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화 선동'에 대한 공병호의 반격

한국은 경제발전과 평등 동시 성취. 成長은 모두에게 축복이었다
孔柄淏가 바라보는 오늘의 한국 經濟 / 양극화 논쟁
(월간조선 4월호)



孔柄淏 공병호경영연구소 소장

양극화 세일즈의 3단논법

세상은 복잡하다. 그렇기 때문에 세상을 손쉽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무엇인가 기댈 만한 언덕이 필요하다. 이때 등장하는 것이 「개념」이다.

사람들은 개념을 통해서 세상을 이해하고 판단하며, 행동하게 된다. 생업에 분주한 사람들에게 개념이란 것을 스스로 만들 수 있는 시간도 없고 그렇게 해야 할 인센티브도 없다.

그런 영역을 담당하는 것은 이른바 정보나 상징을 생산하는 데 종사하는 전문가 집단들이다. 교수·연구원·기자 등과 같은 사람들이 개념을 생산하는 일을 맡고 있다. 그런데 그 개념을 유통하는 채널은 신문과 방송뿐만 아니라 정치세계라는 곳이 있게 마련이다.

새로운 개념 혹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그 개념을 찾아서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은 유통 채널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근래 우리 사회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개념은 이른바 「양극화」라는 것이다. 아마도 이같은 개념은 1~2년뿐만 아니라 그 이후에도 한국 사회에서 더욱 기승을 부릴 수 있다.

결국 정치 지도자들은 선한 의도에 의해서든 악한 의도에서든 근본적으로 대중의 마음의 변화를 시도하는 사람들이다. 이런 마음의 변화를 가져오는 데 여러 가지 요인이 있지만, 단기적으로 큰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것은 바로 멋진 개념을 유행시키는 일이라 하겠다.

양극화란 개념 자체는 매력적인 면이 있다. 「세상이 이렇게 양극화되어야겠습니까? 여러분 이런 현상은 왜 발생하는지 익히 아시지요?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겠습니까?」

이런 세 가지 질문들에 대한 답을 구체적으로 설명할 필요도 없이 양극화란 개념을 유권자들에게 세일즈하는 데 성공함으로써 거둘 수 있는 효과는 참으로 클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일부 정치권에서는 더욱 적극적으로 양극화 개념을 판매하는 데 열과 성을 보이게 될 것이고, 그 반대편에서는 이를 저지하는 데 힘을 모을 것이다.

그러나 사회과학이란 본래 복잡하고 자료를 작위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에 「우리 사회의 양극화는 심각하지 않다」는 것을 입증하는 사람들이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거나 행운을 만나지 않으면 수세에 처할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하면 구조적으로 양극화라는 공세를 펼치는 사람들은 인간의 심성에 존재하는 이분법에 대한 감상이나 좀더 많이 가진 사람들에 대해 반감, 그리고 세계화가 가져오는 어수선함과 불안감 등과 맞물려서 현실과는 관계없이 「양극화는 진실이다」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무엇인가의 옮고 그름을 궁리하고 따지는 일은 어려운 일일뿐더러 두뇌 속에 에너지를 많이 소요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체인징 마인드(Changing Minds)」를 쓴 하버드大 심리학과의 거장 하워드 가드너 교수는 『마음의 변화의 열쇠는 결국 개인의 「정신적 표상들」이란 한 개인이 정보를 받아들이고, 해석하고, 보유하고, 이용하는 특정한 방식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이 정신적 표상들에서 간편하고 신속하게 자리를 잡을 수 있는 것이 양극화 같은 멋진 개념이라 하겠다.


실업高를 찾은 여권 고위인사의 발언

지난 3월6일에 여권의 고위직에 계신 한 인사가 실업高를 방문한 내용을 읽으면서 학생들 앞에서 양극화를 세일즈하는 것을 보면서 참으로 난감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이대로 가면 옛날처럼 귀족계급이 생기고 아무리 노력해도 기회를 가질 수 없는 사람이 생기게 된다. 부자 부모를 만난 아이들은 비싼 과외로 공부해서 좋은 학교에 가고 사회적으로 성공하는 기회가 많아지고, 부자 부모를 못 만난 아이들은 비싼 과외를 못 해서 좋은 학교에 못 가고 계속 못살게 되는 현상이 양극화이다.

