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제18대 국회 시정연설이 있은 당일인 11일 새벽 4시 30분경, 금강산 관광에 나섰던 한국측 관광객 박왕자(52세. 女. 서울시 노원구 상계동)씨가 북한 초병의 총격을 받아 사망하는 초유의 사건이 발생한 것과 관련해, 북측은 당초 이 사실을 우리 정부가 아닌 금강산 관광의 사업자인 현대아산에만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은 이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이 있기 수 시간 전 현대아산 측에 이 사실을 통보하였으며, 이를 통일부에 통보한 현대아산 측에 따르면 박 씨는 이 날 새벽 혼자 숙소 인근으로 산책을 나갔다가 철조망을 넘은 뒤 북측 군사보호시설구역에 잘못 진입하여 초병의 정지 명령과 경고사격을 받았으나 그대로 도주하던 중 피격당해 가슴과 다리 등에 총상을 입고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북측의 주장에는 몇 가지 미심쩍은 부분이 있다.
박 씨가 정지요구에 불응하고 도주하여 사살했다고 하는데 과연 53세라는 고령의 여인이 빨리 뛰면 얼마나 빨리 뛸 수 있을까하는 것이다. 20~30대 연령의 건장한 초병이 박 씨를 뒤 쫓아 붙잡지 못할 이유는 없다. 더구나 지금이 여름철인 관계로 새벽 4시 반이면 날이 밝아 모든 환경이 육안으로 확인되기 때문에 옷차림을 고려하고 인근이 금강산 관광구역임을 감안하면 박 씨가 관광객임을 금새 알아차릴 수 있었을 것이다. 즉, 초병은 애초부터 뒤쫓을 마음이 없었던 것으로 추측될 수 있다.
더구나 민간인이 군사보호시설구역에 진입했다 하더라도 체포가 우선이지 사살은 최후의 방편이다. 정지 명령 이후 공포탄 사격을 가하는 것이 원칙인데 북측이 정말로 공포탄을 사격했다면 고령의 여성 민간인인 박 씨가 심리적 공포와 체력적 부담으로 말미암아 그 자리에 정지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이날 오후 1시 남북출입국사무소를 통해 인계된 박 씨의 시신을 살펴본 결과 가슴과 다리(대퇴부)에 총상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는데, 오랜 기간 사격훈련을 받은 초병이 가슴과 다리를 정확히 조준 사격했다는 것은 이번 사망 사건이 우발적인 것이 아니라 박 씨를 애초부터 사살할 마음을 갖고 있었다는 뜻이다. 즉, 모든 과정을 무시하고 실탄 사격을 가해 다리에 총상을 입혀 쓰러지게 한 후 체포 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그 자리에서 가슴을 향해 실탄을 발사해 사살한 것으로 정황이 추측되고 있다.
게다가 철조망을 넘고 군사보호시설구역에 진입했다는 주장 자체부터가 앞뒤가 맞지 않다. 철조망이 쳐져 있고 군사보호지역임을 알리는 경고 표지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광객으로서 산책 나온 고령의 여성인 박 씨가 굳이 힘겹게 철조망을 넘을 이유도 또 넘을 수도 없으며, (그럴 리는 없지만)만에 하나 박 씨가 월북하려는 의도였다고 해도 굳이 철조망을 넘어 군사보호시설에 진입할 이유는 없다.
즉, 이번 사건은 우발적으로 발생한 살인 사건을 북측이 거짓으로 무마하려는 의도이거나, 아니면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줄곧 비난을 서슴지 않던 북측이 이 대통령의 제18대 국회 시정연설일자에 맞춰 도발의 목적을 갖고 의도적으로 남측 관광객을 사살한 것으로도 예측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묻지마 대북지원’이 한창 절정에 이르렀던 지난 2002년 6월 29일 우리측 서해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하여 우리 해군 수병 6명을 사살한 바 있는 김정일 정권의 예측할 수 없고 비정상적인 행태를 감안한다면 충분한 가능성을 가질 수 있다.
설사 이번 사건이 정말로 북측의 주장대로라 하더라도 김정일 정권은 군사보호시설구역 인근이 해외 관광객을 위한 관광구역인 점을 감안해 애초부터 군사보호시설구역 주변에 인원을 철통같이 배치하고 관광객의 접근을 철저히 막고 관리해 불미스러운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했어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 그들의 주장대로라 하더라도 북측은 이번 사건의 책임을 회피할 수 없는 것이다.
한편 본 기자가 현대아산의 금강산관광 웹사이트에 들어가 확인한 결과 현대아산과 조선아세아태평양위원회는 상호간 체결한 ‘금강산 관광을 위한 부속계약서’에서 “북측 관할구역 안에 들어오는 관광객 및 사업자에 대한 신변안전과 편의 및 무사귀환을 보장한다”고 명시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 조항에는 분명 신변안전과 편의 및 무사귀환을 보장하는 범위로 북측 관할구역, 즉 북한 전역으로 명시하고 있어 이번 사건은 이를 완전히 무시한 처사로 드러나 현대아산과 북측 양 측은 이번 사건의 책임을 회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통일부 브리핑을 갖고 이번 사건의 진상이 밝혀질 때까지 11일 금강산 관광사업의 전면 중단 조치를 내렸다.
설사 이명박 대통령이 이 날 국회 시정연설에서 남북 대화를 강조했다 하더라도 지난 정권처럼 대한한국 국민이 김정일 정권에 의해 살해당한 사건을 그대로 묵과하고 넘겨서는 안 될 것이며, 북측에 적극적인 협조를 요구하고 철저하게 이번 사건의 전말을 파헤쳐 조사해야 할 것이다.
만약 이번 사건을 제2차 연평해전을 그대로 두루뭉실하게 넘겨버렸던 지난 정권처럼 다루게 된다면 이로 인해 대한민국의 자존심과 정체성마저 흔들릴 수밖에 없음을 이명박 정부는 잊지 말아야 한다.
오주한 기자 ohjuhan@hotmail.com
우발살인을 거짓으로 무마하려는 술책?
- 오주한(자유북한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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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07-12, 10: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