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남자들의 걸음걸이를 살펴보니…

호주머니에 손을 넣고 갈之를 그리면서 걷는 이들이 다수였다. 여성들은 훨씬 활달하고 절도 있게 걷는다.
한국 남자들의 걸음걸이에 대해서 재미 있어 하는 외국인들이 더러 있다. 걸을 때 호주머니에 손을 넣고 다니는 이들이 많고, 직선으로 걷지 않고 갈之자를 그린다는 지적이다.

요 며칠간 유심히 관찰했다. 서울 도심부를 걸으면서 통계를 내어보았다. 남자들의 약 70%는 호주머니에 손을 넣고 걷는다. 춥지도 않은데 그러는 걸 보니 버릇인 듯하다. 한 손은 호주머니에 넣고, 다른 손으로는 담배를 피우면서 걷는 사람들도 있었다. 뒷짐을 지고 걷는 이들도 있다.

호주머니에 손을 넣고 걷는 이들은 젊은 층이 훨씬 많았다. 영동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만난 수학여행 가는 중학생들도 거의 호주머니에 손을 넣고 있었다. 호주머니에 손을 넣고 걷는 사람들은 대체로 직선을 유지하지 않는다. 청소년들의 경우 걸으면서 장난도 치고 서로 엉키고 해서 남의 通行을 방해하는 경우도 있었다.

남자들에 비교해서 여성들의 걸음걸이는 훨씬 단정하고 절도가 있었다. 한 손으로는 핸드백이나 가방을 잡고 다른 손을 흔들면서 씩씩하게 걷는 모습이 좋았다. 일부 여성들은 횡단보도에서 기다릴 때는 두 손을 앞으로 가지런히 모아 아주 보기 좋은 모습이었다. 전체적 인상이 남자들은 흐느적거리면서 걷고, 여성들은 또박또박 걷는다. 서양 남자들은 대체로 두 팔을 흔들면서 뚜벅뚜벅 걷는다. 특히 독일 남자들은 구두가 땅 속으로 박힐 것처럼 힘을 주어 걷는다.

이런 의문이 들었다. 인간은 걷는 동물이다. 왜 가정에서나 학교에서 걷는 자세에 대해서 체계적인 교육을 시키지 않는가? 물론 군대에 들어가면 걷는 자세를 배우게 되는데 제대하면 곧 옛 버릇으로 돌아간다. 호주머니에 손을 넣지 않고 팔을 크게 흔들면서 활달하게 걸으면 기분도 좋고 운동도 되고 빨라진다.

내용에서 형식이 우러나오기도 하고 형식에서 내용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흐느적거리면서 걷는 사람들과 뚜벅뚜벅 절도 있게 걷는 사람들은 생각 면에서 뭔가 다른 점이 있을 것이다. 흐느적거리는 사람들은 생각이 자유분방하고 창조적일 수도 있고, 뚜벅뚜벅 걷는 사람들은 질서 있고 효율적인 생활을 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일의 순서에 따른다면 어릴 때 제대로 걷는 버릇을 익혀서 정상적으로 걸어본 다음 개성을 살려 멋스럽게 호주머니에 손을 넣고 걷는 것이 맞지 않을까 한다. 한 번쯤은 엄격한 규율 속에서 살아보아야 하고, 그런 다음 破格(파격)을 하는 것이 正常이지 기본을 갖추기 전에 처음부터 파격을 하기 시작하면 自我 형성에 지장을 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그림 그리기에 비유하면 피카소처럼 철저한 具象(구상)단계를 거친 뒤 抽象(추상)으로 옮겨가야 그림이 제대로 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훈련과 규율 속에서 창조성이 배양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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