잘사는 사람은 계속 자기들끼리 잘살고, 못사는 사람은 점점 어려워질 수밖에 없는 사회는 잘못된 것이고, 결국 망하게 된다』

만일에 양극화를 세일즈하는 사람들이 이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면, 우리는 양극화가 정치적인 의도로 대중화되기 이전에 과연 그것의 옳고 그름을 따져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한마디로 이야기하자면 나는 다른 나라들에 비해서 한국의 빈부 격차 문제가 그렇게 심각한 수준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시 말하면 최근에 우리 사회에서 활발하게 거론되는 양극화 문제는 객관적인 사실보다 주관적인 판단과 의도가 짙게 깔려 있다고 생각한다.


지니계수가 말하는 진실

물론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앞으로 양극화에 대한 정의 그리고 그 실상에 대한 객관적인 자료가 공개될 필요가 있다.

경제학자들은 전통적으로 「지니계수」라는 것을 갖고 한 사회의 소득 분배 정도를 판단해 왔다. 최근 한국경제신문은 우리나라의 지니계수 실상에 대한 자료를 보도한 바가 있다.

〈빈부격차 정도를 보여 주는 대표적인 지표인 지니계수(0~1 사이의 값으로, 낮을수록 소득분배가 잘 된 것) 추이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도시근로자 가구의 지니계수는 1982년 0.31 수준에서 1990년대 중반에 0.28까지 낮아졌다. 이 때문에 한국은 경제발전이 성숙단계에 접어들면서 분배가 개선되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곤 했다.

그러던 한국의 소득분배가 급속히 악화된 것은 1997년 말 외환위기 이후, 1997년 0.283이었던 지니계수는 1998년 0.316으로 수직상승한 뒤 1999년엔 0.320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니계수는 이후 등락을 거쳐 2004~ 2005년 연속 0.310을 나타냈다〉

또한 유엔이 발표한 「2005년 인간개발보고서」를 참조함으로써 국제 간 소득 분배 정도를 비교할 수 있다.

이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지니계수는 낮은 순서로 따져서 조사대상 111개국 가운데 25위에 속한다. 다시 말하면 소득 불평등이 작은 순서로 따지자면 111개국 가운데서 25위에 위치하고 있음을 뜻한다.

동시에 경제협력기구(OECD) 회원국 30개국 가운데서도 중간 이상인 13위에 속해 있다. 굳이 이런 통계자료를 동원하지 않더라도 다른 나라들을 자주 방문하는 사람들이라면 한국의 실상이 혹자가 주장하는 것처럼 심각함과는 거리가 멀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문제는 「상대적인 격차를 그렇게 과장해서 표현할 필요가 있는가」라는 점이다. 양극화에서 바라보는 시각을 「절대적으로 잡을 것인가」 아니면 「상대적으로 잡을 것인가」라는 점이다. 세계화와 지식 중심의 세계로의 전환은 어느 나라를 불문하고 소득 상위계층과 하위계층의 차이를 벌어지게 하고 있다.


양극화는 호들갑 떨 일이 아니다

한 가지 사례로 우리나라의 경우 소득 상위 20%의 평균 소득이 하위 20%의 몇 배인지를 나타내는 5분위 배율은 1993년의 4.6배에서 2003년의 5배로 늘어나게 되었다. 이런 것을 두고 양극화라고 한다면 상위 20%가 소득이 늘어났다고 해서 하위 20%의 소득이 감소한 것은 아니다.

다만 상대적인 격차가 확대되었을 뿐이다. 양극화란 통계라기보다는 체감이란 감에 더욱 의존하는 개념이란 점을 짐작할 수 있다. 감이기 때문에 얼마든지 악용될 소지가 있다.

참고로 비교적 평등한 사회로 불려 왔던 일본의 경우 우리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자료에 따르면 『이웃 일본의 경우 1998년 이후 빈부격차와 계층 간 소득 분포의 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가 1990년 0.433에서 2002년 0.5로 상승한 것은 국민소득의 4분의 3을 高소득층(전체 4분의 1)이 차지하고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고 설명한다.

『일본의 빈곤율은 1995년 8%에서 2005년 15.3%로 급상승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 원인에 대해서는 장기불황으로 인한 지속적인 높은 실업률, 임금 노동자 간 임금격차의 확대, 新자유주의 시장 중심 경제정책으로 低소득층의 소득의 상대적 감소, 고령화 급진전 등을 꼽고 있다.

