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한 영화 '나폴레옹'. 영화에서 역사를 배우자는 바보들에게 경종

역사를 조작하여 재미를 추구했으나 그것도 실패
1815년 6월18일 워털루에서 나폴레옹이 기병돌격에 참여, 지휘하는 장면은 웃음꺼리다. 포병장교 출신인 나폴레옹이 돌격에 참전하면 전투 지휘는 누가 하나. 합참의장이 소총 들고 전투하는 식이다. 영화 '명량'에서 이순신이 직접 칼싸움하는 장면을 연상시켰다.
 
이틀 전에 리들리 스콧 감독 '나폴레옹' 영화를 보았다. 걸작 '글래디에이터'을 만든 사람의 최근 또 다른 졸작이었다('마지막 결투'에 이은). 나폴레옹과 프랑스 사람들에 대한 모독이란 생각이 들 정도였다. 재미를 위해서 역사를 조작했는데 재미도 없었다. 87세란 나이의 한계를 생각하게 했다. 82세의 巨匠 마틴 스코세이지가 만든 약 네 시간짜리 "Killers of the Flower Moon"의 빈틈 없는 긴장감과 비교되었다. 역사영화를 보면서 역사의 교훈을 배우자는 바보들이 많은 한국인들에게 경고가 될 만하다.

1. 나폴레옹역으로 나온 호아킴 피닉스(글래디에이터에서 아버지 아울렐리우스 황제를 죽이고 즉위하는 코모두스 역)는 나폴레옹이란 대인물을 소화하기엔 역부족이었다. 근엄하고 난폭하며 감상적인 모습인데 나폴레옹은 전광석화의 인물이고, 쾌활하고 다변가이며 名言 제조기였다.
2. 조세핀과 나폴레옹 사이의 사랑싸움이 줄거리의 뼈대인데 이를 위해서 명백한 사실을 조작했다. 조세핀은 1814년 나폴레옹이 엘바 섬으로 가기 직전에 사망했다. 이 영화는 엘바섬에 가 있는 사이 조세핀이 병들어 죽어가고 이 소식들을 들은 나폴레옹이 탈출을 감행하는 식으로 조작했다.
3. 나폴레옹이 이집트 원정군을 시켜 피라미드 꼭대기를 포격, 무너뜨리는 장면은 프랑스 사람들을 흥분시킨 거짓말이다. 인문적 교양이 풍부한 나폴레옹은 이집트 원정대에 학자들을 참여시켜 중동 연구의 문을 연 사람이었다. 이때(1799년) 프랑스 군이 발견한 로제타 스톤은 이집트 고대 문자의 해독으로 이어졌다. 나폴레옹은 피라미드를 포격한 적이 없다. 스콧 감독은 "이집트 원정을 짧은 시간에 극적으로 묘사하기 위하여 그렇게 했다"는 무책임한 해명을 했다.

4. 1815년 6월18일 워털루에서 나폴레옹이 기병돌격에 참여, 지휘하는 장면은 웃음꺼리다. 포병장교 출신인 나폴레옹이 돌격에 참전하면 전투 지휘는 누가 하나. 합참의장이 소총 들고 전투하는 식이다. 영화 '명량'에서 이순신이 직접 칼싸움하는 장면을 연상시켰다.
5. 나폴레옹의 일대기를 시간순으로 펼치는데 꼭 짚어야 할 부분은 생략했다. 재미 없는 소재라고 생각한 모양인데 연출 如何에 따라선 얼마든지 이 영화의 품격을 드높일 수 있는 대목이 있다. 나폴레옹은 세인트 헬레나 섬에서 말년을 보내면서 회고록을 구술했는데 "나는 워털루에서 지는 바람에 40회에 걸친 勝戰의 의미는 퇴색해버렸다"고 했다.
"그러나 내가 만든 법전은 영원히 나를 따라다닐 것이다"고 했다. 나폴레옹은 민법전을 만들어 유럽, 남미 등 여러 나라의 민법 형성에 영향을 끼치고 개인의 재산권과 기본권을 보호하는 데 이바지하였다. 이 나폴레옹 법전이야말로 그가 인류를 위해 바친 빛나는 유산이 되었다. 이 법전 창제를 위하여 나폴레옹은 50회 이상 회의를 주재했고 여러 법조문을 직접 구술했으며 그 문장력에 감동한 스탕달은 문장공부를 민법전 읽는 것으로 때웠다고 한다.
*나폴레옹이 자신을 포로로 잡은 영국군 함정에서 웰링턴을 만나는 장면도 조작이다. 두 사람은 만난 적이 없다.

*줄거리 전개에서도 起承轉結이 직렬이 아닌 竝列的이라 긴장감이 없었다. 스콧 감독은 역사물에서조차 재미를 위해서 사실을 왜곡하는 버릇이 있다. 글래디에이터의 첫 장면은 로마군과 게르만족의 전투인데 로마 기병이 발걸이(鐙子)를 사용하고 있다. 유럽에선 7세기까지 등자를 쓰지 않았다. 코모두스 황제가 콜로세움에서 결투를 하다가 죽는 장면도 조작이다. 그래도 이 영화는 재미가 있었는데 나폴레옹은 재미도 없으니 역사 조작의 罪만 남게 되었다.
*역사에 충실한 나폴레옹 영화로는 1970년에 이탈리아 소련이 합작한 '워털루'가 있다. 로드 스타이거가 나폴레옹, 크리스토퍼 프럼머가 웰링턴으로 나오는 이 영화의 압권은 워털루 전투 장면이다. 우크라이나에서 찍었는데 소련이 기병 1만5000명을 엑스트라로 동원하였다. 영화사상 최대규모였다.
*세계사의 위대한 배우 나폴레옹을 맡을 배우를 찾기도 힘들 것이다.
*영화는 영화이지 역사가 아니다. 영화는 본질이 사실의 조작이고 역사는 진실의 복원이다. 그런 영화에서 역사의 교훈을 찾으려는 사람들은 우스꽝스럽다. 지식인들이 그렇게 하면 배운 무식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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