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허물을 고백하란 강요를 할 수 없다"

"민주주의의 근본이 무엇인가. 자신의 생각을 남에게 강요해선 안된다는 것 아닌가. 왜 동료의원들이 사퇴압력을 넣나"
어제 만난 한 정치부 기자 출신 언론학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知人들을 만나기만 하면 '朴槿惠가 좋나, 李明博이 좋나'라는 식의 질문을 한다고 한다. 이런 식의 문제의식을 가진 의원들이 다수라면 내년에도 한나라당은 질 것이다. 한나라당은, '어떻게 하면 박근혜씨와 이명박씨를 하나로 만들 것인가'를 골똘히 생각해야지 두 사람중에 누구 편을 들 것인가에만 관심의 촛점을 맞춘다면 경선 결과에 불복하고 뛰쳐나가는 사태를 만들고 말 것이다. 여권이 高建씨를 차기 대통령 선거 후보로 밀게 될 때는 朴, 李 두 사람이 힘을 합쳐도 어려운 게임이 될 것인데 한나라당이 분열되든지 경선불복 사태가 생기면 必敗이고 두 사람 모두 정치적으로 끝날 것이다. '박근혜냐, 이명박이냐'식의 문제의식은 국민들 눈에는 또 2002년의 李會昌 대세론을 연상시킬 것이다. 그런 문제의식은, 박근혜씨든 이명박씨든 한나라당 경선에서만 승리하면 대통령은 틀림이 없다는 태도의 반영 아닌가. 2002년에 한나라당은 벌써 정권을 다 잡은 것처럼 행동하면서 전략도 투지도 없이 자멸했다. 한나라당은 우파일 수밖에 없는 鄭夢準 후보 대책을 전혀 세우지 않고 있다가 그가 좌파와 연합하도록 만든 것 아닌가. 어느 학자가 동양철학의 핵심을 한 마디로 정리하라면 '오만을 버려라'는 말로 요약된다고 하더라. 오만의 化身인 듯했던 총리가 골프 사건 때 오만하게 처신하다가 물러난 것을 보라. 한나라당 의원들은 겸손한 자세로 기도하는 마음이 되어야 할 것이다'

나도 한 마디 했다.
'성경을 읽어보니 '겸손하라'는 한 마디로 내용을 요약할 수 있었다. 고귀함보다 더 중요한 것이 겸손일 것이다. 겸손해야 고귀할 수 있으니까'

한나라당 최연희 의원의 여기자 성추행 사건에 대해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일부에선 동아일보社에서 그 여기자를 설득하여 문제로 만들지 않도록 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하는데 그런 안이한 문제의식이 문제이다. 그동안 남자들이 술자리에서 여자들에게 해온 습관적 행태를 한번 반성해보라. 지금 남자들은 부하 여직원에게 폭탄주를 억지로 먹이는 것을 호기스럽게 여겼던 미친 짓거리의 보복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최연희씨가 의원직을 사퇴하라고 강요해선 안될 것이다. 민주주의의 근본이 무엇인가. 자신의 생각을 남에게 강요해선 안된다는 것 아닌가. 왜 동료의원들이 사퇴압력을 넣나. 이해찬 총리한테는 의원직 사퇴를 강요하지 않으면서. 최 의원을 사퇴시킬 수 있는 유일한 자격자들은 유권자들이고 선거를 통해서 하면 된다.'

이 말을 듣고 있으니 全, 盧 두 전직 대통령이 비자금 사건- 5.18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던 1996년 초 月刊朝鮮이 金南洙 주교(당시 수원교구장)를 인터뷰했던 기사 내용이 생각났다. 金 주교는 이렇게 말했었다.

'인간은 인간에게 자신의 허물을 밝힐 의무가 없습니다. 자기를 보호할 의무란 '사랑의 질서'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인간은 하나님을 제일로 사랑해야 하고 그 다음은 자신입니다. 인간은 자신을 사랑해야 하기 때문에 남에게도 자신의 허물을 밝히라고 양심 고백을 강요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묵비권이 있잖아요. 물론 자기 죄를 하나님께는 밝혀야죠. 인간사회나 하나님의 법이나 언제나 도망갈 구멍은 만들어놓는 법이죠. 성경을 잘 보면 항상 도망갈 데가 있어요. 그 선만 넘으면 잡질 않아요. 예를 들면 공동묘지에선 사람을 잡을 수 없었어요. 그래서 로마의 박해시대에 수많은 신자들이 지하 공동묘지에 모여 살았어요. 로마군인들은 그 안에 기독교도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잡지를 않은 거예요. 이런 개념도 사라진 인간사회는 인간다움을 상실해가는 시대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우리 종교인의 입장에서는 '잘못을 밝히라'는 자세보다는 그런 일을 하나님께 맡기는 자세를 취해야 합니다'
  • 트위터
  • 페이스북
  • ↑위로
Copyright ⓒ 조갑제닷컴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달기 댓글쓰기 주의사항

댓글달기는 로그인후 사용하실 수 있으며, 내용은 100자 이내로 적어주십시오. 광고, 욕설, 비속어, 인신공격과 해당 글과 관련 없는 글은 사전통보없이 삭제됩니다.

PC 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