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보식의언론=구해우(‘미완의 평화혁명가 손병희’ 저자)]
필자 구해우씨는 고려대 출신으로 80년대 대학 운동권을 지배했던 주사파 지하 조직 '자민통(자주민주통일)'의 리더였다. 현재는 한라산에서 명상 생활을 하고 있다.(편집자)
2025년 2월 25일은 대한민국 헌법상 ‘국가수반’인 윤석열 대통령이 ‘반국가단체 수괴’급으로 전락한 역사적 날이다.
윤 대통령은 헌재의 최후진술에서 종북, 종중세력이 어떻게 국가를 혼란에 빠뜨렸는가에 대해 설명하는 한편, 계엄 사태에서 자신은 법적으로 책임이 없음을 강변하였다. 소위 ‘법룰적 허점을 공략하는 법정투쟁’을 한 것이다.
필자는 80년대 주사파 학생운동 조직으로 당시 국가안전기획부에 의해 ‘반국가단체’로 지목된 ‘자주민주통일그룹’의 수괴였다.
1990년 11월 수배되었고 1992년 2월 체포, 구속되었으나 소위 ‘묵비투쟁을 포함하여 법률적 허점을 공략하는 수사투쟁, 법정투쟁’을 효과적으로 전개한 결과 사형 또는 무기징역형에 해당하는 반국가단체 수괴 혐의를 피하고 반국가단체 지도적 임무 종사 혐의로 최종심에서 2년6개월형을 선고 받았다. 이후 소련, 동구사회주의권 붕괴 관찰, SK텔레콤 기업활동 경험, 에드먼드 버크의 ‘프랑스혁명 성찰’ 등 새로운 공부 등을 거쳐 2004년 이후에는 중도보수주의자 고(故) 박세일 선생 등과 함께 한미FTA지지국민운동을 포함한 대한민국선진화운동을 하였다.
2013년에는 남재준 국정원장 체제에서 북한담당 기획관 등의 일을 하면서 국가와 국가시스템의 중요성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되었다.
필자는 80년대, 90년대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주장한 반국가세력, 종북세력의 핵심 역할을 했던 경험이 있고, 2004년 이후 약 15년 이상은 윤 대통령이 계엄사태의 명분으로 내세운 종북, 종중세력 청산을 위한 최전선에 서 있었던 것이다. 현 사태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이 글을 쓴다.
진보좌파의 인간, 국가, 혁명에 대한 대표적인 이론서는 레닌의 ‘국가와 혁명’이다. 레닌은 이 책에서 자본주의 국가는 계급착취의 도구에 불과하기 때문에 파괴대상이며 오직 프롤레타리아 독재를 거친 사회주의국가만이 국가로서의 정당성을 가진다고 주장한다.
사회주의 혁명과정에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국가의 권위를 훼손시키고, 사법시스템을 포함한 각종 국가시스템을 파괴할 것을 주장한다. 이러한 레닌의 이론은 이후 러시아, 중국, 베트남, 북한 등 모든 사회주의혁명, 민족해방혁명에 적용되었다.
반면에 보수우파의 인간, 국가, 혁명에 관한 최고의 이론서는 에드먼드 버크의 ‘프랑스혁명 성찰’이다. 이 책은 1789년 프랑스혁명 직후 프랑스혁명을 인간, 국가, 혁명의 관점에서 깊은 통찰을 통해 프랑스혁명이 실패하게 될 것임을 예견한 책이다.
버크는 ‘인간과 국가는 신의 자선에 의한 창조물’이라는 관점에서 왜 인간의 자유와 국가라는 존재가 중요한 것인가를 밝히고 있다. 그래서 ‘혁명을 비판하는 가장 혁명적인 책, 즉 혁명이 아닌 국가의 중요성을 밝힌 책’으로 유명하다.
레닌의 ‘국가와 혁명’이 국가를 부정하고 혁명의 중요성을 내세우는 것에 대해 정면으로 반대되는 입장에 서있는 것이다. 버크는 이 책에서 프랑스혁명주도자들이 국가와 국가시스템을 너무 가볍게 생각하여, 과도하게 급진적이고 파괴적인 혁명을 추구하면서 구체적인 처방전은 없기때문에 프랑스혁명은 실패로 귀결될 것이라 주장한다.
