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간조선 9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 '프란치스코 교황방북'이란 유령이 아직도 배회하고 있다!
* 교황 곁에 있는 유흥식 추기경이 지속적으로 방북설을 띄우는데 교황이 김정은에게 초청을 구걸하는 인상까지 주고 있다.
* 교황과 김정은의 개입을 부르려는 제2의 黃嗣永帛書 사건?
* 은퇴 추기경: "프란치스코 교황은 공산주의에 호의적이라 잘 속는다."
* 문재인과 어용방송이 일으킨 두 차례 교황방북 대소동 내막
KBS와 MBC의 소설쓰기
KBS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오늘 문재인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방북 초청장을 주면 무조건 응답을 줄 것이고, '나는 갈 수 있다'고 답했습니다. 교황이 사실상 방북을 수락한 건데요. 사상 첫 교황의 방북이 성사될 것으로 보입니다"고 과장했다.
이 보도문은 돌판에 새겨 KBS 정문에 세워 놓아야 할 오보(誤報)이다. KBS는 상상의 나래를 펴며 비핵화 사기극에 동참한다.
"교황의 역사적인 첫 방북이 예고됨에 따라 12억 가톨릭 신도의 관심이 이제 한반도로 향하게 되면서 남은 비핵화 협상에도 힘이 실릴 거란 관측이 나옵니다."
"이런 만큼 교황의 방북은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을 어렵게 중재하고 있는 우리 정부에는 든든한 우군으로, 또 북한에는 정상국가로 발돋움할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한국 천주교 지휘부도 지원사격에 동참한다.
"김희중/대주교/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 '교황님과 이렇게 대담하면서 핵포기에 대한 약속을 다시 한 번 한다면 그것은 더욱 더 확고해지지 않겠는가, 그렇게 된다면 미국 측에서도 이것을 믿고 상응한 조치를 취할 수 있지 않겠는가 생각합니다.'"
엄격한 신학적 입장을 유지해야 할 대주교가 결과적으로 3류 논평가가 되고 말았다.
2018년 10월 19일 MBC 뉴스데스크도 상상력 경쟁에 동참한다.
"문 대통령은 어제 교황 면담 결과를 밝은 표정으로 참모들에게 설명했는데, 특히 '교황이 북한에 갈 수 있다'는 대목에선 참모들 사이에서 나지막한 탄성이 터져 나온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교황의 이 같은 메시지는 우리가 기대하고 바랐던 대로'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교황은 대외적으로는 물론, 가톨릭 불모지인 북한을 믿을 수 있느냐는 교황청 내부의 의문에도 분명한 의사를 밝힌 거'라는 취지로 설명했습니다."
초청장은 오지 않았다
MBC 기자들의 상상력은 끝이 없었다.
"교황의 방북은 북한이 비핵화, 나아가 국제사회 일원으로 정상국가화 되는 데 결정적인 계기가 될 것으로 문 대통령은 기대하고 있습니다."
JTBC 아침뉴스도 보도 아닌 창작활동에 동참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처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평양 초청을 사실상 수락하면서, 벌써부터 평양에서 누구를 만나고 무슨 일들을 하게 될지 관심입니다. 일단 김정은 위원장과 역사적인 만남을 갖고, 미사도 직접 집전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게 되면 폐쇄적이던 북한 사회의 개방 속도도 한층 더 빨라지겠죠."
조갑제닷컴 외에 교황 방북설의 허구성을 지속적으로 지적한 매체는 '미국의 소리'(VOA)였다. 2019년 1월 교황청 관계자는, "교황의 방북 가능성이 여전히 열려 있다"는 일부 보도에 대한 VOA의 논평 요청에 “현재로선”이란 단서를 달면서 “북한 방문이 계획돼 있지 않다”(“At this time, Pope’s visit to North Korea is not foreseen”)고 했었다.
교황청은 문재인-교황 만남 두 달 뒤 벌써, VOA에 “교황은 다른 순방 스케줄 또는 추진 중인 순방 계획이 너무 많다”면서 “방북이 이뤄질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던 것이다. 교황청은 순방 일정이 잡힌 나라들은 “모두 북한보다 (방문이) 쉬운 곳들”이라고 덧붙였었다.
이 모든 소동의 전제는 문재인이 말한 바 '교황 앞 김정은의 초청장'인데 그 뒤 3년간 초청장의 '초'자도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도 '교황방북'이란 화두가 지금까지 이어지는 것은 좌경 정치세력과 유흥식 추기경 등 한국 천주교 지휘부의 말장난에 한국 언론이 같이 놀아주고 있는 탓이다. 근본적인 원인은 북한정권의 무자비한 인권말살에 냉담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이념적 태도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역사에 "북한 대학살을 외면한 교황"으로 기록될 그는 북한 방문이 불가능한 줄 알면서도 그의 이름을 이용한 속임수를 방치하고 있다는 의심을 자초하고 있다.
탄압받은 공산주의자가 집권하면 탄압자가 된다
2018년 10월27일, 그러니까 문재인-교황 회담 9일 뒤 뉴욕 타임스에 주목할 만한 기고문이 하나 실렸다. 필자는 조셉 젠 제큔(Joseph Zen Ze-Kiun)이라는 은퇴한 추기경. 당시 홍콩에 살고 있던 그는 샹하이 출신의 중국인으로서 기고문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위험성을 본질적으로 비판했다. 요지는 "프란시스코 교황은 남미에서 성장했으므로 → 그곳의 정치적 배경으로 하여 공산주의에 동정심을 가지고 있고 → 공산주의에 속기 쉬운 사람이며 → 지금은 중국에 속고 있다"는 것이었다. <중국 공산당 정권에 속아 중국의 지하교회, 즉 숨어서 예배를 보고 있는 진짜 신자(信者)들을 배신하고 있다, 중국 공산당 정권과 타협하고 있다>는 주장이 이어졌다.
