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은 억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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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세훈 전 국정원장. 사진=조선DB |
원세훈 전 원장은 이명박 대통령이 좌익 세력의 광우병 난동에 당한 이후 임명되었고, 대통령 뜻에 따라 남북한 좌익과 싸우는 국정원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수밖에 없었다. 김영삼 정부의 마지막 안기부장인 권영해 이후 처음 등장한 반공적 원장이었다. 눈치 보지 않고 종북 세력을 적극적으로 견제한 그의 행동이 윤석열 수사팀장 눈엔 불법으로 보였고 이게 두 사람의 운명을 극명하게 갈랐다.
검찰과 법원은 2012년 대선 국면에서 그가 댓글을 통해 박근혜 후보 당선을 지원한 것처럼 몰아갔지만, 이 기간에 원 원장이 여러 번 직원들에게 당부한 점은 선거 개입의 오해를 받지 않도록 하라는 것이었다. 선거가 다가오자 김대중 비자금 추적도 중단시켰다.
원세훈 전 원장은 댓글 사건 최후 진술에서 이렇게 말하였다.
〈대선 기간 중 가장 큰 이슈였던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 공개 문제에 대해서 확고한 의지로 공개를 거부하였고, 또 당시 여당 의원의 노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 간 대화 중 NLL에 대한 이야기를 하였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확인해줄 수 없다. 나도 대화록을 보지 않았다”라고 하면서 선거 기간 중 국정원이 보관 중인 대화록이 정치적 논란이 되지 않게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로 인해 저는 당시 여당 의원들로부터 직무유기로 검찰에 고발당하고, 일명 ‘댓글 사건’이라는 이 사건이 발생한 이후인 2012년 12월 12일 국회정보위원회에서 당시 여당 발의로 ‘사퇴 권고 결의안’이 상정되기까지 하였으나 당시 야당의 반대로 부결되는 우여곡절도 있었습니다.
저는 2012년 12월 11일 국정원 여직원 감금 사건이 발생하기 전까지는 구체적으로 우리 심리전단 직원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알지 못하였습니다. 2012년 10월 말 국회정보위원회 국정원 국정감사 시 유인태 의원이 심리전단 업무에 관하여 질문하여 심리전단장이 답변을 하였는데, 그 이후에도 심리전단 직원들은 하던 업무에 별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였는지, 업무를 변함없이 수행하였다는 사실을 저는 국정원 여직원 감금 사건 이후 알게 되었습니다. 원의 직원들이 선거 개입이나 정치 관여가 아닌 북한의 대남(對南) 선전선동에 대한 방어로 생각하였으니 그 일을 하였겠지 만일 그것이 조금이라도 의심되는 행위라고 생각하였더라면 그때 바로 중단하지 않았겠습니까? 그리고 저는 국정원 여직원 사건 이후 법원의 영장 없이 우리 직원이 사용하였던 컴퓨터를 수사기관에 제출하도록 했었는데 우리 직원들이 정말 잘못된 행위를 하였다고 생각했다면 제출하도록 강하게 지시하기가 어려웠을 것입니다.〉
정치인의 종북성 발언을 비판한 게 죄
2013년 6월 검찰(윤석열 수사팀장)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선거 개입 혐의로 기소하면서 발표한 수사보고서엔 선거 개입 혐의가 있다는 73건의 댓글 중 대표적이란 게 소개되었다. 아래 글을 읽고 이것이 과연 국정원장 지시에 의한 선거 개입이 되는 것인지, 아니면 국민이나 공무원이면 누구나 쓸 수 있고 또 써야 하는 것인지를 판단해보기 바란다.
〈제목: 목 내놓고 금강산 가기는 싫다.
