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환수 언제든 상관없어” 전문가들 “2012년이 목표라더니”
盧대통령 ‘작통권 회견’… 전문가들 시각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논란이 되고 있는 전시(戰時) 작전통제권 조기 단독 행사 문제에 대해 9일 연합뉴스와의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입장을 상세하게 밝혔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노 대통령의 주장이나 상황 인식의 상당 부분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노 대통령이 이날 말한 주요 내용과 그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함께 소개한다.
盧대통령 “작통권 충분히 행사할수 있다”
北미사일 발사도 파악못하는 軍현실
◆노 대통령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를) 2003년에 발의해서 우리 군이 2012년으로 잡았다. 긴 기간에 준비하고 있다.
2009년이 (미측에서) 나왔는데 그 사이에 어느 때라도 상관없다고 본다. 우리 군이 세계 최고 수준의 군대를 만들려고 하기 때문에 2012년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렇지만 그 이전에도 작통권 행사에는 크게 지장이 없다. 지금 환수해도 작통권 행사할 수 있다. …전시 작통권을 환수해도 미국의 정보자산은 한국과 협력되고 있다. 미국의 이익을 위해서도 정보활동을 하게 되고 환수한다고 위성을 내리겠나.”
▶전문가들은 지금 당장이라도 가능하다는 데 대해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한다. 한국군이 주도적으로 전쟁을 수행하려면 아직 부족하기 때문에 준비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 스스로도 상당한 준비를 언급했다.
우리가 부족한 부분에는 ‘눈’과 ‘귀’의 역할을 하는 정보수집 능력과, 현대전에서 중추신경 역할을 하는 지휘통제(C4I) 시스템, 유사시 적 전략목표를 때릴 수 있는 타격능력 등이 꼽힌다. 우리 군은 전략 정보의 95% 이상, 전술 정보의 70~80%를 미군에 의존하고 있다. 미군 지원이 없으면 북한 핵개발이나 대포동2호 발사 움직임을 제대로 알 수 없는 것이 현실이며, 우리가 과연 미군 정보를 제대로 받고 있는지에 대해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전시 작통권 단독행사에 대비한 전력증강 문제를 맡고 있는 임치규 합동참모본부 전력기획부장도 지난 3일 기자회견에서 “5년 단위의 전력증강 사업을 매년 재검토하는 ‘2007 ~2011년 국방중기계획’이 순조롭게 이행되면 감시·정찰 장비나 정밀타격 능력을 확보할 수 있다. 2012년쯤 전시 작통권 독자행사 능력을 구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준비에 시간이 필요함을 밝혔다.
“주한미군 계속 주둔할 것”
주둔여건 안되면 美 언제든지 철수
◆노 대통령 “작통권을 환수하면 기술적 조정에 따른 감축 요인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크게 염려 안 해도 되고 주한미군은 계속 주둔할 것이다. 숫자가 결정적 의미를 갖는 것도 아니다. 질적 능력이 중요하다.”
▶국방부 등 정부 당국도 노 대통령처럼 주한미군은 계속 주둔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최근 한·미간에 진행되고 있는 미래 안보정책구상(SPI) 회의에서도 ‘통일 이후에도 주한미군은 계속 주둔한다’고 합의했다고 국방부는 밝혔다.
그러나 주한미군이 완전 철수하지 않더라도 주둔 규모가 대폭 줄어들면 전쟁 억제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첨단 무기의 발달로 병력, 무기 숫자의 의미가 과거보다 줄어들었다고 하지만 한반도는 아직 숫자의 의미가 중요한 재래식 전장(戰場)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주한미군은 이미 오는 2008년까지 1만2500여명이 감축, 2만5000여명으로 줄어들며 전시 작통권 단독행사에 따라 추가감축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또 한·미간에 ‘주한미군 계속 주둔’ 합의가 이뤄졌다 하더라도 우리가 미군 주둔 여건을 만들어주지 않으면 미군은 언제든지 철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최근 주한 미공군 공대지(空對地)사격장 훈련부족 문제에 대해 미군 고위 관계자들이 “문제 해결이 안되면 한반도 외의 제3국으로 이동할 수 있다”고 잇따라 경고하고 있는 데서도 잘 나타난다. 국민 여론이나 정치적으로 ‘미군 철수’ 분위기가 형성돼도 미군은 언제든지 나갈 수 있다.
필리핀의 경우도 그런 예다. 미국 의회나 언론 등 여론의 향배도 중요 변수다. 국방부 산하 기관의 한 전문가는 “한·미간에 ‘계속 주둔’에 공식 합의했더라도 국제 정세나 한·미 양국 국내 분위기 등에 영향을 받아 미군이 언제든지 철수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작통권 없는 유일한 나라”
英·獨도 전시엔 NATO사령관이 작통권 행사
◆노 대통령 “우리나라는 자기 나라 군대에 대한 작전통제권을 갖지 않은 유일한 나라다. 경제 11위 대국이고 병력수로는 세계 6위 군사강국인데 스스로 작통권을 못 갖고 있다.”
