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효숙 교수 “탈북민은 ‘인권의 산증인’…각자의 ‘스토리’가 무기”

"탈북민은 북한, 중국, 한국 등 '超국적' 체험자들…이들의 '超문화적' 경험 배워야"
신효숙 북한대학원대학교 겸임교수 / RFA PHOTO
앵커:탈북민의 한국 정착을 돕는 통일부 산하 공공기관 ‘남북하나재단’ 창립 당시부터 13년을 함께 해 온 신효숙 북한대학원대학교 겸임교수는 새 세대의 탈북민들에게 한국 내에서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해 달라고 주문했습니다. 신 교수는 최근 펴낸 저서 ‘분단시대 탈경계의 동학: 탈북민의 이주와 정착’ 등을 통해 탈북민들이 일방적으로 한국 사회에 적응하는 것이 아니라 남북 주민들이 함께 사회통합을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홍승욱 기자가 신효숙 교수를 만나봤습니다.

<“’남북하나재단’서 13년…남북 간 ‘사회통합’에 관심”>

[기자] 2010년 남북하나재단 설립 당시부터 13년 동안 일해오셨습니다. 처음에 재단과 연을 맺으신 계기는 무엇이었습니까?
[신효숙] 북한 교육 연구를 하고 있었는데, 한국교육개발원 ‘탈북청소년 교육지원센터’ 창립 멤버로 들어가게 됐습니다. 학교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탈북 학생의 적응, 그리고 학습 지원과 교사들의 인식을 개선하는 활동 등을 했습니다.
그런데 1년이 지나니 통일부가 남북하나재단을 만들면서 창립 멤버를 뽑는다는 소식이 들렸습니다. 탈북청소년 교육지원센터가 2천여 명의 청소년에 대한 지원을 했다면, 재단은 탈북민 전체에 대한 정책과 제도, 지원 체계를 마련하면서 제가 가진 현장 경험을 필요로 했기 때문에 옮겨서 일을 시작했습니다.

[기자] 재단에서 가장 중점을 뒀던 활동은 무엇이었습니까?
[신효숙] 재단에서 교육과 연구, 기획, 대외협력 등 다양한 업무 가운데 교육에 가장 큰 관심을 가져왔습니다. 그런데 당시 저는 탈북민에 대한 정착 지원도 중요하지만 결국 한국 사회 내에서 통합을 이뤄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교육 사업을 하면서도 ‘통합’에 중점을 뒀습니다. 예를 들어 청소년 진로진학 지도를 할 땐 북한 선배뿐 아니라 남한 선배도 연결해주는 방식이었습니다.

[기자] 13년 동안 재단을 거쳐간 탈북민들에게서 느껴지는 시간에 따른 변화가 있었다면 어떤 것일까요?
[신효숙] 한국에 들어오는 탈북민들의 태도가 좀 달라졌다는 것을 느낍니다. ‘고난의 행군’ 직후에는 당장 먹을 것이 없어서 살기 위해 아무런 대책도 없이 탈북을 하고 한국에 들어왔다면, 20여 년이 흐른 지금은 서로 정보를 공유합니다.
한국에 미리 와 있는 친척이나 친구들을 통해 정보를 접하다 보니 한국에 가면 어떤 정착 지원 제도가 있고 어떤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대비해야겠구나, 생각하는 것이 과거와 달라진 점입니다. 특히 정착 지원 제도와 관련해선 이를 아주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활용하면서 한국 사회의 시민으로서 정착하는 데 그치지 않고, 나아가 각 분야의 전문가들로 자리잡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기자] 한국 사회에서 남북 주민 간 소통을 개선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신효숙] 예를 들어, 의사소통에 있어서 외래어가 어렵다거나 남북 간 언어 차이가 있는 것은 당연할 것입니다. 그런데 더 힘든 부분은, 여기에 북한에 대한 한국 사회의 경제적인 우월감이 개입될 수 있다는 것이에요.
한 친구가 한 말이 생각나는데, 중국에서 공안들에게 쫓기면서는 ‘같은 민족이 아니니까 그럴 수 있다’고 이해하고 넘겼는데, 한국에서 같은 민족이 차별을 할 땐 분노가 끓어오르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고 하더라고요. 이런 한 민족이라는 생각, 민족이 탈북민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생각하고 소통을 해 나가야 할 것 같습니다.

