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별세한 金錫元 전 쌍용그룹 회장 生前 인터뷰 중에서

용평 스키장 지었을 때 스키인구 400명!
*오늘 별세한 김석원 전 쌍용그룹 회장 인터뷰 중 발췌(1994년, 月刊朝鮮)


『교수들에게서 집단적으로 항의받을지 모르겠으나 우리나라처럼 연구업적이 부실한 교수들도 없을 겁니다』

―교수들이 공부를 안하면 하도록 제도를 바꿔야 하지 않습니까.

『국민대학에서 그런 제도를 시도해보려다 큰 반발을 받았습니다. 교수들이 연구활동을 제대로 안하는 가장 큰 이유는 한번 임용되면 65세까지 정년이 보장되는 것입니다. 그 제도를 깨야 합니다. 미국에서는 철저히 업적 위주입니다. 매 학기가 끝나면 강의에 대한 평가 설문지를 학생들에게 돌립니다. 그 설문지는 담당 교수가 걷어가는 것도 아니고 학생대표가 걷어서 학교 본부에 갖다줍니다. 그러니 그때 그때 교수 평가가 가능하죠. 또 아무리 교수 인기가 좋아도 6개월이나 1년간의 안식년 제도가 있습니다. 강의를 안 맡기는 거죠. 봉급은 다 주면서 연구에만 전념할 수 있게 해줍니다. 국민대학에도 이같은 제도를 도입하려고 하는데 반대가 심합니다. 20년 전 강의노트를 들고 지금도 강의하고 있는 사람도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과대평가 되는 집단이 교수들이고, 가장 과소평가 받는 사람들이 기업인 아닙니까. 그럼 언론인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몇 년 전에 학생들 사이에서 이런 우스개가 있었죠. 교수와 기자들의 공동점은 첫째, 항상 손에 뭔가를 들고 다닌다. 둘째, 출퇴근 시간이 일정치 않다. 셋째, 매년 했던 소리를 되풀이 한다. 이것 외에도 모두 일곱가지나 공통점이 더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쌍용이 갖고 있는 용평 스키장은 전체 규모가 어느 정도입니까.

『사유지로 가지고 있는 게 80만 평 정돕니다. 임대해서 쓰는 슬로프까지 포함하면 전체가 약 2백50만평 됩니다. 국유지가 절반 이상입니다』

―두만강 개발회의와 관련된 학술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지난 9월에 용평에 가보았습니다. 시설이 국제적으로도 손색이 없더군요. 이곳은 金회장께서 회장 취임 전부터 직접 맡아 개발한 곳이죠.

『우리 나라 관광단지를 돌아보면서 「우리의 발상이 이것밖에 안되나」하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어느 관광단지를 가봐도 일정한 패턴이 있습니다. 여관 단지, 식당 단지, 그리고 네모반듯하게 줄 그어놓은 주차장, 선물가게들. 설악산에서부터 제주도까지 한결같습니다. 제주 신시가지 만해도 호텔만 계속 짓고 있지 주변 조경이 전혀 안 돼 있고 가로수도 제대로 자란 게 없습니다. 이런 모습을 보고 사람들이 어떻게 다시 찾아오겠습니까. 용평에 가면 나무가 많다고 느끼실 겁니다. 조경을 위해 2백50만 그루를 갖다 심은 결과입니다』

―산이 농경사회에서는 장애가 됐지만 이젠 개발의 대상이 될 수 있겠군요.

『그렇습니다. 자연도 보호해야 할 자연이 있는가 하면, 개발해서 이용해야 할 자연이 있습니다. 제가 잼버리 대회를 준비하면서 신평벌을 개발하는데 언론에서 자연파괴다, 생태계 파괴다 하고 별 소리를 다 들었습니다. 그러나 그 땅은 기상이 좋지 않아 작물도 제대로 못 심는 박토(薄土)가 대부분입니다. 그렇다고 그 지역에 희귀한 식물이 산다든가 동물서식지가 있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하소연했습니다. 「이 좁은 땅덩이에서 인구밀도는 세계 몇 손가락안에 꼽히는데 한 뼘의 토지도 활용가치를 높혀야 하지 않겠는가. 농사도 안되는 땅이 있어서 야영장을 짓고 인간 농사 한 번 지어보려는데 왜 이렇게 야박하나」 정말 답답했습니다』

―우리나라 스키 인구가 지금처럼 늘어난 데는 용평 스키장도 일조를 했죠.

『큰 역할을 했죠 73년 4월에 용평 스키장을 시작했는데 그때 우리나라 스키 인구가 4백명 정도였습니다. 지금은 4백만명쯤 됩니다. 물론 용평 스키장 이전에 진부령과 대관령에도 스키장이 있었지만 경사진 곳에 눈이 쌓이면 스키장으로 변하는 그정도 수준이었습니다』

―金회장의 지리감각이 아주 좋다고 들었는데요.

