 했다. 내가 다른 사안에 있어서도 대통령을 실망시켰다는 것이었다. 하나는 2020년 선거가 치러지기 전에 러시아 선거 개입에 대한 조사를 마치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나는 “너무 늦어지게 돼 유감입니다”라고 했다. “하지만 지난번에 말씀드렸듯 코로나바이러스가 그렇게 된 원인 중에 하나입니다”라고 했다.
그는 “언제 끝날 것 같으냐”고 물었다. 나는 “잘 모르겠지만 바이든 행정부 초반에 끝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라고 했다.
그는 “바이든 행정부 초반?”이라고 소리치며 나를 째려봤다. 나는 대통령이 조사가 늦어져서 화가 난 것인지, 아니면 바이든 행정부라고 콕 집어서 이야기한 것 때문에 화가 난 것인지 잘 몰랐다.
대통령은 그가 오랫동안 나에 대해 갖고 있던 불만을 털어놨다. 그는 2019년 8월 제임스 코미 FBI 국장을 기소하지 않기로 한 나의 결정에 대해 불만을 가졌다. 코미는 변호사에게 전달한 서류 중에 기밀사안을 일부 포함한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나는 대화를 끝내려고 했다. “대통령께서 제게 화가 나 있다는 것을 이해합니다. 대통령 각하, 저는 사의를 표명할 의사가 있습니다. 다만…”이라고 했다.
‘탕’하는 소리가 총소리처럼 퍼졌고 우리 모두는 놀랐다. 그는 “수락한다!”라고 소리쳤다. 그리고서는 손바닥으로 책상을 ‘쾅’하고 쳤다. 그의 얼굴은 떨리고 있었다. 그는 “나가라, 그리고 사무실에 다시는 돌아가지 마, 당신은 지금부로 끝났어. 집에 가”라고 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습니다 대통령 각하”라고 했다. 나는 내 비서실장 윌에게 제스처를 보냈고 우리는 밖으로 걸어나갔다. 팻 시폴론과 에릭 허시맨은 모두 “안 돼”라고 크게 소리치고 있었다. 팻은 “대통령 각하, 이는 큰 실수입니다”라고 했다.
윌과 내가 집무실로부터 15m쯤 걸어나왔을 때 전화벨이 울렸다. 에릭은 “떠나지 말라”고 소리쳤다. 나는 “나는 나가버릴 거다”라고 했다.
백악관에서 나오던 날은 비가 내리는 우중충한 날이었다. 나를 경호하는 FBI 요원과 윌과 함께 방탄으로 된 검정색 쉐보뤠 서버반 차에 올라탔다. FBI 요원은 내게 “어디로 갈까요”라고 물었다. 나는 법무부로 가라고 했다.
그런데 갑자기 뒷좌석 창문 양쪽으로 누군가 다가와 주먹으로 ‘쾅’하고 쳤다. 앞자리에 앉아 있던 나와 FBI 요원은 모두 깜짝 놀랐다. 팻과 에릭이 양쪽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우리는 차를 멈췄다. 윌은 맨 뒤칸으로 자리를 옮겼고 팻이 내 옆에 앉았다.
팻은 “윌리엄, 당신이 문밖으로 나가자마자 대통령이 당신을 떠나지 못하게 하라고 우리에게 지시했다”며 “그는 당신을 해고하는 게 아니니 돌아오라”고 했다. 에릭도 “당신이 맞다”고 거들었다. “당신의 지위와 관련해 어떤 변화도 없는 것 이해하느냐”고 물었다. 팻은 “조금 차분해질 때까지 기다리자”며 “내일 다시 이야기하자”고 했다.
나는 “알겠다”며 “하지만 나는 대통령이 이런 선거 도둑 문제와 관련해 어떤 행동을 하려고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에릭은 “오늘 어떤 일이 있었다고 말할 것이냐”고 물었다. 나는 “어떤 일도 생기지 않았다”며 “집에 가서 스카치 위스키를 한 잔 마실 거다”라고 했다. 팻과 에릭은 차에서 내렸고 우리는 다시 차를 몰고 떠났다.
다음날 아침 나는 마크 메도우스 비서실장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나는 사전 경고 없이 떠나는 등의 행동으로 대통령을 놀라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모든 주가 선거 결과를 승인하고 바이든의 승리가 확정된 날인 12월 14일, 나는 대통령을 찾아가 크리스마스 이전에 그만두고 싶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한 시간 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윌리엄 바 법무부장관과 백악관에서 매우 좋은 만남을 가졌다”며 “우리의 관계는 매우 좋았고 그는 훌륭한 일을 해냈다. 윌리엄은 가족과 연휴를 보내기 위해 크리스마스 이전에 떠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