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글로스터 대대 참전용사들은 왜 한국에 감사하나?

"저한테 고맙다고 하지 마세요. 내 인생을 가치 있는 것으로 만들어준 이는 당신들입니다."
神 앞에선 아무도 잊혀지지 않는다

윤석열(尹錫悅)대통령이 故엘리자베스 여왕 장례식에 참석하는 것은 한국전 때 함께 피를 흘리면서 싸운 혈맹에 대한 애도와 감사의 뜻이 포함되어 있다.

지난 6월 초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즉위 70주년 축하 행사는 런던의 성바울 성당(성공회)에서 거행되었으나 여왕은 身病으로 불참했다. 1981년 찰스 왕태자와 다이아나의 결혼식은 이곳에서 있었다. 나폴레옹을 바다와 육지에서 격파했던 넬슨 제독과 웰링턴 장군의 장례식도 여기서 있었고 두 사람의 석관은 이 성당 지하에 있다. 성당 맨 안쪽에는 2차 대전 때 영국에 주둔했다가 전사한 미군 2만8000명을 추모하는 예배실이 있고 죽은 병사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한국전 때 영국,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남아공 등 영연방 국가는 약 6만 명을 파병, 1078명이 전사, 4909명이 부상했다. 나폴레옹에 이긴 두 장수의 무덤 사이 벽에는 한국전 전사자들을 위한 추모의 글 판이 있었다.

"REMEMBER THE BRITISH SERVICEMEN WHO DIED IN THE FIRST WAR FOUGHT IN THE NAME OF THE UNITED NATIONS. THANK GOD FOR THEIR COURAGE AND ENDURANCE AND PRAY FOR PEACE AND RECONCILIATION AMONG THE PEOPLES AND NATIONS OF THE WORLD. KOREA 1950-1953. Not one of them is forgotten before God."

“유엔의 이름 아래 싸운 첫 전쟁에서 죽은 영국 병사들을 기억하면서, 그들의 용기와 인내에 대하여 하나님께 감사하고, 세계의 국가들과 사람들 사이의 평화와 화해를 위하여 기도한다. 한국 1950-1953. 하나님 앞에선 아무도 잊혀지지 않는다.”
“하나님 앞에선 아무도 잊혀지지 않는다”는 한때 한국전을 ‘잊혀진 전쟁’으로 불렀던 세론에 던진 메시지로 읽혔다.

英聯邦 글로스터 대대 출신들의 감동

서울에서 활동하면서 영국의 ‘더 타임스’ 등 여러 언론기관에 기사를 쓴 앤드류 살먼 기자는 영연방(英聯邦) 글로스터 대대의 결사항전(決死抗戰)을 다룬 《마지막 한 발까지》라는 책을 냈다. 그는, 1951년 4월 하순 중공군의 대공세로 포위당한 영연방(英聯邦) 군의 영웅적 전투(설마리 전투)를 취재하면서 여러 생존 참전자들을 만났다. 상당수는 전란 중의 한국에 대한 끔찍한 기억 때문에 ‘그런 나라는 생각하기도 싫다’는 식이었다. ‘우리의 희생은 헛된 것이었다’고 말하는 이도 있었다. 그러나 한국을 다시 찾은 참전자들은 달라졌다.
<그들은 새롭고, 용감한 나라 한국을 발견한 것이다. 유엔군이 흘린 피값은 한국인의 땀으로 상환되었다. 미국으로부터 무역과 기술이전에 특혜를 받은 데다가 권위적 정부가 들어서고, 유일한 자원이자 발전의 지렛대인 사람에 투자함으로써 한국은 세계 13위의 경제대국이 되었다. 올림픽을 열기 전해엔 국민들이 들고 일어나 민주화까지 이뤘다. 오늘의 한국이 누리는 생활수준과 개인의 자유는 유럽의 중급 정도가 된다.>
한국을 찾은 참전자들은 눈을 의심할 만큼 놀랐다. 가난은 사라지고, 어린 거지들, 기지 옆에 있던 쓰레기더미들, 판잣집들도 보이지 않았다. 아스팔트로 덮인 고속도로와 차량행렬이 피난민 행렬의 모습을 대체하였다. 자연 경관도 달라졌다. 국가적 식목 사업으로 벌거벗은 산은 숲의 옷을 입었다. 전란 중의 좌절한 인간군상은 사라지고 맹렬할 정도도 자부심이 강하며 역동적인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다. 웃음꽃이 피는 학생들에게 둘러싸였던 호주 참전 군인에게 그때와 지금의 가장 큰 차이가 뭐냐고 묻자 이렇게 답하는 것이었다.
“전쟁 때는 아이들이 모두 말이 없고 겁에 질려 있었는데 지금은 모두가 떠들고, 유쾌하며, 행복해 보인다.”
참전자들이 어리둥절해질 정도로 놀랐던 점은 한국인들이 보여준 감사의 표현이었다. 영국 군인들은 그 어떤 해외 전장(戰場)에서도 경험하지 못한 환대를 받았다. 사인을 받겠다고 몰려오기도 하였다.


“한국인들이 나의 인생을 값진 것으로 만들어 주었다”

2001년 글로스터 대대 전투 50주년을 맞아 한국을 방문한 참전자 일행은 전쟁기념관을 찾았다가 깜짝 놀랐다. 의장대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부시 대통령 환영 행사에 잘못 온 게 아닌가’ 착각을 하였다고 한다.
한 참전자는 “한국이 이런 나라가 되다니 하느님 맙소사 믿을 수 없습니다”라고 중얼거렸다고 한다. 허리띠가 고장 나서 상점에 들어갔더니 주인은 새 허리띠를 주면서 돈을 받으려 하지 않았다.
“당신은 우리의 자유를 위하여 싸웠잖아요. 작은 선물입니다.”
살먼 기자는 ‘zero to hero’란 표현을 쓰면서 한국처럼 전란의 잿더미 속에서, 그야말로 제로 상태에서 일어나 영웅적 나라를 만든 것은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국가적 성공 사례라고 주장하였다.
헨리 울프스라는 영국군 참전자는 이 책(《마지막 한 발까지》)에서 이렇게 말하였다.
“남북한 생활수준의 차이를 본다면 자유가 공짜가 아니란 말이 맞다. 반세기가 흘러서 뒤돌아보니 ‘잊혀진 전쟁’은 정의로운 전쟁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존 프레스턴 벨 씨는 저자(著者)와 한 인터뷰에서 오히려 한국인들에게 감사하였다.
“주는 것(giving)과 사랑하는 것(loving)의 공통점이 뭘까요? 차이가 없습니다. 같은 거예요. 50년 전 나는 내 생명의 1년을 주었습니다. 하마터면 (생명을) 잃을 뻔했지요. 나는 한국인들이 내가 준 그 작은 것으로 무엇을 하였는지 모르고 지냈습니다. 내가 한국을 방문하였을 때 그들의 감사를 받고는, 그리고 그들이 만든 완전히 새롭고 멋진, 유쾌한, 평등하고, 야심만만하며, 번영하는 새 나라를 만든 그들에게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었습니다.
‘저한테 고맙다고 하지 마세요. 내 인생을 가치 있는 것으로 만들어준 이는 당신들입니다. 나를 (가치 있는 인간으로) 키워준 이는 바로 당신들입니다.’”
살먼 기자는 이 감동적인 문장으로 자신의 저서를 끝냈다. 그동안 보훈처의 노력으로 한국은 '고마움을 아는 나라'의 인상을 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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