『그건 타고난 것 같습니다. 어릴 때부터 한 번 간 길을 잊지 않습니다. 6·25 전쟁 전에 집에 지프가 한 대 있었는데 운전수가 어머님 심부름 갈 때마다 저를 데리고 다녔습니다. 한 번 갔던 집도 기억이 잘 안나면 저를 데리고 가면 쉽게 찾을 수 있었거든요』

―그러면 지도를 잘 보시겠습니다.

『지도는 등고선 외에는 배운 것이 없는데 지도만 보면 그 지형이 완전히 입체적으로 연상되는 정돕니다』

―헬리콥터를 타고 하늘에서 산을 많이 보십니까.

『헬리콥터를 타면 저는 항상 밑을 봅니다. 또 60만분의 1지도를 가지고 지나가는 지역마다 일일이 체크를 다 합니다.중학교 때 보이 스카우트를 잠깐 했던 것도 도움이 됩니다. 흐렸을 때 남쪽을 찾는 방법같은 것을 배웠거든요. 지금은 어디를 가더라도 거의 본능적으로 남쪽이 어디고, 동쪽이 어디라는 걸 압니다』

―그건 직관력이 뛰어난 것으로 봐야 합니까.

『제가 청각에 의한 기억력은 별로 뛰어나지 못합니다. 그래서 사람이름을 잘 기억 못합니다. 그러나 한번 본 것을 잘 잊지 않습니다』

―朴대통령이 헬리콥터를 타고 국토를 많이 돌아다녔는데 위에서 자주 보니 대한민국이 손바닥 안에 들어오는 느낌을 가졌던 것 같아요. 그래서 국토개발을 할 때도 상당히 자신있게 선을 그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어떻습니까. 시각을 멀리해서 바라보는 것이 핵심과 본질을 파악하는데 상당히 중요하지 않습니까.

『그림을 입체적으로 볼 수 있으면 정확하게 볼 수 있죠. 이런 말 하는 게 이상할지 몰라도 저같은 경우는 땅에 대한 감각이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떤 땅이나 집에 가면 뭐라고 설명을 못하지만 마음이 편안해지는 곳이 있습니다. 그래서 선친이 그걸 알고 저보고 「半 풍수」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어딜 가면 저를 데리고 다녔습니다』


―이건 좀 엉뚱한 질문 같습니다만 철거하기로 결론 난 중앙청 건물을 옮겨서 호텔로 만들면 좋은 호텔이 되지 않을까요.

『각 방으로 칸을 지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지만 호텔로 개조할 수 있다면 스위트 룸 위주의 큰 방들을 많이 꾸며 대단한 고급호텔을 만들 수 있을 겁니다. 사실 저는 저 건물을 헐어버리는 것에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일제가 총독부 건물로 썼다고 하지만 이제는 이미 우리 건물이 된 것이거든요. 또 일제를 떠올린다 해도 저 건물을 보며 두 번 다시 이런 치욕의 역사를 당해서는 안 된다는 각성를 줄 수도 있잖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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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에 대한 위험부담까지 정부가 질 수는 없지 않습니까. 투자에 대한 판단은 사업하는 사람들에게 맡겨야 합니다. 도산하면 직접 피해보는 사람이 선택하도록 해야지요. 사업하는 사람들은 손해보는 투자는 절대 안합니다. 규제로 움직이는 사회는 통제사회로 갑니다. 통제사회는 발전에 한계가 있습니다. 우리 사회가 정부의 규제로 발전할 수 있는 것은 지금의 규제로 발전할 수 있는 것은 지금 최대점에 도달했습니다. 과감하게 풀어주지 않으면 우리 경제가 클 길이 없습니다』

『한자도 우리 것으로 소화하면 우리 것입니다. 취사선택을 할 수 있도록 놔두면 될 걸 정부에서 한글전용이라고 강요할 필요는 없습니다. 「자동차 추돌사고」라는 표현이 있는데 「추돌」은 한문에도 없는 말입니다. 일본이 한자를 이용하여 새로 만든 말입니다. 우리는 한글 전용을 주장하면서도 순 우리말로 새로운 말을 만들지는 않잖습니까. 수시로 늘어나는 정보를 소화하려면 언어 생활이 풍부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한자를 우리 것으로 할 수 잇으면 한자사용이 문제될 게 없을 겁니다』

『한국인은 상당히 우수한 민족입니다. 부지런하고요. 지기 싫어하는 사람들입니다. 이것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개인은 상당히 능력이 있습니다. 문제는 룰을 지키지 않는 것입니다. 누누이 강조합니다만 룰을 제대로 지키는 것은 국제사회에서 활동하기 위해 가장 먼저 배워야 할 것입니다. 외국에 이민간 교민들이 그곳에서도 우리 식으로 살다가 피해본 일이 얼마나 많습니까』

