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뉴스 등 여러 보수 매체를 운영하고 있는 미디어 재벌 루퍼트 머독의 최근 법정 발언으로 폭스뉴스가 부정선거 관련 소송에서 불리한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폭스뉴스는 2020년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 이후부터(일부 패널 및 진행자는 이전부터) 트럼프의 부정선거 음모론을 퍼뜨려왔다. 죽은 사람의 표가 집계됐다, 외국인이 투표했다는 등의 주장들이 폭스뉴스 방송을 통해 확산됐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문제가 됐던 것은 도미니언 시스템이라는 회사의 투표기기가 ‘알고리즘(?)’을 사용해 특정 후보에게 들어간 표를 다른 후보 표로 빼돌렸다는 주장이었다. 트럼프의 개인 변호사인 루디 줄리아니와 시드니 파웰 등이 폭스뉴스에 출연해 적극적으로 이런 음모론을 퍼뜨렸다.
도미니언 시스템은 이런 이유에서 폭스뉴스를 상대로 16억 달러(약 2조 원)를 배상하라는 명예훼손 소송을 걸었다. 소송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여러 자료들이 언론 등을 통해 공개되고 있는데 최근 가장 주목을 받은 것은 루퍼트 머독이 지난달 법정에서 선서를 한 뒤에 한 법정 증언록이다.
뉴욕타임스는 현지 시간 2월 27일 관련 내용을 보도했는데, 내용의 핵심은, 루퍼트 머독이 폭스뉴스의 도미니언 시스템 보도 내용이 거짓이라는 것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머독은 법정에서, 선거를 도둑맞았다는 트럼프의 허위 주장을 퍼뜨리는 폭스뉴스 일부 진행자들을 멈추게 할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머독은 폭스뉴스의 유명 진행자인 션 해니티, 지닌 피로(前 판사 출신), 루 돕스, 마리아 바르티로모가 이런 거짓 증언을 ‘지지했다(endorsed)’고 했다. 머독은 “나는 우리가 이 문제를 더욱 강력하게 비판하기를 바랐다”며 트럼프의 부정선거 주장에 항상 회의적이었다고 했다. 머독은 폭스뉴스 전체가 트럼프의 허위 주장을 지지한 것이냐는 법원의 질문에는, “아니다, 폭스 전체의 일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일부 진행자 및 패널의 개인 일탈(逸脫)이라는 반론을 하려 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언론들은 머독의 법정 증언이 소송 결과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도미니언이 명예훼손 소송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폭스뉴스라는 방송사가 이들이 퍼뜨리는 내용이 거짓임을 사전에 알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봤다. 단순히 명예를 훼손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사전에 거짓 내용임을 인지했다는 것이 소송의 핵심이었다. 그런데 폭스뉴스를 소유하고 있는 머독이 사실상 경영진 차원에서 거짓 내용이 전파되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는 것이다.
폭스뉴스가 이렇게 무리를 한 데는 여러 이유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하나는 시청률이었다. 폭스뉴스는 대선 당일인 11월 3일, 경합주였던 애리조나주에서 바이든이 승리했다고 가장 먼저 발표했다. 이는 사실상 차기 대통령이 바이든이라는 것을 알리는 것이었다. 트럼프는 물론, 보수 성향의 유권자들은 이에 분노했고 폭스뉴스를 비판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더욱더 극단적 우익 성향 매체인 ‘뉴스맥스’와 ‘원아메리카뉴스’ 등을 시청하자는 운동을 벌이기 시작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폭스뉴스는 시청률을 의식한 가운데에서 부정선거 주장을 퍼뜨리는 내용을 방송하게 됐다고 한다. 음모론자들의 주장은 극단적으로 치달았는데 “도미니언 투표기기(機器)가 우고 차베스의 지시하에 베네수엘라에서 만들어졌다”고도 했다. 2013년 사망해 무덤에 있는 차베스가 이번 선거 결과를 훔치는 데 가담했다는 것이었다. 도미니언은 폭스뉴스 등에 출연해 이런 주장을 한 줄리아니와 파웰에게 26억 달러의 징벌적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도미니언은 “이들의 주장으로 인해 회사 직원들이 살해 위협을 받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폭스뉴스의 스타 진행자인 터커 카슨은 동료 진행자들에게, 한 ‘팩트체크’ 전문기자가 도미니언 투표기를 통한 선거 조작은 없다는 내용을 본인 트위터에 올린 것을 확인한 뒤, 이 기자를 당장 해임해야 한다는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이 팩트체크를 한 기자로 인해 시청률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머독은 법정 증언 과정에서, 줄리아니와 파웰 같은 트럼프 변호사의 출연을 막을 수 있었느냐는 질문에, “그럴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폭스뉴스는 머독의 법정 발언이 언론에 소개되자 변호사들을 통해 반박 입장문을 냈다. ‘폭스뉴스 진행자들은 이런 주장을 하나의 의혹이라고 소개한 것이지 이를 사실로 단정한 것이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또한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수정헌법 제1조가 보장돼야 한다는 주장도 내놨다.
