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고서도 부정선거를 주장한 2016년 트럼프와 2022년 한국의 음모론자들

음모론자들에게 권하는 美 음모론자 파웰의 궤변: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나의 주장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았을 것”

한국 언론을 비롯한 주요 외신들은 3월 9일 치러진 한국의 대통령선거를 보도하며 윤석열 씨가 신승(辛勝)했다는 내용을 중점적으로 다뤘다. 선거 전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와는 달리 박빙의 승부가 펼쳐졌고, 이는 향후 尹 당선인의 국정운영에 있어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내용이 대다수였다.


그런데 일부 한국의 유튜버를 중심으로 부정선거가 일어났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이런 주장을 대표적으로 하는 공某 씨의 유튜브 채널을 들어가서 최근 올라온 영상들의 제목을 봤다. 제목 중 일부만을 우선 소개한다.


<“투표지 분류기 조작/100장 1장씩 이재명 표”
“투표조작, 얼마나 했나? (조작규모 추정)”
“선관위, 범죄집단인가?”
“위조투표지, 이렇게 투입했다”
“326만 표 이상, 위조투표지 투입!”>


내가 가장 재미있다고 생각한 제목의 방송은 “3·9대선 사전투표 조작, 전모 / 민심, 대폭발하다! / 이번에도 대규모 조작 강행 / 4·15부정선거처럼, 절대로 티나지 않게 ‘마일드하게’ 한 것 조작 실패 요인”이었다. 조작에 가담한 세력들이 일말의 양심은 있어 ‘마일드하게’ 했다는 건가?


‘조갑제TV’에도 ‘부정선거에는 왜 침묵하느냐?’는 식의 댓글들이 많이 달렸다. 주장을 대충 들어보니 이런 내용인 것 같다.


1) 모든 여론조사에서는 5% 이상으로 윤석열 후보가 당선할 것으로 나왔다, 2) 그러나 유시민 등은 1% 내외 승리를 언급했다(4·15 총선 당시에도 유시민은 선거 전 180석을 운운했는데 그런 결과가 나왔다), 3) 출구조사를 보니 이번에도 유시민 말처럼 나왔다(사전에 조작해놓은 수치를 무의식중에 실토한 것이다), 4) 본투표만을 보면 윤석열이 훨씬 앞선 것 같은데 사전투표에서 조작이 이뤄진 것 같다, 5) 하지만 ‘투표감시단’ 등 ‘애국시민’들의 노력으로 이재명이 승리하는 것만큼은 막아냈다.


나는 갑자기 궁금해졌다. 선거에서 패배하고서 부정선거가 있었다고 주장한 사례는 2020년 트럼프 대통령 때 있었다. 다른 나라에서도 여러 번 있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그런데 선거에서 이긴 측을 지지하는 것으로 보이는 세력이 부정선거를 주장한 적이 있었는지가 궁금했다. 그래서 해외의 사례가 있는지를 찾아봤는데 쉽게 찾지는 못했다. 그러다 갑자기 2016년 도널드 트럼프가 힐러리 클린턴에게 승리하고도 조작이 일어났다고 했던 일이 떠올랐다.


트럼프는 2016년 11월 선거 얼마 후 트위터를 통해 부정선거만 없었다면 선거인단 투표가 아닌 국민 전체투표에서도 그가 승리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의 선거인단 제도는 각 주의 선거결과를 집계해 승리한 후보에게 주에 배정된 선거인단 수를 돌아가게 하는 것이다.


트럼프는 2016년 선거 당시 선거인단 투표에서 304 대 227로 승리했다. 반면 전체 유권자를 대상으로 하는 투표에서는 약 300만 표 차이인 6298만 표 대 6585만 표로 패배했다. 잠깐 다른 이야기지만 미국 선거에서 전체투표에서 승리하고 선거인단에서 패배한 사례는 다섯 번에 불과하다. 1824년 앤드류 잭슨, 1876년 사무엘 틸든, 1888년 그로버 클리브랜드, 2000년 알 고어, 2016년 힐러리 클린턴뿐이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미국의 대통령 선거제도가 과거 영국으로부터 독립하며 주정부와 연방에 고유 권한을 부여했던 것에서, 한 국가라는 개념으로 전체투표로 당선자를 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한다. 물론 이런 제도가 쉽게 바뀌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어찌 됐든,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선거 이후 트위터에 다음과 같이 썼다.