『중국 지도자들은 아시아 근대사의 위대한 정치 지도자로 毛澤東을 비롯해 네 사람을 들더군요. 毛澤東은 중국을 통일시켰고, 월남의 胡志明은 서양인들이 두 번 다시 아시아에 쳐들어와 피를 흘릴 엄두를 못 내도록 쐐기를 박았고, 朴正熙는 절대 빈곤의 국가를 이끌고 경제 도약에 성공했고, 싱가포르 李光耀는 동양인이 서양인보다 뛰어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는 겁니다』

『동남 아시아를 죽 둘러보았는데 베트남 민족이 그 중에서도 상당히 우수하다고 느꼈습니다. 또 사람들이 상당히 부지런합니다. 월남전을 겪었다고 하지만 북쪽 사람들은 외국 군인들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비행기가 와서 폭격만 했지 육상전을 북쪽에서 치르지는 않았기 때문이죠. 북쪽은 아직도 농업사회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는데 사람들은 아주 순박합니다. 남쪽으로 내려오면 시장경제를 한 번 겪어서 그런지 장사하려고 상당히 애쓰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베트남 자체에서도 국명에서 「사회주의」를 떼자는 말이 나오는데 개방하고 개혁하면 저력 있는 나라가 될 겁니다』


―金회장께서 여러 곳에서 국제화에 대해 언급하면서 국제적인 룰과 국제인으로서의 교양을 특히 강조하셨더군요. 국제화가 우리 시대의 주제로 떠오르고 있는 형편인데 국제화에서 가장 중요한 게 뭘까요.

『법과 질서를 지키는 거지요. 제가 제 17회 세게 잼버리 대회를 맡았을 때 당시 체육청소년부 장관에게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많이 따는 것보다는, 어린이들이 단체생활을 통해 질서를 몸에 익히는 게 선진국으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얘기해 줬습니다』

―법과 질서를 얘기하기 위해서는 지킬 수 있는 법을 만드는 것이 전제가 돼야 합니다. 지킬 수 없는 법을 만들어 놓으면, 법은 국민들을 모두 범법자로 만들 수 있는 관리들의 무기로 변하게 마련입니다.

『저도 항상 그 점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독재와 민주의 차이는 「지킬 수 있는 법을 만드느냐, 아니냐」에 있습니다. 민주 국가나 독재 국가나 법을 집행한다는 점에서는 똑같습니다. 민주 국가가 다른 점은 지킬 수 있는 법을 만든다는 것이죠. 또 법에는 기준이 분명해야 합니다. 그래야 행위에 대한 명백한 판단이 섭니다』

―우리는 대통령에서부터 일반 국민까지 「법 정신(legal mind)」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습니다. 저는 이게 유교문화의 영향이라고 생각합니다. 유교문화는 인간관계를 법보다는 仁으로 해결하는 데 높은 가치를 두고 있잖습니까.

『우리는 의식만 서구화가 덜 돼 있지, 생활양식은 모두 서구화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趙부장 말씀대로 유교문화의 영향이 강합니다만 바뀌어야 합니다. 물론 전통도 계승해야지만 그것을 강요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정(情)과 인간관계가 모든 것을 해결하는 분위기에 익숙한 사람들이 룰과 규칙을 중시하는 사회로 쉽게 옮겨 갈 수 있을까요.

『지금부터라도 그 쪽으로 나가야죠. 그렇지 않으면 국제 사회에서 살아남을 수가 없으니까요. 외화 낭비라고 비난할 게 아니라 우리 나라 사람들을 외국으로 자꾸 내보내야 합니다. 공무원들이 특히 자주 나가야 합니다. 현재 1급 이상 공무원들은 외국에 나갈 때 대통령의 결재를 받아야 합니다. 휴가 때 해외여행을 하려고 해도 마찬가지라니 이게 말이나 됩니까. 일본공무원들은 휴가 때문 배낭 하나 걸치고 외국에 나가는 사람이 많습니다. 「공무원이니까 된다, 공무원이니까 안 된다」식의 자질구레한 규제는 이제 정말 그만둬야죠』

남을 생각하는 교육해야

―제도와 같은 하드웨어는 서구화하고 소프트웨어는 한국식으로 해야하지 않겠습니까. 東道西器論의 발상을 살려서 서구식 제도를 우리 문화 전통에 맞게 변용해야지요. 일본은 그런 식으로 성공한 나라라고 생각합니다만.

『좋은 생각 같은데요』

―국제화를 위한 교육은 어떻게 이뤄져야 할까요.

『남을 생각하는 교육이 돼야 합니다. 국제사회에서 활동하려면 남에게 폐를 끼치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외국에 나가 김치 냄새를 풍긴다는 얘길 듣습니다. 김치를 먹는 것이 문제가 아닙니다. 먹고 나서 주위 사람들이 불쾌감을 느끼지 않도록 이를 닦으면 될 것 아닙니까. 문제는 남을 생각하는 것이 부족했던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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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aidn 2023-08-26 오후 4:48

    호남아 기업인 김석원 회장의 식견에 동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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