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과 함께 어제 밴쿠버의 스탠리 공원에 다녀왔다. 10여년 전에 갔을 때에는 항상 주차를 어디서나 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주차요금도 생겼고 그나마 자리가 없어 한참 기다리거나 돌아야 한다.
공원 한쪽 해변에 야외 수영장이 있어 주차를 하려는데 몇바퀴를 돌아도 빈자리가 나오지 않는다. 약 30미터 앞에 차가 안가고 서서 빈자리를 기다린다. 나도 더 안가고 기다리니까 바로 내 옆자리의 차가 빠져나가려 한다. 그래서 그 차가 빠져나갈 수 있도록 내 차를 뒤로 조금 빼 주었다.
그런데 저 30 미터 앞에 있던 차에서 부인이 내려서 뒤로 와서 내차 앞을 가로막고 자기 남편에게 손짓해서 후진하게 한다. 그래서 내 아내가 우리가 들어갈 것이라고 하니까 자기가 먼저 왔다는 것이다. 나는 벌써 몇바퀴를 돌았고 그 차는 보이지도 않았었는데. 중동이나 서남아시아계 이민자 같았다.
그 부인은 오히려 나보고 더 뒤로 물러나라고 한다. 이런 말도 안되는 상황에서 그와 따질 논리나 규칙이나 뭐 하나 생각나는 것은 없고 그냥 기가 막히기만 해서 가만 앉아있었다. 내 아내에게도 아무 말도 하지 말고 가만 있으라고 했다.
앞차를 보니 운전자가 보이지는 않지만 부인에게 그만하라고 하는 것 같다. 그러면서도 내가 뒤로 물러나기를 계속 기다리는지 뒷자석에 앉은 꼬마들까지도 나보고 뒤로 물러나라고 계속 손짓을 해 댄다. 부인도 계속 나보고 뒤로 더 물러나라고 한다.
그 때 빠져나오려는 차의 운전자가 견디다 못해 나왔다. 그는 나에게는 아무 소리 안하고 앞차의 부인과 남편에게 뭐라고 말을 하고는 나에게 손짓해서 내가 주차해야 한다고 손을 들어 주었다.
주차를 하고 수영장으로 가면서 한나라당의 남자들이 자연스럽게 떠 올랐다.
그 부인의 당당한 모습에서 이재오 의원이 떠 올랐다. 자기가 당 대표가 되었어도 경선 룰을 바꾸자고 했을까?
그 보이지 않는 남편에게서는 이명박 전시장이 떠 올랐다.
그 뒷자리 귀여운 고사리 손을 흔드는 아이들에게서는 남경필과 소장파 의원들이 떠 올랐다.
나에게 주차권리를 인정해 주고 자기의 종일주차티켓까지 내게 건네주고 빠져나간 차 운전자에게서는 국민의 투표가 생각이 났다.
전혀 싸우지 않아도 결판 나게 되어있는 일이었다. 정치 후진국의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나 생각하게 된다.
뱅쿠버 공원 駐車路에서 만난 한나라당 남자들
- 먼소리(회원토론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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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07-25, 16:3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