그 한 달 전 바티칸은 중국 정부와 주교 임명 문제에 잠정적인 합의를 했다고 발표했었다. 교황이 중국의 가톨릭 주교들에 대해 갖는 임명권을 중국 정부가 인정한다는 것이었다. 죠셉 제큔 추기경은 이를 비판했다. 함정에 빠졌다는 것이다.
“나는 상하이 출신의 중국인이고, 홍콩에서 일한 적이 있고 1989~1996년의 중국을 경험했다”고 자신을 소개하면서 프란시스코 교황에 대하여 “그는 아르헨티나 출신이고, 또 예수회 출신이라 공산주의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했다.
남아메리카 출신이라는 특별한 환경을 고려해 그를 판단해야 한다는 시각이었다.
“남미에서는 군사정권이 부자와 결탁해 가난한 사람을 압제하는 정치적 전통을 이어갔다. 그렇다면 누가 군사정권으로부터 압박받는 사람들을 지켜줄 것이냐, 바로 여기에 공산주의자들이 등장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자연스럽게 공산주의자들에 대해 호감을 갖거나 동정할 수밖에 없는 정치적 환경 속에서 자랐다."
공산당 세상을 체험한 죠셉 제큔 전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모르는 게 있다"고 했다. "공산주의자는 탄압을 받지만, 일단 집권을 하게 되면 ‘탄압자’가 된다. 바로 중국의 공산주의자들이 그런 자들이다. 그런 중국 공산주의자와 교회가 타협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중국엔 당국이 인정하는 천주교회와 탄압을 받는 지하교회가 있다. 중국이 인정하는 공인(公認)교회는 중국 공산당이 조종을 하는데, ‘애국협회’라는 단체와 ‘주교회의’를 통해서이다. 1985년에서 2002년까지, 바티칸에서 중국 문제를 담당했던 사람이 요셉 톰코(Jozef Tomko)라는 슬로바키아 출신 추기경인데, 그는 공산주의를 아주 잘 이해한 사람으로, 중국의 천주교 문제를 현명하게 다루었다고 한다.
중국에 끌려가는 바티칸
당시 바티칸 입장은 "중국 내 지하교회만이 바티칸의 교회법으로서 합법적 교회이고, 중국 공산당이 허용한 교회는 불법"이란 것이었다. 톰코 추기경은 그런 선을 그으면서도 중국 정부가 통제하는 공식교회 안에도 좋은 신도들이 많다는 점을 인정, 유연하게 대처했다. 톰코 추기경이 2002년 은퇴한 이후 젊은 이탈리아 출신의 추기경이 그 자리에 들어섰는데, 그는 너무 빠르고 쉽게 중국이 통제하는 천주교회를 인정하는 것처럼 행동해 마치 중국 정권이 주교를 임명하면 자동적으로 바티칸은 동의해줄 것이라는 인상을 중국 측에 심어주었다고 한다.
빅토르 베네딕토 16세, 그는 나치와 공산주의의 참상을 모두 경험한 사림인데, 요한 바오로 2세를 이어 교황이 되었다. 당시 제큔 씨는 중국 문제가 이제는 잘 해결될 것이라 기대했는데, 이때 중국 담당으로 임명된 사람이 인도 출신의 이반 디아스 추기경이었다. 그는 동방정책의 신봉자이고 데탕트를 지지한 사람인데, 중국 공산당에 호감을 갖고 접근해 잘못된 문서 하나가 만들어지게 되었다고 한다.
2007년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중국 교회에 편지를 보내는데, 지하교회와 중국이 통제하는 어용교회 사이의 화해를 촉구하는 내용으로서 중국 정권이 통제하는 (바티칸 입장에서의) 불법 교회를 인정하는 듯한 분위기가 형성되었다고 한다.
다음에 프란치스코 교황이 등장, 이념적으로 비슷한 사람들을 주변에 배치했는데 그 중 한 사람이 피에트로 파롤린 국무쟝관이라고 했다. 제큔 씨는 이렇게 비판했다.
“파롤린 국무원장은 교회보다는 외교 업적에 더 신경 쓰는 것 같다. 그래서 중국과 바티칸의 관계 정상화에 더 치중하고 있다.”
중국에 가고 싶어 하는 열망이 강한 프란치스코 교황을 파롤린 국무장관이 뒷받침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톨릭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주교를 누가 임명하느냐’는 것이었다. 중세 때는 주교 임명 권한을 놓고 신성로마제국 황제와 교황이 항상 다퉜다.
중국-바티칸 사이의 합의에 의하면, 최종 주교 임명권은 교황이 갖는다고 하는데, 문제는 주교를 추천하는 권한이 중국 공산당에 있다는 점이다. 중국 공산당이 10명을 추천하면 바티칸이 10명 전원을 거절할 수 있겠느냐,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결국 중국 공산당의 의견에 끌려갈 수밖에 없고 교회의 독립성은 상실될 것이다.
“내가 만화가라면 이런 그림을 그리겠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시진핑에게 무릎을 꿇고 천국으로 가는 열쇠를 바치면서 ‘제발 나를 교황으로 인정해주세요’하는 장면을 그리고 싶다.”
그는 중국 내 지하교인들에게 이렇게 당부했다.
“카타콤으로 돌아가라. 공산주의는 영원하지 않다. 기다려라.”
카타콤은 초기 기독교인들이 로마의 박해를 피해 지하 공동묘지가 있는 동굴 등에 숨어 들어가 예배를 보던 장소이다.(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