[기자] 탈북민이 ‘난민’과 ‘이주민’ 속성을 함께 갖고 있다고 설명하셨습니다. 어떤 의미인지요?
[신효숙] 보통 통일부나 남북하나재단에서 탈북민 정착 업무를 하면서는 이들을 난민으로 바라봅니다. 삶의 위협을 받고 북한의 독재 체제에 반대해서, 한국을 선택해서 왔기 때문에 결국 난민으로서의 지위를 인정해줘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제가 책을 쓰면서는 탈북민이 ‘난민’이면서 동시에 ‘이주민’적 속성을 갖고 있다고 규정했습니다. 이러면 탈북민을 좀 더 깊게, 다양한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측면으로는, 이미 탈북해서 한국에 와 있는 사람들이 더 나은 삶을 위해서 가족을 불러옵니다. 가족은 재결합을 해야 하니까, 부모나 자녀를 찾아 한국으로 데려옵니다. 이것은 더 나은 삶을 향한 ‘이주’로써의 성격을 갖는 것입니다. 이렇게 난민이자 이주민으로서 각각의 장점을 부각시킨다면 탈북민을 적극적인 기여자, 한국 주민과 무언가를 주고받을 수 있는 공생·상생의 의미를 부각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들을 난민으로 바라보는 시각에선 바로 ‘인권의 산증인’이라는 점을 이해할 수 있는 것입니다. 북한 체제에 대한 고발과 함께, 한 인간, 인권의 소중함이라는 것을 전 세계에 알릴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성이 더 커지는 것입니다.

[기자] 저서에서 탈북민들이 ‘초국적 이주자’로서 ‘초문화적 자본’을 갖는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이런 자산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요?
[신효숙] 탈북민은 북한과 중국, 한국, 그리고 제3국 등 국경을 넘나들며 다양한 사회·문화적 경험을 합니다. 바로 이것이 이른바 ‘초문화적 자본’입니다. 탈북민은 북한과 중국에도 가족이 있어요. 한국에서 결혼하면 한국에도 가족이 생깁니다. 북한이나 중국에 있는 사람들과 서로 안부를 묻고, 북한의 가족들에게 돈을 보내는 과정에서 초문화적 경험, 연결망을 갖는 것도 일종의 자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게 탈북민 스스로에게 어떤 의미일까, 바로 ‘전 세계에서 가장 위험하다’고 하는 여러 국경을 넘으며 갖게 된 ‘스토리’입니다. 한국 사람들이 이들이 탈북한 과정을 접하면서 울고 웃어가며 그 삶에 공감하잖아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이 이 탈북민들의 스토리에 열광하고 응원하고, 함께하고 있습니다.
탈북민들은 북한과 한국을 모두 경험했습니다. 이제는 남과 북을 연결하기도 하고 통합하기도 하면서, 이를 넘어설 수 있는 가능성도 지니고 있습니다. 이런 면에서 ‘초문화적인 상상력’을 이들에게서 배워나갈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기자] 이번에는 한국 내에서의 사회 통합을 위해 탈북민들에게 제언해주실 것이 있을까요?
[신효숙] 탈북민들은 정말 열심히 살겠다, 한국에 잘 정착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들어옵니다. 그런데 이런 마음이 중간에 어려움에 부딪히기도 하거든요. 이럴 때 탈북민이 가진 강점이 뭡니까? 바로 회복력, 삶에 대한 의지, 가족을 소중히 하는 마음, 한국에서 자신의 꿈을 실현하는 것뿐만 아니라 나와 같은 고통을 받는 북한 주민들을 잘 살게 할 수 있는, 통일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싶다는 마음을 갖고 있거든요. 이런 마음을 다잡아서 정말 한국 사회에 잘 정착해 성공하길 바랍니다.

[기자] 중국 내 탈북민 강제송환 문제를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신효숙] 탈북민 인권 문제를 보통 북한과 중국과의 양자 문제로 생각해요. 그러니까 이제 중국에 보통 중국 내 탈북민 문제를 북중 양자 간의 문제로 생각합니다. 그러니 중국은 내정에 간섭하지 말라며 이들을 바로 북송시키는데, 제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이것을 중국의 인권 문제로 봐 달라는 것입니다.
북송되는 탈북민 가운데 상당수는 현실적으로 매매혼 등을 통해 중국 남성들과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탈북민 여성의 의지와 상관 없이 북송시킨다면, 결국 이 가정 내에서는 여성과 아동의 인권을 해치는 것입니다. 중국 남성은 아내를 잃고 아이는 엄마를 잃는 인권 침해이고, 중국은 국제인권조약에 가입한 국가인 만큼 자국의 인권 보호 차원에서 탈북 여성, 탈북민에 대한 강제북송 문제를 해결하는 데 참여해야 할 것입니다.

[기자] 지금까지 신효숙 북한대학원대학교 겸임교수와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홍승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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