특히 국가는 수많은 시간의 축적, 이야기의 축적 속에서 여러 가지 요소의 절묘한 균형 위에 서 있기 때문에 국가개혁을 원하는 자는 ‘아버지의 상처’를 대하듯이 신중하고 지혜롭게 접근해야 함을 강조한다.
80년대에는 마르크스레닌주의자든 주체사상주의자든 혁명주의자들은 공히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정당성과 권위를 인정하지 않았다. 사법시스템을 포함한 모든 국가시스템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부정하고, 훼손을 시도하였다. 이러한 사상, 이론에 기초하여 혁명주의자들은 구속, 재판과정에서 소위 수사투쟁, 법정투쟁을 하였다.
묵비투쟁 또는 사실에 대한 부정, 증거인멸, 논리적 허점, 법률적 허점을 공략하는 투쟁 등을 전개하게 된다. 이러한 모든 투쟁의 이념적, 이론적 근거의 출발점은 레닌의 ‘국가와 혁명’이라는 책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피고인 또는 피청구인이 사회주의혁명론자든 민족해방혁명론자든 그가 혁명주의자라면 이러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수사투쟁, 법정투쟁도 정치적 근거가 있다 할 수 있다.
그러나 자유민주주의국가의 정당성을 존중하는 자라면 이러한 수사투쟁, 법정투쟁은 그 정치적 명분과 근거를 상실하게 된다. 탄핵재판의 피청구인 윤석열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체제와 국가수호를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로 주장해온 것을 고려할 때, 자신의 부하들의 진술상 논리적, 법리적 허점 등을 내세워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는 법정투쟁을 하는 것은 반국가단체 수괴들의 행태와 다를 바 없다고 평가된다.
특히 정치적으로나 법률적으로나 중요한 원칙 중 하나인 ‘책임은 권한에 비례한다’는 원리를 고려할 때, 국가수반으로서 최고의 권력을 행사해온 인물이 부차적인 문제들에 불과한 것들로 변명을 만들어 내고 심지어는 자신의 부하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행위는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를 부끄럽게 만드는 것들이다.
윤 대통령은 최후진술서에서 중북, 중중세력의 심각성을 주장하였는데, 그 대표적 사례로 사드배치 지연 감사 관련 감사원장 탄핵 건을 야당의 종북, 종중, 반국가의 대표적 행위로 규탄하였다.
그런데 2013년 북한의 3차 핵실험 직후부터 미국의 요청으로 추진되었던 사드 배치는 박근혜 정부 전반기 어설픈 친중정책 시기에 사드배치가 지연되었었고 그 시기에 중대한 책임 있는 외교안보 당국자는 윤병세 당시 외교부장관, 조태용 당시 외교부차관이자 현 윤석열 정부 국정원장이다.
윤 대통령이 지적한 사드배치 지연 문제는 박근혜 정부가 2016년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뒤늦게 사드배치를 결정한 이후 문재인 정부에서 사드배치 운용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따지자면 부차적 문제였다. 종중, 종북 등의 실체와 역사적 사실도 제대로 모른 채 공격한 것이다.
현재 대한민국의 위기는 문재인 정부의 얼치기 친북, 얼치기 친중정책과 진보좌파진영의 공직자에 대한 무분별한 탄핵남발이 분명히 작용하고 있다.
문재인 정권은 얼치기 친북정책을 펼치고서 북한으로부터는 ‘삶은 소대가리’ 같다는 비난이나 들었으며, 중대한 역사적 과오로는 2019년 6월 대한민국 영토안 판문점에서 진행된 트럼프, 김정은 간 북미정상회담 시에 미국, 북한 양측으로부터 거절당하는 창피를 당하고서도 그 사실을 감추기에 급급하였다.
