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5공 청문회에서 말로써 이름을 내고, 1989년12월31일엔 국회증언대에 섰던 전두환 전 대통령을 향해서 명패를 던졌던 사람. 그리하여 말과 깽판으로써 출세했던 사람. 대통령이 된 뒤에도 말과 깽판의 버르장머리를 고치지 않았다가 지난 5월31일 선거를 통해서 국민들로부터 직접 탄핵을 당한 사람. 그 사람이 이번 선거의 敗因은 국민의 수준이 낮아서이라고 말했다. 말과 깽판으로써 일어선 사람이 결국 그 말과 깽판으로써 망해가는 과정을 우리는 매일 들여다보고 있다.
[조선일보 사설] 선거 패배가 ‘나라의 수준’ 탓이라는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이 2일 정부 부처 홍보책임자 토론회에 참석해 “정책홍보 시스템을 만드는 과정에서 많은 반발이 있었고 그래서 선거에 패배했는지도 모르겠다”며 “한두 번 선거로 나라가 잘 되고 못 되거나 어느 黨당이 흥하고 망하는 것이 민주주의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틀린 말은 아니다. 집권당이 총선에서 승리했을 때 대통령이 이런 말을 하며 정권의 오만을 警戒경계했더라면 그 말이 값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때 대통령은 뭐라 말했던가.
대통령은 또 “제도나 의식·문화·정치구조 등 그 나라의 수준이 그 나라의 미래를 결정한다”며 “1993년 캐나다 보수당 정권이 소비세 인상 공약을 내걸었다가 2席석만 얻은 채 풍비박산 위기에 빠졌지만 소비세 인상은 재정위기를 해결하고 경제성장에 기여했다”고 말했다. 결국 대통령이 하고 싶은 말은, 지방선거에서의 집권당 몰락은 캐나다 보수당의 慘敗참패처럼 좋은 정책을 몰라본 국민의 수준 탓이라는 것이다.
대통령은 이미 작년에 “부동산정책은 答답이 있는데 사회가 문제”라며 부동산정책 실패의 책임을 국민에게 돌렸었다. 대통령의 홍보수석이라는 사람은 “대통령은 21세기에 가 계시고 국민들은 아직도 독재시대의 문화에 빠져 있다”고 말한 일도 있다.
한국갤럽의 3일 여론조사에선 ‘집권당의 지방선거 패배 이유’로 ‘경제회복 실패’가 22%, ‘부동산·세금 정책’이 20%, ‘대통령의 리더십 불만’이 17%였다. ‘대통령이 집권당 패배에 책임이 있다’는 응답자가 84%에 이르렀다. 이번 지방선거 결과는 국민이 대통령과 정권에 대해 ‘제발 좀 달라지라’고 외친 것이다.
이 정권은 여론 동향이 유리하다 싶을 때는 “헌법도 국민의 뜻보다 위에 있을 수 없다”며 民心민심을 떠받들었다. 대통령은 大聯政대연정에 대한 국민 여론이 좋지 않던 작년 국민과의 대화에선 “民心민심을 그대로 受容수용만 하고 追從추종만 하는 것이 대통령이 할 일은 아니다”고 했었다. 대통령의 선거인식이 이렇게 손바닥 뒤집듯 달라져 왔으니 5·31 선거 참패가 나라의 수준, 국민의 수준 탓이라고 責望책망할 법도 하다. 국민이 무슨 할 말이 더 있겠는가.
말과 깽판으로써 출세했다가 결국
- 趙甲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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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06-05, 01: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