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조선일보에 실린 임지현 서강대 교수의 칼럼은 제목이 '아직도 우리의 소원은 통일인가'였다. 그는 여기서 민족통일이란 국가목표를 포기하자는 놀라운 주장을 한다.
임 교수는 북한 지도부가 통일을 포기했다는 해석으로부터 시작한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인가"라는 물음에 김정은의 답변은 결단코 ‘노’였다는 것이다. 임 교수는, 지난 12월 30일 북한 노동당 전원회의 연설에서 김정은은 남북 관계가 ‘동족 관계’가 아닌 ‘적대적 두 국가 관계’임을 분명히 했고 조선중앙통신은 ‘민족, 동족이라는 개념’이 북에서 이미 삭제됐다고 천명했다는 점을 들었다. 그는 <지난 연말 김정은의 공식 연설은 통일 민족주의의 관에 못을 박았다>면서 <현실 정치 관점에서 본다면, 이념과 정치 체제, 사회 구성 원칙과 경제적 삶의 양식이 근본적으로 다른 두 국가를 혈통적 민족의 잣대를 들이대 한데 묶는다는 발상은 황당하기 그지없다>고 그 타당성을 역설했다.
이런 논지는 북한정권의 행태를 그들의 말과 글로 평가할 때 범하게 되는 실수이다. 북한정권이 전술적인 측면에서가 아니라 전략적으로, 즉 진정으로 통일을 포기한다는 것은 정권 생존의 조건과 존재이유를 부정하는 것이다. 한국도 마찬가지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1, 제3, 제4조는 국가적 목표를 천명하고 있다. 북한노동당 정권을 평화적으로 해체하고 한반도 전체를 자유통일하여 민주공화국을 완성하는 것임을 유기적으로 분명히 하고 있다. 한국의 헌법질서는 이 조건을 기초로 삼아야 성립할 수 있다.
그런데 임지현 교수는 김정은의 통일포기 언급을 사실로 믿고 이에 호응하는 듯한 주장을 한다(김정은이 그런 언급을 한 직후 한국을 무력공격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는 것 자체가 통일포기 언급이 사실이 아님을 증명한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남북이 긴장을 완화하고 평화로운 이웃으로 살려면 국제 관계 원칙에 따라 국교를 수립하고 평양과 서울에 대사관을 개설하는 것이 옳다는 것이다. 외교적 프로토콜을 따르면, 일본 총리처럼 ‘각하’라는 말을 들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괴뢰’라고 칭하지는 못할 것이라고도 했다. 요컨대 북한정권을 국가로 공인하자는 것이다.
이는 북한노동당 정권을 대한민국 영토인 북한지역을 강점한 反국가단체로 보는 대한민국 헌법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주장이며 현실과 너무 괴리된 空論이다. 서독의 동독 흡수통일 과정에서 우리가 가장 눈여겨 보아야 할 점은 서독이 한번도 동독을 독립된 외국으로 인정한 적이 없었고 따라서 외교대상으로 여기지 않았으며 대사를 교환한 적도 없다는 점이다. 서독은 동독을 독일의 일부지역으로 여겼으므로 통일과정에서 헌법개정 없이 기존 법체제에 동독지역을 흡수시켰던 것이다.
임지현 교수는 <2024년의 ‘햇볕 정책’은 민족이라는 공허한 표제어를 버리고 군사적 억지력을 견지하면서 우선 남과 북 두 국가가 평화롭게 공존하는 국제 관계를 도모해야 한다>면서 <외교부가 남북 협상의 주역으로 나서서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의 평화적 국제 관계를 구상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했다.
서독은 동독을 별개 국가로 인정하지 않았으므로 외교문제가 아닌 내치의 문제로 다뤘다. 임 교수는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서독의 동독흡수통일 정책과 반대로 간다. 그는 <그 외 환경부, 산업부 등 소관 부처마다 북한국, 북한과 등을 두어 가장 근접한 이웃 국가인 북과 국제 협력을 도모하면 될 것이다>고 했다. 그는 자의적으로 북한을 '이웃 국가'라고 불렀다. 역사와 헌법과 현실을 초월한 폭론에 가깝다. 그의 결론은 지식인들이 범하기 쉬운 초현실적 환상이다.
<지금 한반도에서 시급한 것은 민족 통일이 아니라 가장 근접한 이웃인 남과 북이 평화적 외교 관계를 수립하는 일이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 아니라 평화다.>
그가 말하는 평화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 없이는 이뤄질 수 없는 공상의 평화, 분단고착의 평화, 그리고 북한동포들을 외국인으로 취급하여 인권문제를 덮자는 공동묘지의 평화일 뿐이다. 그가 말하는 통일 없는 평화엔 핵문제와 북한인권이란 두 핵심 개념이 빠져 있다. 김정은의 핵보유와 인권말살은 세계평화를 위협한다. 세계평화를 무시한 우리만의 평화가 존재할 수 있나?