또 얼치기 친중정책을 펼친 결과는 '베이징 혼밥사건' 푸대접 밖에 없었다. 또한 진보좌파진영은 엄중하게 급변하는 세계정세에서 무리한 공직자 탄핵남발로 대한민국을 수렁으로 몰아갔다.
하지만 종북, 종중, 반국가세력 척결을 내세운 윤석열 정부는 종북, 종중, 반국가세력의 실체가 무엇인지도 제대로 모른 채 윤 대통령 부부 주변의 사이비 보살, 목사, 스님, 법사, 무당, 스승, 도인 등의 혹세무민하는 목소리에 휘둘리다가 급기야 어설픈 계엄사태 불장난을 통해 대한민국을 건국 이래 최대의 위기 국면으로 몰아 넣은 것이다.
특히 윤 대통령이 대한민국을 한국전쟁 종전 이후 최대 위기로 몰아넣고 있는 핵심적 문제는 12.3계엄사태 이후 국군통수권에 기초한 국군지휘권을 혼란 상태로 만든 것이다. 대한민국 역사상 전례가 없는 일이다.
국군지휘권의 현실적 작동이 절반 정도는 뇌사 상태로 보여진다. 이러한 위기상황에서 북한이 무력통일을 시도하지 않고 있는 것은 김정은-트럼프 간의 북미간 빅딜협상에 대한 기대와 김정은 등 소위 혁명3세대의 전쟁리스크에 대한 우려 때문으로 보여진다.
이같은 상황에서 헌법재판소가 탄핵기각을 결정하게 되어 대한민국 전체가 내란의 소용돌이로 빠져 들게 되면 북한의 무력통일에 대한 유혹은 커질 것이다. 탄핵기각 결정의 경우 대한민국 내란상태를 예견하는 것은 진보좌파 진영이 탄핵기각을 그냥 수용할 가능성이 거의 없으며 현재 탄핵반대 태극기 시위의 두 배, 세 배 이상의 격렬한 시위투쟁을 전개할 것이라는 것과 연관된다.
내란적 상황이 도래할 경우에 국군지휘권 작동은 더욱 깊은 혼란상태에 빠질 것이다. 윤 대통령은 헌법재판소 탄핵재판에서 대한민국 사법시스템과 법률적 허점을 공략하면서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자체를 무너뜨리는 역할을 마다하지 않는 '반국가단체 수괴급'으로 전락해버린 것이다.
보수우파 일부 국민이 탄핵반대 시위에 나서는 것의 중요한 요인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 사태와 연관된다고 보여진다. 보수우파 상당수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사태가 억울했다고 보고 이번에 또 보수우파 대통령이 탄핵사태에 몰린 것에 대한 반감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이 정상화되기 위해서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사태에 대한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가경영 능력이 부족했던 측면은 있었지만 법률적 탄핵을 당할 만큼의 위헌적, 위법적 행동을 한 것은 거의 없었음이 밝혀져 왔다.
반면에 윤석열 대통령의 경우 위헌적, 위법적 행동의 수많은 증거가 각종 영상으로 남아 있다. 보수우파를 포함하여 대한민국이 정상화되기 위해서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사태에 대한 재평가와 깊은 성찰을 해내야 윤석열 대통령 탄핵 문제에 대한 이성적, 합리적 결론을 도출해낼 수 있을 것이다.
2020년대 대한민국은 진보좌파 정권과 보수우파 정권이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국가의 생존과 운명을 수렁으로 빠뜨리고 있는 슬픈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1688년 영국의 명예혁명, 1776년 미국의 독립혁명으로부터 시작된 자유민주주의 근대국가 문명은 인간의 자유의 중요성, 법치주의와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기반으로 한 국가시스템의 중요성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이러한 자유민주주의 근대국가문명 건설은 존 로크, 아담 스미스, 토마스 제퍼슨 등이 사상적 지도자 역할을 하였고 보수주의 정치사상의 원조라고 하는 에드먼드 버크는 ‘프랑스 혁명 성찰’을 통해 인간, 국가, 혁명에 관한 사상, 이론을 정리하였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범신론, 이신론자들로서 종교의 본질에 대한 이해, 종교와 국가에 대한 합리적 이해에 기초하여 근대국가문명을 설계하였다. 이러한 근대국가문명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은 합리성이다. 합리적 이성에 기초하여 인간의 자유권과 근대국가 시스템을 존중하면서 근대문명을 발전시켜온 것이다.