결과적으로 어느 날 갑자기 호들갑을 떨 정도의 문제가 아닌 것만은 사실이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절대 빈곤선 상에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되는지를 객관적으로 조사하는 문제가 남아 있다. 이것은 양극화 이슈하고는 별개의 문제이다.

절대빈곤 인구를 부조하는 일은 과거나 지금이나 한 사회가 맡아야 어느 정도의 도움을 주어 하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두고 굳이 양극화 이슈를 갖고 부산하게 움직일 필요는 없다는 말이다.

그러면 우리가 기대하는 것만큼 소득 분배 상황을 이상적인 상태로 바꿀 수 없는 중요한 요인은 무엇일까? 한마디로 정리하면 그것은 低성장과 高실업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어느 분의 이야기처럼 양극화의 원인을 『군사독재 정권의 압축성장이 빚은 불가피한 결과이자 승자만 독식하는 사회가 되었다』고 하는 것은 상황에 대한 명백한 오류에서 빚어졌다고 생각한다.


성장을 통해 모두가 得을 봤다

한국경제가 역동적인 성장을 유지하는 한 모두가 得(득)을 보는 사회였다. 물론 그중에는 득을 많이 보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지만 자신의 기여도에 따라 모두가 득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계층 상승의 문도 활짝 열려 있었다.

우리 사회 역시 草根木皮(초근목피)하던 시절이 있었다. 절대 빈곤층에 해당하는 인구가 全인구의 30%를 넘었던 적도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인들 가운데 절대 빈곤층에 속하는 인구의 수는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지속적인 성장이 계속되었고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우리 사회가 양극화란 이슈를 정치적인 의도를 반영한 슬로건이나 구호로 탈바꿈시키는 데 매우 주의해야 함을 강조하고 싶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어떻게 하면 더욱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그것만이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하는 목적지 가운데 하나이다.

절대 빈곤층을 구제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부담해야 하는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서도 효과적인 방법이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개개인에게 성취동기를 부여할 수 있을지를 고려해야 한다.

그런데 양극화 이슈를 기회로 격차를 축소시키려는 의도가 가져올 수 있는 폐해는 절대 빈곤층이 아닌 사람들에게 정부가 구호를 자청하고 나서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그것은 한 인간의 자활에 필요한 野性(야성)을 빼앗는 의도하지 않은 부작용을 낳게 될 것이다. 개인이건 사회건 간에 야성이 없는 사회는 성장할 수 없다.

앞에서 여권의 한 인사의 표현대로 부모를 잘 만나서 좋은 교육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인생을 살아가는 데 전부는 아니다. 만일에 좋은 교육이 성공을 보장할 수 있다면 아마도 사회는 철두철미하게 계급화되었을 것이다.

삶이란 자신이 스스로를 구제하겠다는 각오를 가진 사람들을 중심으로 세상을 만들어 가게 된다. 물론 과외를 많이 받고 좋은 부모를 만나는 일이 도움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오히려 그것이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도 있는 것이 인생살이의 이율배반적인 면 가운데 하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극화는 당분간 정치적인 슬로건으로 훌륭한 역할을 다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적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사람들 사이에 양극화의 현상을 둘러싸고 다툼이 지속될 것이다.


양극화 해소를 위해 정부가 해야 할 일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사람은 믿음대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나는 양극화 이슈를 외치는 사람들이 제발 공부를 좀 했으면 한다.

지금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를 고심하는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 있다. 제임스 과트니 교수가 쓴 얇은 분량의 책 「7천만의 시장경제 이야기」이다.

읽을 만한 시간이 없다면, 나라의 일을 맡은 사람들은 아래의 내용이라도 숙지해서 현명하게 판단하고 행동하기를 바란다. 경제성장을 위해 혹은 양극화가 문제가 된다면, 그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첫째, 법으로 적절히 견제하지 않을 경우, 특수 이익집단들이 민주적 절차라는 이름으로 납세자들과 소비자들을 착취할 수 있다.

둘째, 적절한 제어를 할 수 없다면 입법자들은 재정적자를 통해서라도 재정자금을 조달하고 싶어 한다.

셋째, 정부가 일부 국민을 돕기 위해 다른 국민들의 희생을 요구하기 시작하면, 국민들의 시간과 노력과 자원은 생산적 활동이 아니라 정부를 통한 약탈행위로 흘러들 것이다. 그 결과 경제성장은 억제된다.

넷째, 정부 주도 再분배 정책의 비용은 수혜자들이 받는 혜택보다 훨씬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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