<내가 선거인단 투표보다 소위 ‘전체투표’에서 훨씬 더 쉽게 승리할 수도 있었다. 만약 내가 이번처럼 15개의 주를 방문하는 것이 아니라 서너 개의 주에서만 선거유세를 했다면 말이다. 그랬다면 나는 더욱 쉽게, 그리고 훨씬 더 설득력 있게 승리했을 것이다.>


그는 선거가 지난 몇 주 뒤 트위터에 또 한 차례 글을 썼다.


<선거인단에서 압승을 거뒀을 뿐만 아니라 불법으로 투표한 수백만 명의 표를 제외하면 전체투표에서도 내가 이겼다.>


트럼프는 이런 말도 했다.


<시스템 자체가 크게 조작됐다. 이런 상황을 투표소에서도 볼 수 있다. 사람들이 공화당 후보에게 투표를 하면 이런 투표용지 모두가 민주당 것으로 바뀐다는 보도가 있다. 다들 이런 사실을 봤을 것이다. 이런 상황이 현재 여러 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 보고가 되고 있다. 달리 말하자면 지금의 (선거관리) 기계들은 공화당이라고 써서 내면 민주당으로 인식해버린다. 이런 비난이 많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의 최측근이라고 볼 수 있는 아들 에릭 트럼프도 당시 선거기간 중 이미 사망한 사람 중 유권자로 등록된 사람이 200만 명에 달한다며 미국에 거주하는 사람 중 미국시민이 아닌 사람의 14%가 유권자로 등록됐다고 주장했다. 이 역시 사실이 아니었다.


2016년 당시 트럼프의 행동을 오랜만에 다시 들여다보니 한국의 음모론자들이 6년이 지난 2022년에 똑같은 주장을 여럿 한다는 것이 확인됐다. 하나의 예다.


“친구들과 함께 투표장에 가서 제대로 되고 있는지 확인(감시)해라. 이 나라에 심각한 문제가 일어나고 있는데 어느 누구도 이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하지 않는다.” (트럼프 2016년 10월 17일 트위터)


트럼프의 2016년 부정선거 주장에 대해 언론들은 그가 정권의 정당성을 강화하기 위해 이런 말을 하는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앞서 언급했듯 전체투표에서 승리했지만 선거인단 선거에서 패배한 후보가 다섯 명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트럼프의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세력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힐러리 클린턴은 선거 이후 패배를 인정했다. 하지만 당시 민주당 성향의 일각에서는 위스컨신주와 미시건주, 펜실베이니아주에서 통계적으로 비정상적인 상황이 발생했기 때문에 재검표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무렵 러시아가 민주당중앙위원회를 해킹했다는 보도가 나오기 시작했고 이는 트럼프의 임기 몇 년간 이어져온 이른바 ‘러시아 스캔들’로 확대된 바 있다.


영국의 BBC 방송은 민주당 일부의 재검표 주장, 전체투표 결과에 따라 제기되는 트럼프의 정당성에 대한 의문 등으로 인해 트럼프가 이런 부정선거 주장을 하는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BBC 방송의 당시 해설이다.


<딱 트럼프 방식의 행동이다. 그에 대한 어떤 의혹이 제기되면 의혹을 제기한 사람을 향해 의혹을 제기하는 것이다. 그의 상대편이 그가 이긴 주에 대한 재검표를 원한다? 그러면 힐러리 클린턴이 이긴 주에서 대규모의 부정선거가 일어났다고 하는 것이 그의 방식이라는 것이다.>


100번 양보해서 트럼프가 무리를 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이런 정치공학적 상황에 있다고 쳐보자. 그런데 지금 한국의 부정선거론자들은 무슨 이유에서 이런 주장을 하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재명은 물론, 민주당 어느 누구도 재검표 운운하는 사람이 없다. 그런데 이걸 두고서도 부정선거론자들은 ‘이를 이슈화해서 수사가 이뤄지면 조작이 들통 날 것이기 때문에 침묵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한다고 한다.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반복해서 이런 주장을 한다. 트럼프나 한국 부정선거론자나 마찬가지다. 일종의 습관(?), 중독(?)이라고 해야 할까.


트럼프는 2012년 선거에서 버락 오바마가 당선되자 이 선거를 ‘완벽한 사기’라고 불렀다. 그는 선거인단제도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개표 중간에는 오바마가 “전체투표에서 패배했지만 선거에서는 승리했다”며 “이 나라에 혁명이 일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종 개표 결과 오바마가 전체투표에서도 승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트럼프는 2016년 공화당 경선이 치러진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테드 크루즈에게 패배했는데 그가 “표를 훔쳐갔다”고 주장했다. 크루즈가 자신보다 더 많은 표를 받았을 리가 없다는 것이었다.