대한민국은 이러한 근대국가 문명을 독자적 힘으로 개척, 발전시켜 오지 못했다. 한국적 근대화와 독립을 염원하면서 100만여 명이 참여하였던 3.1독립만세운동이 좌절한 이후 한국적 근대화는 더 이상 발전하지 못하였다. 결국 세계 2차대전에서 일본제국주의 패전으로 얻어진 광복 이후에는 이승만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대한민국 건국, 박정희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산업화,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민주화를 성취하였지만 역사의 깊은 흐름을 본질적으로 관찰해본다면 한국의 근대화 전과정 즉 건국, 산업화, 민주화 전과정에서 미국의 역할을 빼놓고 생각하기 힘들다. 결국 미국의 지원 하에 이루어진 ‘이식된 근대화’였다고 평가된다.
그 결과 경제력을 중심으로 한 근대화의 겉모양은 세계 10대 선진대국이라 할 정도로 화려하게 발전되었지만 철학사상적, 내면적으로는 대단히 허약하다고 생각된다. 그 한국적 근대화 과정의 사상적, 정신적 허약성이 이번 윤석열 계엄사태를 통해서 적나라하게 표출되었다.
역대 대통령 중 이승만 대통령을 빼면 최고의 학벌과 경력을 자랑하는 윤석열 대통령이 사이비 보살, 목사, 스님, 법사, 무당, 스승, 도인 등의 혹세무민하는 목소리 즉 합리성이 대단히 부족하고 전근대적이라고 평가되는 것들에 휘둘린 사실들에서 확인된다.
이러한 현상은 윤석열 대통령 개인에 머무르지 않고 보수우파 진영의 적지 않은 엘리트들에게서도 나타났었고 진보좌파 진영의 주도세력도 이런 현상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보수우파 진영의 적지 않은 사람들이 부정선거음모론에 빠져있고, 진보좌파진영의 적지 않은 사람들이 광우병음모론, 천안함음모론 등에 빠지기도 하였다.
대상에 대한 합리적 이해가 부족하면 음모론, 신비주의 같은 전근대적 사고에 휩쓸리게 된다. 근대화가 덜된 종교인들은 권력추종적이거나 기복신앙에 빠져있게 된다. 이러한 문제들의 근본적 원인은 철학사상적, 종교적 측면에서 근대화의 허약성과 연관된다.
근대 종교개혁의 정신은 교황, 왕, 신부, 교회 그 어떤 권위도 인정하지 않고 신이 개인에게 부여한 소명을 찾고 실천하는 것이었다. 동양사상에서는 위로는 진리를 구하고 아래로는 약자를 구하는 정신이다. 불교의 깨달은자, 도교의 도인, 유교의 군자도 본질은 동일하다.
현재 한국사회는 정치권뿐 아니라 지식인 사회, 종교인을 포함한 총체적 차원의 근본적 성찰이 필요하다. 2020년대 세계질서는 단순한 정치정세의 변화가 아니라 문명사적 전환으로 나가고 있다.
한국은 일본식 ‘탈아입구식 근대화’와 중국식 ‘동도서기식 근대화’를 넘어 동서사상, 동서문명을 융합한 새문명 창조의 길로 나가야 한다. 그 출발점은 한국적 근대화운동의 꽃이었던 3.1독립운동사상과 자유민주주의 근대국가문명 사상가들에 대한 깊은 이해에 기초한 융합이 될 것이다.
각 국가는 새로운 무한경쟁의 장으로 내몰리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대한민국이 근본적으로 철학사상적 근대화, 사상적 개벽을 이루어 내지 못한다면 새로운 세계질서에서 낙오자의 길을 걷게 될 것이고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생존 자체까지 위협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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