폭스뉴스 변호인단의 입장은 이렇지만 도미니언과의 법정 증언 기록을 보면 경영진 측에서 부정선거 관련 보도에 대한 여러 우려가 있었던 것이 분명하다. 현재 폭스뉴스 이사 중 한 명인 폴 라이언 전 공화당 출신 하원의장은 회사 오너 루퍼트 머독과 그의 아들이자 폭스뉴스 대표를 맡고 있는 라클란 머독에게, “뉴스에서 음모론을 퍼뜨려서는 안 된다는 말을 했다”고 증언했다. “도널드 트럼프 문제를 뒤로 돌려야 하며 선거에 대한 거짓말을 확산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는 것이었다.
2021년 1월 5일, 즉 1월 6일 시위대가 미국 의회를 습격하기 전날, 폭스뉴스 경영진들이 어떤 방식으로 방송을 해야 하는지를 논의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폭스뉴스의 핵심 진행자인 션 해니티, 터커 카슨, 로라 잉그래햄 등에게 바이든이 선거에서 승리한 것이 확실하다는 입장을 밝히도록 해야 한다는 논의였다고 한다. 그러나 의사당 습격 전날 방송에서도 이런 논조의 방송은 나오지 않았다.
이날 보도에 앞서 보도된 법정 기록에도 폭스뉴스 진행자 및 경영진들이 부정선거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부정선거 의혹을 확산시킨 진행자들이 사적으로는 트럼프의 변호인단 및 지지자들을 조롱했다는 것이었다.
선거 약 보름 뒤인 2020년 11월 18일, 진행자인 터커 카슨은 동료 진행자 로라 잉그래햄에게, “(도미니언 투표기 의혹 등을 제기한 트럼프 변호사) 시드니 파웰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내가 거짓말을 잡아냈다. 이는 미친 짓이다”라고 문자를 보냈다.
잉그래햄은 “시드니는 완전히 미쳤다”며 “누구도 그와 일하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카슨은, “우리 시청자들은 좋은 사람들인데 이를 믿고 있다”고 답하면서도 그는 이를 믿지 않고 있다고 했다. 머독 역시 부정선거 의혹에 대해, “정말 미친 짓”이라고 한 것으로 보도됐다.
이와 같은 기록이 공개됐음에도 폭스뉴스 측은 언론의 자유를 지켰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뉴스성이 있는 내용에 대해서는 보도도 하고 이에 대한 논평을 내는 것이 언론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폭스뉴스는 이 뉴스를 공정하게 다뤘다며 “어떤 진행자는 트럼프의 주장을 회의적으로 봤고, 어떤 진행자는 희망적으로 봤지만, 모든 진행자들이 이 사안을 뉴스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미국의 현행법은 기자가 허위 주장을 직접적으로 확산하지 않는 이상 이를 보도하는 것에 대한 책임은 묻지 않는다고 한다.
이런 이유에서 (미국의 경우) 언론사에 대한 명예훼손 소송은 언론사에 유리한 경우가 많다고 한다. 언론사가 실제 악의를 갖고 명예를 훼손하는 허위 보도를 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일부 법률 전문가들은 도미니언 시스템의 경우는 과거 다른 언론사 대상 소송보다 증거가 탄탄해 보인다고 분석했다. 유타대학교 법대 론넬 안데르센 존스 교수는 “거짓임을 인지했다는 직접적인 증거가 나타났다는 것이 핵심”이라고 했다.
내부자들의 증언도 계속 나오고 있다. 부정선거 의혹 제기 당시 폭스뉴스 정치 에디터를 지냈던 크리스 스터월트는 “(도미니언이 선거를 조작했다는 의혹을)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믿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빌 새몬 폭스뉴스 워싱턴지사 에디터 역시, “시청률 하락으로 인해 훌륭한 언론인들이 어떤 나쁜 일을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을 보는 것이 놀랍다”고 했다. 폭스뉴스는 이 두 에디터를 선거 보도 직후 자리에서 물러나게 했다고 한다.












Fox News 는 미국판 MBC. 그러나 MBC 따라가려면 아직 멀었다. MBC 에 특파원 연수 보내 배워가서 내년 대선에 또 써먹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