▶남주홍 경기대 교수는 이에 대해 “사실관계 자체가 틀린 것”이라고 말했다. 남 교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 군대의 경우 전시에는 NATO군사령관이 작통권을 행사한다”며 “유사시가 되면 독일군이든 영국군이든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남 교수는 또 “현재 한·미연합사 체제인 우리나라의 작통권은 미국이 혼자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한·미가 공동행사하는 것”이라며 “노 대통령의 문제 제기는 보고를 잘못 받았거나 의도적인 과장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 국방부 고위관계자도 “세계 유일의 분단국으로서 북한이라는 가상 적과 직접 대치하고 있는 것도 다른 나라와 평면 비교하기 어려운 점”이라고 말했다.
“북한 전력 부풀리고 우리역량 과소평가”
軍전력 향상됐지만… 北核·미사일 여전히 위협적
◆노 대통령 “안보에 이상이 없다. 한국의 방위역량은 많이 축소돼 알려져 왔다. 과소 선전돼 왔다. 북한의 안보위협을 부풀리는 경향은 아직도 민주정부가 세 번 들어섰지만 여전하다. 북한의 군사위협을 부풀리고 한국의 국방력을 폄하하는 경향은 고쳐야 한다.”
▶전문가들은 첨단무기 도입을 통해 지난 10여년간 우리 군의 능력이 향상된 것은 사실이지만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 부풀려진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북한은 이미 2~15개의 핵무기를 보유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되고 스커드 미사일 600발, 노동 미사일 200발 등 800여발의 중거리 탄도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 북한은 세계 3대 화학무기 강국으로 2500~5000t의 화학무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세계 최대의 특수부대 보유국(10만~12만명)이다.
국방부 산하 연구기관인 국방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공군을 제외하곤 지상군과 해군은 아직 북한에 비해 열세에 있다. 송대성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북한 군사력을 계산할 때는 재래식 무기에 대량살상무기를 포함해야 하며 군사력을 종합할 때 북한 군사력은 조금도 과장되거나 부풀려진 것 아니다”라고 말했다.
“미국이 하자는대로 ‘예’ ‘예’ 해야하나”
극단적 반어법으로 상대 무시… 非외교적 발언
◆노 대통령 “영국과 미국 사이에도 의견이 다르면 옥신각신한다. 어느 나라 없이 남과의 관계에서 협상과정이 있고 그 과정에서 여러 가지 소리들이 나오고 그것을 뒷받침하기 위해 여론도 고조되고 국회에서도 얘기하는 것이다. 한국 대통령이 미국 하자는 대로 ‘예’ ‘예’ 하길 한국 국민이 바라나. 제발 좀 국가 자존과 운명이 걸린 문제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의견을 교환하고 조율하면서 입장 표시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
▶김세택 전 싱가포르 대사는 “미국이 하자는 대로 하자고 말하는 국민은 아무도 없다. 다만 문제 제기의 방식이 이런 식이어선 곤란하다. 한국 대통령은 한국 제1의 외교관이다. 극단적 표현을 동원한 반어법 논리는 상대를 무시하는 것과 마찬가지다”고 말했다.
송대성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50년 한미연합사 체제를 근본부터 바꾸려면 양국 간 오해가 없도록 하는 것이 우선인데 이번 발언은 매우 자극적 표현으로 협상을 하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美도 작통권 가져가길 바란다”
美, 盧정부와 상대않겠다는 감정적 표현일 뿐
◆노 대통령 “미국은 (전시작전통제권 이양을) 한다는데 과거에 한국 국방을 책임지고 있던 분들이 전혀 거꾸로 말하니까 답답하다. 언론 보도를 보니 전혀 감정적 조치가 아니라고 친절히 해명해 놓았더라. (한국의 작전통제권 단독행사는) 미국도 바라는 바다. 국가안보에 큰 문제가 없다.”
▶유호열 고려대 교수는 “미국이 작전권을 넘기고 싶은 것처럼 모양을 취하는 것은 현 정부와 이런 동맹·안보 문제를 논의하지 않겠다는 감정적인 대응일 뿐”이라며 “이런 식으로 나타나는 감정적 표현은 정책의 논거로 삼아선 안 되는 것”이라고 했다.
유 교수는 “미국은 한국을 지역 안보의 파트너로 함께 하고 싶었는데 한국이 호응하지 않아서 문제가 생긴 상황”이라며 “그로 인해 어쩔 수 없이 그 대안을 전략적 유연성의 강화나, 주일미군의 강화 등으로 찾아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 교수는 “한국 정부가 하는 방식으로 상대하고 싶지 않다는 내용을 얘기한 것인데 그걸 받아서 노무현 대통령 특유의 덮어씌우기식 대응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유용원 군사전문기자 bemi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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