최근의 일이라 다들 기억하겠지만 트럼프는 2020년 선거 이후에도 그가 승리했으나 부정선거로 패배했다고 주장했다. 우편투표 조작 등으로 결과가 뒤집어졌다는 것이었다. 당시 트럼프 지지자 중 일부는 트럼프의 유세 현장에 모인 인파와 바이든의 유세 현장에 모인 인파를 비교하며 트럼프 유세 현장에 훨씬 많은 사람들이 모인 점을 자주 언급했다. ‘현장의 민심만 봐도 트럼프의 압승인데 바이든이 이겼을 리가 없다’는 것이었다. 한국의 일부 부정선거론자들이 2022년에 이런 똑같은 주장을 하는 것도 댓글 등을 통해 볼 수 있었다.


미국 언론은 트럼프 등의 부정선거 주장을 진지하게 다뤄주지 않는다. 증거가 빈약하고 법정에서 사실이 아닌 주장을 한 것으로 여러 차례 확인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트럼프의 지지자들은 ‘부패한 언론이 민주당에 매수돼 진실을 감추고 있다’는 식의 주장을 여전히 하고 있다. 한국의 부정선거론자들도 비슷한 주장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3월 9일 대선에서도 조작이 일어났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어떤 이유에서이건 이런 주장을 해야만 한다고 생각해 그렇게 하는 것으로 보인다. 4·15 총선은 물론, 2020년 미국 대선의 부정선거를 주구장창 주장해왔는데 이제 와서 부정선거는 없다고 하면 실수를 인정하는 것 같아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그들이야 어찌 됐든 이들의 주장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에게 교훈이 될 만한 사례가 미국에서 있었는데 이를 소개하고자 한다.


2020년 선거 이후 트럼프의 옆에서 부정선거 주장을 가장 앞장서서 확산시킨 인물 중 하나는 시드니 파웰이라는 변호사다. 그는 미국 선거에서 사용된 투표기기를 만든 회사인 ‘도미니언 투표 시스템’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파웰은 도미니언 등의 투표기기로 부정선거가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도미니언 투표 시스템과 스마트매틱 소프트웨어는 우고 차베스의 지시 하에 베네수엘라에서 만들어졌다”는 등의 주장을 했다. 차베스는 2013년에 죽었는데 어쨌든 2020년 미국 대선 결과를 조작하는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그는 2021년 초 법원에 사건 기각을 요청하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그는 “합리적인(reasonable) 사람이라면 나의 부정선거 주장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는 특정 회사의 명예를 훼손한 것이 아니라고 했다. 자신의 거짓말을 믿은 사람들이 없었을 것이라는 황당한 변명이었다. 이런 주장을 믿고 2021년 1월 6일 의회를 습격한 수많은 사람들이 사법 처벌 대상이 됐다.


이 사건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에서 올해 1월 25일자 기사를 하나 찾았다. 도미니언 측이 시드니 파웰 및 또 다른 부정선거론 확산자 루디 줄리아니와 합의를 할 의사가 전혀 없다는 내용이었다.


도미니언 측 변호인단은 법원에 낸 의견서에서 “원고에게 엄청난 피해를 줬음에도 피고인들은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며 “이들 중 대다수는 여전히 거짓말을 계속해 나가고 있다. 원고는 이들과 합의가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도미니언은 파웰이 명예훼손을 했다며 13억 달러를 배상해야 한다는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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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학산 2022-03-15 오전 10:55

    부정 투표지 한 장만 나와도 부정선거이다
    여태껏은 그렇게 처래해 왔는데
    작년 4.15 선거 때부턴 그 정도는 괜찮다는 식이다
    대법원도 그렇게 판결한 줄로 안다
    이러니 선관위가 도리어 큰소리 뻥뻥 치는
    더러운 꼴을 우리는 어저께 보지 않았나.
    불의에 항의하는 국민에게 난동범이라 하지 않았나.
    선관위의 간을 키워 준 것은 도리어 야당이나 우익이다

  • 자유의메아리 2022-03-15 오전 9:43

    김영남씨전생이어쩌고하며 헷소리만지껄이더니 이젠 이기고도 부정이 있었다는 음모론자들이라니 그럼 더민당이 이기기를 바러고잇었냐 제호를보니 멍!멍!개소리의극치네 !!!또 빨갱이사촌 레드 버스터야! 개소리 멍!멍!이다 일동 정신처려 !!!

  • RedBuster 2022-03-15 오전 9:35

    김영남 선생님의 글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태평양 건너에서 주야장천 개헛소리 지껄이고 있는 Dognald Dogrump 와 똑같은 부정선거론을 씨부리고 있는 공병호와 그 아류들에게 무한한 조롱과 경멸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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