북한이 중국인을 상대로 금강산 관광을 하는 건 엄연한 도둑질이다. 금강산 일대에 그만한 관광시설을 만든 건 우리 기업이다. 그런데 북한이 이걸 가로채 불법 영업을 하고 있는 거다. 금강산 관광 중단의 책임이 누구한테 있는가. 멀쩡한 관광객에게 총부리를 겨눈 북한의 책임이 아니었나? 그런데 뭐 뀐 놈이 성낸다고 여태 사과는커녕 금강산 자산을 몰수하는 등 일방적으로 행패를 부리고 있다. 신변안전보장 강화에 대한 약속이 없으면 관광을 재개할 수 없다는 정부의 입장은 너무도 당연한 거 아닌가? 문서를 만들고 도장을 찍고 녹취를 하고 해도 못 믿을 게 북한인데 말이다. 금강산 한번 가보고 싶기는 하지만 목숨 걸고 가고 싶은 생각은 없다.〉
검찰은 이 글을 〈민주당 (후보 포함) 반대. (금강산 관광 공약 발표 관련). 유사한 유형의 글 총 7건〉이라고 판단하였다. 국정원 직원이 인터넷상에서 가명으로, 신변안전보장 약속 없는 금강산 관광을 비판한 것이 선거 개입이고 불법행위라는 것이다.
윤석열이 공안부 검사였다면
〈NLL 문제를 두고 정치권이 시끌시끌하다. 아무래도 영토 주권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에 그러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논란을 제공한 건 ‘남북 관계 발전과 평화 번영을 위한 선언’이란 명칭을 가진 10·4선언 때문이다. 논란이 되고 있는 10·4선언을 보면, 서해에서의 남북 간 우발적 무력 충돌 방지를 위해 공동어로수역을 지정하고 이 수역을 평화수역으로 만들기로 합의했는데 이러한 합의는 이제까지 서해에서의 남북한 군사분계선으로 작용해온 북방한계선(NLL)을 대한민국이 포기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게 되면 대한민국 국방의 서해 방면 방패인 NLL이 급속히 무력화될 것이고 NLL이 무력화되면 공동어로구역 설정 여부와 상관없이 대한민국의 서해 방면 방패가 소멸되어 국가방어, 특히 수도권의 방어가 매우 큰 부담을 안게 되는 것이다.〉
검찰은 이 글이 〈민주당 (후보 포함) 반대.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 NLL 관련 의혹 제기 관련). 유사한 유형의 글 총 19건〉이라고 판단하였다. NLL을 지켜야 한다는 주장이, 국정원 직원이 해선 안 되는 선거 개입이란다.
〈제목: 남쪽 정부? 정말 할 말이 없네요.
어제 TV토론 보면서 정말 국보법 이상의 법이 필요하다고 절실히 느꼈습니다. 대통령 되겠다는 사람이 대한민국을 남쪽 정부라고 표현하는 지경이라니. 우리나라 관용이 넘쳐도 너무 넘치는 거 같네요. 국보법 때문에 뭐가 그렇게 불편하고 무서워서 폐지, 폐지 외쳐왔는지 이제 좀 알 거 같군요.〉
검찰은 이 글을 〈통진당 후보 반대. (남쪽 정부 발언 관련). 유사한 유형의 글 총 10건〉이라고 판단하였다. 국가보안법의 필요성을 주장한 게 선거 개입이란 이야기였다.
원세훈 전 원장을 수사한 윤석열 당시 검사가 특수부 출신이 아니고 공안부 출신이었다면 이런 식으로 엮었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남재준의 초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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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역 시절의 남재준 전 국정원장. 사진=조선DB |
남재준 전 원장은 김관진 전 장관과 함께 군 장교단에서 평판이 좋았다. 남재준의 청렴성, 김관진의 용감성은 장교들의 귀감이 되었고, 김정은이 가장 미워하는 두 사람이었다. 두 사람은 2011년 연평도 포격 사건 이후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대북(對北) 정책을 안정시켰다. 남재준, 이병호 원장은 김정은 정권의 붕괴가 북핵 문제와 종북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이라고 믿었다. 김관진 장관은 한국사 교과서의 친북성을 공개적으로 비판, 수정을 요구했고 정훈교육을 강화, 나도 여러 번 군부대에서 강연할 수 있었다. 정훈교육의 4대 지침이 근사하였다.