북한정권이 '민족'을 사기선동에 이용한다고 해서 우리가 '민족'을 버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강도가 칼을 흉기로 이용하니 우리도 칼을 버리자고 말하는 격이다. '민족'의 이름으로 국가와 자유를 부정해선 안 되지만 한반도에선 하나의 민족통일 국가만 존재할 수 있다는 민족사의 대원칙을 포기하는 순간, 대한민국의 민족사적(그리고 국제적) 정통성을 포기하게 되고, 북한노동당 정권을 한반도의 정통세력으로 추대하게 되는 것이고, 이것이 바로 김정은의 속임수에 넘어가는 길이다.
한국의 보수세력은 해방 후 좌우익 격돌 때는 '민족진영'을 자임했고 박정희는 조국 근대화의 역사적 의미를 '민족중흥'에 두었다. 한국과 보수세력은 민족정통세력이어야 한다. 신라의 삼국통일, 고려의 후삼국 통일에 이은 세번째의 민족통일 그것이 바로 헌법 제4조에 실린 평화적 자유통일인 것이다. 대한민국은 민족정통세력이고 김일성 세력은 민족반역 세력이다. 민족통일을 포기하자는 말은 김일성 세력에 대한 면죄부이며 대한민국 부정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독일과 달리 한반도는 두 개의 민족국가를 인정할 수 없는 역사적 지리적 조건을 갖고 있다. 대한민국이 민족통일을 공식 포기하면 가장 좋아할 나라는 중국이다. 북한에서 자유민주혁명이 일어날 때 개입할 수 있는 헌법적 권한을 가진 한국이 그 권한을 공식적으로 포기하면 그 진공을 메우고 들어설 나라는 중국뿐이다. 임지현 교수가 親中학자일 리는 없지만 '민족'이란 낱말을 경멸의 대상으로 삼으면 꼭 같은 잘못을 범한다. 현실과 사실을 떠난 지식인들의 이상론이 늘 독재자의 노리개가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반도에선 민족반역 세력과 민족통일 세력의 대결이 끝나야 진정한 평화가 온다.
한반도는 "민족사적 정통성과 삶의 樣式을 놓고 다투는 타협이 절대로 불가능한 총체적 권력투쟁의 현장"이기 때문이다. 임지현 식 평화론엔 유혹의 함정이 있다. 북핵문제와 인권문제에 대하여 애를 쓰는 것보다는 "그건 외국의 문제이니 난 모르겠다"는 식의 편리한
자포자기와 책임전가, 여기서부터 국민적 타락이 본격화된다. 한미동맹에 의존하여 자주국방 의지를 사실상 포기하고, 자유통일이란 민족적 사명마저 포기할 때 한국인은 살찐 돼지로, 북한정권은 여전히 야윈 늑대로 남을 것이다.
아직도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다!
- 趙甲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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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01-18, 08:47












나는 아니다. 호남 만으로도 피곤한 이 나라에 이질적 리북까지 들어와 이런 정쟁을 벌인다 생각하면 끔찍하다
반통일세력도 아닌 교수가 저런 주장을 한 점에서 벌린 입이 다물어지지 않고
학생들에게도 같은 사상을 주입했을 걸로 생각하면 등골이 오싹해진다
함부로 반통일을 말할 자유는 있을지언정 권리까지 있을 지는 의문이다
있다면 6.25 등의 전사상자와 납북 포로의 핏값은 누구에게 받아내야 하나.
국가로부터 보상을 힘껏 받지는 못했으나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기 때문에
국가에 원망 하나 하지 않고 있는데 말이다
김정은이가 며칠 전에
우리를 통일 해야 할 민족이 아닌 궤멸시켜야 될
적국으로 말한 것에 발맞추어 교수가 저 주장을 한 것은 아니겠으나
그래도 그렇지 하필 김정은이와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맥락의 주장을
내놓을 건 또 뭔가?
우리같은 노름방 떠돌이도 통일이란 말 앞에서 옷깃을 여미었는데
밥술이나 뜨게 되었다 하여 통일이 소원이냐 해 버리면
우리가 고생했던 지난 세월은 다 무엇이 되는가
아무도 과거에 낙제 점수를 줄 권한은 없다
그 과거를 칭송해도 모자랄 마당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