〈대한민국 바로 알기, 자유민주주의 바로 알기, 종북 세력 바로 알기, 북한노동당 바로 알기.〉
2013년 박근혜 대통령에 의하여 발탁된 남재준 원장은 대선 기간 중 문제가 되었던 2007년 노무현-김정은 대화록을 공개했다. 2012년 대선에서 패배한 원인을 이 대화록 논란이라고 생각했던 문재인 측으로선 복수의 칼을 갈았을 것이다. 나는 남 전 원장이 물러난 뒤 몇 차례 만나 깊은 대화를 나눴는데 위기감이 대단했다. “이대로 가면 종북 세력이 집권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공산화될 것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엉뚱하게도’ 2017년 대선에 출마했는데 이런 위기감을 알리기 위한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해 11월 이른바 적폐 수사의 광풍 속에서 댓글과 특활비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하여 서울중앙지검에 소환된 그는 기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국정원 직원들은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는 마지막 보루이자 최고의 전사들이다. 헌신과 희생에 대하여 찬사는커녕 수사를 받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참담한 일이 벌어져 가슴 찢어지는 고통을 느낀다.”
그 며칠 전 그가 원장으로 있을 때 부하로 데리고 있었던 변창훈(당시 48세) 서울고검 검사가 서울중앙지검의 수사를 받다가 투신자살했다. 전임 원세훈 원장 시절의 댓글 사건을 2013년에 윤석열 수사팀이 조사하려고 하자 당시 국정원에 파견 나가 있었던 변창훈 검사가 이를 방해한 혐의로 조사를 받던 중이었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은 사법연수원 동기인 변 검사의 빈소에 가지 않았다.
당선 뒤 달라진 윤석열
2017년 11월 6일 문무일 검찰총장을 비롯한 대검 간부들은 빈소에서 3시간가량 머물다 갔다. 빈소를 지킨 유족들은 “우리 아들 누가 죽였느냐”며 오열했다고 한다. “어떻게 아침 7시에 아들도 있는 상태에서 압수수색을 들어오느냐”며 통곡하는 유족도 있었다. 당시 《중앙일보》 보도에 의하면 빈소를 찾은 한 검찰 간부는 “이건 조선 시대 사화(士禍)와 다름없다. 공안검사를 타깃으로 한 수사라는 의심을 떨칠 수 없다”고 말했다.
윤석열 검사는, 국정원 직원들이 사이버 세상에서 적과 싸우는 과정에서 종북 성향의 정치인들을 비난한 것을 범죄 행위로 보았고 이게 그 뒤 역대 국정원장 수사로 확대되었다. 윤석열은 좌파 속에서 영웅이 되었고 문재인 대통령이 그런 그를 중앙지검장으로 발탁, 이른바 적폐 수사를 맡긴 것이다. 문재인이 믿었던 그가 조국 수사를 통해서 이번엔 우파의 영웅으로 변신했다. 조국 수사가 없었더라면 레닌주의자가 대통령 당선인이 되었을지 모른다.
윤석열 당선인의 청와대 이전 결정 과정을 보면 후보 때와는 많이 달라진 점을 느끼게 한다. 다시 특수부 검사 체질로 돌아갔나 하는 생각마저 든다. 광화문 시대를 열겠다고 공약해놓고 그게 불가능하면 접어야 하는데 체면을 잃지 않으려고 별건수사하듯이 용산 국방부 청사를 물고 들어가는 모습은 댓글 수사에서 발휘된 특수부 검사 체질이 아닌가? 대통령이 된 뒤 사람이 획기적으로 달라진 김영삼, 박근혜, 두 사람이 한 일은 좌파에 정권을 넘기는 것이었다. 국론을 분열시키고 특히 국군과 보수를 분열시킨 청와대 이전이 박근혜의 해경 해체처럼 깊은 내상(內傷)이 되어 5년 뒤 좌파 재집권의 길을 열지 모른다. 윤석열 정부에 ‘검찰 공화국’이란 이미지가 고착되면 민심이반으로 힘을 잃게 될 것이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